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⑩대한민국 헌정회 목요상 회장

"정치가 국민 걱정해야 되는데 국민이 정치 걱정"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 원로의 충고 한 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빛줄기처럼 반갑다. 길을 잃은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가 준비한 정치 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이번 호에서는 대한민국 헌정회 목요상 회장을 만나봤다.

대한민국 헌정회는 제헌국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헌정사 66년을 장식해온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가입되어 있는 국가원로단체다. 이런 헌정회를 이끌고 있는 목요상 회장은 판사 출신으로 서슬 퍼렇던 박정희정권 시절 '오적시와 다리지 사건'에서 소신 판결을 내린 일로 판사직에서 쫓겨나 운명처럼 정치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목 회장은 이후 한나라당 원내총무와 국회운영위원장,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거쳐 4선 의원을 지냈다. 올해로 팔순을 맞이한 목 회장은 꼬일 대로 꼬여버린 정치현안들에 대해 여전히 소신 있고 강단 있는 목소리를 냈다. 다음은 목요상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전직 국회의원의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의 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그동안 헌정회는 어떤 활동을 펼쳐왔는지요?
▲ 아시다시피 우리 헌정회는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입니다. 헌정회 회원 중에는 대통령을 지내신 분, 국무총리를 지내신 분, 장관을 지내신 분, 국회의장을 비롯해 각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내신 귀중한 분들이 엄청나게 많이 포진되어 있습니다.모두 우리나라 민주화와 산업화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분들입니다. 국정전반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헌정회는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귀중한 자산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고견을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부나 각계단체에 전달도 하고 세미나도 자주 엽니다. 이외에도 헌정회의 위상제고와 회원들의 복지증진, 친목도모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하며 정작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정쟁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여야 모두 당리당략에 너무 매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각 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내에서 여러 의견이 분출되면 그 의견들을 하나로 수렴해서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의견들이 이곳저곳에 분출되니 여야가 충돌하고 정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현재 국민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을 아주 싫어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국민들을 걱정해야 하는데 지금 거꾸로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습니다. 정쟁을 막기 위해선 우선 국회선진화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날치기 통과와 폭력국회를 지양하자는 의미에서 선진화법을 만들었지만 그게 오히려 지금 식물국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익 차원에서 원자력 방호방재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해도 결국 처리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여야를 떠나 민생 법안들을 잘 챙겨야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 한때 민주당에 몸담기도 하셨습니다. 최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국회가 민생과제를 하나도 해결 못하고 정쟁만 일삼다 보니까 구태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새정치를 해야 한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새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신당의 출현을 굉장히 반긴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양당이 합당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하는 행동을 보니까 새정치가 아니라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큰 실망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도 (새민련에) 큰 실망을 하고 있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을 합니다.

대통령 잘 하고 있지만 관료들은 '낙제점'
새정치 기대했지만 구태 답습 "실망했다"

