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국회 새 얼굴’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

비주류의 반란…개혁 드라이브 시동 건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새누리당 비주류 5선 중진 정의화 의원이 19대 국회 후반기 2년을 이끌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정 신임 의장이 주류측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에 압승할 수 있었던 건, 사실상 초선·비주류계의 몰표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기인한다. 첫 의사 출신 국회의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를 이끌 의장단이 지난달 27일 확정됐다. 그리고 29일 본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국회의장에는 5선의 새누리당 정의화(66·부산 중·동구) 의원이 선출됐고, 여당 몫의 국회 부의장에는 4선의 정갑윤(64·울산 중구) 의원이 뽑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달 23일 오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 투표에서 총 투표수 147표 가운데 101표를 획득해 46표에 그친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에 압승을 거뒀다. 국회 본회의 무기명 비밀투표에서는 재석 231표 중 207표를 얻었다. 국회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서 과반 찬성으로 선출되는 국회의장은 다수당 의원이 단독 출마하는 것이 관례다. 

101대46 압승
비주류의 반란
 
야당 몫 국회부의장에는 얼마 남지 않은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5선의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63·안양 동안구 갑) 의원이 선출됐다. 이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 중 치러진 경선에서 총 투표수 126표 가운데 과반인 64표를 획득해 46표를 받은 이미경 의원과 16표를 받은 김성곤 의원을 제쳤다. 이로써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은 정의화 의장, 정갑윤 부의장 체제로 구성될 전망이다.
 

당내 비주류인 정 신임 의장은 옛 친이(친이명박)계를 포함한 비주류 측과 초선 의원들로부터 몰표를 받아 친박(친박근혜) 주류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황 전 대표를 상대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뒀다. 이 같은 결과는 친박계 표심이 황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에선 황 전 대표 2년 체제에 대한 엄중한 평가라고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황 전 대표가 있었던 지난 2년간 집권여당을 책임지고 이끌지 못한 리더십에 대한 당내 비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초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황 전 대표는 비박계 성향의 정 신임 의장에 비해 친박계로 알려져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지난 4월 초만 해도 당 관계자 대다수가 후반기 국회의장에 대한 질문에 “서 의원이 안 나서면 황 대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당 관계자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 신임 의장의 압승이었다.
 
6·4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당내에서 ‘중진차출론’이 나왔을 때, 황 전 대표는 인천시장 출마 권유를 지속적으로 받았었다. 그러나 황 전 대표는 출마 권유를 끝까지 외면했기에, 이것이 마이너스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연수)에서 내리 5선을 한 황 전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기대가 남달라 지속적으로 인천시장 출마요구를 받았지만 그는 끝내 뿌리쳤다.
 
황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의 출마 거부 이유를 국회의장 도전 때문이란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본선 경쟁력이 가장 큰 황 전 대표의 불출마로 당은 결국 경기도 김포에 지역구를 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을 차출했다.
 
또한 황 전 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했던 것도 쓰라린 패인으로 꼽힌다.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폭력국회’는 사라졌지만, 여당이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게 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한 국회 파행이 반복되자 법 통과를 주도했던 황 전 대표에게 ‘원죄’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세졌다. 특히 온건 성향의 황 전 대표는 최경환 전 원내대표 등 강경파로 분류되는 친박 주류와 곳곳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반대로 정 신임 의장은 18대 후반기 국회부의장 시절 국회선진화법에 줄곧 반대 의견을 고수해왔다. 황 전 대표가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여권 내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신임 의장의 꾸준했던 노력도 역전극의 배경으로 꼽힌다. 황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당직을 맡은 측근 의원들을 활용해 득표전을 벌인 반면 정 의원은 직접 개별 의원들을 접촉한 점이 대량 득표를 이끌었다고 전해진다. 정 신임 의장은 올 초부터 소속 의원 전원을 두세 차례 이상 직접 만나 지원을 부탁했다.


“계파 척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선거 막바지에는 지방선거 지원 차 지역에 내려가 있는 의원들을 찾아 전 지역을 순회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정 의원이 오랜 기간 준비하며 의원들을 여러 번 만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정 의원이 성품도 온화하고 원칙주의자로, 부의장을 하면서 좋은 평을 받았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 의원이 당내 의원들에게조차 인기를 잃은 반면 정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기자들을 만나 ‘정의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평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정 신임 의장은 후보당선 연설에서 “신경외과 의사로서 뇌혈관 수술과 응급수술을 20여년 이상 해온 사람이라 주저하지 않아야 할 때는 주저하지 않는다”라며 “앞으로 2년간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정치인의 3가지 덕목은 첫째는 열정, 둘째는 책임감, 셋째는 균형 감각이라고 생각한다”며 “올바르게 책임감을 갖고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본회의장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는 “국회의장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국회의원이 스스로 선출한 국회의 대표를 존중하지 않으면 어떻게 국민이 국회를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겠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새 대한민국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의장이 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의전서열 2위 입법부 수장에 올라 
정갑윤·이석현과 19대 후반기 이끌어
 
