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받는 트랜스젠더 사연

긴 생머리 휘날리는 군인…정체는?

[일요시사=사회팀] 트랜스젠더도 예비군훈련을 받는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군 전역 후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는 수술을 했다 할지라도 일반 남성과 동일하게 예비군 훈련을 받게 된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긴 생머리의 여성이 동원훈련장에 나타나 일반 남성들과 2박3일을 동고동락하기도 한다.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당황시켰다. 이 사진 속에는 실내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군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익숙한 교회의자와 얼룩무늬 전투복 차림의 예비군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긴 생머리의 여성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군필’ 트랜스젠더였다.

그녀들은 ‘군필’

사진의 진위를 두고 한때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중에는 ‘아내가 대신 예비군에 나온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본인 외에는 예비군 훈련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 그리고 ‘여군’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여군은 군복무를 마치면 퇴역처리가 되기 때문에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는다. 결국 사진 속 여성은 트랜스젠더로 좁혀졌다.

트랜스젠더가 예비군 훈련장에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군입대 전 수술을 하지 않고 입대 후 군생활을 마친 뒤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군필 후 커밍아웃을 한 이들의 주민번호는 뒷자리는 1로 시작하므로 법적으로는 남성이다. 몸은 여성이지만 남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지난여름, 직장인 A(26)씨는 2박3일간 동원훈련을 받기 위해 군부대로 향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했다. 그런데 다소 낯선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있었다. 긴 머리, 긴 속눈썹, 고운 살결, 심지어 화장까지 한 영락없는 여성이 전투복을 입고 서 있던 것이다. 예비군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예비군만 당황한 건 아니었다. 입소를 위해 주민등록증을 검사하던 현역병도 놀란 표정이었다. 민증을 검사하던 현역병은 상황실로 달려갔다. 이내 대대장 및 간부들이 집합했다. 간부들도 놀란 기색이었다. 이들은 급하게 회의를 한 뒤, 트랜스젠더로 밝혀진 이를 배려하기로 결정했다. 일반 예비역들과 다른 격실로 배치한 것이다.


트랜스젠더라도 규정상 훈련 면제나 열외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이 최선의 조치였다. 그래서 그는 2박3일 동안 훈련소 의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리고 남들과 똑같이 탄띠를 매고 소총을 들고 훈련에 임했다. 특별한 사고는 없었다. 단지 뒷말이 무성했을 뿐이었다. 그는 훈련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유유히 사라졌다고 전해진다.

대학생 B(24)씨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당일치기 대학생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도착한 훈련소에서 전투복을 입고 있는 여성을 만났다. 그는 두 눈을 의심했다. 여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에게 건너 들어보니, 캠퍼스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트랜스젠더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열외 없이 모든 훈련에 임했고 다른 학생들처럼 PX도 자연스럽게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이어져 안타까웠다는 후문이다.

전역후 뒤늦게 성전환 수술
일반 남성과 동일하게 훈련
동원 2박3일 동고동락하기도

이렇듯 예비군 훈련장에서 군필 트랜스젠더를 만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비록 트렌스젠더지만 군 생활을 겪었던 사람들이기에 훈련의 의무가 있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는 군필 트랜스젠터가 유독 많다고 전해진다.

특전사 출신의 한 동대장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트랜스젠터 예비군에 대해 알고 있다”며 “특히 용산구 쪽 동대장들을 통해 트랜스젠더 예비군 관련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소 밀집지역에 유난히 많다”면서 “그쪽에서는 아예 단체로 차에서 내려 훈련에 참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 군필 트랜스젠더들은 화장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에게 훈련 면제나 열외는 없다. 군필자에게 예비군 훈련은 의무이기 때문이다. 다소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겠지만 간부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트랜스젠더의 예비군 훈련 면제 및 열외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술 여부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애매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슈퍼모델로 화제가 됐던 최한빛은 과거사 고백을 통해 군면제에 얽힌 사연을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최한빛은 한 방송을 통해 입영신청을 했었지만 면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자들과 샤워를 하고 자야 하는 생활이 너무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최한빛은 “결국 정신과 진단을 가지고 무작정 병무청을 찾아갔다”며 “병무청 관계자가 ‘이 얼굴로 군대 갈 생각을 했냐’며 ‘성형은 어디서 했냐’고 물어봤다. 나는 ‘성형을 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군면제를 받았고 수술을 한 뒤 법원에서 호적 정정 및 개명 신청까지 마쳐 법적 절차를 밟아 여성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후 꾸준히 모델로 활동 중이다.

성 소수자인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인식이 날이 갈수록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서는 대중목욕탕 ‘여탕에 여장남자가 들어왔다’는 황당한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김모(31)씨를 붙잡았지만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김씨에게 어떤 법을 적용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호적정정을 하지 않아 법적으로는 남성이 맞았지만 성전환 수술로 여성의 몸을 가진 트랜스젠더였기 때문이다.

면제·열외 불가

경찰은 남성이 고의를 가지고 여장을 한 채 여탕에 입장했다면 성폭력특례법 혹은 주거침입죄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수술까지 한 김씨를 순수한 남성으로 보기 어려웠다. 결국 경찰은 적용법조를 상의한 끝에 김씨에게 경범죄처벌법상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조사과정에서 김씨가 출입구에서 표를 끊지 않은 채 여탕에 들어온 사실이 확인됐고 김씨의 사정을 알게 된 여성 신고자가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해달라고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호를 1번에서 2번으로 바꾸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FTM트랜스젠더’란?
‘상남자’ 꿈꾸는 여자들

트랜스젠더 중 여성의 육체지만 남성의 정신을 가진 사람을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라고 한다. 즉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남성만이 갈 수 있는 군대에 입대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진정한 남성으로 거듭나기 위해 군 입대를 희망하지만 FTM트랜스젠더는 법적으로 군 입대가 허용되지 않는다. 평범한 남자와 동일한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에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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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