- 앞서 언급하신 것처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새정치를 표방하며 정치권에 입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정치권을 구태로 규정하며 비판하기도 했는데 원로정치인으로서 섭섭하지는 않으셨는지요?
▲ 안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할 때는 참신한 인물이었기에 정말 구태를 청산하고 새정치를 만들어 내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국민들이 실망을 하고 있습니다. 구태를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한발 더 나아가서는 구태를 뺨치는 잘못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안 대표 본인도 냉철하게 자기성찰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요.
▲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아 국회로 보낼 때는 국민들 잘살게 해 주고, 바른 정치를 해달라는 기대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자기를 뽑아준 유권자들을 의식해서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 진짜 무엇인가를 엄격히 따져봐야 합니다. 해서 안 될 일은 하지 말아야 하고 꼭 해야 할 일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정말 저 사람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구나, 제대로 하고 있구나 하는 신뢰를 얻게 됩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지난 3월 임시 국회에서 민생법안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많은 국회의원들이 외유로 빠져나가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국민들로부터 국회가 불신을 받고, 비판을 받는 원인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 정치쇄신 논의가 나올 때마다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나옵니다.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의 성격부터 엄격히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가 받는 것은 연금이 아닙니다. 과거 이 나라의 산업화, 민주화 발전에 기여한 정치원로들에 대한 보훈적 차원의 최소한의 품위유지비입니다. 우리 회원들은 모두 국가발전을 위해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퇴직한 후에는 노쇄하여 기력이 떨어져서 일도 못하고, 소득도 전혀 없고 건강은 점점 더 나빠져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파도 병원에도 제대로 못 가고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외국에서도 의원연금이나 국비로 퇴직한 의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품위유지비를 지급하고 있는 국가가 많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헌정회 회원들에 대한 예우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어려운 전직 의원을 돕는 것은 동의하지만 지원금 지급 내역을 보면 18억의 자산을 가진 전직 의원도 120만원의 지원금을 똑같이 수급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요?
▲ 헌정회원들이 가진 재산이라는 게 대부분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가 유일합니다. 가진 돈이 많은 게 아니고 젊었을 때 마련한 아파트 한 채가 고작입니다. 아파트 시세가 오르는 바람에 자산가치도 오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는 바람에 아파트를 팔려고 해도 팔리지도 않고 세를 놓으려고 해도 잘 안 나갑니다.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시가가 9억원 이상의 경우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하우스푸어입니다. 수입도 없고 팔려고 해도 안 팔리는데 그런 분들을 지원하지 않으면 아파트에서 굶어죽으란 이야기와 똑같습니다. 지원금 지급 규정에 보면 소득이 일정액 이상 있는 사람은 지급대상에서 제외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기준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과 균형을 맞춘 것입니다.

- 회장님께서는 박정희정권에서 판사를 역임하며 공안사건에 대해 소신 판결을 내린 것으로도 유명하십니다. 서슬 퍼렇던 당시 소신 판결을 내리는 데 두려움은 없으셨는지요?
▲ 저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당시 오적시와 다리지 사건을 맡게 됐는데 과연 정부를 비판하고 고위직을 비판한 것이 반공법에 저촉되는 일을 한 것이냐를 소신껏 판단했을 뿐입니다. 김지하씨가 관련된 오적시 사건의 경우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정의사회를 구현하자며 정부를 비판한 것이지 김일성이나 북한정권을 옹호하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 다리지 사건도 아무리 검토를 해봐도 쿠데타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나라를 때려 부수자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독재를 타도하자는 것이었는데 북한을 찬양하거나 김일성을 찬양한 것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소신껏 판결을 했던 것입니다.

- 지금은 쉽게 말씀하시지만 서슬 퍼렇던 당시에는 외압이 엄청났다고 들었습니다.
▲ 당시에는 중앙정보부 직원이 법원에 상주하고 있던 시절입니다. 이 사람들이 수시로 내 방에 와가지고 고위층에서 관심 있는 사건이라는 둥, 잘못 처리하면 신상에 안 좋을지도 모른다는 둥 은근슬쩍 저를 굉장히 협박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위협에 굴복을 해서 죄가 아닌 것을 유죄라고 판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판결을 한 후에는 분명히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꼬투리 잡힐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몸조심을 엄청 했습니다. 평소 술을 좋아했는데 싸구려 술이라도 절대 남에게 얻어먹지 않고 차라리 혼자 한 잔 마시고 집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당시 판결을 문제 삼아 판사직에서 쫓겨났고 서울지역에선 변호사도 못하게 해서 초임지였던 대구로 가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 그런데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간첩증거조작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최근 발생한 간첩증거조작사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 사실 사건내용을 소상히 알지 못합니다. 수사기록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유우성이라는 사람이 실제로 간첩활동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판단하기도 어려운 입장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은 북한에서 탈북한 북한 주민이 아닙니다. 북한에 살고 있었던 중국 국적의 화교입니다. 그 사람은 탈북자를 가장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금을 불법으로 타내는 등 부정적인 행위를 했고, 서울시청에 들어간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봅니다.

