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새정치민주연합 김효석 최고위원

"무공천 결정, 선거 유불리 따진 것 아니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0일 6.4지방선거에서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고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기로 최종결정했다. 이로써 무공천에 따른 혼란은 해소됐지만 당 일부에서는 국민적 요구인 무공천 철회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갑작스러운 이번 결정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효석 최고위원을 만나 저간의 사정을 들어봤다. 



- 안철수 대표는 그동안 기초선거 무공천을 강하게 밀어붙여왔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이번 철회 결정에 놀란 분들이 많다. 숨겨진 이유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 우선 무공천 '철회'라기보다는 '유보'가 맞다. 무공천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무공천을 약속했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선거 공천을 안 하겠구나 모두가 기대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새누리당이 뒤집어 버린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압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새누리당이 무공천 공약을 철회했다. 한쪽은 공천을 안 하고 다른 쪽은 공천을 하면 민심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그 결과로 약속을 안 지킨 사람들이 어부지리를 얻는 결과도 예상됐다. 새누리당이 국가권력도 독점하고 있고, 의회권력도 독점하고 있는데 지방권력까지 싹쓸이 하는 결과는 막아야 했다. 결국 당원과 국민의 뜻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계기나 숨겨진 이유는 없었다.

-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기초선거 공천을 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무공천을 강행하면 불리하다는 것도 예상됐던 일이다. 그래서 안철수 대표가 "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고 말한 것 아닌가?
▲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무공천 공약을 했고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는 실제로 기초선거 공천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지방선거도 공천을 하지 않겠구나 믿었던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마디 사과도 없이 바꿔버린 것이다.

- 안철수 대표는 본인이 무공천을 선언하면 새누리당도 따라 올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인가?
▲ 그렇다.

- 보수언론들에서는 문재인 의원의 무공천 재검토 발언 이후 갑자기 입장이 바뀌었다며 이번 결정에 친노진영의 압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 이런 시각 자체가 너무 정치공학적으로 보는 것이다. 안 대표가 당내 여러 분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무공천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다. 문재인 의원뿐만이 아니다. 특정한 사람 때문에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은 전혀 맞지가 않는 말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언론이 약속을 안 지킨 사람은 욕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려했던 사람만 욕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기초선거 무공천은 새누리당의 핵심공약은 아니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무공천을 명분으로 합당까지 했고, 몇 달간이나 무공천을 주요이슈로 다뤘다.
▲ 무공천은 대선기간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공약이다. 또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실제 무공천을 했다. 무공천이 핵심공약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합당하면서 무공천을 대표적으로 내걸기는 했지만 새정치 정신에 동의해서 한 것이다. 기본 정신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약속을 못 지킨 것은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대표가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까지 했다.


- 무공천 결정과 관련해 여론조사 설문 문구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애초부터 무공천 결정을 철회할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는데.
▲ 처음부터 무공천을 목적으로 한 것 같으면 안 대표가 "나는 지금도 무공천이 소신"이라는 이야기를 안 했을 것이다. 어떤 결과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은 조금도 없었다. 설문 문구는 현재 상황을 그대로 설명한 것이다. 오히려 무공천으로 결정됐다면 안 대표의 체면은 훨씬 더 섰을 것이다. 설문 문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문구가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 합당 후 민주당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지역구 출마 금지' '최고위원제 폐지' '정강정책 수정' 등의 개혁안이 사사건건 발목이 잡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민주당과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대표적인 것이 정강정책이다. 정강정책에서 우리는 안보에 상당히 무게를 뒀고,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기존의 민주당과 비교해 성장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성장 없는 복지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로 가되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경계한다는 부분 등은 민주당이 과거엔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지만 이번에 우리 의견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 앞으로 민주당을 얼마나 달라지게 만드느냐는 이런 부분들을 얼마나 실천해나가느냐 하는 문제다.

