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환자 덮친 70대 노의사 ‘막장스토리’

성폭행 하고선 “이게 바로 섹스치료”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강남의 한 정신과의원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70대 원장인 가해자는 면담을 빌미로 30대 환자를 불러내 몹쓸 짓을 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가해자는 ‘섹스치료’라며 성폭행을 부인하고 있다. 서로 좋아서 했다는 것. 진실을 알기 위해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지난 3월18일, 서울 강남의 ㅇ정신과의원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해당 의원 원장 A씨. 피해자 B씨는 이 의원에서 조울증과 분노장애로 치료 중이던 입원 환자 B씨였다. 이날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정신과의원 1층 원장진료실 뒤 당직실에서 B씨를 겁탈했다. 현장에서 B씨는 공포심에 떨며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더 큰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B씨는 A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병실로 올라가 환자복 바지만 갈아입고 화장실로 향한 뒤 작은 목소리로 117 폭력피해자 긴급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성폭행한 뒤…
“서로 좋아서 했다”
 
성폭력 신고를 받은 폭력피해자 긴급지원센터 관계자는 B씨에게 의원 인근 마트로 나와달라고 했다. 마트 앞에 대기하던 그녀는 도착한 경찰차를 타고 경찰병원에서 조사를 받았다. B씨는 피해 상담을 통해 “A씨가 환자복을 벗긴 후 성기를 삽입한 뒤 소문내지 말라고 엄포를 줬다”고 말했다. 또한 사정은 하지 않았지만 바지에 음모가 있어서 챙겨왔다고도 했다. 이후 이 사건은 수서경찰서로 이첩됐고 A씨는 B씨의 신고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A씨의 소환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 사건의 시초는 원장과 환자 간의 면담으로부터 비롯됐다. 정신질환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던 B씨는 아침마다 A씨와 면담을 했다. 그런데 유독 B씨의 면담은 항상 일렀다. 간호사들이 출근하지 않은 9시 이전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게다가 순서도 첫 번째였다. 또 B씨의 면담시간은 다른 환자와 달리 유난히 길었다.
 
그리고 A씨는 아침마다 헤어드라이를 요구했다. 과거 미용사로 일했던 B씨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으면 자신이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른 환자들에게 헤어드라이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렇게 B씨는 면담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정상진료시간이 아닌 시간에 이루어지는 면담이 너무 싫었다. 다른 환자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주변 환자들조차 B씨의 비정상적인 면담에 의아해 했다. A씨가 B씨에게 사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이때부터 흘러나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14일, B씨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A씨가 갑자기 “생리 전 용돈 줄까?”라며 100만원을 건넸기 때문. 스트레스를 풀고 외박하지 말라는 뜻이라는 것. B씨는 그날 저녁 A씨에게 7시30분쯤 들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생리 전 섹스를 하면 기분 전환이 된다”며 “1층에 불을 켜놓을 테니 들어와라”고 했다. A씨는 B씨의 생리 전 감정 기복을 꿰뚫고 있었다. B씨가 ㅇ의원에 1년 동안 입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B씨는 들어오라는 A씨의 말을 듣지 않고 찜질방에서 외박을 했다. 그러나 약이 부족했다. B씨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정신이 혼미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있는 시간에 미리 연락을 취하고 의원을 찾아가 약을 받은 뒤 또 다시 밖으로 나왔다. A씨를 마주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조울증·분노장애 치료받던 환자 
강남 병원 입원 중 원장에 당해
 
18일 B씨는 병실로 복귀했다. 4층 폐쇄병동으로 올라가 양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양치도중 보호사가 빨리 내려가라고 지시했다. 이에 B씨는 “아직 양치도, 세수도 안했는데 왜 벌써 내려가라고 하냐”며 소리를 질렀다. 화가 나고 답답했지만 B씨는 A씨가 있는 1층 원장진료실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고 결국 이날 성폭행을 당했다.
 
