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TK 라인 강신명 경찰청장 내정자

이번에도 또 정권 꼭두각시 노릇할라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50)이 박근혜정부 두 번째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경찰대 출신이 경찰 총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대 1기를 제치고 2기인 강 내정자가 임명된 배경은 무엇일까. 앞으로 강 내정자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수사로 신뢰를 잃은 경찰 조직을 어떻게 추스를지 주목된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사퇴한 이성한 전 경찰청장 후임으로 강신명(50)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6일 내정됐다. 경찰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안전행정부의 추천을 받아 강 서울청장을 면접하고 ‘경찰청장 임명 제청안’에 동의했다.
 
강 내정자는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의 신뢰가 위기를 맞이했다”며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강 내정자는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날이 추락하는 경찰의 위상을 조속히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청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역대 최연소
경찰대 출신
 
이날 오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4대 악을 근절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 등으로 실추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임으로 판단돼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 대변인은 “강 내정자는 치안 전문가로 현장 감각과 정책기획 능력을 겸비했으며 업무 열정이 뛰어나고 일선 지휘관 시절 각종 행사나 사건 사고를 무난히 처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강 내정자는 “경찰의 신뢰가 위기를 맞이했다”며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 내정자는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장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안행부 장관의 제청을 거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강 내정자가 예상대로 이성한 전 경찰청장 후임으로 확정되면 앞서 만 50세 8개월로 역대 최연소였던 4대 김화남 청장보다 5개월 더 젊어 50세 3개월로 최연소 경찰청장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동시에 사상 첫 경찰대 출신 경찰수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다.
 
1981년 경찰개혁을 주창하며 문을 연 경찰대는 그동안 간부후보생이 요직을 장악한 탓에 경찰청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 내정자가 청장으로 최종 임명되면 개교 33년 만에 경찰 수장을 배출하게 된다. 앞으로 ‘경찰대 계보’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경찰대 출신으로 처음 경찰청장에 발탁된 그가 안팎에서 제기되는 견제론을 뚫고 조직의 화합과 검찰과의 관계 개선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고위직 독식 논란 끝에 경찰대 정원이 축소되는 등 내부 알력이 표면화되고 있는 경찰 조직을 아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끄럽지 못한 수사체계도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경 갈등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신임 경찰청장 내정으로 인해 경찰 내부, 특히 수뇌부의 대폭 물갈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4명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경찰청장 후보에 올랐다가 낙마한 치안정감의 경우 대부분 용퇴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강 내정자가 경찰청장이 되면 나머지 치안정감의 거취에 따라 치안정감 자리는 최대 5개가 생기게 된다. 이 경우 현직 치안감을 비롯해 경무관급의 승진 인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치안감은 전국에 모두 27명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큰 폭의 수뇌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신임 청장 후보는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 최동해(54) 경기청장, 이인선(53) 경찰청 차장, 안재경(56) 경찰대학장, 이금형(여·56) 부산청장 등이었다. 그런데 강 내정자가 자신보다 윗 기수인 경찰대 1기 선배들을 제치고 경찰청장 타이틀을 거머쥔 배경은 무엇일까.
 
사실 청장 후보 0순위는 이인선 경찰청 차장(1기) 등 경찰대 1기생들이었다. 이들이 경찰 여러 보직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후배인 강 내정자가 이를 뛰어넘고 졸업생 중 첫 경찰청장에 오른 것에 대해 경찰 일각에서는 1기생들의 그간 행보에 정부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경찰대 1기 출신들은 그동안 최초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정으로 경찰 내 주요 요직을 뚫었고,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이 일각에서는 강경파로 비춰졌다고 전해진다.


청와대 몸담은
정치경찰 꼬리표
 
이들에게 이러한 이미지가 굳어진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문제를 제기했던 것이었다. 이를 주도한 것이 경찰대 1기였기 때문이다. 1기 출신 황운하(52) 경무관의 경우 ‘경찰 수사권 독립’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 대전중부서장이던 2006년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 측 태도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2007년에는 이택순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논란을 수사했던 이세민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도 황 경무관과 동기인 1기 졸업생이다. 그러나 범죄 사안과 별개로, 경찰이 일부러 검찰 고위 간부에 수사의 칼날을 겨눴다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이 여파로 당시 경찰청장 임명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던 또 다른 경찰대 1기 출신 감경량 전 경기청장이 비 경찰대 출신 이성한 경찰청장에 자리를 내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첫 경찰대 출신…1기 출신 제치고 낙점
최연소 타이틀 “인사 후폭풍 거셀 듯”
 
정치권 안팎에서는 경찰대 1기생을 청장으로 임명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가 ‘부담’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찰대 1기생들의 그간 활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정부가 세월호 사고와 윤일병 사건 등 첨예한 사회적 이슈가 산적히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여러 이슈로 주목을 받아온 1기생을 청장으로 임명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다. 1기생들에게 기존에 형성된 이미지 등으로 인해 자칫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는 것.
 
