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연구가’ 이영기씨의 별난 인생

 
섹스는 만인의 공통 관심사다. 결혼 유무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직업, 계층을 불문하고 성인이라면 누구나 ‘변강쇠’와 ‘옹녀’의 캐릭터를 동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켜켜이 쌓이는 이불 속 트러블은 그냥 묵힐 수밖에 없는 실정. 어디 한군데 솔직한 심정을 토로할 분출구가 없다.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이건 좋고, 저건 나쁘다’등 성 관련 정보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헷갈린다. “누구 말이, 무슨 보고서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온·오프라인에서 닉네임 ‘잠자리 연구가’로 불리며 성생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영기씨의 별난 인생을 통해 현대인들의 이불 속 고민을 엿들어 봤다.

이불 속 트러블 “대화가 필요해”

지난 20년 동안 ‘밤일’만 파헤친 연구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이영기씨. KBS 개그콘서트 코너인 ‘달인’같은 얘기지만, 그는 오로지 ‘행복한 잠자리’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결과 그는 요즘 케이블방송 섭외 1순위로 화제를 몰고 다닌다. 일부 언론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동안 잠자리 문화가 왜곡돼 왔습니다.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 싶은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했죠. ‘무슨 그런 연구를 하냐’는 비아냥과 성 도착증 환자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실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까. 단순한 번식 수단이 아닌 가정의 행복을 위한 절대적인 조건이자 중요한 수단이지요.”

올해 39세인 이씨는 자칭타칭 국내 유일의 섹스 실전 테크닉 연구가다. 20대 초반 대학에 입학하면서 ‘본게임’인 테크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성적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체위와 만족도 등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그의 연구는 이제야 비로소 성과를 내고 있다.

“침대 본게임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열정을 갖고 스스로 개척하기 시작했죠.”

대학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서대문 일대 철거촌에서 “철거 반대”를 외치며 빈민운동에 뛰어들었지만, 테크닉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었다. 이후 만화책 출력소에 취직해 10여년간 기계를 만지는 동안에도 그의 테크닉 연구는 계속됐다.

“성과 관련된 책이란 책은 모조리 사서 독파했습니다. 월급을 타면 책값으로 다 나갈 정도였죠. 그동안 본 책만 3천권이 넘어요.”

지난해 말 수작업에서 디지털화로 인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퇴직을 결심한 이씨는 아예 이 길로 나섰다. 각종 서적들을 뒤졌고, 각종 사이트와 카페 등에도 가입해 자문을 구했다.

20세부터 20년간 실전 테크닉 등 성생활 연구  
전문서적만 3천권 독파…영문 의서도 ‘술술’

그러나 웬만한 서적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엔 역부족. 기대를 걸었던 성 관련 사이트와 카페들은 외설적이거나 대부분 상업적으로 운영됐다. 그나마 정보들은 왜곡된 부분이 수두룩했다. 거의 광고로 도배된 얌체 상술도 판을 쳤다.

“모임다운 모임이나, 정보다운 정보가 없었습니다. 성 관련 사이트와 카페들이 성인용품 장사에만 혈안이었지요.”

상업성에 염증을 느낀 이씨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심정으로 올초 직접 블로그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성에 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한 ‘남성테크닉연구소’(blog.naver.com/fairan2)가 그것이다.

그저 몇몇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는 이씨의 바램은 어느덧 방문객 20만명이 넘는 인기 블로그로 올라섰다. 지금까지 방문객만 20만명. 1일 평균 5백∼7백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다. 지난 7월 블로그 글의 내용이 다소 선정적이란 이유로 잠시 폐쇄되기도 했지만, 수위 조절로 곧 제자리를 찾았다.

물론 상담은 무료다. 성인이라면 아무나 참여할 수 있다. 주로 방문자가 고민 등을 털어놓으면 이씨가 조언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답글도 줄을 잇는다. 자연히 이 과정에서 방문객들은 이씨는 물론 각자의 노하우를 배운다.

