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대권 포기 선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대권 잠룡? 이제는 '지역일꾼'이라 불러주세요"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뚝심 하나로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해 온 모습이 노 전 대통령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7·30재보선에서도 정치적 고향을 떠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경기도 김포에 출마해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값을 톡톡히 했다. 비록 낙선하고 말았지만 <일요시사>가 만나 본 김 전 지사는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저를 낳아준 곳은 경남이지만 정치적으로 저를 키워줄 곳은 김포입니다. 평생 김포에서 정치를 하겠습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지난 선거기간 김포 시민들과 했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7·30재보선에서 낙선한 이후에도 김포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며 김포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일 김포 지역 도보순례에 나선 김 전 지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재보선에 출마했지만 김포를 제대로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번 도보순례도 이에 대해 반성하는 의미로 김포시를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했다.

김 전 지사는 재보선 낙선 이후 좌절하기는커녕 김포시민들이 43%나 자신을 지지해주신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냈다고 밝혔다.

동네 이장부터 출발해 군수를 거쳐 장관과 경남도지사까지….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을 살아온 김 전 지사는 지금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점에 서있었다. <일요시사>가 김 전 지사의 김포 도보순례에 동행해 그간 쌓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전 지사와의 일문일답.

- 많은 분들이 김 전 지사님의 근황을 궁금해 합니다. 재보선 이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 김포 금쌀축제라든지, 김포 아줌마축제 등 각종 김포 지역문화행사들을 찾아다니며 김포 시민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지난 7·30재보선에서 김포에 출마하긴 했지만 김포의 역사성이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반성하는 의미로 낙선 이후 김포시민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고 김포시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이번 도보순례를 기획한 것도 같은 이유인지요?
▲ 그렇습니다. 저는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포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으로서 김포의 현장들을 직접 확인하고, 김포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할 필요성을 느껴 이번 도보순례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지난 재보선에서 대권주자급 거물로 분류되는 김 전 지사께서 정치신인에게 패하는 이변이 연출됐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니 원인이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 기본적으로 저 개인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에서 공천이 확정되고 제가 김포에 온지 20여일 정도 밖에 안 된 시점에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짧은 기간에 김포시민들의 신뢰를 획득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야권에서 유력한 주자라고 하더라도 ‘김포시와 무슨 연관관계가 있느냐’란 측면에서 보면 김포시민들이 저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선거에서 무려 43%의 김포시민들이 저를 지지해주셨습니다. 저는 오히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보선 낙선은 내 탓, 지도부 원망 안 해"
"김포 전역 도보순례하며 질책 겸허히 듣겠다"


- 일각에선 지난 재보선 패배의 원인을 김 전 지사님의 잘못 보다는 공천 잡음 등 당 지도부의 실책 탓이라고 분석합니다. 억울하지는 않으셨는지요?
▲ 설사 객관적인 정세나 조건이 불리했다고 하더라도 저나 손학규 후보 정도면 그런 불리한 조건을 뛰어넘어 승리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 전 지사님과 함께 재보선에 출마했던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경우는 낙선 이후 정계은퇴까지 선언했는데 손 전 고문의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우리 정치권에서 손 전 고문처럼 풍부한 정치적 경력과 리더십을 가진 분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손 전 고문의 정계은퇴는 상당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손 전 고문께서 비록 정계은퇴를 선언하셨지만 다가오는 2017년 대선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다시 정권을 획득하는 데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실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선거가 끝난 이후 김포시민들과 직접 만나보니 현재 김포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던가요?
▲ 김포시는 지난 98년 군에서 시로 승격한 이후 수도권에서도 가장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입니다. 김포시가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다보니 지역주민들께서는 ‘교통문제’와 ‘교육문제’를 가장 많이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현직에 있지는 않지만 지금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보고 싱크탱크 역할을 할 ‘김포미래발전연구원’ 설립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또 현재 김포시장과 김포시의원 절반이 새정치연합 소속입니다. 제가 새정치연합의 김포시 당협위원장을 맡게 되면 이분들과 힘을 모아 교통문제와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 전 지사께서는 2016년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십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에 대선이 있어 김 전 지사님이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 차기 대선 출마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해 ‘대선은 아무나 도전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점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대선을 준비할 만한 처지도 안 됩니다. 저는 일단 차기 총선에서 김포시민들을 대표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포시의 주요 현안들을 챙기고 제가 국회에 가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 지난 대선이 끝난 후 1년간 독일에서 유학을 하셨습니다. 독일 유학에서 어떤 성과를 얻으셨습니까? 향후 정치권에 복귀하신 후 국내 정치에 반영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입니까?
▲ 저는 한국 정치가 롤모델로 삼아야 할 나라는 미국이나 영국이 아니고 바로 독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에 가보니 우리 정치 현안과 관련해서 배워야 할 점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특히 정권이 바뀌더라도 좋은 정책들은 승계해서 마무리 해주는 정책 승계 문화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여야를 뛰어넘어 연대하는 모습 등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반드시 배워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이 유럽의 중심 국가가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정치의 힘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지금 전반에 걸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독일의 사례를 잘 도입해 적용하면 우리나라가 일류 국가로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 전 지사님과 비슷한 시기에 손 전 고문께서도 독일 유학을 하셨습니다. 독일에서 서로 만남은 자주 가지셨는지요?
▲ 당시 독일 베를린에 손 전 고문 뿐만 아니라 김황식 전 총리와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 등도 거주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손 전 고문과 김 전 총리는 바로 제 옆방을 쓰셨습니다. 그래서 자주 식사도 함께 하고 독일 정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독일 정치에서 배운 점들을 한국 정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힘을 모으자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습니다.