관계에 응하지 않으면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아서 큰 저항은 하지 못했다.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은 A씨가 B씨를 성폭행한 뒤 헤어드라이도 요구했다는 것이다. B씨는 치가 떨렸지만 순순히 응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A씨의 돌발행동이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문 잠그는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해줬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A씨는 평소 ‘섹스치료법’과 ‘허그치료법’이 있다며 여성 환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 치료법이 정신과의원에서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의사협회와 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들은 ‘섹스치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입원 환자를 
성노리개로
 
사건이 불거지자 A씨는 B씨의 측근이자 대리인 역할을 해온 C씨에게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그는 C씨에게 500만원을 건네며 선처를 호소했다. 사리분별이 어려운 B씨를 누군가가 꼬드겨 신고한 것 같으니, 자신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C씨는 500만원을 거부하고 신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자 A씨는 녹음테이프를 꺼내며 성폭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성인 대 성인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정행각’이었다는 A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70대 노인과 30대 간의 관계라는 것부터가 의심스럽고, A씨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의료기관 내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정타는 성폭행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자 A씨가 갖고 온 녹음테이프였다. 자신을 감싸기 위해 준비했던 녹음테이프가 오히려 자승자박이 됐다. 성폭행 당시 A씨는 ‘애정행각’ 이라는 주장을 하고자 성폭행 전에 미리 녹음기를 켰다. 계획된 성폭행이었다는 것. 문제는 이 녹취록의 내용이 A씨에게 전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A씨가 직접 녹음한 녹음테이프의 내용을 확인해보니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녹취록에서 A씨는 B씨에게 “너 생리 언제 끝나냐? 생리할 시기지 이제 지금, 예민한 단계지?”라며 신체 변화를 물었다. 그리고 “너 그러면 확 하면 내가 기분 좋게 할 수 있는데 말이야”라면서 B씨를 눕혔다. 그는 성폭행 중 “오르가즘 오면 소리는 지르지마”라며 자극적인 말들을 내뱉었다. 성폭행 후에는 “생리 전이라 재미있게 한 거야. 그것 때문에 힘들게 안 했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B씨에게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날카로워진다고 설명하면서 형사를 부르지 말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B씨에게 뽀뽀하며 “이제 온전히 내 사람이다”고 협박했다. 성폭행 후 A씨는 B씨에게 애인 사이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옆 건물에 미용실과 마사지실을 하면서 평생 동고동락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A씨의 생각일 뿐이었다.
 
이후 수세에 몰린 A씨는 B씨와 C씨에게 끊임없이 회유문자를 보냈다. 사실상 협박이었다. A씨는 B씨에게 ‘사랑하는 예쁜 OO아’로 시작해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자칫 잘못하면 한 방에 날아갈 수도 있다…원장님 주변에는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친구, 친척이 대한민국 요소요소에서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네가 자꾸 병원 돌아다니면서 말썽 부리다가는 어느 나쁜 놈 손에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며 주변에 막강한 변호사들과 박근혜정부실세 중 최고의 자리에 있는 친구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풀어줄게”
당직실로 불러내 겁탈
 
A씨는 “의사는 설령 어떤 허물이 있더라도 이런 식으로 흔들면 안 된다. 네가 아파도 의사를 찾게 되고 어느 날 죽음의 문턱에서도 의사를 찾게 되는 것인데 네 행동이 이래서야 쓰겠냐? 나를 괴롭히면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다. 웃으면서 만나자”고 협박하기도 했다. B씨는 A씨의 이런 문자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문자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구차한 문자는 C씨에게도 향했다. A씨는 C씨에게 “동생이 차기 또는 차차기 경제장관 감으로 거의 확실하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그는 B씨를 다시 입원시켜야 한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B씨의 나쁜 습관이 발동했다며 오히려 치료의 적기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관계 이용해
계획적 접근
 
지난달 1일 기자는 성폭행 가해자인 A씨를 만나기 위해 강남에 위치한 ㅇ정신과의원을 찾았다. 의원 내부와 외부는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건물 자체가 허름한 탓이기도 했다. A씨를 만나고자 1층 데스크로 향했다. 데스크 앞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A씨를 만나기 위해 간호사에게 의사를 전달했지만 A씨와 접촉할 수 없었다. 그는 진료 때문에 바쁘다며 오후에 통화하자고 말했다. 이에 그가 말한 시간에 전화를 수차례 걸어봤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겨도 소용이 없었다. 
 
