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통합야당 설계한 새정치연합 김효석 공동위원장

"야합? 새정치라는 큰 길에서 다시 만난 것뿐"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전격적인 합당 선언 후폭풍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통합신당은 지난 1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어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하고 통합과정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발 정계개편은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어떤 바람을 몰고 오게 될까? 얼마 전까지 새정치연합의 신당창당추진단장을 맡아 신당창당 작업을 주도했던 새정치연합 김효석 공동위원장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한동안 새정치연합의 신당창당추진단장을 맡아 일했다. 민주당과 협상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윤여준 의장은 민주당이 '협상의 달인'들이라며 걱정하기도 했는데.
▲ 협상의 달인이라고 해도 어차피 민주당 의원들은 내가 다 아는 의원들이었다. (협상 과정에서 쟁점은) 민주당도 지금 상당히 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에 어떻게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당을 만들고, 새판을 짜느냐 였는데 크게 어렵진 않았다.

- 윤 의장은 민주당이 설훈 의원을 단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 그런 문제가 일시적으로 제기가 됐지만 협상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과정에서 내부조율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 그런 비판에 대해서는 안철수 의원도 아프게 생각해야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안 의원이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토론을 통해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이런 중대한 문제는 때론 지도자의 고독한 결단도 필요하다.

- 김 위원장 개인적으로는 지난 12월 민주당을 탈당한 후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가게 된 셈인데.
▲ 제가 민주당을 나오면서 우리가 더 큰 새정치의 길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양당이 개혁경쟁, 혁신경쟁에 나서면 결국은 새정치라는 큰 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단 그 시기가 빨리 왔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합당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신당추진단 발표가 있었다. 친노 의원들과 윤여준 의장 등이 빠진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안철수 의원도 친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 신당추진단은 실무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나도 빠져 있다. 윤여준 의장은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입장이지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협상하는 자리에는 맞지 않는다. 민주당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상대방이 친노든 아니든 전혀 상관이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안했고 민주당 스스로 결정했다.


- 안철수 의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거대정당의 양당제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해왔다. 통합신당이 탄생하면 양당제가 더욱 고착화되는 것은 아닌가?
▲ 우리가 제3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은 사실이다. 여전히 양당구조의 폐해와 담합구조는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제3지대의 목소리를 대변 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이 출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제3당을 지향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신당은 민주당의 대안정당으로 생각했던 거지 제3당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 다당제를 여러 차례 언급하지 않았나?
▲ 그렇다. 그것은 다당제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나 제도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이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제3당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양대 정당에 들게 됐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제3당이 출현할 수 있는 제도나 환경이나 이런 것들은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 예를 들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정당 기호순번제를 폐지한다든지 제3당이 출현하기 위한 여건을 만드는 정치개혁과제는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
 

- 신당을 만든다고 해도 민주당이 과연 변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수많은 정치혁신 약속을 했지만 막상 선거가 끝난 후엔 별로 지켜진 것이 없다.
▲ 대선이 끝난 후 많은 약속을 뒤집은 것은 새누리당이다. 민주당은 집권을 못했기 때문에 공약을 이행할 수도 없었다. 물론 민주당도 지키지 못한 것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기초선거 공천폐지는 아주 어려운 결정인데 지금 민주당이 함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에 대한 큰 믿음이 생겼다.

- 민주당이 변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현재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제명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변화를 요구할 생각은 없나? 안철수 의원은 여러 차례 안보는 보수라고 했다.
▲ 이석기 제명안은 아직 검토를 안해봤다. 그러나 통합신당 정강정책에서 분명히 쟁점을 만들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종북세력과는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하고, 경제정책부분에서도 성장에 관한 개념들을 접목해야 한다. 복지에 대해서도 복지포퓰리즘을 우리가 확실하게 막고 성장친화적인 복지를 해나가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확실히 만들어 내겠다.

"독선적 결단? 때론 고독한 결단도 필요"
"공천룰 정해지면 전패해도 승복하겠다"

-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합당을 결정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 당 만드는 거야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창당자금도 전혀 문제가 안됐다. 우리가 과거 정당처럼 그렇게 돈 많이 쓰는 정당은 안하려고 했다. 실제로 우리가 지금까지 4군데에서 시도당 발기대회까지 마쳤는데 거의 돈 안쓰고 했다. 만약에 창당하려고 했다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여력이 있었다.

- 그동안 합당의 역사를 보면 작은 정당과 큰 정당이 합칠 때 처음에는 5:5로 한다고 하지만 결국엔 그게 제대로 잘 지켜지지 않았다.
▲ 우리는 정당의 중심가치를 새정치로 할 수만 있다면 세력이야 민주당 세력이 됐든 새정치연합 세력이 됐든 상관이 없다. 새정치에 동의하는 세력은 다 새정치세력이지 민주당에 있었기 때문에 꼭 민주당세력이고 누구는 새정치연합세력이고 그렇게 나눠서 보지 않는다.


- 그렇다면 인물 구성과 상관없이 새정치라는 가치만 공유하면 된다는 말인가?
▲ 그렇다. 5:5라는 것은 지분이나 이런 것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정신이 5:5라는 이야기다.

-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세력이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가장 큰 쟁점은 ‘경선 룰’일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공론조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 공천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고 당헌당규 분과위원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는 어렵고, 이제 막 협상이 시작되고 있으니까 여러 가지 방식 중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바람을 확실하게 담아낼 수 있는 것인건가를 기준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

- 만약에 새정치연합 측 후보들이 경선과정에서 모두 패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나?
▲ 공천 경선 룰이 만들어지면 결과에 무조건 승복할 것이다. 공정한 경선 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경선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화학적 결합을 이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누구 측 후보인가 분류하는 것도 어렵지 않나? 예를 들어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경우 민주당과도 소통했고 우리와도 소통했던 분이고 통합신당이 나온 이후 출마선언을 했는데 어느 쪽 후보인가? 얘기하기 어렵지 않나? 그런 개념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새정치에 부합하는 사람이 경선과정에서 될 수 있도록 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당선되든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

-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 촉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무공천 이슈는 민생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정치의 모든 출발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약속을 안 지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별 공약이 다 나올 텐데 (아무리 민생 공약을 쏟아내도) 누가 믿겠나?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방선거에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 새정치이기 때문에 지켜 나가자 앞장서서 선언했고 민주당이 시차를 두고 무공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리도 어려웠지만 민주당도 어려웠을 것이다. 몇 만명의 당원이 탈당을 해서 나가게 되면 선거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하다.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데서부터 정치개혁을 실시해보자 약속을 지킨 것이다. 민생이라는 것도 이런 것부터 시작하는 것 아닌가?

- 무공천 결정에 대해 새정치연합 측이 후보군 발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 물론 전국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다 낼 순 없었겠지만 많은 분들이 우리 당의 후보로 출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분들은 무공천 결정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국민들이 그런 뜻을 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이번 합당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 지방선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특히 기초 선거는 우리 후보들이 난립하는데 어떻게 당선시키겠나? 그러나 말씀 드린 대로 이런 것부터 우리가 실천해나가는 것이 새정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해해주시길 바라고 국민과 함께 나가면 결국 새정치가 이기는 길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김효석 위원장 프로필>

▲ 제11회 행정고시 합격
▲ 중앙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 제16,17,18대 민주당 국회의원
▲ 민주당 원내대표
▲ 새정치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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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