그러나 강 내정자가 임명되면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경북 의성)에 이어 경찰청장까지 4대 사정기관을 영남 인사가 독식하게 돼 지역 편중인사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환수 국세청장과 강 내정자는 각각 대구고와 대구 청구고를 졸업했다. 주요 사정기관에 자기 사람을 심어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강 내정자는 다른 경찰에 비해 고속 승진했다. 그가 남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와대가 있다. 강 내정자는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와 경찰을 조율하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또 파견 나갔던 정부조직 비서관들이 복귀하는 것과 다르게 경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에 임명됐다. 이후 청와대를 나오면서 초고속 승진을 맛보게 된다. 2013년 12월 경찰 정례인사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임명됐고, 1년도 채우지 않은, 불과 8개월 만에 경찰청장에 내정됐다.
 
전국의 모든 경찰들이 한 번쯤은 꿈꾸는 경찰청장에 그가 내정된 배경에는 이명박정권과 박근혜정권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여준 활약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경찰의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 내정자는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정치권 줄서기에 능하다”는 혹평을 받아 왔다. 불편한 오명이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되자마자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벌였던 민주노총·경향신문사 강제진입 사건은 강 내정자의 업무 스타일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강 내정자는 당시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강제진입 작전을 무리하게 강행했다. 6∼7명을 체포하기 위해 5000명 이상의 경찰력을 투입했지만, 작전은 한 명도 잡지 못한 채 허무하게 실패로 끝났다.

부실 수사는

교체가 능사?
 
강 내정자의 강경기조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5~6월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 나온 수십만명의 시민을 토끼몰이식으로 진압해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인근에서는 추모의 뜻으로 노란리본을 단 시민을 불심검문하기도 했다. 당시 시민들은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라 인도로 올라서거나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돌아섰다. 하지만 경찰은 도로의 앞뒤를 모두 막고는 ‘모두 연행하라’며 시민들을 강제로 연행했다.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박 대통령이 강조한 불법 집회·시위 엄단 기조를 선두에서 충실히 수행한 셈이다.
 
강 내정자는 서울경찰청 시절부터 집회시위에 관해 일관적으로 강경책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집회 현장의 불법 행위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의 명령으로 인해 그간 많은 집회와 시위가 철저하게 가로 막혔다. 경찰은 올해 집회시위 등에서 소음유지 명령을 80회에서 96회로 20% 늘렸다.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도 10회에서 34회로 240% 늘렸고, 집회참가자에 대한 사법조치 의뢰도 9회에서 34회로 278% 증가했다.
 
선배들 거취 관심
조직 장악력 관건 
 
반면 강 내정자는 서울청장 재임 8개월 간 112신고 신속 출동을 위한 15개 세부과제를 마련해 관할지역 칸막이를 없애면서 현장 검거율이 60% 증가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 낙하산 인사 관행을 수사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등 뚝심 있는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강 내정자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대구 청구고와 경찰대를 2기로 졸업했다. 서울 송파경찰서장과 경찰청 수사국장 정보국장, 서울경찰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경찰 내 엘리트로 꼽힌다.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많은 경찰들이 경찰청장 자리를 꿈꾸지만, 지금의 경찰청장 자리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정권의 꼭두각시다. 청와대의 명령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이 자리가 곧 정권의 방패막이 인 셈이라는 것. 15대 강희락 청장과 16대 조현오 청장을 보면 강 청장은 개인비리로 구속됐고, 조 청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두 사람은 재임 기간 중 “욕 먹는 경찰이 되지 말자”거나 “원칙을 지키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가장 경찰을 욕 먹이고, 원칙을 무시한 사람들로 남았다.

경찰 이미지
회복 가능할까
 
한편, 강 내정자가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강 내정자는 지난 2008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간 치안사무 협약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을 제출했다. 진 의원은 이 논문 중일부가 2007년 최종술 동의대 법·경찰행정학부 교수가 발표한 ‘국가·자치경찰간 협약에 관한 연구’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강 내정자의 논문 103쪽부터 106쪽을 보면 자치경찰 사무의 성격을 자치사무, 위임사무, 공동사무 등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최 교수의 보고서 19쪽부터 33쪽에 걸쳐 기술된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24쪽부터 34쪽까지 ‘우리나라 행정상의 협약 활용 사례’라는 소제목으로 작성된 부분은 최 교수의 보고서 99쪽부터 122쪽까지와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고 진 의원은 강조했다. 다만 강 내정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문에 주석을 달아 최 교수의 보고서를 참고했음을 명시했다.
 
진 의원은 “후보자가 석사학위를 받은 시기는 이미 논문표절 문제로 공직후보자들이 수차례 낙마한 이후”라며 “그럼에도 표절을 했다는 것은 심각한 공직윤리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내정자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자치경찰 사무 성격을 설명하는 부분이 일치한다는 의혹과 관련, “자치경찰 사무 중 위임사무와 공동사무 등은 보편적인 정의 개념으로 특정인의 주장이나 견해가 아니기에 특정 논문의 인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hlee@ilyosisa.co.kr>

 
[강신명은?]
 
▲ 경남 합천
▲ 대구 청구고 졸업
▲ 경찰대 2기·연세대 법무대학원 석사
▲ 경기경찰청 정보2과장
▲ 서울 송파경찰서장
▲ 안전행정부 치안정책관
▲ 서울경찰청 경무부장
▲ 경찰청 수사·정보국장
▲ 경북경찰청장
▲ 대통령 사회안전비서관
▲ 서울지방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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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