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은행 비리’ 지적한 조남희 금소원 대표

서민 막고 부자 받는 '금융계급'을 아십니까?

[일요시사=경제2팀] 국내 은행들이 곪을 대로 곪았다. 전 은행권에 내부통제 부실,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의 횡령 및 내부 비리로 시끄럽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리 사건을 필두로 최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 비리도 수면위로 드러났다. 아울러 지난해 KB금융 직원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은행 도쿄지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하나은행은 KT ENS 사기대출 연루 의혹을 사고 있다. 왜 이렇게 은행들의 비리사건이 끊이지 않는 걸까? 금융전문가와 만나 시중은행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잇따라 터지는 온갖 은행 사건에 조남희 금융소비자 대표는 숨 가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8일 오후 금융소비자원 사무실에서 조남희 대표와 만나 국내 은행의 문제점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 국민은행 직원비리가 연이어 터졌다. 어디서부터 잘못 됐나?

▲ KB국민은행의 경우 관치금융부터 잘못됐다. 국민은행은 은행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고 경험이 부족한 CEO가 들어와 조직을 장악한 곳이다. 이렇게 되니까 조직 전체적으로 제대로 된 업무를 할 수 없다. 위에서부터 말단까지 업무 통제력이 약하니까 기강이 해이해지고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관치금융이 이어지면 보여주기식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사의 허술한 구조와 경영진의 한계, 권력과의 밀착 관계의 결과다.

- 지배구조가 어떻기에?

▲ 국민은행은 관치금융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3년에 한번씩 내려오는 낙하산 CEO로 인해 은행 전체 분위기가 확확 바뀐다. 3년마다 외부인사가 들어올 때마다 뜬금없는 주제의 경영 슬로건을 내세우니 직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는가.


윗선들 눈치 보느라 제대로 일할 수 없는 분위기다.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게 정상이다. 그래야 업무통제력이 갖춰지고,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3년마다 외부인사가 들어오니까 직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다. 정부에서 내려온 낙하산 CEO는 잠시 머물러가는 사람들이다. 3년이 지나고 또 누군가가 들어오면 분위기는 또 달라질 것이다.

- 내부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졌나?

▲ 시스템 자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름대로 잘 갖춰져 있다. 그동안 내부 통제시스템은 강화하려 했지만 직원들의 일탈행위는 막지 못하고 있다. 왜 그렇겠는가. 이것 역시 관치금융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권과 유착된 회장이나 은행장이 들어오니까 시스템이 아닌 인물 위주로 업무가 돌아가는 것이다.

아무리 시스템을 잘 갖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다. 국민은행은 굉장히 큰 민영은행이다. 정부가 개입하면서 더 커져버렸다. 그런데 이런 대집단을 외부 인사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정부는 마치 외부인사가 한 은행을 장악하면 통제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천만의 말씀이다. 정부가 과도하게 민영은행에 개입한 결과다.

-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리에 이어 해외지점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나오고 있다.

▲ 사실상 해외지점은 문제가 많이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리가 발생하기 쉽다는 이야기다. 우선 개인들을 받지 않고 기관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기업의 사금고화 될 수 있다. 특히 점포가 해외에 있다 보니 내부체제도 부실하고 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해외지점에 대한 의혹들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파문으로 도쿄지점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다른 해외지점들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 금융감독원에서 국민은행 내부통제를 전면 점검한다는데.

▲ 글쎄. 당국은 늘 사태가 터지고 난 후 움직인다. 금융권은 사후보다 사전 관리가 중요하다. 감사를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지금 발표되는 것도 비리가 터지고 난 후 부랴부랴 움직이는 모습이다.

“곪을 대로 곪았다”사건사고 잇달아
관치금융·부실감사가 금융사고 불러

- 정부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한다는데.

▲ 강력히 반대한다. 또 다른 금감원을 만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소프트웨어도 없이 막연히 보호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진정성도 없고 시야가 좁은 판단이다. 결국 자기네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민간 영역에서 어떻게 걸러줘야 하는지, 조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민간 부분을 육성해야 하는데 금융위원회는 이런 부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법에 대한 설명도 없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차라리 우리와 같은 기관이 10개가 있다면 그것이 차라리 낫다. 금융소비자원 같은 기관은 육성해도 1년에 15억도 안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에서 이러한 기관을 만들면 또 수백억이 들 것이다. 결국 밥그릇 싸움이다.

- 정부는 메가뱅크(500조원대의 초대형은행)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 우선 균형부터 잡아야 한다. 전반적인 금융권의 균형부터 잡고 나서 메가뱅크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됐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이 지금 글로벌 은행으로 커도 될 정도로 일을 잘하는가. 최근까지 상황만 봐도 국민은행의 지속되는 비리, 하나은행의 KT ENS 사기대출 연루, 개인정보 유출 등 제대로 된 은행이 없다. 지금도 이렇게 사고를 많이 치는 이런 은행들이 메가뱅크로 덩치만 커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 금융소비자원이 은행 관련 입장을 많이 내놓는 이유는?

▲ 지금 우리나라 은행을 보면 모든 금융이 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만큼 자산도 은행에 몰려 있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은행이 안전하다고 믿고 자신의 전재산을 은행에 맡긴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자산을 안전하게 굴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만큼 은행에서 한 번 사고가 터지면 문제가 너무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을 감시하는 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금소원은 금융 산업을 바로 잡기 위해 일하다 보니 은행 감시를 많이 하게 된다.

- 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 참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서민들을 기반으로 커진 우리나라 은행들이 이제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서민을 막고 부유층을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다. 가난한 서민들은 대출하기 어렵게 벽을 높여놓고 상류층 및 대기업은 대출하기 쉬운 구조가 됐다. 이러니 서민들이 어디로 가겠는가. 사금융으로 가는 거다.

이렇게 악순환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또 서민들이 주로 찾는 적금 금리는 너무 낮게 형성했다. 금융지식이 없는 서민들에게 보험, 펀드 등은 무책임하게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불완전 판매가 생기는 것이다. 돈벌이에 급급한 은행들의 무책임함이 사회 전체적으로 계급사회를 만들고 있다.

- 카톡 프로필 ‘사심이 적을수록 잘 보인다’라는 문구는 어떤 뜻인가?

▲ 말 그대로 어떤 일이든 사심이 적을수록 보인다. 나도 인간인데 사심이란 게 왜 없겠는가. 다만 바쁠수록 이 문구를 보며 스스로를 제어하기 위함이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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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