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서울대 총장되는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지식한 이미지 서울대 ‘과연 변할까’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대학교 신임 총장 최종후보자에 성낙인(64) 법과대학장이 선출됐다. 서울대 총장 선거는 교직원이 뽑는 직선제였지만 2011년 법인화가 되면서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로 바뀌었다. 이번 총장은 서울대 첫 간선제 총장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성 후보자는 향후 교육부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7월2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서울대학교는 지난 19일 오후 4시 서울대 관악캠퍼스 호암교수회관에서 2014년도 제6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비공개 투표를 통해 제26대 총장 최종후보자에 성낙인 교수(64)를 선출했다. 2011년 법인화 이후 첫 간선제 총장이 등장하는 만큼, 학내에서 새 총장에 거는 기대와 관심은 여느 때보다 높다. 교수채용 비리, 인재 이탈, 국공립대 통합 논란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은 서울대를 새 총장이 어떻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꼽힌다.

역대 총장 모두
순혈주의 못깨
 
앞서 총장추천위원회는 5월 초에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강태진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 성낙인 교수,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오세정 교수를 3명의 총장후보자로 이사회에 추천하였으며, 이사회는 13일 개최된 제5차 이사회에서 면접을 실시하고, 이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정관’에 따라 재적이사 과반수를 득표한 성낙인 교수를 최종 총장후보자로 선출했다.
 
성 후보자는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이사회에서 재적 15명 중 과반인 이사 8명의 표를 얻어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다.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4표를, 강태진 재료공학부 교수는 3표를 각각 득표했다. 앞서 성 후보자는 대학의 분권형 운영체계 및 대학 자치, 학생상담학점제 도입을, 오세정 교수는 서울대의 공공성 강화와 입시제도를 통한 중·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강태진 교수는 학부교육 강화, 학내 연구진과 외부 산업을 잇는 SNU C&D(Connect & Development) 도입을 주요정책으로 내세웠다. 앞선 평가에서는 오세정 교수가 1위, 강태진 교수와 성 후보자가 공동 2위를 했다.
 

서울대는 지난 2월부터 오연천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과 외부 인사 30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를 꾸려 새 총장을 뽑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총장추천위원회는 12명의 예비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소견발표와 정책평가 등을 거쳐 4월 말 성 후보자와 강 교수, 오 교수를 후보자로 압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 성 후보자는 2012년 서울대가 법인화된 이후 처음 간선제로 치러진 선거를 통해 서울대호의 수장을 맡게 됐다. 이전 선거는 서울대 교직원들의 직선제로 치러졌다.
 
서울대는 국립대 체제에서 지난 1991년 이후 직선제 방식의 총장 선출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법인화 이후 간선제로 선출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성낙인 후보자는 그동안 총장추천위원회가 주최한 소견발표회와 정책평가회에서 “인간성 회복과 인간 존엄이라는 지성인 최고 덕목의 구현을 목표로 선한 인재를 양성하며, 모교의 모든 법인을 아우르는 거버넌스를 재정립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헌법학자인 성 후보자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의 자율성과 발전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자치의 이념을 구현하겠다”며 “단과대학과 대학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분권형 운영체제를 확립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대 출신 교수 임용을 확대하고 연 500만원의 교수 바우처 시행, 서울대 과밀화 해소를 위해 대운동장 지하개발 등을 제안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의 법정 유형을 연구병원에서 교육병원으로 바꾸면 연 460억원가량 내는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국고 출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받기 위해 매년 15% 증액이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조치 강화 방안도 공약했다. 임기 4년간 발전기금 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서울대가 2020년에 세계 20위 대학, 2030년에 세계 10위 대학으로 부상하는 ‘2020-20 프로젝트’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인문계 출신 총장으로서 간과하기 쉬웠던 기초학문 육성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다보니 이사회 최종 투표에서도 법적 한계를 보완하면서 기초학문을 육성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내에서 성 후보자는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포용할 줄 아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S 출신
화려한 경력
 

과거 성 후보자와 대학 내에서 업무를 해 본 경험이 많은 서울대의 한 교수는 “성 교수는 굵직굵직한 선을 긋는 사람이고 세세한 부분은 실무진에 전적으로 맡기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서울대 교수는 “아무리 어려운 사안이 있더라도 시간을 안 끌고 결정하기 때문에 밑에서 일하기 편하다”며 “정·관계 인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낸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성 교수에게는 오는 7월 서울대 총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학내 구성원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지 못한 후보였기 때문에 성 후보자가 내세운 정책과 비전에 반대하는 학내 세력을 설득하고 포용해 나가는 작업을 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 교수는 지난 4월 총장추천위원회 1차 평가에선 1위를 차지해 여유 있게 총장예비후보 5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으로 이뤄진 정책평가단 투표에선 꼴찌에서 두 번째인 4위를 차지했다.
 
직선제서 간선제로 바뀌고 첫 수장
앞으로 당면과제 산적 “전체 개조”
 
성 후보자는 교육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 임명 절차를 기다리고 있지만, 최종후보자가 사실상 차기 총장이 된다. 신임 총장의 임기는 다음달 20일부터 4년이다. 이번 총장 선거는 서울대 법인화 이후 처음 치러지는 간선제 선거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전 총장 선거는 서울대 교직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치러졌다.
 
최근 선출된 진보교육감의 ‘국공립대 통합’ 공약에 따라 서울대 폐지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신임 총장에게는 서울대의 위상을 지켜야 하는 임무도 주어졌다. 성 후보자는 지난 2010년 25대 총장 선거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그러나 재수 끝에 서울대 제26대 총장에 올랐다. 
 
