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류계 떠도는 ‘에이즈 괴담’ 추적

사라진 에이즈녀 “6년간 레지로 일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그동안 풍문으로 떠돌던 ‘에이즈 괴담’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에이즈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여성과 동거하며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의 충격적인 행태가 밝혀졌다. 사라진 에이즈녀의 미스터리한 6년간 행적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일 자신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12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했던 20대 남성이 교도소 출소 후 또다시 장애여성을 성폭행해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는 지적장애 3급 여성 ㄱ씨를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에이즈예방법 위반)로 이모(26)씨를 구속기소했다.

감염 사실
알고도 ‘쉿’
 
검찰에 따르면 에이즈에 감염된 이씨는 지난 2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고 지내던 ㄱ씨와 만나 “집에 가지 말고 같이 놀자”며 ㄱ씨를 인천시 남동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이씨의 동거녀 박모씨는 ㄱ씨에게 청소와 집안일을 시키며 욕하고 때렸다고 전해진다. 이씨는 박씨가 잠든 사이 ㄱ씨를 강간했고, 박씨의 동네 후배인 최모씨와 손모씨도 이씨의 집을 매일같이 드나들며 ㄱ씨를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감금돼 있던 ㄱ씨는 간신히 할머니와 연락이 닿아 경찰에 신고해 이들에게서 벗어났다. ㄱ씨는 현재 임신한 상태다. 보통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경우 중절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수술시기를 놓쳤다. ㄱ씨의 변호인은 ㄱ씨가 에이즈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잠복기가 있어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동거녀 박씨의 동네 후배 최씨와 손씨는 현재 각각 특수절도 등 다른 범죄로 붙잡혀 각각 교도소와 소년원에 수감 중이며 그곳에서 성폭행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동거녀 박씨는 관할 검찰청으로 이송됐다. 검찰은 최씨 등과 동거녀 박씨의 에이즈 감염 여부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군 입대 후 훈련 중 에이즈 감염 사실이 드러나 퇴소 조치된 바 있다. 이씨는 2010년 7월 경남 창원에서 초등학생(당시 12세)을 성폭행했다. 당시 그는 1심 창원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 부산고법은 징역 2년으로 감형해줬다. “성적 욕구를 억제하며 지내다가 피해자가 자신을 잘 따르며 좋아하자 성적 욕구를 이기지 못했다”는 사유였다.
 
이씨 본인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을 저지른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후 인터넷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런데 이씨는 2012년 8월에 출소해 전자발찌를 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ㄱ씨를 성폭행했다. 에이즈 감염자로 성범죄 전과까지 있는 이씨의 재범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통합관리 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에이즈 감염자는 총 8362명(2013년 기준)이다. 지난해에만 1114명이 새로 감염돼 하루 3명씩 감염되고 있어 새로운 관리체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법상 에이즈 예방과 관리 대책은 부실한 형편이다. 에이즈 감염자에 대해 의료기관은 일정기간 간단한 진료만 하고, 관할 보건소는 주거 사실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감염자들이 주소지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더라도 관할 보건소가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다.
 
앞서 지난 4월에는 6년간 행방불명이었던 여성 에이즈 환자 A(37·여)씨가 보건 당국의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지내다가 경기도 가평군에서 에이즈 합병증인 폐렴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21세였던 1998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사실이 확인돼 거주지인 관할 안동시보건소에서 관리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A씨에 대해서는 3개월에 한 번 꼴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식으로 추적 관리가 이뤄졌다. 그러던 중, 2008년 A씨와 연락이 두절됐고, 행방불명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의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이후 A씨는 10년간 보건당국의 관리 밖에서 무방비 상태로 지내다 에이즈 합병증인 폐렴으로 숨졌다.
 
