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KB호 새선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지주-은행? 더 이상 형제끼리 전쟁은 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신임회장 후보 중 가장 오래 KB에 몸담았던 경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온화한 리더십으로 내부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인사로 꼽힌다. 앞으로 KB의 위상은 그의 손에 달려 있다. 글로벌 뱅크로 재도약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하영구 씨티은행장과 경합을 벌인 끝에 KB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지난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명동KB본점에서 5차 회의를 열어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등 4명의 2차 후보 중 윤 전 부사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결정했다.

첫 내부 출신
조직안정 기대
 
이날 면접 이후 실시된 회추위 1차 투표에서 윤 내정자가 5표,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4표를 얻어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최종 후보는 회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9명 중 3분의 2 이상 즉 최소 6표를 얻어야 한다. 이어진 2차 투표에서 회추위원 1명이 하 행장에서 윤 내정자로 돌아서면서 윤 내정자가 6표를 확보해 최종 회장 후보로 결정됐다.
 
윤 내정자가 차기 회장에 내정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KB금융그룹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내부 출신이 KB를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의 힘을 얻은 것이다. 김영진 회추위원장은 “회추위원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나왔다”며 “윤 전 부사장이 KB에서 오래 일했던 점, 여러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윤 전 부사장의 리더십 스타일은 전형적인 덕장”이라며 “KB금융과 국민은행 간 생겼던 분쟁도 잘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도 윤 내정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최악을 피해서 다행이다. 다시는 외풍에 휘둘리지 않도록 내부승계 프로그램과 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는 2002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시절 김정태 전 행장이 삼고초려로 영입한 유능한 인사다. 국민은행 부행장으로서 재무·전략·영업 등을 두루 경험해 능력을 검증받았다. 이미 KB내부에서는 뛰어난 전략가로 정평이 나 있다.
 
윤 내정자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면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3명이 성균관대 출신으로 채워진다. 금융권에 ‘성대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현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서울대 출신인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을 제외하고는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이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다. KB금융지주를 새롭게 이끌 윤 내정자는 다음 달 2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정식 선임된다.
 
윤 내정자는 직원을 보살피는 마음으로 KB금융 안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고 출신으로 특별한 배경 없이 자신만의 노력으로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윤 내정자는 KB금융 차기회장 후보 가운데 내부경력이 가장 길다. 국민은행 및 KB금융 경력을 합치면 총 7년이다. KB금융 안에서 비교적 최근까지 재무와 전략 등 다양한 업무경험을 쌓으면서 전문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망도 높은 편이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시절 직원들에게 시행한 국민은행장 선출 설문조사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또한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통합 이후에 영입된 인물이라 두 세력이 일으키는 내부갈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행과 KB금융에서 일하면서 양쪽 세력 모두에게 신망을 얻었다.
 
‘온화한 리더십’ 내부 신망 두터워

직원에 일일이 존대 ‘따뜻한 성품’
 
성 노조위원장은 “윤 전 부사장이 무너진 KB금융 직원들의 자존심 회복에 역점을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성 위원장은 “KB금융은 현실적으로 갈등이 계속 일어나는 조직”이라며 “분쟁 해결방안을 명확히 제시하고 조직의 화합에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 노조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노조는 KB금융 직원들의 중요한 대표기구”라며 “서로 마음을 열고 공명정대하며 투명한 상호신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윤 내정자는 KB금융사태로 크게 흔들린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부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장 최종후보로 선출된 인터뷰에서 “KB금융 회장으로서 조직의 화합을 불러오고 결속을 이루겠다”며 “그동안 불편을 끼쳤던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조직안정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직원들을 추스르며 상호소통을 실천할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여러 갈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물이라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조직화합과 소통을 최우선과제로 삼은 것은 그의 장점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는 회장 2차 후보 선임 후인 지난 17일 인터뷰에서도 “KB금융 직원들이 불행하게도 최근 운영상의 문제로 불협화음에 휩쓸렸다”며 “리더가 중심을 잡고 공평무사한 인사를 하면 문제가 해소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구원투수 등판 
신뢰의 리더십
 
향후 공식 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윤 내정자의 조직관리 능력이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우선 금융권에서는 윤 내정자의 회장·행장직 겸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윤 내정자가 행장직을 겸임하게 되면 과거 KB 내부에서 반복돼 온 경영진 간 갈등은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다만 11개 자회사를 거느린 KB금융그룹 규모를 감안하면 비효율적인 체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영진 회추위원장은 “회장과 이사회가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추후 윤 내정자의 의사가 주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윤 내정자의 주도 아래 단행될 임직원 및 계열사 경영진의 후속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윤 내정자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경영 현안으로는 LIG손보 인수건이 꼽힌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으로, 이미 LIG그룹과는 인수 계약을 맺고 금융당국의 편입승인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달 안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고 이달 안에 ‘KB손해보험’을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KB사태가 불거지면서 승인 심사가 보류됐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현재 KB금융의 경영 능력으로 LIG손보를 인수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며 “차기 회장 선임을 포함해 향후 KB의 경영 플랜과 안정화 조치가 나오는 것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내정자에게 금융당국의 관계 개선 역할이 요구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KB금융은 이번 LIG손보 인수를 통해 그간 은행에 의존해온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었다. LIG손보를 인수하면 20%(총자산 및 당기순이익 기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그룹 내 비은행 부문을 30%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다.
 