-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계십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갈등지수가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의 갈등지수가 높아진 원인으로는 ‘대기업의 횡포’ ‘비정규직 차별’ ‘영호남 대립’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정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승자독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갈등을 녹여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나라의 단순 다수 소선구제와 비교해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민심이 있는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되는, 국민들의 주권이 가장 잘 반영되는 제도입니다.

- 보수진영에선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해 ‘이석기와 같은 인물들이 걸러지지 않고 대거 국회로 진입할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합니다.
▲ 저는 설사 한국 사회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국회에 진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포용하지 않으면 바깥에서 더욱 과격해지고, 극단적으로는 테러조직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이런 세력들도 국회라는 민의의 장에 녹여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현안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틀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을 끝장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 정동영, 정대철 상임고문 등 외곽에서 ‘신당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분들도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신당 창당 후 원내진입을 수월하게하기 위해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 두 고문께서 워낙 우리 당이 지리멸렬하고 있으니까 걱정을 많이 하시다보니 여러 가지 모색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도 무조건 신당을 창당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제가 있을 것입니다. 당을 혁신시키고 변화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혁신하지 못하고 계파 담합 같은 것들이 계속 이어지면 우리 당에 무슨 희망이 있느냐? 그럴 바에는 신당을 창당하자 이런 의미일 것입니다. 아직 신당 창당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도 않는데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예단입니다.

"독일 유학에서 우리 정치가 가야할 길 목격"
"정치가 발전해야 일류국가 진입 가능"

- 신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도 지금 우리 당을 걱정해서 새로운 모색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런 움직임들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60년의 정통을 가진 정당이고 10년 동안 국정 운영을 한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당이 지금 비록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혁신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한다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희망도 없다면 결단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당 비대위에 기대를 걸고 그들이 당을 변화 시킬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재보선 패배 이후에도 새정치연합이 좀처럼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내놓고 있는 개혁안들이 새누리당의 개혁안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파격적인 개혁이 필요한 때가 아닌지요?
▲ 우리가 내놓는 개혁안이 새누리당보다 조금 더 신중하긴 한 것 같습니다. 타이밍도 한 박자씩 늦긴 합니다. 저도 우려하고 있지만 당에서 명망이 높은 원혜영 의원께서 혁신위원장을 맡으셨기 때문에 잘해나가실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혁신위가 좀 더 개혁적인 안들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저도 꾸준히 조언 하고 돕겠습니다.

- 지금 정치권이 개헌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개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헌법에서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운용되고 있느냐에 대해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헌법을 바꿔야 한다면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공화국인가 하는 의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개헌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권력구조 개편에만 국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들 대부분은 권력구조 변화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그것보다는 불공정한 시장이 어떻게 개선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개헌은 앞으로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해야 합니다. 개헌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풀기보다는 정파를 배제하고 큰 틀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김포시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활동들을 펼칠 예정이십니까?
▲ 저는 군수도 하고, 도지사도 하고, 장관도 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원외에 있지만 지역 현안들을 꾸준히 챙기면서 그 당시 형성한 인적 자원들과 경험들을 잘 활용해 김포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 만약 차기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하게 된다면 어찌됐든 당의 중진으로서 김포시 발전을 위해 힘쓰고 김포시민들에게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 여기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날로 발전하는 <일요시사>가 되길 바랍니다.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대담/김포=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김두관 전 경남지사 프로필>

▲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
▲ 제38, 39대 남해군 군수
▲ 제5대 행정자치부 장관
▲ 노무현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 제34대 경상남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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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