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⑥민주당 이부영 상임고문

"통합신당, 지방선거 넘어 총·대선도 해볼 만하다"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계 원로의 충고 한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한줄기 빛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잃어버린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계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요시사>가 이번 호에 만난 정계원로는 민주당 이부영(71) 상임고문이다.  

민주당 이부영 상임고문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서슬 퍼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재야 3인방(김근태·이부영·장기표) 중 한 명이다. 정권의 가시 같은 존재였던 만큼 수차례 '투쟁→투옥'을 반복하다 1990년에야 꼬마 민주당(구 민주당)에 합류하며 제도권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이 고문은 서울 강동갑에서 14·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그 사이에도 많은 정치적 역경을 겪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국민회의를 창당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등과 함께 통합민주당에 남았고, 1997년 대선과정에서는 통합민주당과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중 하나)이 합당해 한나라당이 되자 이에 동참했다.
한나라당에서는 구 민주당 출신 인사 중 유일하게 지도부(원내총부, 부총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특유의 개혁성향과 잦은 소신 발언은 한나라당 지도부 및 보수성향 의원들과 맞지 않았다. 결국 2003년 7월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열린우리당에 합류해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상임고문으로 당에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자문을 하거나 동북아평화연대 활동에 관여해 연해주, 시베리아의 고려인들을 지원하고 교류하는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이 고문의 사무실을 찾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꽉 막힌 정치권이 나아갈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이 고문과의 일문일답.

-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지난 2일 통합신당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그동안 민주당은 별로 잘못한 것도 없이 지지도가 낮았습니다. 최근 두 번의 총·대선에서 패배하며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기도 했지요. 보수언론 중심의 현재 언론지형에서 민주당의 목소리와 행동은 부각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통합으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프레임에 민주당이 함께 하게 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되고 국민의 기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그간 민주당이 잘해왔다는 말씀인가요?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외면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북한과 평화·공존하기 위해 교류를 하자는 햇볕정책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김정일 사후 3대 세습이 됐고, 어려운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체제 유지를 위해 핵개발에 나섰습니다. 최근에는 장성택 처형과 같은 현대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야만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지요. 결국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아주 나빠졌습니다. 민주당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 북한의 행동에 민주당이 억울하게 돌을 맞은 경향이 있습니다.

- 새누리당에서는 민주당-새정치연합 통합에 대해 과민반응이라 할 정도로 강도 높은 비판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습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 보십니까?
▲ 오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분열돼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다 차질이 생겨서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차기 총·대선까지 생각하니 히스테리가 발동한 것이지요. 선거를 앞둔 정치적 변동기에 손해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의미 없는 말들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들이 냉정한 판단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 가까이는 6·4지방선거, 멀리는 차기 총·대선에서 통합신당이 유리해졌다고 보시는 건가요?
▲ 통합신당의 출현으로 힘이 커진 야권의 대선공약 이행, 지난 대선에서의 공공기관 불법개입에 대한 추궁은 이제 국민들에게 굉장히 무겁게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구도 자체도 여권과 1대1 맞상대를 펼치게끔 짜져 지방선거뿐 아니라 차기 총·대선에서도 해볼 만한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 정치권에서는 126석의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이 이제 창당을 준비 중인 2석의 새정치연합과 통합하며 지분을 5대5로 나누기로 한 것은 너무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 정치는 숫자놀음이 아닙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큰 명분이나 흐름을 봐야 합니다. 숫자로만 따지면 '126+2=128' 이지만 정치에서는 차후에 200 이상의 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미래를 본 것이지요. 발밑에 떨어진 불만 보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은 죽은 정치입니다. 차기 총선에서 야권이 정말로 200석을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의 야당 무시, 국민 무시 정치는 더 이상 없게 될 것입니다.

"기초선거 무공천 명분 아니어도 통합논의 있었을 것"
"여권 과민반응은 선거 패배 우려한 히스테리 불과"

- 통합으로 인한 야권의 장밋빛 전망을 얘기하셨지만,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고 견고해 보입니다.
▲ 집권 1년 정도는 국민들이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지고 봐주는 면이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부정선거를 저지른 것이 거의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1년 정도는 허니문 기간이라 봐준 것이지요. 그 다음에도 잘못하면 국민들도 손을 보자고 나설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손을 보기 시작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가 될 것입니다.