카페엔 하루 2∼3개의 질문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이씨는 글 한 줄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중복되고 반복되는 질문에도 거부는 없다. 1백%의 답변율을 자랑한다. 이씨 자신이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알고 있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상담자가 이씨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생활이 안정적인 중년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대비해 이씨는 테크닉 교습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따로 없다. 서울 노량진의 작은 자취집이 그의 숙소이자 연구실이다. 실전 교습도 여기서 이뤄진다. 그의 방 한켠엔 인체에 관한 두꺼운 전문 서적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그중 깨알 같은 영어로 써진 의학서적도 눈에 띈다. 이씨가 영어사전을 끼고 사는 까닭이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죠. 기초 서적부터 차근차근 읽다보니까 이제 웬만한 의학서적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노인도 많고, 미혼 남녀도 많다. 특히 여성의 상담이 늘고 있다는 게 이씨의 전언. 비율은 남성이 95%, 여성이 5% 정도다. 최근 차마 꺼내놓지 못했던 고백들을 당당하게 털어놓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이씨는 전했다.

“비정상적인 성생활로 고생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처음엔 속사정을 털어놓는데 소극적이었지만 요즘은 성문제를 얘기하는데 전혀 어색함과 주저함이 없습니다. 저 또한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능숙하게 고민을 들어주고 있죠.”

가장 많은 질문은 ‘어떻게 해야 서로 즐거운 성생활을 할 수 있냐’는 것. 보통 젊은층은 ‘강한 남자 비법’을, 중년층 이상은 ‘체력 소모 관리법’등을 묻는다. 여성은 기술적 테크닉보다 단련법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가끔씩 불륜 상담도 들어오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한다. 이씨는 갈수록 이런 상담이 늘어 그야말로 ‘불륜 공화국’이란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가로막는 요인들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남성은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의 문제를, 여성은 성교통과 오르가즘 등을 토로하는 사례가 주죠. 무엇보다 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바로 ‘잠자리 테크닉’입니다. 힘만으론 부족한 2%를 코치 받기 원하는 이들이 조언을 구합니다.”

이씨가 제시하는 테크닉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서로의 몸을 알고, 골고루 자극하는 것이다. 결과보다 천천히 오래 지속하는 전 과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기질적인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성기능 장애라면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이 필수다. 이를 위해선 커플간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그는 충고했다.

“남성들은 여성에 대해 너무 모릅니다. 여성 또한 마찬가지죠. 이런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지요. 당연히 권태기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침묵과 단절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대화가 필요합니다. 성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숨기지 말고 부부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만약 대화가 쉽지 않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상담을 통해 자신감 회복 등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이씨는 철저한 독신주의자다. 결혼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 이성에 특별한 감정을 갖지 않는다. 그는 “테크닉 연구에 인생을 바치렵니다. 그냥 이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요. 결혼하면 연구도 끝이 아닐까요”라고 잘라 말했다.

이씨의 최종목적지는 ‘달인’의 경지다. 성과 관련 남성들의 고민을 코믹스럽게 다룬 2002년 개봉된 영화 ‘마법의 성’에서 주인공 구본승씨에게 테크닉을 가르치는 홍록기씨가 맡았던 역이 그의 모델이다.

이보다 우선 이씨에겐 소박하지만 소중한, 작지만 큰 소원이 있다.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면 한적한 제주도쯤에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당장 테크닉 전문 사이트를 따로 만들고, 전문 서적을 내는 것도 그의 소망이다.

“잘못된 성생활 정보를 바로 잡고 싶습니다. 또 빠져 있는 부분도 보완하고 싶고요. 원활한 잠자리는 분명히 생활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합니다. 퇴폐적이거나 음성적이 아닌 건강한 성생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겁니다.”


슈퍼히어로 최고 섹스파트너는?
“도와줘요∼배트맨!”
퍼히어로 중 최고의 섹스파트너는 누구일까. 바로 배트맨이다.

여성포털 젝시인러브가 1천2백46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슈퍼히어로 중 최고의 섹스파트너’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0%(5백명)의 선택을 받은 ‘배트맨’이 1위에 올랐다. 이어 핸콕(3백37명·27%), 아이언맨(2백45명·20%), 헐크(1백64·13%) 등의 순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배트맨·핸콕·아이언맨·헐크 등의 영화 속 캐릭터와 특징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배트맨은 ‘우수에 젖은 백만장자가 선사하는 럭셔리한 밤’, 핸콕은 ‘예측불허, 천방지축! 아주 색다른 밤’, 아이언맨은 ‘많은 여자를 거친 천재 바람둥이의 노련한 밤’, 헐크는 ‘남자는 뭐니뭐니 해도 힘! 힘이 넘치는 밤’ 식이다.

젝시인러브 측은 “배트맨이 1위에 오르고, 헐크가 꼴찌를 기록한 것은 여성들이 단순히 힘만 있는 남성을 섹스파트너로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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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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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