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야구감독 9인9색 출사표

돌아온 야구의 계절…"우승 향한 담금질 마쳤다"

[일요시사=사회팀] 드디어 야구의 계절이 왔다. 2014년 프로야구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프로야구 9개 구단은 시범경기를 거치고 7개월간의 대항해를 시작한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컵은 어느 팀이 차지할 것인가. 각 팀은 어떤 전략으로 우승을 노리고 있을까.

[삼성 류중일]
“이 없으면 잇몸으로”

다수의 야구 전문가들은 삼성을 우승 0순위로 꼽는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를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은 ‘돈성’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2011년 이후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유망주 육성에 주력하면서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끽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조금 다르다.

에이스 오승환과 최고 출루율 배영섭이 각각 일본과 군대로 떠났다.

외국인 투수 제이디 마틴의 부상도 악재로 꼽히는 상황. 류중일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삼성은 지난 20일 오후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넥센과의 시범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8-8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삼성은 올 시범경기 첫 무승부를 기록했고 넥센은 3연패(2무)를 이어갔다. 이날 선발 장원삼이 6이닝 동안 8피안타(2홈런) 2탈삼진 7실점(6자책)으로 부진했지만, 마지막까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웠다는 점이 돋보였다. 경기 후 삼성 류중일 감독은 “장원삼이 비록 홈런 2개를 맞기는 했지만, 지난번 등판보다 공끝이 좋아진 것 같아 고무적”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한 이승엽에 대해서는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올해 이승엽의 홈런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두산 송일수]
“즐기면서 소신대로”

사실상 올 시즌 전력으로 따지면 두산만큼 누수가 심한 곳도 없다. FA로 이종욱·손시헌(NC), 최준석(롯데)을 한꺼번에 잃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혜천·임재철·김상현·서동환·정혁진도 팀을 떠났다. 코치직 제안을 거절하고 LG로 둥지를 튼 베테랑 김선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절호의 기회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볼스테드와 타자 호르헤 칸투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실력파 선수들이다. 지난 20일 잠실에서 두산은 한화를 5-2로 꺽었다. 송일수 감독은 “선발로 나온 유희관이 끈기있게 잘 던졌다.

출루를 많이 허용했지만 실점하지 않은 게 긍정적이다. 중간으로 나온 오현택과 정대현이 잘 던졌다. 특히 현택이가 좋아지고 있는 게 보여서 다행이다. 이용찬이 9회에 나와서 실점을 했는데 8회말 타선이 2점을 추가하면서 긴장이 풀렸을 수도 있다. 던지는 걸 봤을 땐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송 감독은 “타선에선 고영민이 좋은 타격을 했다. 2볼에서 노림수가 좋았다.

어제와 오늘 상대 실수로 득점을 했는데 우리도 실수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송 감독은 경기 전 2군에 있을 때보다 승리와 선수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송 감독 부임 이후 두산이 첫 연승을 달리자 65세 노감독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LG 김기태]
“선수들에 만족”

LG는 FA 시장 최대 큰손이다. LG는 전력 보강을 위해 2012년 100억을 투자했다. 그리하여 지난해 11년 만에 정규 시즌 2위로 도약했다. 그러나 올해는 외부 영입 소식이 없다. FA 이병규·권용관과 재계약을 한 게 전부다. 대신 LG는 1선발이던 레다메스 리즈와 재계약하고, 새 외국인 투수로 코리 리오단, 타자론 3루수 조쉬 벨의 입단을 성사시키면서 투수와 타자 보강에 힘썼다.


야구계는 LG에게 호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변수가 있다. 부상으로 재활 중이던 리즈가 LG를 떠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한 것이다. 다행히도 조쉬 벨이 한국 프로야구에 적응하고 있다. LG는 지난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시범경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결과로 LG는 시범경기 전적 4승 1무 2패를 기록, 공동선두에서 단독 선두로 올랐다. 

