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호 2기 출범, 신한의 ‘새로운 시작’

'다른 생각·새로운 시작’으로 대한민국 금융사 새 지평

[일요시사=경제2팀] '신한'의 단독 질주가 놀랍다.

저금리 시대로 인한 이자마진 감소와 경기침체, 대기업 부실로 인한 대손충당금의 증가로 국내 금융그룹의 실적이 대폭 감소했지만, 이 가운데서도 신한금융그룹은 2008년 이래 6년 연속으로 금융권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26일 대한민국 금융의 신화를 써가고 있는 신한의 한동우호(號) 2기가 닻을 올린다.

소위 ‘신한사태’로 일컬어지는 전(前) 경영진의 분쟁으로 안팎으로 신한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가운데 취임한 한동우 1기가 시작된 지 만 3년만이다.

한 회장은 2011년 취임과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승계 프로그램 신설 ▲집단 지성을 활용한 ‘그룹 경영회의’ 정례화 ▲고객에게 통합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CIB, PWM 등의 사업부문제 신설 ▲전문성과 성과 중심의 공정한 인사 프로세스 도입 등 여러 분야에서 신한을 새롭게 변모시켰다.

이를 통해 신한이 과거의 영예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빠른 시간 내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 고객과 주주의 신뢰를 되찾았다.


또한, 신한금융그룹의 위상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평가에 있어서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 권위의 금융전문지 더 뱅커지(誌)는 지난 2월 신한금융그룹을 '글로벌 500대 금융브랜드'에서 국내 1위, 글로벌 43위로 선정했다.

2012년 57위, 2013년 51위에 이어, 2014년에는 전년보다 8계단 상승해 신한은 3년 연속 국내 1위 금융 브랜드를 차지했다.

또한, 올해 1월에는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한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 중 지난해보다 무려 56위 오른 30위를 차지함으로써 삼성, 포스코 등을 제치고 국내 기업으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장기간에 걸쳐 신한이 고객에게 보여 준 상품, 서비스, 사회공헌활동, 재무실적 등 다양한 기업활동이 총체적으로 평가를 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신한은 이제 한동우 집권 2기를 맞아 이제 한 단계 더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동우 2기의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1등 금융그룹의 '새로운 시작'이 바로 우리 눈 앞에 와있는 것이다.


‘다른 생각, 새로운 시작’

지난 1월 신한금융그룹은 2014년도 그룹의 경영슬로건을 ‘다른 생각, 새로운 시작’으로 발표하고, ‘고객을 위한 창조적 종합금융 실현’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따뜻한 금융의 내재화, 수익률 제고를 위한 창조적 금융, 은퇴 비즈니스 추진 차별화, 글로벌 현지화·신시장 개척, 채널 운영전략 혁신, 전략적 비용절감 성과도출이라는 6개 중점추진과제를 선정했다.

한 회장은 “이제는 ‘금융의 본업’이라는 관점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시기가 왔다”며 “하지만 정상에 오르는 것 자체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아니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정상에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과정을 중시하는 ‘등로(登路)주의’에 입각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신한에게 주어진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 입각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으로 신한의 '새로운' 시작을 하자는 경영 슬로건은 한동우 2기의 출범과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은퇴 비즈니스 추진 차별화

최근 금융권에서 은퇴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이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은 여전히 초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은퇴 비즈니스 추진 차별화는 은퇴라는 특정한 영역에서 창조적 금융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초기에는 시장 선점을 위해 양적 경쟁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언제까지나 그 틀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

이에 신한은 고객의 은퇴에 대한 니즈를 제대로 해결해 주기 위해서 고객이 어떤 은퇴 생활을 원하는지, 가장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위험 성향은 어떠한지 등 고객의 시각에서 접근하기로 했다.

은퇴라는 우리 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의 관점에서 우리가 가진 역량을 모은다면, 은퇴 시장은 신한금융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고객과 신한의 신뢰와 상생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글로벌 현지화, 신시장 개척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아 고성장의 기회가 남아있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그룹의 신 성장동력으로 필연적이며, 점차 글로벌화 되어가는 국내 기업들을 더욱 잘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금융의 역할이다.

현재 15개국 73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신한금융그룹은 각 금융지주사들이 일성으로 글로벌 진출을 외칠 때,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현지화’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해외에서 신한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5년까지 순익의 10%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창출한다는 비전 하에 지난 2년간 기존의 5대 핵심시장(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에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신성장 기회 발굴’과 차별화된 전략를 통해서 글로벌 사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이다.

채널운영전략 혁신

오늘날 IT 기술 발달로 인해 금융과 관련된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인터넷 뱅킹의 보편화로 창구 내점 고객이 줄어들고, 보험은 다이렉트 보험의 점유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으며, 펀드 시장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운용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펀드 슈퍼마켓 개념의 회사가 설립되었다.

취임 후 조직 안정화 견인…한국 대표 금융브랜드 등극
2기 ‘따뜻한 금융’ 업그레이드…‘미래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

결국,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살펴보면, 하나같이 금융회사의 기존 채널에 상당한 위협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한금융그룹은 미래채널의 모습을 예상하며, 전체적인 관점의 채널 전략에 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한이 생각하는 진정한 미래 채널의 모습이란, 대면 채널과 비대면 채널이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그 역할을 분담하고, 각각의 서비스가 고객 관점에서 물 흐르듯이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신한금융그룹은 그룹사간 채널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점점 효율성이 강조되는 경영환경 하에서 그룹사간의 채널 역할 분담과 마케팅에 있어서의 협업을 통해 그룹사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의 가치를 높인다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협업을 추구한다면, 차별화된 경쟁력은 물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략적 비용절감 성과 도출

