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LIG 손보 인수로 M&A 모범사례 제시

[일요시사=경제2팀] 김해웅 기자 = 한국 시장에서 M&A 라는 용어가 지금처럼 보편화된 경제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마도 기업들의 명암과 실적과 희비가 극명히 갈렸던 IMF 구제금융 기간을 거치면서 M&A 는 서서히 필요성과 당위성을 갖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시절 부실기업이 넘쳐났고 덩치를 키우고자 하는 기업들의 욕심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무질서한 시장을 재편해야만 하는 필요성이 커져갔다. 이러한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M&A 는 서서히 대한민국 기업경영의 핵심전략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물건을 사고 파는 일에 ‘최고거래’라는 기준을 책정하기는 쉽지 않다. ‘최고거래’에서 비롯되는 만족이라는 것의 속성이 상대적이고 계량화 하기 힘든 주관성을 띠기 때문이다. ‘거래(deal)’라고 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한 쪽을 만족시키면 다른쪽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zero-sum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손해보험업계 BIG5 중 하나인 LIG 손해보험과 성공적인 계약을 마무리한 KB금융그룹의 M&A 전략은 가격경쟁만이 전부였던 종전의 M&A 관행에서 탈피, 이해관계자들 모두에게 수혜가 돌아가는 M&A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전4기의 근성, 잇단 M&A 실패 종지부

KB금융은 종전까지 참여 혹은 추진했던 주요 M&A에서 연이어 고배를 든 바 있으며 이러한 이력은 M&A 잔혹사로 회자되고 있었다. 실제로 2010년 푸르덴셜투자증권, 2012년 ING생명 및 2013년 우리투자증권 등의 인수에서 연이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외부에서는 KB금융의 지배구조 및 이사회의 성향 등과 결부해 KB금융의 M&A 능력 부재를 거론하기도 했으나, 이는 M&A 시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하는 KB금융 경영진과 이사회의 투자 방침에 대한 오인에서 비롯된 왜곡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KB금융의 M&A 기조는 보수적 관점에서의 안정적 접근이 아닌 주주 관점에서의 합리적 선택 및 이에 기반한 적정 수준에서의 인수 성사로 현재의 증권업 시황과 생명보험업의 수익성 등을 감안해 시장의 흐름과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비은행 부문 강화의 목표도 주주가치 제고 및 그룹의 장기적 성장이라는 대원칙에 반해 추진할 수는 없으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위해 시황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증권업 및 생명보험업 강화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검토 결과 제반 부수 조건 등으로 인해 그룹의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 존재함에 따라 KB금융은 성패와 무관하게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LIG손해보험 인수는 KB금융의 원칙과 시장 환경이 일치함에 따라 KB금융의 역량을 충분히 발현한 성공적 M&A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손해보험업의 매력도와 비은행 부문 강화의 목표가 합치됨에 따라 KB금융 경영진과 이사회는 본 거래가 주주 가치 제고에 공헌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외부 억측과 달리 KB금융 경영진과 이사회는 거래 초기부터 합심해 본 거래를 일관되게 추진했고 그 결과 당초 계획한 적정 수준의 인수에 성공했다.


비은행 계열 강화라는 오랜 숙원 단칼에 해소
매각자-매수자 win-win, 모범 보여준 성공 케이스

KB금융은 본 거래를 통해 현재까지의 불합리한 오명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M&A는 인수 자체가 성공의 관건이 아니며 적정한 수준에서의 인수 여부가 성공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은 본 거래의 성공에 기반해 비은행 부문 강화의 목표에 부합하는 적정 매물이 출현할 경우 주주가치 제고의 관점에서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거래는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가 윈윈(win-win)한 모범적 M&A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데, 통상 M&A 거래는 거래 쌍방 간의 과도한 힘겨루기로 인해 zero-sum game으로 평가되는 사례가 일반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LIG손보 인수는 양자 간 상호 존중과 LIG손해보험의 가치 제고라는 원칙 하에 모든 절차가 원만히 진행되었으며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이득이 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사회적 책임도 완수

매각주주들은 가업으로 영위한 LIG손해보험을 적격 인수자인 KB금융에게 양도함으로써, 존경 받는 기업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게 됐다.

LIG손해보험은 경쟁사 대비 RBC 비율이 낮으며, 예정되어 있는 자본 관련 규제 강화로 인해 단 시일 내 자본 확충이 긴요한 상황이었고, 매각주주들의 제반 여건상 당해 자본 확충의 진행이 곤란했던 반면, KB금융은 충분한 자금 여력에 기반해 인수 후 추가 투자 의사를 피력했다.

향후 자본 확충에 가장 높은 열의를 표한 KB금융에게 보유 지분을 매각해 회사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재벌가로서의 마지막 책임을 다했다는 평가다.

또, 국내 최고 금융지주사인 KB금융에게 경영권을 이전함으로써 매각 이후 회사의 성장과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도모한 것은 물론, KB금융의 금융 분야 내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가 LIG손해보험에 이식되며 KB금융의 자회사들과 전방위적 협업 체계가 구축될 경우 재도약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아울러 KB금융이 기존에 손해보험업을 운영하고 있지 않음에 따라 LIG손해보험 임직원의 역량이 기존과 같이 적극 활용되는 부분에 대해 매각주주들은 주목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번 거래를 통해 비은행 부문 강화 및 수익 보완 효과를 달성했다.

LIG손해보험 인수 시, 총자산 및 당기순이익 기준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그룹 내 비은행 부문을 단번에 3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 가능케 했고, 경기 방어적 성격을 지닌 손해보험업에 진출함으로써, 금리 변화에 민감한 그룹 내 수익 구조를 일시에 보완했다.

