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연구가’ 이영기씨의 별난 인생

 
섹스는 만인의 공통 관심사다. 결혼 유무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직업, 계층을 불문하고 성인이라면 누구나 ‘변강쇠’와 ‘옹녀’의 캐릭터를 동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켜켜이 쌓이는 이불 속 트러블은 그냥 묵힐 수밖에 없는 실정. 어디 한군데 솔직한 심정을 토로할 분출구가 없다.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이건 좋고, 저건 나쁘다’등 성 관련 정보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헷갈린다. “누구 말이, 무슨 보고서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온·오프라인에서 닉네임 ‘잠자리 연구가’로 불리며 성생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영기씨의 별난 인생을 통해 현대인들의 이불 속 고민을 엿들어 봤다.

이불 속 트러블 “대화가 필요해”

지난 20년 동안 ‘밤일’만 파헤친 연구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이영기씨. KBS 개그콘서트 코너인 ‘달인’같은 얘기지만, 그는 오로지 ‘행복한 잠자리’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결과 그는 요즘 케이블방송 섭외 1순위로 화제를 몰고 다닌다. 일부 언론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동안 잠자리 문화가 왜곡돼 왔습니다.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 싶은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했죠. ‘무슨 그런 연구를 하냐’는 비아냥과 성 도착증 환자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실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까. 단순한 번식 수단이 아닌 가정의 행복을 위한 절대적인 조건이자 중요한 수단이지요.”

올해 39세인 이씨는 자칭타칭 국내 유일의 섹스 실전 테크닉 연구가다. 20대 초반 대학에 입학하면서 ‘본게임’인 테크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성적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체위와 만족도 등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그의 연구는 이제야 비로소 성과를 내고 있다.

“침대 본게임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열정을 갖고 스스로 개척하기 시작했죠.”

대학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서대문 일대 철거촌에서 “철거 반대”를 외치며 빈민운동에 뛰어들었지만, 테크닉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었다. 이후 만화책 출력소에 취직해 10여년간 기계를 만지는 동안에도 그의 테크닉 연구는 계속됐다.

“성과 관련된 책이란 책은 모조리 사서 독파했습니다. 월급을 타면 책값으로 다 나갈 정도였죠. 그동안 본 책만 3천권이 넘어요.”


지난해 말 수작업에서 디지털화로 인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퇴직을 결심한 이씨는 아예 이 길로 나섰다. 각종 서적들을 뒤졌고, 각종 사이트와 카페 등에도 가입해 자문을 구했다.

20세부터 20년간 실전 테크닉 등 성생활 연구  
전문서적만 3천권 독파…영문 의서도 ‘술술’

그러나 웬만한 서적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엔 역부족. 기대를 걸었던 성 관련 사이트와 카페들은 외설적이거나 대부분 상업적으로 운영됐다. 그나마 정보들은 왜곡된 부분이 수두룩했다. 거의 광고로 도배된 얌체 상술도 판을 쳤다.

“모임다운 모임이나, 정보다운 정보가 없었습니다. 성 관련 사이트와 카페들이 성인용품 장사에만 혈안이었지요.”

상업성에 염증을 느낀 이씨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심정으로 올초 직접 블로그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성에 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한 ‘남성테크닉연구소’(blog.naver.com/fairan2)가 그것이다.

그저 몇몇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는 이씨의 바램은 어느덧 방문객 20만명이 넘는 인기 블로그로 올라섰다. 지금까지 방문객만 20만명. 1일 평균 5백∼7백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다. 지난 7월 블로그 글의 내용이 다소 선정적이란 이유로 잠시 폐쇄되기도 했지만, 수위 조절로 곧 제자리를 찾았다.

물론 상담은 무료다. 성인이라면 아무나 참여할 수 있다. 주로 방문자가 고민 등을 털어놓으면 이씨가 조언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답글도 줄을 잇는다. 자연히 이 과정에서 방문객들은 이씨는 물론 각자의 노하우를 배운다.

