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톱프로들 훈련 돌입 ‘새해 겨울은 뜨거웠네!’


국내 남녀 프로골퍼들이 동면을 끝내고 새해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요즘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새로운 야망을 위해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며 지난 1월부터 저마다 장소에서 독하게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개막전 코앞… 남은 건 오로지 연습!
배상문 텍사스서 훈련 몰입

서둘러 새 시즌 준비를 시작한 주인공은 남자 프로들. 지난해 11월1일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BS 동부화재 프로미배 군산C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2009년 시즌을 마친 남자 선수들은 연말연시 분위기를 뒤로한 채 속속 코스로 복귀해 올 시즌을 벼르고 있다.

베테랑 강욱순
훈련 스타트

가장 먼저 시작을 한 선수는 ‘베테랑’ 강욱순(43·타이틀리스트). 지난 시즌 1승(토마토저축은행오픈)을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던 강욱순은 12월 초 샌디에이고의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센터를 찾아 클럽 피팅을 받은 데 이어 뉴질랜드로 날아가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시즌 KPGA 투어에서 2승을 거뒀던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는 12월23일 캐나다로 출국해 동계훈련에 들어갔다.

이승호는 전담트레이너와 함께 한 달 정도 몸을 만든 이후 다시 미국 팜스프링스로 건너가 스윙과 쇼트게임을 가다듬으며 새 시즌에 대비할 계획이다. 지난 9월 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20일 동갑내기 신부 한유화씨와 결혼식을 올리며 행복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된 ‘품절남’ 류현우(28·토마토저축은행)는 크리스마스인 지난 12월25일 신부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오는 2월 말까지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근처에 캠프를 차리게 되는 류현우는 아내의 내조를 받으며 평균 275야드 정도인 드라이버 샷 비거리를 300야드까지 늘리고 100야드 안쪽의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보완한다는 각오다. 류현우는 “신혼여행을 따로 가기도 그렇고 해서 아내와 함께 전지훈련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훈련이 잘될지 모르겠지만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KPGA 투어 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국내 지존’으로 등극한 배상문(23·키움증권)은 지난 12월26일 미국 텍사스로 날아갔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퀄리파잉(Q)스쿨에 참가하고서 12월 중순 귀국, 국내에 짧게 머무는 동안 시상식과 인터뷰, 행사 등으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던 배상문은 한 해의 영광을 뒤로하고 이른 시즌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2월 중순까지 전지훈련을 마친 배상문은 약점인 퍼팅과 함께 체력보완에 주안점을 두면서 올 시즌 미국 무대 진출을 앞두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상문은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인근에 머물면서 선배 최경주를 찾아 조언도 듣고 이름난 스윙코치를 영입해 약간의 스윙 교정도 마쳤다. 2년 연속 KPGA 투어 정상에 올랐지만  외국 무대에서만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꼬리표를 떼도록 더 많은 땀을 흘린 것이다.

특히 자기 해(호랑이 띠)를 맞이한 이승호는 최경주(38),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에 이어 미국 무대를 밟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미 12월 캐나다 벤쿠버로 전지훈련을 떠난 이승호는 피트니스 전담트레이너, 스윙코치와 함께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가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며 2010년 호랑이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호랑이띠 이승호
미국무대 밟겠다!

이승호는 “남들에게 지고는  못산다. 보스 스타일의 호랑이띠 영향이 있는 듯하다. 부모님의 열성적인 지원도 있었겠지만 다른 선후배들보다는 스스로 골프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정을 갖고 최고가 되고자 노력을 해왔다”며 “올해 목표는 상금왕이다. 그 다음 미 PGA 투어 진출까지 노려볼 생각이다. 김경태, 배상문 등 뛰어난 경쟁자들이 있지만 최고의 자리는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KPGA 투어에 데뷔해 조니워커블루라벨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만끽했던 맹동섭(22·토마토저축은행)은 지난 12월 30일 코치인 고덕호 프로와 함께 하와이로 출국, 2월 말까지 구슬땀을 흘렸다. 맹동섭은 “국내에 있다가 보니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생각처럼 운동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는 것 같다”며 “빨리 떠나 차분하게 새 시즌을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태는 별도의 전지훈련 계획 없이 국내에서 휴식과 체력 훈련만으로 올 시즌을 대비한다. 1년 내내 대회에 출전하느라 지친 몸을 추스르는데는 휴식만큼 좋은 보약이 없다. 김형태는 “겨울 동안 체력 위주로 훈련할 생각이다. 그 밖의 다른 훈련 일정은 없다. 아내가 해주는 밥이 최고의 보약”이라며 자신만의 특별한 훈련법을 소개했다.