저성장·저수익이라는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결국 비용의 전략적 집행과 통제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전략적 비용 절감이라는 것은 단순히 아끼고 줄이자는 것과 다른 말로, 효과적인 지출을 통해 그 효용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신한금융그룹은 ‘몸을 가볍게 하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즉, 기존의 확장 지향적인 점포 전략을 재검토하고, 본부 지원 조직도 마찬가지로 효율성 관점에서 재편할 계획이며, 사업 전략에 있어서도 차별화가 어려운 영역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출혈 경쟁을 벌이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면 고객의 편의성과 만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한은 이 부분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전략적 비용절감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궁여지책이 아닌 차별적 경쟁력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적은 비용으로도 고객에게 예전과 같은 수준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줄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신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

한 회장은 2011년 취임 후 그룹을 이끌어갈 사상적 가치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고, 창립 이후 신한을 이끌어왔던 혼이 무엇이었고, 작금의 시대에 걸맞는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 원점에서부터 숙고했다.

그 결과, 신한금융그룹의 존재가치를 이렇게 정의했다. 

“신한의 존재 이유는 사업을 영위하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금융의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 이라고.

이것이 바로 2011년 신한금융그룹이 그룹의 미션으로 정한 '따뜻한 금융'이다.

이는 금융회사가 본업인 금융을 통해 고객들과 따뜻한 유대감을 만들어 가지 않으면 성장은 물론, 생존을 담보 받을 수 없다 한동우 회장의 시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그동안 신한을 현재의 위치로 올려놓았던 수익성 일변도의 금융기업문화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일대 변혁이라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한동우 2기에서는 신한의 고유 명사로 자리매김한 ‘따뜻한 금융’ 이제 2014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다.

따뜻한 금융의 2.0버전인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시대가 요구하는 금융의 본업이란, 시대적 흐름에 맞는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고, 다음은 고객이 맡긴 자금을 잘 운용해서 불려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금융의 본업을 잘 하기 위한 도구인 금융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자금 운용의 방식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상품, 서비스, 그리고 자금운용의 방식에 있어서 과거와는 다른 방법,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한 회장은 이러한 새로운 방법론을 통틀어 ‘창조적 금융’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신한의 지향점을 달성하는 과정을 좀 더 구체화 해보면 아래와 같다.

고객의 가치가 커지면 신한도 그 일부를 수익으로 얻을 것이고, 또 더 많은 고객들이 신한과 거래를 하고 싶어할 것이다.

더불어 신한의 기업가치도 점점 커질 것이고, 이렇게 신한이 더 많은 고객들과 거래를 하면서 그들의 성공을 돕고, 경제 전반의 관점에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금융의 기능을 잘 수행하면, 사회적 가치도 커지게 된다.

이렇게 ‘고객’과 ‘기업’, 그리고 ‘사회’의 가치가 함께 커지면서 상생 발전을 이루어가는 ‘상생의 선순환구조’가 이루어지게 된다.

결국 따뜻한 금융의 개념을 발전시킨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은 ‘창조적 금융’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상생의 선순환구조’를 형성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 회장은 2기를 맞아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적극 추진하려 하고 있다.

첫 번째는 따뜻한 금융의 내재화이다. 즉, 지금까지 따뜻한 금융의 추진 경과를 보면, 그 개념에 대한 전파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며 회사 차원에서 따로 추진한 실적도 있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장 직원들의 일상 업무에 이르기까지 녹아 들어가지는 못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올해는 따뜻한 금융의 ‘내재화’에 중점을 두고 먼저, 각 사별로 현장의 실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는 원칙을 정립하고 실천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따뜻한 금융의 내재화 정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지속적인 개선을 유도하려 하고 있다.

두 번째가 수익률 제고를 위한 '창조적 금융'이다.

이는 자금 운용의 영역으로 좁혀서 생각해본 것으로 운용 측면에서 창조적 금융의 의미는 시대적 흐름에 맞는 다양한 운용의 방식을 모색함으로써 고객이 맡긴 자산을 잘 불려주고, 더불어 자체 운용 자산의 수익률도 높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빠른 성장을 계속할 때에는 운용처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즉, 투자를 하고 싶어도 자금이 없다 보니 금리는 올라가고 금융회사 관점에서는 ‘운용’보다 ‘조달’이 관건이 되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 성장이 둔화되어 금리가 내려가고, 자산 가격의 상승세도 꺾이면서 금융의 화두가 ‘운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즉, 금융회사의 보유 자산 운용 방식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주식, 채권 외에 다양한 투자 방안을 모색해 본다든가, 여신 일변도의 운용에서 벗어나 투·융자 복합상품을 시도해 본다던가 하는 것이다.

한 회장은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길을 개척하다 보면 그룹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에필로그>

한 회장의 취임 2기인 2014년 금융환경은 그 어느 해보다 불확실성이 높으며, 또한 정보유출 등 각종 이슈로 금융권을 향한 국민의 시선마저 따가운 상황이다.

하지만, 한 회장은 흥망성쇠를 거듭해온 수많은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누구나 어렵다고 외치고, 모르겠다고 고개를 떨구는 이 때, 더욱 철저한 분석과 준비만이 신한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이 커다란 전환기를 맞으면서 금융업 또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나가는 혼란기지만,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일수록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외부적인 환경이나 운(우연)이 아니라 변화에 맞게 대처하는 기업의 선택과 행동이라는 것을 한 회장은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아울러 “2기에는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을 통해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동시에,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위기에도 견딜 수 있는 재무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30년 넘게 금융업에 몸담으며 많은 금융회사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한동우 회장은 신한금융그룹을 지속가능기업이라는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이와 같은 전략 과제들을 반드시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동우 2기가 정상의 신한을 얼마나 더 높은 세계로 이끌 수 있을지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해웅 기자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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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