- 지방선거 공천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런데 기초단체장 평가항목이 광역단체장 후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 광역단체장에 대한 심사는 이미 끝나 있었다. 이미 다 결정을 한 부분이다. 다만 기초단체의 경우 (무공천 철회 결정으로) 공천을 하게 되니까 새롭게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 그렇다면 7월 재보선에서는 이번에 마련한 공천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것인가?
▲ 그건 또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약속 대 거짓' 프레임 여전히 유효
새누리당 지방권력 싹쓸이는 막아야

- 최근 정청래 의원의 북한 무인기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민감한 시기에 왜 자꾸 자책골을 넣는 것이냐며 답답해하는 분들도 많다. 당 차원에서 종북 논란과 선을 그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정청래 의원의 발언은 결과적으로는 적절치 못했다고 본다. 더구나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었다. 새누리당에서는 그런 것을 종북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데 빌미를 제공해준 꼴이다. 설사 이의제기가 옳다고 할지라도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각자 헌법기관인데 미리 단속을 하거나 징계를 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국회의원 개개인이 심사숙고해서 발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 이후 김한길 대표는 정청래 의원에게 구두 경고를 했다.)


- 새누리당은 자꾸 종북 프레임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흔들고 있는데 종북 프레임을 차단할 전략은 무엇인가?
▲ 그러니까 우리가 거기에 걸려들지 않아야 한다. 한마디로 낚이면 안 된다. 종북 공격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그런 부분들이 먹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도 발언과 행동에 상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이제 새정치민주연합도 기초선거 공천을 실시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한 만큼 부실공천의 우려도 있다.
▲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은 틀림이 없지만 밤을 새워서라도 심사를 잘 해서 개혁 공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개혁 공천으로 기초단체 정치인들이 중앙정치에 예속된다든지, 기존 국회의원들이 공천과정에서 기득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든지 이런 부분을 철저히 막도록 하겠다. 늦긴 했지만 공천과정을 개혁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 이번 결정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내세워왔던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이 깨졌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내세울 선거 전략이 있다면?
▲ 저는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우리는 약속을 지키려고 해왔던 것이고 불가피하게 약속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수많은 약속을 어겼다. 경제민주화부터해서 총리에게 장관 제청권을 다 주겠다든지, 장관들에게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다 넘겨주겠다든지, 또 여야 구분 없이 좋은 인재를 골라서 탕평인사를 하겠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좋은 공약이 많았다.

그런데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포함해서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복지 공약은 재원 때문에 속도조절을 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들어가지 않는 공약들은 왜 지키지 않는 것인가? 우리 당은 약속을 지키려 했는데 새누리당이 동참하지 않아 못한 것이다. 그런데 너희랑 나랑 똑같다고 물타기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아직도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은 유효하다고 본다.

-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을 꺼내들 때마다 보수진영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민주당은 왜 세비 30% 삭감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리면 지킬 수 있는 것인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것 아닌가?
▲ 제가 기억하기엔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가 꺼낸 이야기지 대선 공약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민주당은 지난 2012년 12월1일 문재인 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특별의총을 열고 세비를 30% 삭감하는 정치혁신안을 통과시켰다.)

- 문재인 의원이 최근 '박근혜정부 심판론'를 제기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심판론이 제대로 먹히겠느냐는 비관론도 있다.
▲ 지방선거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 하나는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로 생활정책 아젠다로 승부해야 하고, 또 하나는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방선거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에 대한 심판에 대해서 다들 꺼려한다.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 건드리면 우리에게 불리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나 국정원 문제라든지, 안보무능이 심각한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야당이 국민들에게 알리고 여기에 대해 견제할 힘을 달라고 읍소해야 된다. 이렇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것도 이런 부분들을 언론이나 야당들이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무공천 철회 결정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기초선거 몇 석은 더 건질지 몰라도 광역단체장 선거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 무공천 철회 결정을 하면서 선거에 유리할 것인가 불리할 것인가 하는 점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이제 국민들이 느끼기에 "너희들의 마음을 알겠다. 하지만 이렇게 불공정하게 가면 안 되지 않느냐 너희들도 1:1로 제대로 싸워봐라" 이런 요구로 받아들인 것이지 유불리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간에 기호 2번을 달고 당당히 싸울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mi737@ilyosisa.co.kr>


<김효석 최고위원 프로필>

▲ 제11회 행정고시 합격
▲ 중앙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 제16,17,18대 민주당 국회의원
▲ 민주당 원내대표
▲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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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