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공공장소 누드 직찍' 대담무쌍 변태 커플들 실상

도심 복판서 나체 ‘찰칵’ 인터넷에 올리고 “봤지?”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인파가 끊이지 않는 공공장소에서 ‘훌떡’ 벗고 자신의 중요 신체부위를 노출하는 여성들이 있다면 어떨까. 믿기 어렵겠지만 이러한 장면은 우리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종종 포착되고 있다. 노출 마니아들은 과감한 노출을 취미로 삼고 지하철, 식당, 쇼핑몰, 길거리 등에서 닥치는 대로 옷을 벗어 젖힌다.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19금 화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터넷 음란사이트 등에 사진을 게시하며 일종의 쾌감을 느낀다. 대담무쌍한 노출남녀들의 실상을 알아봤다.


 
해 쨍쨍한 대낮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부끄럼 없이 길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이 있다. 이 같은 노출 마니아들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 이들의 활동상이 버젓이 공개되고 있어 충격을 준다. 노출 마니아들은 의도적으로 공공장소에서 치마를 올리거나 상의를 벗는 등의 야릇한 행동을 보이면서 주변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이들은 노출 과정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예쁜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이런 식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유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맑게 웃으며
옷 벗고 셀카
 
지난해 유명 공공장소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중요부위를 가감없이 노출한 여성을 촬영한 사진 여러 장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발랄녀’라 불리던 노출 여성은 예쁜 얼굴과 섹시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그의 사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왼손으론 원피스 치마를 들어 올려 노팬티 속살을 보란 듯이 내비친 것이었다. 매우 자극적인 사진이었다. 그러나 포즈의 강제성은 없어보였다. 그의 사진을 보면 매우 해맑은 표정을 지으면서 촬영자를 향해 승리의 브이를 날리고 있었다. 의도적인 ‘야사(야한사진)’였던 것이다.
 
문제의 사진은 음란사이트의 본좌로 불리는 ‘소라넷’에서 퍼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이트 내 ‘야외노출 게시판’이 시작이었다. 발랄녀의 노출 사진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대체로 반응은 이렇다. ‘이렇게 예쁜 여성이 도대체 왜?’ 어쩌면 여성으로서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지만,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물음표였다. 그러나 사진이 공개된 순간부터 발랄녀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의 신상정보를 찾기 위해 온 인터넷을 들쑤시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했다.
 

발랄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인터넷 한 커뮤니티에서는 발랄녀의 정보가 담긴 글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글의 조회수는 무려 1만여건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보의 신뢰도는 낮았다. ‘남편이 성인용품점을 운영한다’는 등 각종 설이 난무했지만,  뚜렷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아 관심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노출 마니아들의 변태적인 활약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발랄녀의 노출 사진은 노출 마니아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했던 것. 요즘 노출 마니아들의 트렌드는  ‘커플 노출’이 대세라고 전해진다. 방법은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한 명이 아닌 두 명 이상이 한 컷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더욱 자극적이라 할 수 있다. 발랄녀 논란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 노출 사진이 뜸했지만 노출 작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이뤄지고 있다.
 
여친은 지하철·식당서 벗고 포즈
남친은 인증샷 찍어 사이트에 게시
 
직장인 A씨는 퇴근 후 귀가를 위해 평소 이용하던 공항철도로 향했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방면 열차에 올라탄 A씨는 평소 즐겨 앉던 가장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늦었던 탓에 같은 칸에 앉아 있던 사람은 A씨와 한 여성이 전부였다. 고요한 열차 안에서 그렇게 몇 정거장을 지나치고 함께 있던 여성이 내렸다. 그리고 집까지 두 정거장을 남긴 상태에서 한 커플이 탑승했다.
 
그런데 이 커플은 자리에 앉자마자 남 보기 민망한 진한 스킨십을 이어갔다. 순간 A씨는 투명인간이 된 느낌을 받았다. 눈길은 그들을 향했다. 그러던 중 이 커플은 갑자기 서로의 옷을 벗겼다. A씨는 이들이 만취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들은 옷을 하나 둘 벗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갖은 포즈를 취했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사진 찍는 행위를 이어갔다.

공공장소 골라

무대 삼고 촬영
 
문제는 이들의 노출 수위였다. 처음엔 남성이 여성의 외투만 벗기는 듯 했지만, 남성이 점차 여성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꼼지락 거리는 등 변태적인 행위를 보였다. 또한 치마를 홀딱 벗기고 여성이 입고 있는 상의를 탈의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여성은 남성의 바지 안에 손을 넣었다. 이들의 행동과 셀카(셀프카메라)는 이어졌다. A씨는 자신의 눈  앞에 벌어지는 현상이 꿈인가 생시인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난감했다. 우연찮게 엽기적이고도 변태적인 현상을 목격한 A씨는 곧바로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A씨는 이들이 유명 음란사이트 회원이라고 추정했다.
 
