김백준 아들, 자문 독식 당시 메릴린치 서울지점장

새민련 MB국부유출 진상조사위 "M&A 자문사 선정과정·공정성 여부 국조해야"

[일요시사 경제2팀] 윤병효 기자 = MB(이명박 전 대통령)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비서관의 아들이 석유공사가 부실자산을 인수하도록 자문한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당시 서울지점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10일 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의 아들 김형찬씨가 이명박정권 당시 석유공사가 진행했던 해외자산 인수의 자문을 모두 메릴린치가 가져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MB정부 해외자원개발 국부유출 진상조사위원회’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M&A 자문사로 어떻게 메릴린치가 선정됐는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의 자제인 김형찬씨가 어떻게 개입했는지, 메릴린치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자문했는지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반드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진상조사위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정권 때 석유공사가 진행한 4건의 대형 해외자산 인수 건의 자문을 모두 메릴린치가 독식했다.

2008년 1월 3일 미국 앵커광구 인수(9877억원), 2009년 3월 30일 캐나다 하베스트에너지사 인수(5조4868억원), 2010년 4월 12일 영국 다나사 인수(3조8460억원), 2010년 4월 23일 미국 이글포드광구 인수(2조1207억원) 등은 모두 메릴린치가 자문했다.

석유공사는 4건의 자산인수에 총 12조4412억원을 투자했지만 현재 회수액은 고작 6730억원 뿐이다. 메릴린치는 4건의 자문료로 총 248억원을 챙겼다.


진상조사위는 "하베스트에너지 인수건에 메릴린치가 어떻게 자문사로 선정됐는지 의혹투성이"라며 "특히 나머지 3건에서는 자문사 선정작업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는 석유공사의 하베스트에너지 인수자문사 선정과정에서 3차평가까지 가는 동안 계속해서 계량평가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으나 심사위원이 점수를 매기는 비계량평가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최종 자문사로 선정됐다.

당시 자문사 선정위원회 심사위원은 강영원 전 사장, 서문규 현 사장(당시 부사장), 김성훈 전 부사장(당시 신규탐사본부장) 등 내부인사로 구성됐다. 강 사장은 재임하고 서 사장은 퇴임 후 사장으로 복귀하는 등 이들은 모두 승진 특혜를 누렸다.

하지만 당시 회의록은 종이 한 장 남지 않아 선정과정에 의혹을 더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메릴린치가 수익성이 좋다고 평가한 하베스트에너지의 정유사를 인수해 매년 천문학적인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 최근 이를 되파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진상조사위가 이번 조사에서 주목하는 것은 메릴린치가 자문사로 선정될 당시 서울지점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인 김형준씨라는 점이다.

메릴린치가 석유공사에 제출한 자문서의 사인란에는 상무직함의 피터 김이라는 인물이 사인을 했는데 이 사람이 김형찬씨라고 진상조사위는 주장했다.


김형찬씨는 서울지점장으로 있을 당시 한 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계는 물론 정계에도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진상조사위는 김씨가 정치경력이 전무한데도 정계인맥이 두터운 것은 결국 김백준 전 비서관을 통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단지 부실자산만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던 석유공사의 해외 M&A 문제가 MB 최측근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새정연 진상조사위는 노영민 위원장을 필두로, 간사에 부좌현, 김기식·김기준·김현·박광온·박완주·서영교·이상직·이원욱·전순옥·전정희·최민희·홍영표·홍익표 의원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ybh@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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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