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불 속 트러블 “대화가 필요해”
지난 20년 동안 ‘밤일’만 파헤친 연구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이영기씨. KBS 개그콘서트 코너인 ‘달인’같은 얘기지만, 그는 오로지 ‘행복한 잠자리’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결과 그는 요즘 케이블방송 섭외 1순위로 화제를 몰고 다닌다. 일부 언론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올해 39세인 이씨는 자칭타칭 국내 유일의 섹스 실전 테크닉 연구가다. 20대 초반 대학에 입학하면서 ‘본게임’인 테크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성적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체위와 만족도 등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그의 연구는 이제야 비로소 성과를 내고 있다.
“침대 본게임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열정을 갖고 스스로 개척하기 시작했죠.”
대학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서대문 일대 철거촌에서 “철거 반대”를 외치며 빈민운동에 뛰어들었지만, 테크닉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었다. 이후 만화책 출력소에 취직해 10여년간 기계를 만지는 동안에도 그의 테크닉 연구는 계속됐다.
“성과 관련된 책이란 책은 모조리 사서 독파했습니다. 월급을 타면 책값으로 다 나갈 정도였죠. 그동안 본 책만 3천권이 넘어요.”
지난해 말 수작업에서 디지털화로 인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퇴직을 결심한 이씨는 아예 이 길로 나섰다. 각종 서적들을 뒤졌고, 각종 사이트와 카페 등에도 가입해 자문을 구했다.
20세부터 20년간 실전 테크닉 등 성생활 연구
전문서적만 3천권 독파…영문 의서도 ‘술술’
그러나 웬만한 서적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엔 역부족. 기대를 걸었던 성 관련 사이트와 카페들은 외설적이거나 대부분 상업적으로 운영됐다. 그나마 정보들은 왜곡된 부분이 수두룩했다. 거의 광고로 도배된 얌체 상술도 판을 쳤다.
“모임다운 모임이나, 정보다운 정보가 없었습니다. 성 관련 사이트와 카페들이 성인용품 장사에만 혈안이었지요.”
상업성에 염증을 느낀 이씨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심정으로 올초 직접 블로그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성에 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한 ‘남성테크닉연구소’(blog.naver.com/fairan2)가 그것이다.
그저 몇몇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는 이씨의 바램은 어느덧 방문객 20만명이 넘는 인기 블로그로 올라섰다. 지금까지 방문객만 20만명. 1일 평균 5백∼7백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다. 지난 7월 블로그 글의 내용이 다소 선정적이란 이유로 잠시 폐쇄되기도 했지만, 수위 조절로 곧 제자리를 찾았다.
물론 상담은 무료다. 성인이라면 아무나 참여할 수 있다. 주로 방문자가 고민 등을 털어놓으면 이씨가 조언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답글도 줄을 잇는다. 자연히 이 과정에서 방문객들은 이씨는 물론 각자의 노하우를 배운다.
카페엔 하루 2∼3개의 질문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이씨는 글 한 줄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중복되고 반복되는 질문에도 거부는 없다. 1백%의 답변율을 자랑한다. 이씨 자신이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알고 있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상담자가 이씨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생활이 안정적인 중년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대비해 이씨는 테크닉 교습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따로 없다. 서울 노량진의 작은 자취집이 그의 숙소이자 연구실이다. 실전 교습도 여기서 이뤄진다. 그의 방 한켠엔 인체에 관한 두꺼운 전문 서적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그중 깨알 같은 영어로 써진 의학서적도 눈에 띈다. 이씨가 영어사전을 끼고 사는 까닭이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죠. 기초 서적부터 차근차근 읽다보니까 이제 웬만한 의학서적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노인도 많고, 미혼 남녀도 많다. 특히 여성의 상담이 늘고 있다는 게 이씨의 전언. 비율은 남성이 95%, 여성이 5% 정도다. 최근 차마 꺼내놓지 못했던 고백들을 당당하게 털어놓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이씨는 전했다.
“비정상적인 성생활로 고생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처음엔 속사정을 털어놓는데 소극적이었지만 요즘은 성문제를 얘기하는데 전혀 어색함과 주저함이 없습니다. 저 또한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능숙하게 고민을 들어주고 있죠.”
가장 많은 질문은 ‘어떻게 해야 서로 즐거운 성생활을 할 수 있냐’는 것. 보통 젊은층은 ‘강한 남자 비법’을, 중년층 이상은 ‘체력 소모 관리법’등을 묻는다. 여성은 기술적 테크닉보다 단련법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가끔씩 불륜 상담도 들어오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한다. 이씨는 갈수록 이런 상담이 늘어 그야말로 ‘불륜 공화국’이란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가로막는 요인들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남성은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의 문제를, 여성은 성교통과 오르가즘 등을 토로하는 사례가 주죠. 무엇보다 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바로 ‘잠자리 테크닉’입니다. 힘만으론 부족한 2%를 코치 받기 원하는 이들이 조언을 구합니다.”
이씨가 제시하는 테크닉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서로의 몸을 알고, 골고루 자극하는 것이다. 결과보다 천천히 오래 지속하는 전 과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기질적인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성기능 장애라면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이 필수다. 이를 위해선 커플간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그는 충고했다.
“남성들은 여성에 대해 너무 모릅니다. 여성 또한 마찬가지죠. 이런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지요. 당연히 권태기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침묵과 단절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대화가 필요합니다. 성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숨기지 말고 부부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만약 대화가 쉽지 않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상담을 통해 자신감 회복 등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이씨는 철저한 독신주의자다. 결혼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 이성에 특별한 감정을 갖지 않는다. 그는 “테크닉 연구에 인생을 바치렵니다. 그냥 이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요. 결혼하면 연구도 끝이 아닐까요”라고 잘라 말했다.
이씨의 최종목적지는 ‘달인’의 경지다. 성과 관련 남성들의 고민을 코믹스럽게 다룬 2002년 개봉된 영화 ‘마법의 성’에서 주인공 구본승씨에게 테크닉을 가르치는 홍록기씨가 맡았던 역이 그의 모델이다.
이보다 우선 이씨에겐 소박하지만 소중한, 작지만 큰 소원이 있다.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면 한적한 제주도쯤에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당장 테크닉 전문 사이트를 따로 만들고, 전문 서적을 내는 것도 그의 소망이다.
“잘못된 성생활 정보를 바로 잡고 싶습니다. 또 빠져 있는 부분도 보완하고 싶고요. 원활한 잠자리는 분명히 생활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합니다. 퇴폐적이거나 음성적이 아닌 건강한 성생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겁니다.”
슈퍼히어로 최고 섹스파트너는?
“도와줘요∼배트맨!”
여성포털 젝시인러브가 1천2백46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슈퍼히어로 중 최고의 섹스파트너’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0%(5백명)의 선택을 받은 ‘배트맨’이 1위에 올랐다. 이어 핸콕(3백37명·27%), 아이언맨(2백45명·20%), 헐크(1백64·13%) 등의 순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배트맨·핸콕·아이언맨·헐크 등의 영화 속 캐릭터와 특징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배트맨은 ‘우수에 젖은 백만장자가 선사하는 럭셔리한 밤’, 핸콕은 ‘예측불허, 천방지축! 아주 색다른 밤’, 아이언맨은 ‘많은 여자를 거친 천재 바람둥이의 노련한 밤’, 헐크는 ‘남자는 뭐니뭐니 해도 힘! 힘이 넘치는 밤’ 식이다.
젝시인러브 측은 “배트맨이 1위에 오르고, 헐크가 꼴찌를 기록한 것은 여성들이 단순히 힘만 있는 남성을 섹스파트너로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