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사법개혁 아이콘' 정의당 서기호 의원

"황제노역, 국민뿐 아니라 판사 눈높이에도 맞지 않아"

[일요시사=정치팀] '법 앞에 만인 평등'은 법치주의 국가의 기본원칙이다.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무너지고, 불신의 싹만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수준은 어떨까. 범죄 혐의자의 지위고하에 따라 천차만별의 수사와 판결이 여전하고, 언론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한마디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논란이 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일당 5억원 황제노역 판결, 검찰·국정원의 간첩혐의 증거조작 수사 등을 보면 공정해야 할 법의 잣대가 기울어진 채 적용되고 있다.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현 사법부에 대한 조롱이자 슬픈 현실의 반영이다.

"60년간 안 바뀐 노역제도, 시대 변한만큼 개선해야"

이런 상황에서 판사 출신의 서기호 의원은 최근 법조계 현장을 분주하게 누비며 산적한 현안들과 조율이 필요한 법조계 갈등을 직접 듣고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또 다른 황제노역 방지를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일요시사>는 19대 국회 '사법개혁의 아이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의당 서기호 의원을 만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부 행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서 의원과의 일문일답.

- 허재호 전 회장의 '황제노역 논란'에 대해 판사 출신의 국회의원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 국민의 눈높이뿐만 아니라 판사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판결이다. 제가 사법연수원에서 배울 때(1998년) 벌금 2000만원 미만은 노역 1일에 2만원, 그 이상 벌금은 벌금액의 1000분의 1로 노역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배웠다.


실제로 법에는 판사의 재량을 무한하게 허용하지만 이렇게 하면 허재호씨 사례처럼 사회적 정의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어 연수원에서 나름의 기준을 잡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상식을 가진 국민도, 판사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 또 다른 황제노역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지난 1일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내용과 취지를 간략히 설명한다면.
▲ 허재호 황제노역 판결이 나오게 된 결정적 이유는 현행법상 노역 일당 환산액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역 일당의 상한선을 정하고, 최장 노역기간인 3년 초과부분에 대해선 벌금 납부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했다. 상한선으로 일단 100만원을 정했는데, 이 기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유연성을 가지고 조율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노역일수를 초과한 벌금에 대해선 반드시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

- 노역제도는 벌금 납부 능력이 없는 이들이 몸으로 때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법인데, 노역 3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벌금을 내게 한다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
▲ 노역제도는 지난 1953년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법이다. 당시에는 고액벌금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의 벌금 탕감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런데 이제는 경제 사정이 많이 바뀌었고, 양극화가 심해졌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죄질이 중한 고액 벌금자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대가 변한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판문제'가 불거지자 대법원은 해법으로 '지역법관'을 점차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법관 인사의 구조적 특성상 여전히 지방에서 오래 일하는 판사는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향판과 지역법관의 개념을 구별해야 한다. 지역법관은 2004년에 도입됐고, 그 이전에 일정한 지역에서만 근무했던 재판관을 향판이라고 한다. 즉 지역법관의 폐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판의 폐지가 본질이다. 법원 행정처가 의도적으로 향판의 부작용을 희석시키고 있다.

또 이 사건은 학연, 지연으로 얽힌 지역 토호와의 유착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출신지역에서 법관으로 오래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특검 도입 필요"
"국정원 불법수사 눈감은 검찰, 역할 포기한 것"


- 국정원·검찰의 서울시 공무원(유우성씨) 간첩혐의 증거조작 사건이 사회·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 탈북자들에 대한 국정원 합동심문센터 수사과정의 문제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이미 있어왔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유우성씨가 서울시 공무원이었다는 점이다. 만약 유씨가 1심에서 간첩으로 판결이 났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책임론으로도 이어졌을 것이다.

최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간첩 조작사건이 아니라 간첩혐의 사건"이라고 발언했는데, 이는 법무부 장관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깨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확인, 검찰 수사 등에서 드러난 바대로 이 사건은 간첩 증거조작 사건이다.

- 검찰 수사에서도 이미 확인된 만큼 누군가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검찰은 단순한 문서위조로 몰아가고 있다.
▲ 간첩 증거조작이라는 본질을 숨기려는 의도다.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검찰에게 돌아오는 비난의 화살을 최소화하려는 것인데, 국가보안법상 무고 및 날조 혐의를 적용할 경우 이들에게는 똑같이 국가보안법 위반이 적용된다. 이것은 국정원·검찰뿐 아니라 청와대도 원치 않는 결과이기 때문에 모해증거위조와 인멸, 사문서위조 등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기소된 인사는 국정원 직원 1명과 협력자 1명 등 2명뿐이다.
▲ 윗선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안됐다. 지금까지 나온 언론보도만 보더라도 국정원의 증거조작은 실무진 위로 보고서가 올라갔다. 또 협력자와 돈이 오간 것도 윗선의 결제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 사건이 박근혜정부의 첫 간첩 사건이라는 점에서 남재준 국정원장도 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몰랐다'고만 하는데 공식 경로가 아니라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 입수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법정에서는 외교라인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입수한 문건이라고 7차례 이상 주장을 했다. 검찰이 재판부를 속인 것이다. 검찰이 자기 식구인 검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검사의 도입이 필요하다.

- 유우성씨 사건에 대해 덧붙일 말이 있다면.
▲ 검찰과 국정원의 관계를 이번 기회에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검찰 공안부 검사들은 국정원의 불법적인 수사에 대해서 눈감아 왔다. 수사 협조자라는 이유로 국정원의 위법행위를 눈감아 왔는데, 이는 공익의 대변자인 검사가 자기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19대 국회가 어느덧 절반가량 지났다. 그간의 의정활동에 대한 소감과 향후 활동계획이 궁금하다.
▲ 국회의원이 된 이후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고 합리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판사 출신의 전문성을 살려 사법제도 개혁에 앞장서기 위해 노력했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전문성을 살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사법제도 개선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개선방안을 만들어 갈 것이다.

지난 3월 법정녹음 의무화를 집중적으로 요구했는데, 법원 행정처도 받아들이는 등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나아가 신청이 있을 경우 영상녹화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조만간 발의 할 예정이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서기호 의원 프로필>

▲ 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
▲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
▲ 제주지방법원 판사
▲ 전국 가톨릭 대학생 협의회 회장
▲ 서울대학교 공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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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