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오희국 한국정보보호학회장 '보안을 말하다'

“정보유출 대란, 이상하죠? 심각한데 국민들은 침착하니…”

[일요시사=경제2팀] "보안의 시작은 어떤 것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오희국 한국정보보호학회 신임 회장(한양대 교수)이 보안의 출발점에 대해 말했다. 오 회장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환경에서 검증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결국 보안은 신뢰를 향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KB국민, 롯데, NH농협 카드3사, KT, 티몬, CJ대한통운 등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줄줄이 터졌다. 이번에는 카드3사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대출 중개업자에게 추가로 팔린 사실이 드러났다. 2차로 판매된 개인정보는 1억 건에 육박한다.

"이번 개인정보유출 사태는 20년 만의 대형 붕괴 사건입니다. 과거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이야기죠. 그런데 국민들의 반응이 의외로 침착합니다. 다들 체념했기 때문이죠."

오희국 한국정보보호학회 회장이 연이어 터지는 기업들의 정보유출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에 씁쓸해했다. 오 회장도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국민카드, 롯데카드 확인해보니 나도 털렸다"며 "안 쓴 지 10년이 넘은 카드사 정보도 털렸다"고 웃었다. 안산의 한양대 캠퍼스 연구실에서 오희국 한국정보보호학회 신임 회장을 만나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오 회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카드3사 정보가 또다시 유출됐다.

▲ 우선 카드3사 1차 고객정보유출 당시 금융당국의 안이한 대책에 있다. 1차 고객정보 유출 사태 후 금융당국은 유출된 정보를 '회수'했다며 국민들에게 안심하라고 했다. 유출정보를 '회수'했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표현이다. 어떻게 디지털 정보를 '회수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 학회에서 정말 경악했다. 디지털 정보는 결코 회수할 수 없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원본인지 복사본인지 구분할 수 없다. 디지털 정보의 속성조차 모르는 금융당국의 태도에 2차 정보유출사태는 예상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 금융사들은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인데.

▲ 이번 사태는 어떤 고급기술을 가진 뛰어난 해커들에 의해 유출된 것이 아니다. 보안은 사슬과 같다. 모든 것이 단단해도 하나만 터져도 보안은 붕괴된다. 그런데 금융사들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철저한 감시는커녕 USB 통제도 허술했고, 고객정보에 대한 원본데이터도 덥석 외주업체에 넘겨줬다. 그만큼 내부통제가 허술하다보니 보안망이 쉽게 뚫린 것이다. 명백한 인재다.

- 인증수단은 적절한가. 해커들의 개인정보 수집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식별 번호가 필요하다. 애초부터 주민등록번호가 인증수단이 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주민등록번호 자체는 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고유의 ID로서의 기능만 해야 한다. 쉽게 바꿀 수 있는 카드 번호나 비밀번호와 달리 주민번호는 바꾸기 어렵다. 불변의 정보다. 그런데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곳이 너무 많다.

비밀스러워야 하고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되는 정보가 너무 쉽게 이용되는 셈이다. 이미 주민등록번호는 많은 곳에 퍼져있다. 또한 불행하게도 주민등록번호 안에는 개인의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주민번호만 알아도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생년월일, 지역, 성별까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찝찝한 거다. 식별 가능한 정보들을 암호화해서, 나중에 누군가 빼가더라도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 같다. 다른 방법은 없나.

▲ 비용이 들더라도 암호화해서 저장하는 방식을 추천할 수밖에 없다. 가장 강력한 인증수단은 지문인식이나 홍채인식이다. 그런데 너무 강력해도 문제다. 지문인식, 홍채인식은 한번 노출되면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추천할 만한 방식은 아니다. 노출이 되더라도 쉽게 바꿀 수 있는 인증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 외국은 어떻게 관리하나.

▲ 미국의 경우 주민번호를 인증수단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소셜시큐리티넘버(SSN)로 인증을 하기도 하지만 인터넷에서 인증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회사자체에 인증 수단을 갖춰놓았다. 따라서 어떤 은행에서 고객정보 유출사태가 터졌다 해도 해당 은행 거래자의 정보만 유출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주민번호를 인증수단으로 쓰다 보니 한번 터지면 다 같이 터지는 것이다.

주민번호 자체가 개인정보…단순 ID화 절실
"정보 회수했으니 안심? 이미 엎질러진 물"

- 해커들은 주로 어디를 노리나.

▲ 역시 금융사다. 돈이 관련된 은행, 카드사 등의 금융사 정보가 가장 효용가치가 높다. 금융사 고객의 정보는 마케팅에 쓸 수 있는 정보들이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과 카드사의 고객정보는 그 사람의 재정 상태까지 알 수 있어 이용가치가 높다. 금융사의 고객 신용정보를 통해 어떤 사람이 대출받을 만한 상황인지 파악이 된다. 해커들 입장에서도 팔아넘기기 굉장히 좋은 정보다.

- 그렇다면 소규모 사이트의 보안은.

▲ 쇼핑몰 등 작은 업체들의 보안 상태는 너무나 취약하다. 보안에 신경 쓸 여력도 없고 거의 뚫려있다고 보면 된다. 웹하드 업체를 조사한 적 있는데 이곳 보안도 굉장히 취약한 것으로 보였다. 밝혀지지 않았을 뿐 이미 많은 정보들이 유출됐을 것이다. 다만 업체 규모가 워낙 작다보니 고객정보 양이 많지 않고, 금융사처럼 재정 상태에 대한 정보가 없어 해커들에게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털어봐야 별 게 없기 때문이다.

- IT투자 현황 등 국내 보안의식은.

▲ 보안은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다. 보안은 보초와 같다. 따라서 보안투자는 국방비의 개념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보안이 이익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안투자를 말 그대로 나가는 돈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 보안을 못해서 잃는 손실이 너무 많지 않은가. 지난 2011년 농협에서 고객정보를 유출했다.

이후 금융사들이 부랴부랴 보안투자를 잠깐 늘린 적이 있다. 그러다 1년쯤 지나면서 조용해지니까 금융사들이 또다시 보안을 방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안투자를 동결하거나 더 줄였다. 특히 이번에 고객정보를 유출한 카드3사(KB국민, 농협, 롯데카드)는 지난해 모두 보안투자를 줄였다. 전쟁 평화시라고 국방비를 안 쓴 것이나 마찬가지다.

- 기업과 금융당국의 자세는.

▲ 안보는 외주에 맡겨서는 안 된다. 보안 작업은 내부에서 전문 인력을 채용해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보안작업을 외주에 맡겨버린다. 여기서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금융사의 경우에도 비대면 업무가 90%를 차지할 정도로 IT화되고 있다.

그만큼 IT분야가 전문화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IT업체들은 소규모 형태다. 금감원,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에도 IT분야 전문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보안 전문가가 있더라도 의사 결정하는 데 참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많은 분야가 IT화 되고 있는데 IT에 투자하는 예산은 터무니없이 적다. 시대는 변하는데 정부의 IT 개념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오희국 회장은?]

▲한국정보보호학회 19대 회장
▲방송통신위원회 민관합동조사단 위원
▲경기도의회 정보화위원회 위원
▲대검찰청 디지털수사자문위원
▲한양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전임교수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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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