대학생 B씨도 이와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다. B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울 마포구의 한 룸식 술집에서 친구들과 2차를 즐기고 있었다. 술기운에 기분이 좋았던 B씨는 평소보다 과음했다. 몸은 가누기 힘든 상태였다. 그럼에도 B씨는 친구들과 술잔을 부딪혔다. 그러던 중, 참았던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갔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선 B씨는 순간 당황했다. 술에 취해 친구들이 있는 룸의 위치를 잊어버린 것이었다. 워낙 많은 룸이 있는 술집이었기에 종업원에게 룸을 물어보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결국 B씨는 자신의 직감을 믿어보기로 결심하고 한 룸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믿지 못한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젊은 남녀들이 뒤섞여 있었던 것이다. 더 충격적인 건 2명이 아닌 4명이었다는 것. 이들은 룸식 술집에서 은밀하게 성관계 중이었다. 이들은 B씨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 편의 야동 같은 장면에 놀란 B씨는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룸 미닫이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정신이 번쩍 든 B씨는 다시 친구들이 있는 룸을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B씨의 머릿속엔 온통 살색뿐이었다. 잘못 들어간 룸이 계속 생각나 행동 하나 하나에 집중이 안 됐다. 결국 다시 그 룸을 찾아 조심스레 문을 열고 훔쳐봤다. 놀랍게도 그들은 자신들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노출 마니아들의 변태적인 행동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유명 음란사이트 소라넷에는 이 같은 ‘노출야사’ 게시판이 있어 꾸준히 게시물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음란사이트에서는 폭발적인 조회수로 반응이 뜨거운 노출 사진을 보고 포즈까지 그대로 따라하는 커플도 있다. 이들이 올리는 야사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성도착증 환자라고 본다.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키는 행위로 성적인 흥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러한 성인게시판을 이용해 성매매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 논란이다. 노출야사를 올리면서 ‘같이 동참하실 분’ 등의 제목의 게시물로 남성들에게 접근한 뒤 사진의 여성과 성관계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성매매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커플 노출 사진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미끼인 셈이다. 노출 사진을 보고 달려드는 남성들을  자극해 돈을 버는 수법이다. 참고로 이 음란사이트의 회원은 100만여명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노출도 성매매도 잦을 것으로 보인다.

노출 야사 미끼로
성매매 유혹까지
 
각종 음란사이트를 통해 스와핑을 알선하는 등 음란사이트가 오프라인 범죄로도 이어지는 경우는 과거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음란사이트 단속을 피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변태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음란사이트의 본좌 소라넷에는 누드 사진과 음란 동영상이 각각 200만건, 1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6월에 개설된 소라넷은 경찰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 10년이 넘도록 음란사이트계의 수장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서울 강남경찰서가 음란물 유포 혐의로 소라넷 관계자 등 71명을 적발한 바 있지만 뿌리는 여전히 단단한 상태다.
 
자신의 중요 신체부위 노출 자랑

‘섹스 셀카’ 과시하는 간큰 남녀도
 
근본적인 문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도메인을 차단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음란사이트가 이름을 바꿔가며 당국과 술래잡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소라넷은 SNS를 활용해 수시로 바뀌는 인터넷 주소를 홍보하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소라넷 웹마스터를 표방한 트위터 계정의 팔로어 수는 31만3000명이 넘고 페이스북 팬 페이지에도 각종 음란물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소라넷 사이트에는 여전히 스와핑을 비롯 각종 가학적 성행위 회원을 모집하는 카페 홍보글과 적나라한 음란 사진·동영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6일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임을 만들어 음란물을 유포한 운영자 최모(34)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김모(36·여)씨 등 SNS 모임 회원 17명을 같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는 폐쇄형 SNS 모임방을 만들어 놓고 회원 500여명을 모집해 이들의 음란 행위를 담은 사진을 찍어 SNS를 통해 퍼트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최씨는 ‘여성 경매’ 게시판을 만들어 남녀 회원 간 ‘오프라인 성관계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회원 간 집단 성관계를 유도해 놓고 직접 현장에 나가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고 SNS 모임방에 올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원 중에는 회사원과 가정주부가 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회원들이 직접 촬영한 음란물을 스스로 올려 공유하게 만들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인터넷 음란사이트인 '소라넷'에서도 회원 2만명 규모의 클럽을 만들어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유사 범행에 대한 단속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최근에는 음란사이트 게시판에 노출사진과 연예인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 등이 유포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 걸그룹 멤버의 누드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면서 소속사 측이 법정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당시 소속사 측은 모바일 메신저 등 SNS에 떠돌고 있는 합성 사진의 원본 및 사진 제작 출처를 입수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고 밝혔다.


노출사진 합성
타인에게 피해
 
당초 사진은 속옷만 입은 여성의 몸에 걸그룹 멤버의 얼굴이 합성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확인 결과 훨씬 높은 수위의 합성사진이었다. 더불어 ‘그룹 멤버가 분실한 휴대전화에서 이 사진이 공개됐다’는 설명도 덧붙어 일각에선 마치 사실인냥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 멤버 외에도 다른 아이돌 스타들이 비슷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음란사이트 회원들에겐 단순한 합성사진이지만 피해자들에겐 크나큰 명예훼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태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3월 개정 시행된 경범죄처벌법의 해설서를 제작해 일선에 배포했다. 일부 신설조항 등에 대해 일선 경찰과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해설서에 따르면 시행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과다노출’ 조항은 드러난 부위가 어디인지, 신체 노출 결과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꼈는지 등을 따지게 된다. 배꼽티나 미니스커트 착용 등은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성기와 엉덩이, 여성의 가슴 등을 노출하면 ‘과다노출’로 처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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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