황인춘도 “지난해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골프 외적인 문제들이 많아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느낌이 좋다. 마인드 컨트롤에 보다 신경을 쓸 것이고 상금왕을 목표로 할 것이다. 또한, 선수로서나 가장으로서 좀 더 멋진 남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동계훈련은 박도규(39·투어스테이지) 선배와 함께 태국으로 간다. 그곳에서 훈련을 한 뒤 아시안투어 개막전에 참가하고 나서 귀국할 예정이다. 일단 개막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남녀 기대주들
국내외서 담금질

지난 시즌을 성공리에 마치고 귀국했던 해외파 선수들도 국내에서의 짧은 휴식을 뒤로한 채 속속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부상과 재활 치료를 반복하며 시즌을 일찍 접었던 장정(29·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초 일찌감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올 시즌 스윙교정으로 침묵의 한 해를 보냈던 이지영(24)은 지난 12월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집으로 돌아가 이른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12월30일 출발한 서희경은 2개월 정도 훈련하고 호주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대회까지 출전한 다음 3월 중순쯤 귀국하는 강행군을 소화할 예정이다. 서희경은 “새해에도 정상을 지키려면 이 정도 일정은 소화해야 할 것 같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순위 6위에 올라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최나연(22·SK텔레콤)과 상금순위 11위에 올랐던 김송희(21)는 지난해 12월26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나란히 출국, 동계훈련에 들어갔다.

이승호 올해 목표는 상금왕
강욱순 베이스캠프 차리고 구슬땀


신지애(21·미래에셋)와 유소연(19·하이마트), 김현지(21·LIG) 등은 호주에서 새해 시즌 담금질을 계속하고 있다. 신지애는 ‘2010 세계랭킹 1위’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훈련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체력 보강을 시작으로 새로 교체할 클럽 적응과 스윙 점검까지 차례로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시즌 잦은 병치레로 시즌 막판 몇 개 대회에 불참하는 등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체력 보강이 절실하다.

지난 1월3일 골드코스트에 여장을 푼 신지애는 “시즌이 끝나고서 한 달 넘게 골프채를 잡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호주에서 약 6주 정도 훈련하면서 개막전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소연은 작년부터 호흡을 맞춘 호주의 유명 코치 이안 트릭을 다시 만났다. 하이마트 골프단은 중국 심천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합숙을 하면서 올 시즌 목표 달성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JLPGA 투어 신인왕에 오르는 등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송보배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좋은 성적 올리도록 노력하겠다. 호랑이해를 맞이해 뜻깊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송보배는 “내가 느끼기에 호랑이띠는 기가 참 센 편인데 나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여자오픈은 꼭 한번 우승을 해보고 싶었던 대회였는데 지난해 우승을 하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올해는 특정 대회보다는 더 많은 승수를 쌓도록 매 경기에 전력을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보배는 태국에서 체력훈련과 쇼트게임 연습 위주로 훈련을 진행했고, 떠나기 전에 “태국은 굉장히 오랜만에 가는 것이라 기대가 된다. 2월 말쯤에 일본으로 들어가 2010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지난해 US 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지은희(24) 또한 호랑이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호주로 동계훈련을 떠난 지은희는 “6주가량 쇼트게임 위주로 많은 연습을 하겠다. 미국에서 200 8년 1승, 지난해 메이저대회 우승을 했으니, 올해는 더 많은 승수를 쌓고 싶다”고 말했다.

지은희는 이어 “LPGA 상금순위 1위를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은희는 “지금까지 많은 응원 해주셨는데 새해에도 많은 응원 부탁한다. 그 응원에 힘입어 나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호주 훈련 떠난 지은희
“더 많은 승수 쌓고 파”

홍란(24·MU 스포츠) 또한 올해를 보내는 각오가 남다르다. 2007년 2승을 거둔 뒤 승수를 쌓지 못한 홍란은 새 후원사와 계약까지 마쳐 가벼운 마음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지난해에 우승이 없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해는 반드시 우승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와이로 동계훈련을 간 홍란은 “큰 그림도 그려야 하겠지만 쇼트게임이 부족해서 많은 연습을 할 예정이다”라며 “내년 목표는 3승이다.

올해 우승하지 못한 것까지 내년에 모두 이루겠다는 각오다. 훈련이 끝나고 귀국하면 곧바로 호주로 이동해 ANZ 마스터스에 출전해 실전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고 일정을 밝혔다. 2009시즌 데뷔 3년 만에 생애 첫승(대신증권 토마토투어 레이디스 마스터스)을 거둔 김현지(21·LIG)만이 12월 23일 말레이시아로 떠났을 뿐 대부분은 새해를 집에서 맞았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 다승왕에 오른 서희경(23·하이트)은 절친한 친구 홍란과 함께 1월 하와이로 출국했다. 2010년 KLPGA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유소연(19·하이마트)은 국내에서 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나서 1월 말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한편 지난 11월 말 2009년 시즌 마지막 대회(ADT캡스 챔피언십)에 이어 지난 12월19일 중국에서 2010년 시즌 이른 개막전(차이나 레이디스오픈)을 치르며 쉴 틈이 없었던 여자 프로들은 대부분 새해 1월 초∼중순 사이에 전지훈련지로 떠났으며 저마다 목표를 정해놓고 막바지 동계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경인년 새해에도 어김없이 국내외 그린에서 실력을 검증받을 남녀 스타선수들의 이번 겨울 훈련 성적표가 벌써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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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