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국회의원 연구모임'의 비밀

공부한다더니 지원금만 타간 의원님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좋은 법안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겠다며 국회 내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진 의원 연구모임들이 제대로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매년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타간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3년간 국회의원 연구단체에 지급된 돈만 32억원에 이른다. 국회의원들의 기막힌 연구모임 실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현재 여의도에는 연구모임 열풍이 불고 있다. 국회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는 의원연구단체만 해도 70개가 넘는다. 특히 19대 국회 들어서는 의원연구모임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7·30재보선을 통해 가장 최근에 국회에 입성한 11명의 새내기 의원들도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약칭 미래생각)이라는 연구모임을 만들고 국회에 등록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이들은 당초 여당 의원만 참여하는 ‘7·30 동지회’라는 친목모임을 결성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의원연구단체로 등록해 공개적 활동을 하기로 했다.

연구모임 열풍

이미 높은 학식을 자랑하는 의원님들이 이처럼 연구모임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의원들이 연구모임을 우후죽순 만들고 있는 표면적 이유는 좋은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다. 좋은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원들끼리 모여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공부를 하는 연구모임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그간 의원연구단체들의 활동을 들여다보니 의원들의 설명과는 딴판이었다. 국회에 등록만 해놓고 공청회나 세미나 등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단체가 적지 않았다. 일례로 지방자치발전연구회, 민생정치연구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등은 세미나나 간담회는 물론이고 정책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지만 한 해 동안 500만원에서 1700만원가량의 지원금을 타갔다.


이외에도 13곳은 한 해 동안 활동 실적인 단 1건에 불과했지만 약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공부를 하기 위해 연구모임을 만들었다는 의원님들의 주장은 사실상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또 연구모임의 성격은 물론이고 이름이 비슷해 왜 따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한 모임도 수두룩했다. 이런 모임들에도 국회는 별다른 제약 없이 지원금을 대줬다. 국회는 각 연구모임마다 적게는 한 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국회 측은 각 연구모임에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의원들이 지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전혀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적이다. 연구 모임을 통해 의원들이 좋은 정책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지급하기 시작한 지원금이 국회의 방치 속에 의원들의 쌈짓돈으로 변질 되어버린 셈이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마치 교재를 사겠다며 부모님께 용돈을 타서 오락실에 가는 초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행태”라며 경악했다.

그렇다면 의원들이 이처럼 연구모임에 매진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연구모임의 실상은 세를 규합하거나 거물급 인사에게 줄을 서기 위한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구보다는 의원들이 친목을 위해서 모임을 갖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활동 전혀 안 했는데 한해 수천만원 지원
지원금 어디에 쓰는지 몰라 '느슨한 감시'

연구모임들에 대해 정치적 해석이 나올 때마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의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단순한 연구모임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정치인들의 모임인 이상 순수한 연구모임으로 출발했더라도 언제라도 정치적인 색채를 띨 수 있고, 특히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당권이나 차기 대권까지 노리고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라 더욱 의심스럽다.


일례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주도해 만든 통일경제교실 등의 연구모임은 정치권에서 ‘친무(친김무성)사단 양성소’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김 대표는 지난 달 통일경제교실 회장직을 사퇴하며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은 치열했던 전당대회 당시 통일경제교실 어느 누구에게도 통일경제교실이란 이름으로 투표를 독려했다는 사실이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평가는 다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력 당 대표 후보가 연구모임을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속 의원들은 참여여부를 갈등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무냐 친서(친서청원)냐’로 나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범친박(친박근혜)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사석에서 “다음 총선을 생각하면 (김무성 대표가 주도하는 연구모임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며 “친무냐 친박이냐 하는 사상검증을 당하는 느낌”이라고까지 했다. 실제로 ‘근현대사 역사교실’과 ‘통일경제교실’ 간사를 맡았던 김학용 의원은 현재 당대표 비서실장이 됐다.

연구모임이 계파 간 세력싸움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을 품게 하는 사례는 더 있다. 정권 초부터 차기 대권 도전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김무성 대표가 근현대역사교실을 만들자마자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국가경쟁력 강화포럼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원들이 굳이 연구모임을 통해 세 결집에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다. 연구모임은 정치세력화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당내 인사들과 스킨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정 진영에 참여하기를 다소 껄끄러워하는 인사들도 일단 연구모임에 참여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적기 때문에 연구모임에 참여시킨 후 자주 만남을 가지면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물밑 작업을 하기 수월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꼼수가?

실제로 역대 유력 정치인들은 이런 연구모임들을 운영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안국포럼’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7년 경선 패배 이후 2008년 1월부터 김광두, 신세돈, 김영세, 최외출, 안종범 등과 이른바 ‘5인 공부모임’을 만들었고 이외에도 다양한 공부모임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모임에 대처하는 의원들의 방식은 다양하다. 계파를 뛰어넘어 각종 모임에 모두 가입해두는 의원도 있는가하면 아예 어느 곳에도 가입하지 않는 의원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세 결집을 위해 모임을 갖는 것 자체는 비판할 수 없지만 얌체 같은 수법으로 지원금을 타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 내 의원연구모임을 당초 목적대로 정책개발과 입법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지원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며 “지원금 지급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실제로 연구모임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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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