또, 손해보험업 진출과 동시에 업계 내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 것은 물론, 주요 5개사에 의한 과점 체제가 형성된 국내 손해보험업계 특성을 감안 시, 선도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적시에 활용하기도 했다.


업종 다각화 차원의 단순 진출이 아닌,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거래를 성공적으로 종료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KB금융의 포용문화, LIG 손보 노조 마음까지 움직여
LIG 손보, KB금융의 우산속에서 제2의 중흥 기대

KB금융의 노사 상생 문화는 과거 M&A 사례에서 주효하게 작용했다.

국민은행, 주택은행, 장기신용은행, 대동은행 및 동남은행 등의 합병 사례와 한누리살로먼증권(現 KB투자증권) 및 우리파이낸셜(現 KB캐피탈) 인수 사례 등에서 기존 고용 관계 및 노사 합의의 승계를 제일의 원칙으로 준수했으며, 특히 공정한 인사관리, 성과 및 능력 중심의 인사정책을 구현해 조직간 화학적 결합을 단기간 내 성공적으로 달성한 바 있다.

KB금융의 노사 문화는 '인화'를 중시하는 LIG손해보험의 노사 문화와 유사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KB금융은 직원을 최우선으로 섬기는 HR철학 하에 임직원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사내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LIG손해보험의 노조는 일견 '강성'으로 평가되나 실질은 적극적 의견의 개진과 이의 조화를 통해 '인화'의 달성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양사 간 노사 문화의 동질성은 상호 융합을 통한 발전적 계승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LIG손해보험이 KB금융 내로 조기 안착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될 전망이다.

지난 인수전에서 KB금융은 LIG손해보험 노조가 선호한 유일한 투자자이며 이에 따라 노조의 적극적 협조 하에 성숙한 노사 문화 정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KB금융은 인수 후 구조조정 및 이에 따른 인력감축을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LIG손해보험 임직원의 탁월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며, LIG손해보험 노조도 인수 이후 KB금융과의 결합 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도 인수 직후부터 LIG손해보험 임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며, KB금융의 금융전업가로서의 브랜드 가치는 LIG손해보험 임직원의 자부심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금융은 금융권 내에서의 경쟁력 있는 임금 수준 및 복리후생제도를 지속 확보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계획이다.


LIG 손보, KB금융그룹 우산 아래서 옛 영광 재현 기대

과거 LIG손해보험은 업계 내 선도 업체로서의 뛰어난 경영 실적을 시현한 바 있으나 제반 여건으로 인해 현재 업계 4위로 순위 하락한 상황이다.

국내 손해보험업의 높은 성장성에도 불구, LIG손해보험의 성장 가능성은 시장에서 저평가 되어 왔으며 이는 경쟁사 대비 저가인 주가에도 반영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본 건 매각 발표 전 2013년 11월 18일 기준, 삼성, 동부, 현대의 장부가 대비 주가 배수는 1.18 ~ 1.24배에 형성된 반면, LIG손해보험은 0.93배로 경쟁사 수치를 현저히 하회하고 있다.

KB금융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함에 따라 향후 LIG손해보험의 가시적 경영 개선 효과가 기대되는데, KB금융은 KB생명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보험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금융업 전반에 대해 지난 인수전의 여타 경쟁자를 압도하는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KB금융의 효율적 자본 관리 기법 및 금융업 전문성을 이식해 안정적 경영 환경 위에서 LIG손해보험의 결집된 내부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다.

LIG손해보험이 KB금융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경우, 고객 기반 및 사업 영역의 지속적 확대를 통한 비약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KB금융그룹의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 LIG손해보험의 브랜드 가치 제고함으로써 영업 전개 및 자본 시장 대응 과정상의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KB자산운용, KB카드, KB생명 등의 기타 KB금융그룹 자회사와의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해 신상품의 개발과 신규 사업 영역으로의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KB금융은 단기 실적에 치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업계 1위로 발돋움할 수 있는 체질의 강화에 주력할 예정인데,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이며 자생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그룹 내 계열사별 책임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LIG손해보험 또한 보험업에 특화된 전문 경영인의 책임 하에 일관된 사업 전략을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경영 환경 조성에 힘쓸 예정이다.


금융산업 전체 관점에서 최적의 선택
정부, 금융전업사 육성 주요 과제로 선정

지난 3월25일, 금융위원회(위원장 신제윤)는 금융전업사 육성 TF의 구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 차원의 금융전업사 지원 의사를 피력했다.

향후 국가 경제의 발전을 견인할 산업으로 금융업을 지목, 금융전업사의 전문성 구비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구상중이다.

국내 선도적 지위의 금융전업사인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는 상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응하는 주요 사례에 해당되며, KB금융은 종전의 개인과 기업의 자산 관리 기능에 더해 LIG손해보험과 KB생명을 연계 시 고객의 잠재적 부채까지 종합적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 금융그룹으로서의 전문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며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개발, 제공함으로써 창조 경제 융성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물론, 국내 금융전업사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기폭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의 해외 진출 전략과 관련해 기 구축되어 있는 LIG손해보험의 해외 영업망 및 보험업 관련 노하우를 당해 전략의 주요 축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국내 선도적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을 모색하는 KB금융의 전략은 여타 금융전업사들의 글로벌 전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KB금융은 비은행 부문의 확대를 통해 종합 금융전업사로서의 도약 달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은행계 금융지주회사로 안주하지 않고 비은행 부문의 비중을 지속 확대해 나감으로써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금융전업가로 도약을 꿈꾸겠다는 전략이다.

LIG손해보험 인수는 이를 위한 시금석이며 KB금융은 급변하는 국내 금융산업 환경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견인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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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