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간첩증거조작사건 공동변호인 김용민 변호사

"증거 하나라도 내 놓고 간첩이라고 하라!"

[일요시사=정치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의 여파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국정원의 협력자인 김모씨는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위조문서를 작성했다"고 실토한 후 자살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여전히 증거조작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이번 사건의 공동변호를 맡고 있는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용민 변호사를 만나 사건의 실체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국정원 협력자인 김모씨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자살 기도와 관련해 수상한 점이 있다고 들었다.
▲ 추측일 뿐이지만 사건을 좀 빨리 마무리하려고 꾸민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검찰에서 진술을 하고 나와서 갑자기 자살시도를 했다. 유서에 남긴 내용도 이미 진술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또 이 사람이 하필이면 목을 찔렀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목이 다쳐서 말을 못하겠다.

이런 쪽으로 흘러가려고 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다음에 보도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유서에) 한글을 너무 깔끔하게 잘 썼다. 조선족이고, 중국에서 계속 살았던 분인데 우리나라 사람보다 맞춤법을 더 잘 맞춘 것 같다. 그게 좀 이상하다. 그래서 그런 점들을 보면 이 사람이 실제 유서를 자기가 썼는지, 아니면 국정원과 짜고 자살소동을 벌인 것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의 병원비를 누가 냈는지도 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입출경기록 등은 중국에 확인하면 금방 들통 날 증거들인데 국정원이 왜 이런 기록들을 조작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 그렇다. 쉽게 들통 날 일인데 기존의 사례를 보면 중국이 확인을 잘 안해줬다. 특히 남북관계와 관련된 일의 경우 중국에서는 거의 개입을 안했다. 그래서 우리가 사실조회를 신청할지도 몰랐겠지만 사실조회를 신청하더라도 답이 안 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한 가지 추측은 사실조회 신청을 하더라도 자기네 라인을 통해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사실조회 회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그런 일종의 자신감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행히도 사실조회가 사실대로 나왔던 거다.

- 국정원이 다른 사건에서도 증거조작을 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지?
▲ 배제할 수 없지 않나? 당장 내란음모사건에 대해서도 녹취록이 자의적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언론에서도 많이 나오지 않았나?


- 국정원 협력자 김씨가 유서에서 '유우성은 간첩이 맞다'고 적었다.
▲ 간첩이 맞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면 증인으로 나왔어야 한다. 검찰이나 국정원에서는 증인신청을 한 번도 안했고, 간첩이 맞다는 근거도 아무것도 제시 못하고 있다.

- 지난 2006년 어머니 장례식 때문에 북한을 밀입국한 사실은 유우성씨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2006년 이후 유씨의 대외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공안당국은 유씨가 각종 탈북자모임에서 활동한 이유가 탈북자정보를 모아 북한에 넘기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하는데.
▲ 갑자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유씨를 계속 후원해주던 신부님이나 이런 분들이 계셔서 기존에도 탈북자모임 같은 것들은 했었다. 그 다음에 생활이 안정화되는 단계에서 학교를 들어갔다. 대학교에 들어가면 당연히 동아리활동을 하지 않나? 다른 엄청난 일을 한 게 아니라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뭐 그 정도 수준이었다.

- 모임을 통해 탈북자 정보를 모은 것은 사실인가?
▲ 전혀 아니다. 결정적으로 유씨가 서울시 공무원이 되기 전에 탈북자지원재단이라는 곳에서 일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이 들어온 적이 있다. 탈북자지원재단은 우리나라 모든 탈북자들의 정보를 갖고 있는 곳이다. 만약 유씨가 간첩이고 북한에 탈북자 정보를 넘겨야 되는 임무를 받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거기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 안 갔다. 그리고 서울시청에 들어가게 된 거다.

"국정원 증거조작, 들키지 않을 자신감 때문?"
"국정원 다른 사건도 조작했을 가능성 있어"

- 공안당국이 여동생과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탈북자 명단을 주고받지 않았느냐며 추궁하자 유씨는 처음에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공안당국이 PC방에서 유씨가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화상 통화하는 모습이 담긴 CCTV를 보여주자 메신저 프로그램을 쓴 사실을 실토했다.
▲ 그건 저도 지금 기록이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부분은 1심에서 전혀 중요한 쟁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록을 봐야 알 것 같다.
 

- 지난 2012년 여동생을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데려오기 직전에 유씨가 자신이 쓰던 노트북을 포맷하고 휴대전화를 바꾼 점도 의심의 근거가 됐다.
▲ 그것도 좀 말이 안 되는 거다. 유씨가 노트북을 포맷한 것은 그냥 컴퓨터 쓰다 보면 버벅거리면 일반인들도 포맷하지 않나? 또 휴대폰은 바꿀 때가 됐으니까 바꾼 거다. 그게 날짜가 좀 비슷하게 맞았던 거지 의심할 만한 정황은 아니었다.

-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
▲ 국정원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으로 유씨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유씨에 대해 통신사실조회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런데 증거가 아무것도 안 나왔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하는 거다.


- 이 문제를 놓고 최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공동기자회견을 했는데 생중계 기자회견 직전 현수막에 국정원 '간첩' 조작사건을 국정원 '증거' 조작사건으로 고치는 해프닝이 있었다. 야권에서도 증거 조작은 맞지만 유씨에 대한 의심은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그건 뭐 정치적 부담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희 입장에서는 국정원이나 검찰에서 유씨의 간첩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한 개라도 내놨으면 좋겠다. 뭐 증거다운 증거가 하나도 없이 항소심에 와서는 남의 나라 공문서까지 위조해서 내놓고서는 간첩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심각한 문제다.

- 합동신문센터에서 동생 유가려씨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것인지?
▲ 머리를 계속 때리고, 벽에다 막 찧고 했다고 한다. 발로 차기도 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국정원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국정원이 인정한 사실만 놓고 보면 다른 탈북자 앞에서 망신주기, 반말하기, 조사하다 일으켜 세우기, 밤늦게까지 조사하기, 진술서 계속 쓰게 하기 등과 진술번복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협박을 한 사실도 인정했다.

우리나라엔 그런 법이 없는데 거짓말로 협박을 한 것이다. 가려씨가 심문과정에서 너무 힘들어서 자살기도까지 할 정도였다. 달력 같은 것도 안 줘서 오늘이 며칠인지도 모르고 언제 나갈 수 있는지도 안 알려줬다. '내가 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대답을 안 하면 여기서 죽어도 못 나가는구나' 이런 공포심을 느꼈다고 한다.

- 이 사건을 쭉 살펴보면 처음부터 표적수사였을 가능성도 있는 건가?
▲ 저희도 증거가 없어서 확실하게 말은 못하지만 정황상 그런 것 같다는 추측은 하고 있다.

-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들에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 왜곡되어 보도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유씨가 서울시에서 근무할 때 기초생활수급자를 관리하는 일을 했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유씨가 탈북자를 관리한 것처럼 보도했다. 또 최초 제보자라고 했던 분의 경우는 신분노출을 우려해서 철저하게 비공개 재판을 했는데 이분이 갑자기 언론에 가서 인터뷰를 했다.

그분이 얘기했던 것들이 1심 법정에서 진술했던 것들이랑 대동소이 했는데, 1심에서는 아예 증거가치가 없다고 판단을 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와서 마치 뭔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사실상 왜곡보도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유씨 신상과 관련해 여러 가지 왜곡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김용민 변호사 프로필>

▲ 사법연수원 35기 수료
▲ 현대증권 사내변호사
▲ 법무법인 영진
▲ 서울남부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
▲ 대신증권 사내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