이날 전까지 공동 선두였던 롯데가 KIA에게 패한 것. 5회까지 상대 선발 윤희상에게 묶인 LG는 6회 1점을 만회한 뒤 1-3에서 8회 이진영의 내야 땅볼과 조쉬 벨의 적시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 후 김기태 감독은 “원정 9연전을 치르느라 선수들이 고생이 많다”고 밝힌 뒤 “남은 일정을 컨디션 조절 잘하면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올 시즌 3루에서 1루로 포지션을 변경한 정성훈과 내외야를 겸업하게 된 문선재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9개 팀 7개월간 대장정 ‘준비 완료’
2014 한국시리즈 ‘우승컵’어느 팀이?

[넥센 염경엽]
“시즌 초반에 승부”

넥센은 올 시즌 전력 보강에 가장 성공한 팀으로 꼽힌다. 이유는 2차 드래프트에서 LG 유망주 강지광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야구계는 올 시즌엔 강지광이 넥센의 최대 히트 상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넥센은 지난 19일 대전구장에서 한화와 시범경기 2차전을 펼쳤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판도를 예측하며 ‘9중’이라고 밝혔다. 새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늘어나 구단마다 외국인 타자들을 영입했다.

한마디로 전력이 평균화됐다는 것. 염 감독은 “이번 스토브리그 때 전체적으로 전력 보강이 잘 됐다. 그만큼 전력이 평준화됐기 때문에 4~5월에 처지면 위로 올라가기 힘들다. 그때 흔들리는 팀이 꼴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전체적으로 시즌을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반이 조금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은 이날 경기 포함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강정호는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 강정호는 왼손 약지 염좌로 18일 한화전부터 시범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부상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염 감독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29일 정규리그 개막전까지 강정호를 아낄 생각이다. 염 감독은 이미 선발진을 꾸려놓았다. 1선발 나이트를 시작으로 밴헤켄-오재영-문성현으로 이어진다.

금민철과 강윤구는 경쟁을 통해 5, 6선발을 맡을 공산이 크다. 넥센은 시즌 초반엔 6선발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 김시진]
“실험은 끝났다”

롯데는 중심 타선을 보강했다. 최준석 영입에 성공하면서 막강한 4강 후보로 올랐다. 선발진이 훨씬 좋아졌다. 경찰청에서 제대한 장원준과 그간 부상으로 침체했던 정대현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또한 손아섭-최준석-루이스 히메네스-강민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다른 팀과 견줘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승리의 열쇠는 외국인 선수들이 쥐고 있다. 히메네스는 선구안이 좋아 타율 2할8푼에 30홈런 이상이 기대되나 한국 투수들의 제구와 다양한 변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롯데는 지난 20일 KIA전에 낯선 인물을 1번 타자로 내보냈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타격 솜씨를 지닌 손아섭이 1번으로 출전했다. 김 감독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중이다. 결국은 가장 출루율이 좋은 타자가 1번을 맡아야 한다. 손아섭도 1번을 할 수 있다. 가고시마 캠프에서부터 고려했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29일 사직구장에서 한화와 이번 시즌 개막 2연전을 갖는다. 김시진 감독은 “아직 1,2,3,4선발 순서를 정하지 못했다. 조만간 확정하겠지만 KBO에 통보할 시점 전에는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시진 감독은 “미리 개막전 선발을 발표하고 난 후 컨디션이 유지되지 않아 곤란한 경우가 있다. 좀더 신중하게 고려해서 개막전 선발과 선발 로테이션 순서를 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 선발 투수 4명은 이미 확정됐다.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 장원준이다. 김 감독은 컨디션, 한화와의 상대 성적, 개막전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개막전 선발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SK 이만수]
“겨울부터 준비했다”

SK는 FA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그러나 SK의 전력은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SK를 우승 후보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부상한 선수들의 회복과 예비 FA가 8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특히 에이스 김광현은 4년 만에 처음으로 부상 없이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SK 이만수 감독은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의 올 시즌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지난 20일 SK는 LG와의 경기에서 선발 윤희상이 호투했지만 박정배가 부진하며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결과로 SK는 시범경기 전적 3승 1무 4패가 됐다. 이 감독은 경기에 앞서 “레이예스가 겨울부터 준비를 잘했다. 특히 커브와 체인지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