카페엔 하루 2∼3개의 질문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이씨는 글 한 줄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중복되고 반복되는 질문에도 거부는 없다. 1백%의 답변율을 자랑한다. 이씨 자신이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알고 있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상담자가 이씨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생활이 안정적인 중년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대비해 이씨는 테크닉 교습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따로 없다. 서울 노량진의 작은 자취집이 그의 숙소이자 연구실이다. 실전 교습도 여기서 이뤄진다. 그의 방 한켠엔 인체에 관한 두꺼운 전문 서적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그중 깨알 같은 영어로 써진 의학서적도 눈에 띈다. 이씨가 영어사전을 끼고 사는 까닭이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죠. 기초 서적부터 차근차근 읽다보니까 이제 웬만한 의학서적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노인도 많고, 미혼 남녀도 많다. 특히 여성의 상담이 늘고 있다는 게 이씨의 전언. 비율은 남성이 95%, 여성이 5% 정도다. 최근 차마 꺼내놓지 못했던 고백들을 당당하게 털어놓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이씨는 전했다.

“비정상적인 성생활로 고생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처음엔 속사정을 털어놓는데 소극적이었지만 요즘은 성문제를 얘기하는데 전혀 어색함과 주저함이 없습니다. 저 또한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능숙하게 고민을 들어주고 있죠.”

가장 많은 질문은 ‘어떻게 해야 서로 즐거운 성생활을 할 수 있냐’는 것. 보통 젊은층은 ‘강한 남자 비법’을, 중년층 이상은 ‘체력 소모 관리법’등을 묻는다. 여성은 기술적 테크닉보다 단련법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가끔씩 불륜 상담도 들어오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한다. 이씨는 갈수록 이런 상담이 늘어 그야말로 ‘불륜 공화국’이란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가로막는 요인들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남성은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의 문제를, 여성은 성교통과 오르가즘 등을 토로하는 사례가 주죠. 무엇보다 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바로 ‘잠자리 테크닉’입니다. 힘만으론 부족한 2%를 코치 받기 원하는 이들이 조언을 구합니다.”

이씨가 제시하는 테크닉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서로의 몸을 알고, 골고루 자극하는 것이다. 결과보다 천천히 오래 지속하는 전 과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기질적인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성기능 장애라면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이 필수다. 이를 위해선 커플간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그는 충고했다.

“남성들은 여성에 대해 너무 모릅니다. 여성 또한 마찬가지죠. 이런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지요. 당연히 권태기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침묵과 단절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대화가 필요합니다. 성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숨기지 말고 부부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만약 대화가 쉽지 않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상담을 통해 자신감 회복 등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이씨는 철저한 독신주의자다. 결혼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 이성에 특별한 감정을 갖지 않는다. 그는 “테크닉 연구에 인생을 바치렵니다. 그냥 이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요. 결혼하면 연구도 끝이 아닐까요”라고 잘라 말했다.

이씨의 최종목적지는 ‘달인’의 경지다. 성과 관련 남성들의 고민을 코믹스럽게 다룬 2002년 개봉된 영화 ‘마법의 성’에서 주인공 구본승씨에게 테크닉을 가르치는 홍록기씨가 맡았던 역이 그의 모델이다.

이보다 우선 이씨에겐 소박하지만 소중한, 작지만 큰 소원이 있다.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면 한적한 제주도쯤에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당장 테크닉 전문 사이트를 따로 만들고, 전문 서적을 내는 것도 그의 소망이다.

“잘못된 성생활 정보를 바로 잡고 싶습니다. 또 빠져 있는 부분도 보완하고 싶고요. 원활한 잠자리는 분명히 생활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합니다. 퇴폐적이거나 음성적이 아닌 건강한 성생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겁니다.”


슈퍼히어로 최고 섹스파트너는?
“도와줘요∼배트맨!”
퍼히어로 중 최고의 섹스파트너는 누구일까. 바로 배트맨이다.


여성포털 젝시인러브가 1천2백46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슈퍼히어로 중 최고의 섹스파트너’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0%(5백명)의 선택을 받은 ‘배트맨’이 1위에 올랐다. 이어 핸콕(3백37명·27%), 아이언맨(2백45명·20%), 헐크(1백64·13%) 등의 순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배트맨·핸콕·아이언맨·헐크 등의 영화 속 캐릭터와 특징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배트맨은 ‘우수에 젖은 백만장자가 선사하는 럭셔리한 밤’, 핸콕은 ‘예측불허, 천방지축! 아주 색다른 밤’, 아이언맨은 ‘많은 여자를 거친 천재 바람둥이의 노련한 밤’, 헐크는 ‘남자는 뭐니뭐니 해도 힘! 힘이 넘치는 밤’ 식이다.

젝시인러브 측은 “배트맨이 1위에 오르고, 헐크가 꼴찌를 기록한 것은 여성들이 단순히 힘만 있는 남성을 섹스파트너로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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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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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