성 후보자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3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82년 동대학원에서 헌법학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87년 프랑스파리2대학교에서 국내공법(헌법학)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교육개혁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2000년 서울대 법대 교무부학장·법학부장을 거쳐 2004년 법대 학장을 지냈다. 2002년 서울대 교수협의회 이사와 2008년 서울대 평의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저명한 헌법학자인 성 신임 총장은 2005년 헌법재판소 자문위원과 2006년 한국공법학회 회장을 지냈다. 2009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을 지냈다. 2009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 대통령자문교육개혁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2010년에는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와 통일부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성 후보자는 2005년 노무현대통령으로부터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2012년 한국헌법학회와 지난 2월 대한민국법률대상위원회에서는 각각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학자일 때 쓴 저서로는 <프랑스헌법학과 언론정보법> <선거법론> <한국헌법사> <헌법소송론(공저)> 등이 있다.
 
“국민의 사랑받는 
대학교 만들겠다”
 

서울대 총장 선거의 간선제 전환은 정부가 국립대 총장 직선제의 폐단인 돈선거와 파벌주의 등을 고치기 위해 권고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서울대는 올해 처음으로 문호를 개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KS(경기고·서울대)’ 총장 전통이 이어졌다.
 
실제 최종 후보에 오른 3명 모두 ‘KS(경기고·서울대)’ 출신으로 순혈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역대 서울대 총장 7명 중 5명이 경기고 출신이다. 22대 이기준(서울대 사대부고), 20대 이수성(서울고) 총장만 다른 고등학교를 나왔다.
 
선출 규정을 정하는 문제도 기준이 없다 보니 후보가 원하는 대로 이뤄져 지나치게 복잡한 룰이 탄생한 점이나 흑색선전, 포퓰리즘이 사라지지 않은 점 등도 첫 간선제에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당면 과제
산적한 서울대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서울대 전체교원 2164명 중 1832명(84.7%)이 모교 출신이다. 이는 39개 국립대 평균(31.9%)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엔 서울대 신규채용 교수 48명 가운데 36명이 서울대 학부 출신이었으며, 서울대 학부 출신 교수 중 36%는 석·박사 학위도 모두 서울대에서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내 모 대학의 한 교수는 “채용 과정의 폐쇄성은 인맥으로 점철된 서울대 순혈주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구조의 개혁 없이 서울대의 혁신은 무의미하다”고 꼬집었다.
 

신임 총장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6·4 지방선거 당시 진보교육감들은 서울대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공동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대 학생들의 거센 반대가 이어지고 있어 이들을 달래고 서울대의 위상을 지키는 것이 신임 총장의 첫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신임 총장에게 요구되는 조건으로 ‘강한 리더십’을 꼽았다. 서울대 3학년생 김모씨는 “사교육 걱정 없이 서울대에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서울대를 없앨 생각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가”라며 “이번 신임 총장은 과감한 결단력과 판단력으로 과거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공립대 통합 논란을 확실히 잠재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유모씨 역시 “역대 총장들에게는 과감한 리더십이 없었다”며 “법인화 이후 첫 간선제 총장인 만큼 학생들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앞서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역대 총장 7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간선제 이전에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들의 공약과 업적을 평가해 ‘성공한 총장’의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정재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은 지난 4월 5일 “최근 열린 총회에서 교수협의회(교협)가 역대 총장들을 평가해 공과를 제시해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다”며 “이를 받아들여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들이 제시했던 공약과 업적을 평가할 방침이다. 평가 결과가 나오면 ‘잘한 총장’이나 ‘못한 총장’의 모델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협은 1990년 이후 임용된 교수들도 많기 때문에 평가 범위를 ‘직선제 이후 선출된 총장’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1991년부터 2011년 법인화 이전까지 직선으로 7명의 총장을 선출했다. 역사상 첫 직선 총장이 된 인물은 제19대 총장(1991∼1995년)인 고 김종운 서울대 명예교수다. 교협은 김 전 총장을 비롯해 ▲20대 이수성(1995년 3∼12월) ▲21대 선우중호(1996∼1998년) ▲22대 이기준(1998∼2002년) ▲23대 정운찬(2002∼2006년) ▲24대 이장무(2006∼2010년) ▲25대 오연천(2010∼2014년) 총장에 대한 평가를 추진하기로 했다.

법인화 2기
순항 여부 주목
 
교협은 평가 과정에서 총장들의 공과가 균형있게 드러나도록 할 방침이다. 일례로 23대 총장을 지낸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경우 재직 중 지역균형선발제도를 도입해 서울대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4년 당시 거세게 불었던 ‘서울대 폐지론’을 비교적 선방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대학 입학정원을 줄이는 구조개혁을 단행, 결과적으로 서울대 연구인력 규모를 축소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협은 올해 안으로 평가문항을 개발, 전임교수 2178명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교협이 평가에 착수할 무렵에는 이미 법인화 이후 첫 간선제 총장이 선출돼 있을 것”이라며 “차기 총장에게 역대 총장들에 대한 서울대 교수사회의 평가 결과를 제시하면 향후 대학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성낙인은?]
 
▲경남 창녕
▲경기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동대학원 석사, 박사 수료
▲프랑스 파리2대학교 법학 박사
▲서울대 법과대학장
▲한국법학교수회장
▲한국공법학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장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교육개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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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