윤 내정자가 KB수장이 되면서 은행권에서 KB만 홀로 주가가 상승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기준금리인하와 공정위의 CD금리담합 관련 언급,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은행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KB주가가 껑충 뛰어서 관심이 쏠린다.
 
지난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의 주가는 전일대비 600원(1.56%) 오른 3만9100원을 기록했다. 동종업계인 신한지주(-2.65%), 하나금융지주(-2.17%), 기업은행(-3.75%), 우리금융(-2.85%)이 이날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기존에 내부갈등으로 불안감이 커졌던 KB금융에 새로운 CEO가 내정되면서 내외부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윤 내정자는 KB 회추위가 최초 후보군을 9명을 선정하는 단계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초기에는 내로라하는 쟁쟁한 인물들 속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후보군이 4인으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관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후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윤 내정자는 KB금융 회추위가 밝힌대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광주상업고등학교를 다니던 18세인 1974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은행원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학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해 주경야독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야간으로 입학해 졸업한 뒤 서울대 경영학 석사 및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까지 받았다. 윤 내정자는 성균관대 금융인 모임인 ‘성금회’ 회원이기도 하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던 80년에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듬해인 81년에는 25회 행정고시에 차석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학생운동 전력이 발목을 잡아 행정고시 최종 임용에서는 탈락의 쓴 맛을 봤다. 임용 탈락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는 소송 끝에 2008년 법원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행정고시 합격자를 임용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윤 내정자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민간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았다.
 
상고 나와 회장까지…입지전적 인물

분열된 조직 추스를 적임자로 평가 
 
1973년부터는 한국외환은행 본점과 지점에 근무하면서 외환·수출입·대부 등 은행 업무 전반에 대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80년에는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In Charge Accountant(주임회계사) 등으로 삼성, LG그룹, 금융기관을 비롯한 국내외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와 세무,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리스회계와 세무처리기준 정립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주도했고, 다수의 여신전문회사 설립과 관련한 각종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85년에는 Coopers & Lybrand(PWC) 도쿄 교환근무를 통해 크레디트리요네, 바클레이즈, 일본해상화재보험 등 다수의 금융기관 사업을 수행, 국제 금융 및 파생상품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91년 삼일회계법인에서는 상무이사를 거쳐, 99년에는 부대표까지 진급했다. 금융서비스본부장, 일본계서비스본부장, M&A 등 IB업무에 대한 주요 요직을 두루 경험했고, 국민은행, 외환은행, 동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개발리스, BTMU 등 다수의 국내외 금융기관에 관한 책임파트너로서 회계감사 및 세무, 컨설팅을 지원했다.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한 시점에는 은행경영평가위원과 증권회사 경영평가위원, 종금사경영평가 리스크 관리부분 실무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은행 및 증권, 종금업의 구조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회사 설립위원회위원과 선물거래소 설립발기인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IMF 이후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예금보험공사 운영위원(현 예금보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고 공적자금 투입 및 관리 의사결정에 관하게 되는데, 당시 쌍방울 등 회사를 매각하고 KAMCO 및 외환은행의 부실채권매각에서 재정능력을 보여줬다.
 
IB업무 전반에 관한 풍부한 지휘경험 역시 경쟁력이다. 윤 내정자는 과거 서울은행, 외환은행, 굿모닝증권 등 다수의 M&A와 관련한 실사를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동아건설 등 다수의 회사에 대한 워크아웃 등의 실무를 주도하며 기업구조정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윤 내정자는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였던 2002년,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제의로 통합 국민은행경영진에 합류했다.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그를 데려온 뒤 직접 보도자료에 ‘상고출신 천재’라는 글귀를 넣을 정도로 기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풍부한 경험
탁월한 능력
 
이후 윤 내정자는 재무기획(CFO)과 전략기획(CSO)을 총괄하는 선임 부행장으로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한 KB국민은행의 합병 후 통합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 또한 국민카드와 합병에 관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외에도 정부 지분 매입을 통해 국민은행의 민영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고, 국내금융기관 최초의 하이브리드 원화채 발행 등을 주도했다.
 
 
<khlee@ilyosisa.co.kr>


[윤종규는?]
 
▲전남 나주 출생
▲광주상고 졸업
▲성균관대 경영학과 학사,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 성균관대 경영학과 박사
▲외환은행 행원
▲행정고시 합격
▲삼일회계법인
▲국민은행 재무전략기획본부장(부행장)
▲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부행장
▲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KB지주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