일보 후퇴한 뒤, 새로이 접근을 시도했다. ‘진료’로 접근한 것. 정식으로 진료신청서를 작성한 뒤 무작정 기다렸다. 대기하던 환자들의 진료가 끝난 후, 원장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원장은 기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성폭행 건 관련 질문을 던지자 그는 바로 녹음기를 켰다. “기사를 쓰려고 온 거야? 녹음 좀 할게.”
 
궁지 몰리자 치료 발뺌
취재 기자엔 ‘권총 협박’ 
 
취재를 시작하자 그는 “의사들이 환자 생명을 지키라고 있는 건데, 뭐만 하면 의사들 물고 뜯고, 매스컴에서 떠들고 난리는 떠는데…”라며 중얼거렸다. 성폭행 사실 여부에 대해 묻자 그는 정색하면서 “성폭행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개XX소리다. 성폭행이 절대 아니다. 난 기자들이 이런 식으로 추측기사 쓰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다”라며 B씨의 말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난 합법적으로 권총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말이지, 자랑스러운 시민의 상도 탔고 권총도 있다”고 강조했다. 
 
 허그치료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는 “의사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섹스치료에 대해서는 “그거는 글쎄 누구한테서 들었어요?”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진료시간 외 면담에 대해서는 “입원 환자는 6시에도 7시에도 할 수 있는 거다”라며 “내 재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형이 총경에, 경찰집안”이라며 자신과 불리한 내용을 기사로 내보낼 시 “권총을 들고 OO씨(기자)한테 찾아갈 거다”라면서 협박했다.

B씨의 주변인들에 따르면 A씨는 B씨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 1년 동안 함께 했기에, 그녀가 자라온 환경과 특수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에 대해 낱낱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불순하게 접근했다.
  
또한 B씨는 과거에도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 전에 있던 병원에서는 같은 층 환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었다. 당시 가해자는 B씨에게 10만원을 건네고 합의를 요구했다.
 
B씨는 가해자를 고소했지만 병원 측은양측의 합의를 종용해 고소를 취하하게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B씨는 보호자도 없이 합의서 내용을 그대로 따라 적었다는 것이다.
 
당시 B씨는 병원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었다. 그런데 되레 강제퇴원 조치를 당했던 것. 가해자는 여전히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병원 측은 B씨가 강제퇴원 조치한 사실이 없고, B씨가 제 발로 나갔다고 전했다. 

허술한 관리에
멍드는 환자들
 
의사가 되려면 선서를 해야 한다. 바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배려한다. 나는 종교·국적·인종·정치적 입장·사회적 신분을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해 의무를 다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망각한 채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씨는 15년 이상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환자다. 7번의 자살기도를 한 흔적도 있다. 이러한 아픔이 있는 여성에게 정신과 의원은 치료와 고통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있었다는 의혹도 전해진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신보호관제’ 도입…정신병원 감금 못한다
 
정신병원과 장애인시설같은 수용시설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수용됐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인신보호관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인신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신보호관은 위법한 수용인지 피수용자가 구제청구를 받을 수 있는지 고지를 받았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수용자에게 피수용자와의 면담, 관련 자료의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위법한 수용 등을 발견한 인신보호관은 피수용자가 구제청구를 원하거나 원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구제청구를 신청하고, 검사는 그 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관할 법원에 구제청구를 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법원의 수용해제 결정을 회피하기 위해 구제청구된 피수용자를 다른 수용시설로 이송하거나 수용해제 후 다른 수용시설에 바로 재수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피수용자를 다른 수용시설로 이송하려면 관할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개정안은 아울러 시설운영자로 하여금 ‘피수용자가 지정하는 배우자, 법정대리인, 직계혈족 등도 구제청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들 배우자 등에게 직접 알리도록 했다. 인신보호관의 수용시설 점검 및 관련 요구를 거부·방해하거나 법원 허가 없이 수용된 사람을 다른 시설로 이송한 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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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