정 신임 의장은 2008년 큰아들 결혼식 당시 가족 및 친지만 초청해 병원 강당에서 작은 결혼식을 치루기도 했다. 큰 아들 결혼식 비용은 500만원이었다. 정 의원은 한 매체에서 “부모 힘으로 화려하게 출발하는 사람보다 자기 힘으로 노력해서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사람이 박수 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둘째·셋째 아들도 똑같이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주변에서는 그를 ‘소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정 신임 의장이 선출되면서 뜻밖에도 3부요인 전부 PK(부산·경남) 출신이 됐다. 정 신임 의장(부산), 양승태 대법원장(부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부산) 등 대통령을 제외한 국가의전 서열 2∼5위(정부 의전 편람 기준)가 모두 PK 출신들이 된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경남 거제),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찬), 김진태 검창총장(경남 사천) 등도 PK 출신이다. 다만 정 신임 의장 선출이 당내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됐기 때문에 인사를 전부 현 정부의 의도라고만 보기 힘든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한편, 지난달 2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단(국회의장 1인, 국회부의장 2인)을 공식 선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증인 채택에 대한 이견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여당 관계자는 “여야가 국정조사 계획서에 증인을 명시하는 문제를 놓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밤샘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회 본회의도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신임 의장은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 후반기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 물갈이 바람을 타고 부산 중·동구에서 금배지를 달고 19대 국회까지 내리 다섯 차례 당선됐다. 국회 부의장, 국회 재정경제위원장, 당 세종시특별위원장, 원내 수석부총무 등을 역임했으며, 19대 국회 전반기 의장 선거에서 친박 주류인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패했지만, 재수 끝에 의장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정 신임 의장은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때 당시 박희태 의장을 대신해 의장석에 앉기도 했다. 당시 김선동 민주노동장(현 통합진보당) 의원이 의장석 앞에서 최투란을 터트렸지만 정 신임 의장은 끝내 비준안을 처리했다.

‘국회선진화법’
꾸준히 반대해
 
정 신임 의장은 전임 이명박 정부 시절 친이계 주류로 분류됐지만, 친박계와도 두루두루 원만한 사이를 유지해 당내 온건파로 불렸으며, 정치권 입문 이후 영·호남 화합, 국민 통합을 최우선하는 ‘화합형 정치’를 추구해와 야당 의원들로부터도 평가가 좋다. 정 신임 의장은 국회의장 대행을 맡고 있던 18대 국회 말기에 여야가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회 기능이 마비돼 식물국회로 전락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반면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이던 황 의원은 선진화법 성안 과정과 국회통과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만큼 이번 국회의장 후보 선거는 선진화법을 놓고 첨예하게 맞선 중진 의원들의 운명이 엇갈린 무대로 남게 됐다.
 
‘주류’황우여 대표 상대로 경선 압승

친박·친이 아우르는 ‘화합형’평가
 
정 신임 의장은 1948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운영 하는CEO에서 제5대 경남도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2년 울산 중구에서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 19대 국회까지 내리 5선에 당선됐으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울산시당위원장 등을 거쳐 현재 당 상임전국위원과 한·인도의원친선협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 의원들은 이날 투표에서 국회의장에 비주류를, 부의장에 주류를 선택하는 계파 안배 투표 성향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당몫 국회 부의장을 맡았으며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정 신임 의장은 19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을 놓고 경합을 벌였으나 비박계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강창희 현 국회의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정 신임 의장은 과거 친이계 주류 분류됐지만 최근 친박계와도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표밭을 다져왔다. 대야관계에 원만할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평가가 좋은 편이다. 정 신임 의장은 투표 직전 정견발표에서 “저는 친박도 비박도 아니다”며 “이번 경선에서 나타난 계파색은 오늘 끝내야 한다”고 계파 척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친이지만…
친박과도 화합
 
정 신임 의장은 국회의장 후보로 뽑히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6일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단일 법안으로는 최대 규모인 100여 명의 여야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혹자는 ‘이준석(세월호 선장) 방지법’이라는 별칭 때문에 세월호 참사 이후 급조된 ‘반짝 법안’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실상은 준비하는 데만 꼬박 14개월이 걸린 ‘숙성 법안’이다.
 
그는 사람에게 있어 ‘인성’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라고 강조하며 법안을 만든 이유를 들었다. 정 신임 의장은 이 법안을 하루아침에 만들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2월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을 구성해 여야 의원 50여 명과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법안을 다듬어 왔다. 법안은 학교 총예산의 일정비율을 인성교육에 쓰도록 정했고 정부와 17개 지자체와 교육청을 인성교육의 주체로 명시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의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도 말한 바 있다.
 
<khlee@ilyosisa.co.kr>
 

<정의화 의장은?>
 
▲부산 출생
▲부산고 졸업
▲부산대 의대 졸업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15∼19대 국회의원
▲18대 국회 국회부의장·국회의장직무대행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국회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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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