미국에서 자신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크리스 세든이 잘 됐으니 거기에 대한 자극도 받았을 것이다”고 전했다. 레이예스는 2013시즌 중반부터 고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레이예스의 커브와 체인지업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은 “직구 슬라이더와 구속 차이가 많이 난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커브와 체인지업의 제구를 잡기 위해 볼넷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제구가 잘 된다. 시즌 때 이렇게 가면 된다”고 만족했다. 이 감독은 시범경기 막판 포지션 경쟁을 두고 김광현과 박희수 외에 자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프링캠프 전에 머릿속에 구상은 해뒀는데 남은 시범경기를 통해 구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오고…가고…승패 관건은 ‘영입 인물’
전력 최적화 위한 각고 노력 ‘기대감’

[NC 김경문]
“노련+패기=승리”

NC는 올 시즌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다. 외국인 투수가 무려 3명이다. 선발진 절반 이상을 외국인 투수로 채운 것인데, 모두 다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FA 외야수 이종욱, 내야수 손시헌을 영입하며 내·외야진, 테이블세터진, 하위 타선 강화에 성공한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NC는 지난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과의 경기에서 5-13으로 패배했다. 이날 NC는 실책 4개를 범하는 한편 사사구 8개를 내주는 아쉬움을 보였다. 마운드는 5선발 후보들이 나란히 부진했다. 이날 NC 선발투수 이태양은 3피안타 5실점 3자책점을 남겼다.

투수들의 제구와 내, 외야 수비에서 동시에 문제가 발생한 탓이었다. 앞으로 손민한, 박명환, 이혜천 등 올드보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문제다. 김 감독은 어느 정도 우려하는 부분도 있지만, 고참은 고참으로서 예우하고 신예에게는 그에 맞게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적절한 안배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련한 선수와 패기 있는 선수의 장단점을 잫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KIA 선동열]
“비상체제 유지”

현재 기아는 어지럽다. 에이스 윤석민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며 투수진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견수 이용규가 한화로 떠난 것도 큰 손실이다.

그러나 기아가 영입한 외국인 선수 3명과 ‘이용규 대체 외야수’ 이대형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야구계는 기아 성적은 외부 영입 요원 4명의 활약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선동열 감독은 1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와 시범경기에 앞서 “오늘부터 사흘간 5선발 후보들의 마지막 경연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수 데니스 홀튼과 좌완 양현종, 우완 김진우 송은범으로 선발진을 꾸린 기아는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세 명의 투수가 경쟁 중이다. 불펜이 약하다는 점도 신경쓰이는 부분인데, 확실히 치고 나오는 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선 감독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선 감독은 “한승혁 박준표 등 불펜 필승조에 들어가야 할 투수들이 오키나와 연습경기 때보다 훨씬 안 좋은 공을 시범경기에서 뿌리고 있다. 정규시즌 때 구위를 회복해야 하는데 걱정”이라면서 “불펜진이 경험이 적기 때문에 선발투수들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줘야 한다. 다른 네 명의 투수들은 큰 걱정없어, 남은 한자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김응용]
“두 번 망신은 없다”

한화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용병 최고액인 80만 달러(이적료 제외)를 투자해 앤드류 앨버스에게 한화 유니폼을 입혔다. 또한 팀내 FA 선수들과 모두 계약했고, FA 최대어였던 정근우·이용규를 한꺼번에 영입했다.

김응용 감독은 “기존 선수들만 각성한다면 올 시즌은 한번쯤 승부수를 던져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 20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서 2-5로 패배했다.

한화로선 선발 송창현이 4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기록하는 등 5이닝 2피안타 2탈삼진 1볼넷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게 고무적이다.

다만 타선에선 잔루가 13개나 쏟아졌고 수비에서도 실책 4개가 쏟아지며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경기 후 김응용 감독은 “송창현이 잘 던졌다. 비록 홈런을 맞았지만 선발로서 준비를 잘 해나가고 있다”라고 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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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