자신의 친여동생이 오빠를 간첩이라고 말할 정도로 뭔가 수상한 행동을 했던 것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그렇다면 사건의 본질은 유우성이라는 사람이 간첩행위를 했느냐, 안했느냐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본말이 전도되어 가지고 간첩으로 몰기 위해서 국정원이나 이런 데서 증거를 조작을 했느냐 안했느냐에 초점이 쏠려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봅니다. 간첩이냐 아니냐하는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문서조작한 사건만 가지고 난리법석을 떠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우성씨의 유무죄 여부를 떠나 국가기관이 증거를 조작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닌지요?
▲ 물론 문서를 조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유우성씨가 간첩이냐 아니냐부터 가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부분을 우선 가리고 나서 간첩이 아니라면 왜 이런 조작을 했느냐를 따지고 책임을 추궁해야 합니다.

"남재준 사퇴요구는 너무 과도한 주장"
"정쟁 멈추고 민생법안부터 처리해야"

- 야권에서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고 여권 일각에서도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십니까?
▲ 저는 야당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봅니다. 남 원장이 그런 지시를 했다고 한다면 마땅히 물러나야 합니다. 형사책임도 져야 합니다. 그런데 남 원장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부하직원이 잘못된 행위를 저질렀다고 해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안보의 총책을 맡고 있는 사람을 그런 유우성이라는 작은 사람에 대한 문서조작 사건으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한다면 이 나라의 안보문제는 누가 책임을 지고 누가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번 사건이 남 원장이 물러날 정도의 사건은 아니라고 봅니다.


- 최근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통과의 최종 길목을 막아서고 월권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거셉니다. 과거 법사위원장을 지내신 바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회 법사위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의 체계정리와 자구를 수정하는 것입니다. 저도 과거 야당 시절에 법사위원장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법사위가 여당의 날치기 법안 통과를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현재 법사위는 너무 당리당략에 치우쳐서 월권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민생 현안 법안들을 쳐 박아 놓고 상정도 안하고 심의도 안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에서 요구하는 법안들은 아예 깔아뭉개고 있습니다. 정해진 범위 내에서 권한을 행사 해야지 이것은 맞는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평가해 주신다면?
▲ 저는 박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지금 여론조사들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상회하고 있는데 역대 대통령 중에 집권 2년차 지지율이 60%를 상회한 경우가 없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지지를 받고 있느냐 살펴보면 외교적으로는 정상회의 등을 통해 국위를 드높였고 우리나라의 존재감도 분명히 각인을 시켰습니다.

대북 관계에서도 원칙을 지켜나가면서도 나름대로 실리를 챙기는 성과를 냈습니다. 대표적으로 개성공단 문제도 원칙을 정해놓고 강력하게 밀어붙이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입니다. 내치에 있어서도 규제개혁을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고 잘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저는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원칙을 정해서 정책을 제시했으면 밑에 있는 사람들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을 해야 되는데 거기에 부응하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마지막으로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살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정치권이 선거열풍에 휘말려 민생을 외면할까 걱정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이번에야말로 정신을 바짝 차려가지고 올바른 일꾼을 뽑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18대 국회에서 쇠망치를 들고 회의장의 문을 부수거나 본회의장 의장석 앞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회의장 분위기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사람들이, 또 이석기와 같은 인물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국회에 들어와 있습니다. 정말 국민들이 정신 바짝 차려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올바른 일꾼을 뽑아주셔야 합니다. 정치권도 서로 협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mi737@ilyosisa.co.kr>


[목요상 회장 프로필]

▲ 서울고등법원 판사
▲ 제11,12,15,16대 국회의원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 국회 법사위원장
▲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
▲ 목요상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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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