감염 사실 알면서도 동거생활
불특정 다수 여성들도 성폭행
 
과거 A씨를 추적 관리했던 안동보건소 관계자는 “본인(A씨)이 주민번호를 말소 시키고 번호를 바꿨기 때문에 찾을 방법이 없었다”며 “당시 직원들이 그녀를 찾기 위해 노력했었다”고 말했다. 안동보건소 측은 과거 A씨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으나, 2008년 들어 통화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관계자는 “당시 에이즈 환자의 과도한 관리규제와 인권침해 요소가 지적되면서 2008년부터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개정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부터 에이즈 환자들의 불만이 컸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2008년 이전에는 감염인이 입·퇴원할 때와 거주지를 옮길 경우 보건소장에게 신고하도록 했다”며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이런 의무가 전면 삭제돼 감염인을 추적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감염인 사체 검안 및 사망자에 대한 신고의무만 있다는 것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A씨가 숨지기 직전까지 가평군의 ‘아는 언니’가 있는 한 다방에서 지냈다는 점이다. 이 다방 업주는 A씨가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하지는 않았고, 다방에서 일하는 언니를 만나러 왔다가 머물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1998년 9월, HIV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성관계에 의한 감염이었다. 그녀의 최종상담 기록은 2007년 10월19일이다. 가평보건소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분명 가족과 함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방에 머문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한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뒤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그녀는 거주지인 관할 안동보건소에서 꾸준히 관리를 받으면서 약물도 복용했다. 그녀는 나이 21세 때의 일이다. A씨는 2007년까지 안동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활동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다방에 있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20∼30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가평군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다방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 단지 아는 언니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있다고 알려진 그녀가 꾸준히 다방을 출입한 데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녀는 과거 취업 준비 시 필요했던 건강검진진단표를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에이즈 감염 사실이 사측에 알려지면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녀가 자연스레 화류계로 빠졌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감염자들 동선
제대로 관리되나
 
A씨가 생전에 다방을 출입했다는 소식에 화류계 한 관계자는 “보통 다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과거 화류계에 몸담았던 여성”이라며 “특히 ‘아는 언니’를 통해 출입을 했다는 건 누군가를 매개로 연결돼 함께 일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방은 왕년에 활발하게 활동했던 화류계 여성들의 최종 목적지와 같은 곳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화류계에 유입되는 여성 중에는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미성년일 때 성폭행을 당했거나, 학창시절 때 심한 따돌림을 당했거나, 혹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다. A씨의 경우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37세에 다방을 들락날락 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부 다방에서는 단순히 커피만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다방에서는 ‘2차 연애’ 가 이루어진다. 특히나 지방에 있는 다방은 2차가 필수옵션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커피 값과 별도로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다방 여성과 유사성행위가 가능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점 때문에 다방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A씨는 30대 후반으로 다방 내에서는 나름대로 젊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그 인기가 상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A씨의 과거 행방을 찾기 위해 가평에 위치한 몇몇 다방을 취재했지만 다방 종업원들은 A씨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다방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평에 있는 다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주 연령대는 40∼50대다. 30대는 흔히 ‘영계’에 속한다.
 
다방에서 20∼30대는 황금라인으로 매출 일등 공신으로 알려진다. 아무래도 A씨는 남들보다 2배 3배 더 뛰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골 다방에서는 숙식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숙식을 제공받으며 ‘아는 언니’들과 함께 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시골 다방의 경우 커피만 팔아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는 형태다. 화류계 한 관계자는 “다방 미시들은 100% 2차를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인의 수입을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남자들을 유혹해 모텔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방을 흔히 ‘티켓다방’이라고 부른다. 출장성매매의 원조격이다. 보통 티켓을 끊는다고 하는데, 이것이 곧 외출증이다. 외부에서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장소도 다양하다. 식당이나 호프집, 노래방 등 아무데서나 아가씨를 부를 수 있다. 티켓 2차는 다방 수입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다방 일하다 숨진 여성 알고보니 보균자
남자들과 잠자리? 그동안 행적 미스터리
 
티켓다방은 특히 지방일수록 기승을 부린다. 일부 모텔 객실 전화기에는 티켓다방 전화번호가 단축키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이처럼 티켓다방이 모텔을 끼고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속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막상 단속되더라도 혐의 입증이 어렵다. 증거가 남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매매 업소 단속을 위해서는 업소의 카드 사용 기록, 종업원의 휴대폰에 남아 있는 남성들의 전화번호 혹은 인터넷 예약기록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티켓다방에서는 모텔 유선전화를 사용해 티켓을 끊거나 현장에서 종업원과 성매매를 하기 때문에 흔적이 남지 않는다.
 
