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인도 모르는 불법 동물화장터 실태

그린벨트서 불타는 강아지 사체 '헉~'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어느덧 애완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애완동물 시장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애완동물이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되면서 동물장묘업도 성행 중이다. 현재 동물화장터는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몇몇 화장터가 정식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은밀하게 영업을 이어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물화장터를 둘러싼 문제점을 짚어봤다.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소중히 여기는 ‘펫팸(Pet과 Family의 합성어)족’이 늘면서 자연스레 관련 업계가 춤추고 있다. 펫팸족은 애완동물 장례까지 치른다. 애완동물을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고 수시로 들러 애완동물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된 것이다. 

24시간 가동
불법 화장터
 
그런데 동물보호법에 위반되는 불법 동물화장터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래서 <일요시사>는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A동물화장터를 찾았다. 불법으로 알려진 A동물화장터는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었다. 주변엔 온통 인쇄공장뿐이었다. 주변공장과 어울리지 않는 밝은 색 간판을 내걸고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A동물화장터 사무실은 가정집과 비슷한 구조였다. 넓은 거실에 있던 한 직원이 물어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동물화장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자 이 직원은 가장 먼저 애완동물의 몸무게를 물어봤다. 그는 “아이(애완동물)가 5kg 이하면 15만원”이라며 “1kg 초과 시 1만원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추모실에 도착했다. 내부는 엄숙했다. 숨진 애완동물을 눕힐 관과 함께 여러 동물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직원은 “이곳에서 엄숙하게 추모식이 진행된다”며 “주인의 종교에 따라 예식은 조금씩 다르다”며 보통 10분에서 15분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추모실을 나와 화장터로 이동했다. 화장터는 그리 멀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화장하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직원에 따르면 화장은 10분 내로 끝난다. 즉 애완동물 장례식은 방문과 동시에 20∼30분 내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A동물화장터 직원은 “365일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면 바로 연락을 달라”며 “픽업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A동물화장터 직원의 설명을 들은 뒤 시내로 향했다. 시민들은 A동물화장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동물화장터의 존재 자체에 놀란 표정을 짓는 이들도 많았다. 그만큼 아직은 생소한 애완동물서비스인 것이다. 그런데 A동물화장터가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고자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들어가 동물장묘업으로 정식 등록된 업체를 확인한 결과 A동물화장터는 정식으로 등록이 되지 않은 업체였다. 정식 등록 업체는 (주)동물사랑 대구러브펫(대구시 달서구), (주)위디안(경기도 김포시), 페트나라(경기도 김포시), 월드펫(경기도 김포시), 굿바이펫(충북 제천시), 에이지펫(충남 천안시), 예산 위드엔젤(충남 예산군), 러브펫(경기도 광주시), 아롱이천국(경기도 광주) 등이었다.

위반사항 적발
영업 막진 못해
 
그러나 이 자료만으로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건 무리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9개의 장묘업체 외에 다른 동물장묘업체의 불법성은 해당 지자체에 문의해야 한다”고 했다. 사이트에는 등록이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해당 지자체인 고양시청 관계자에게 A동물화장터 불법성 여부를 문의한 결과 불법이 맞았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A동물화장터는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업체가 맞다”며 “동물보호법 위반사항이 있어 경찰과 합동 단속을 벌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올해 관련 민원이 빗발쳐 경찰과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A동물화장터는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불법이 맞지만 영업행위 자체를 막을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B동물화장터도 불법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 관계자는 “거모동에 있는 애견화장터 건물은 그린벨트 지역에 지어졌기 때문에 불법이 맞다”며 민원을 받아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고발 외에 추가적인 조치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B동물화장터는 불법으로 고발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애완동물도 가족…동물장묘업 성행
무허가 화장터 전국 곳곳서 운영중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C동물화장터도 마찬가지였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식으로 허가를 받기 위해 등록을 진행하던 중 문제가 발생해 반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로 밤에 몰래 영업을 했었다”며 “동물보호법위반으로 고발된 상태”라고 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D동물화장터도 사정은 비슷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전용 장례식장, 화장장, 납골시설 등 동물장묘업체 또한 등록신청서에 시설과 인력면세 등을 첨부해 관할 시·군·구에 등록해야 영업을 할 수 있다. 또한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사항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 동물장묘업 등록제는 2008년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나날이 증가하는 애완동물의 시체를 인도적·위생적으로 처리해 환경오염 및 공중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국에는 270여개의 동물장묘업체가 있다. 이들 업체는 보통 사체 크기에 따라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요금을 받고 장례절차를 대행해준다. 모든 절차는 사람의 장례식과 똑같이 진행된다. 사체 운구부터 입관식, 매장 혹은 화장까지가 그렇다. 추가 비용을 지불할 경우 장례전용 리무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많은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많은 업체 중 정식으로 인허가를 받은 업체는 매우 적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물장묘업체로 정식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도시계획, 주거지역, 상수원, 장사법률, 건축법 등 다양한 인허가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정식 업체로 동물장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애완동물시장 확대에 따라 이러한 시설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동시에 혐오하기도 한다. 일종의 님비(NIMBY: 지역 이기주의)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동물화장터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자기 집 주변에 화장터가 들어오는 걸 좋아할 주민은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애완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한다. 아무 데나 묻으면 벌금형에 처해진다. 동물병원에서 사망할 경우엔 1kg당 1만원을 내면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소각해준다.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은 동물장묘서비스를 택한다. 그러나 동물장묘업 시장은 기반이 약하다. 아직 체계를 잡지 못한 것이다. 