-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작동하기에는 시기상 취임 1년4개월째 열리는 것이어서 이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조금 이른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은 이미 속으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 수차례의 정상회담을 한 것과 한복패션을 뽐낸 것 외에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내수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개인 신용정보는 줄줄 새서 국민 불안이 가중됐습니다. 또 노동문제는 정부가 사측의 편만 들면서 노측을 완전히 무시해 국민들이 마음을 붙이고 살기 힘든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정권심판론이 작동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통합신당의 외형상 명분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동 이행입니다. 통합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명분이 작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난 대선의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을 지키라는 야권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거나, 상향식 공천이라는 엉뚱한 카드를 꺼냈습니다. 억지 춘향식 상향식 공천 카드를 꺼내들기는 했지만 내용적으로 이것이 상향식 공천인지도 의문입니다. 특히 기초선거 무공천 명분이 아니었어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정강·정책의 유사성으로 충분히 통합논의가 내부적으로 있었을 것입니다.

- 양당의 유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남북문제, 중산층 이하 계층을 겨냥하는 경제정책 등 공통점이 많습니다. 오히려 갈라져 있는 것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젊은 지지자가 많은 새정치연합과 중장년층 지지자가 많은 민주당은 세대 통합적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안 의원은 영남 출신(부산)이고 민주당은 호남 출신이 주류를 이루를 이루고 있는데 지역통합의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 이 고문께서 참여하고 계신 범야권 원로들의 모임인 국민동행은 통합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지요?
▲최근 몇 차례 회합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잘됐다, 우리가 할 일이 없어졌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국민동행은 차기 총·대선까지 내다보고 야권이 될 수 있으면 갈라지지 않고 선거를 치르기를 바랐는데, 대단히 흡족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국민동행은 정당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 예를 들면 헌법 개정, 선거법 개정 등의 문제에 대해 여야를 넘나들며 논의를 촉발시키는 등의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기초연금과 관련해서도 여야의 입장차가 커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 박 대통령이 처음 약속을 할 때는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20만원 이상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선 후 별다른 해명도 없이 갑자기 말을 바꿨습니다. 박 대통령의 당선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분들이 어르신들인데 그런 분들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은 것이지요. 최근 분위기를 보면 어르신들도 당초 약속을 지키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에서 기초연금 문제는 꽃놀이패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은 의혹만 남긴 채 이대로 묻혀가는 모양새입니다.
▲ 사법부의 판단을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무죄 판결은 이 사건이 어느 쪽으로 귀결이 될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이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결정만이 남았는데 지방선거 이전에 판결을 내릴지 아니면 이후에 내릴지 눈여겨봐야 합니다. 사법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국민들은 이미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정도가 '당락을 바꿀 정도인가?' 라는 것에 대한 국민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 왜 이렇게 된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이 사안은 처음부터 민주당이 부정선거로 끌고 가기 어려웠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대선 패배를 곧바로 시인했기 때문입니다. 문 의원이 성급했습니다. 대선 투표 전 이미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은 포착이 됐는데, 문 의원은 사건이 어떻게 귀결되는지를 보고 판단을 내렸어야 하지만 경솔하게 너무 일찍 승복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사과해야 합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지금 아닌 미래를 봐야"
"박 대통령은 운 좋은 케이스…준비된 대통령 아냐"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내리시겠습니까.
▲ 박 대통령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이명박정권의 연장이지만 차별화 위장에 성공했고,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직접적 도발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통·인사·공약 이행 등을 보면 결코 능력 있는 대통령, 준비된 대통령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남은 임기는 어려움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 정치권 후배들에게도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시지요.
▲ 동아시아의 세력 판도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안보와 경제의 엄청난 불균형 속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는 후배 정치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너도나도 권력의 향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급변하고 있는 동아시아 세력 판도 등 국제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대담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민주당 이부영 상임고문 프로필>

▲민주당 상임고문
▲열린우리당 의장
▲한나라당 부총재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부총재
▲민주당 부총재
▲3선 국회의원(14·15·16대)
▲민주민중운동협의회 공동대표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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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