현행법상 다방 커피 배달은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불법이 아니다. 설사 성매매를 했더라도 “서로가 좋아서 한 일”이라고 하면 경찰도 별다른 도리가 없다. 티켓다방 업주 또한 “종업원이 나가서 뭘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할하면 그만이다. 모텔업주도 마찬가지다. 다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다른 술집 여성들과 달리 술을 마시지 않아 이 일을 선호한다고 전해진다. A씨가 일 하기에 수월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A씨가 다방에서만 일 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개중에는 조금 더 돈을 모으고 싶은 마음에 남성 손님들을 유혹해 개인적인 만남을 이어가며 금품 등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화대를 받지 않고 남성과 관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A씨로 인한 2차 피해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앞서의 전자발찌 성폭행범 이씨와의 연관성도 주목할 만하다.
 
A씨가 다방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시점에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자신을 HIV 보균자라고 밝히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B씨는 20대 중반으로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관계를 맺어 HIV 보균자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의 사진까지 올리면서 추가 피해자들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HIV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 자포자기 상태였다고 했다. 너무 황당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약을 먹고 있는 지금은 구토증상과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자신이 HIV에 감염된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부모님도 모르는 상태였던 것이다.
 
B씨는 “내가 이 HIV에 걸렸을 때 2달 동안 30번 정도 자살을 생각했다”며 “부모님에게 절대 얘기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그 사정은 무엇일까. 그는 이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성매매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B씨는 자신의 감염사실과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 등을 이야기하면서 “성관계 할 때는 반드시 콘돔을 착용하라”고 강조했다. B씨에 따르면 콘돔은 HIV 뿐만 아니라 HVC(C형간염), B형간염, A형간염, 헤르페스 등을 예방해준다. 곤지름은 예외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HIV 보균 검사는 꼭 한 번 받아보길 바란다”며 “검사는 익명으로 무료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가평군 인근 부대에서 근무했던 C씨도 입을 열었다. 그에 따르면 과거 부대원들이 휴가나 외박을 통해 다방 여성들과 접촉하는 일이 잦았다. 속칭 ‘여관바리’라 불리는 성매매를 했었다는 것이다. C씨는 “당시 여성들은 대부분 40대였다”면서 “30대는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했다. 당시 여관으로 들어오는 아가씨 중에는 투잡을 뛰는 다방 아가씨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설마, 혹시
그녀와?
 
2008년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개정된 이후 현 법률체계는 감염자 보호라는 온정주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다 보니 방역기관은 속수무책이다. 이것이 에이즈 감염자 증가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인권차원에서 에이즈 환자의 감시와 격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나친 행적 감시는 감염자 인권을 침해하고 정신적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에이즈 환자 관리 책임은 1차적으로 보건당국에 있다. 국민들의 생명유지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내 연구진 개발
에이즈 잡는 신물질은?
 
최근 국내 연구진이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지난달 30일 유재훈 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와 이연 서울대 화학부 교수 공동 연구진은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았다고 밝혔다. 기존 치료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공격해, 내성 바이러스 치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RNA에서 DNA가 만들어지는 역전사 과정과 이 DNA로부터 RNA를 만드는 전사 과정을 통해 복제된다. 기존 치료제는 RNA에서 DNA가 만들어지는 역전사 단계를 공격했다. 그런데 연구팀이 개발한 ‘펩타이드’는 DNA에서 RNA가 만들어지는 다음 단계를 공략한다. 펩타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천연물질과 비슷해 인체 독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5년 이내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앙케반테 케미> 최신호에 실렸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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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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