까다로운 절차
인허가 딜레마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3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동물보호법 대상인 개의 숫자는 약 127마리다. 이 중에서 약 43만마리가 등록된 상태이며 해마다 12∼13만마리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다른 동물을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동물관리사, 장례지도사 등 애완동물 관련 직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한 동물 케어서비스 업체가 고양시 동물보호축제에 참여한 시민 1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4.7%가 동물 장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턱 없이 부족하다. 의료폐기물로 처리되는 극히 일부 동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동물들이 가정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져 버려지거나 인근 뒷산에 암매장되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려동물의 숫자와 매년 폐사되는 적지 않은 수의 반려동물을 고려하면 반려동물 사체처리 문제는 공공위생뿐만 아니라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현재와 같은 반려동물 사체처리 제도는 현실과 많은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애완동물을 위한 공공장묘시설을 설치·운동하고 국가가 필요한 경비를 일정 부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나온다.
 
고발해도 버젓이 배짱영업
“인허가 받기 어렵다” 호소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공설 동물장묘업체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기존의 민간시설과 영역이 겹치고 기득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기득권 침해가 문제가 된다면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해 사설장례장과 공공장례장의 업무 범위를 구분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특히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애완동물 수는 2003년부터 2013년 사이 90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집계된 중국의 애완동물 수는 1억5000만마리다. 애완동물을 기르려면 국가에 등록해야 하지만 등록 없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경우도 있어 중국의 애완동물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판매액은 900억위안으로 한화 14조6979억원에 달한다.
 
중국의 애완동물 장례 서비스 가격은 100위안에서 1500위안까지 다양하다. 지난 2008년 1월1일 죽은 애완동물의 사체를 함부로 처리하지 못하며, 관련 사항 위반 시 법적 조치를 내리는 동물방역법이 실시됐지만 베이징 창핑, 따싱 등 교외지역에 애완동물 전용 묘지가 생기고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 매년 처리해야 하는 애완동물 사체는 약 1000만 마리 이상이다. 환경문제로 직결되는 만큼 중국 정부는 해외의 애완동물 사체 처리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현실 고려한
제도 보완 필요
 
프랑스의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 60%는 정원에 묻거나 직접 장례를 치루지만 나머지 40%는 정부가 계약을 맺은 동물화장터에서 처리해 여기에 쓰이는 재원을 세금으로 충당했다. 처음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한 해 수백만 마리를 화장하는 데 프랑스 정부는 부담을 느꼈다. 결국 지난 2005년, 프랑스 정부는 법을 개정해 반려동물 화장에 20만원가량을 부담하도록 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사설장례장을 이용하고 일반 시민들은 낮은 가격의 공공장례장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반려동물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처리할 경우 일본처럼 반려동물을 사체에 일정 수수료를 징수하고 동물사체소각로에서 별도로 소각하는 방안도 있다. 애완동물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환경보호와 동물복지 차원에서 반려동물장례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전용 채널 ‘도그TV’ 등장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에 개들이 볼 수 있는 ‘도그TV’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존 케이블 TV들에 이어 통신 3사들도 다음달까지 모두 IPTV를 통해 도그TV 서비스를 시작한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말 도그TV 서비스를 시작해 20일 만에 가입자 2400명을 넘어섰다. KT는 다음달 1일, LG유플러스도 다음달 말에 각각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케이블TV는 올 2월부터 일찍 뛰어들었다. CJ헬로비전이 국내에서 가장 먼저 2월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4월에 태광 티브로드, 7월 울산중앙방송, 지난달 현대 HCN과 대구 푸른방송이 각각 도그TV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제주방송도 시험방송 중이다. 이처럼 UT업체들과 케이블TV업체들이 도그TV를 서비스하는 이유는 부가 수익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애완견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가 늘면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견주가 집을 비울 때 혼자 남는 개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틀어주는 용도로 많이 이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도그TV는 개의 심리상태를 치료할 목적으로 지난 2009년 이스라엘 PTV미디어가 과학자와 동물 행동 심리학자, 애견전문가 등과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다. 본격적인 TV방송은 2012년 2월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지금은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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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