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국 프로골프 남녀대회 결산

‘범띠 동갑내기’배상문-서희경 ‘국내지존’ 확인

올해 한국프로골프에서는 86년생 ‘동갑내기’ 배상문(23·키움증권)과 서희경(23·하이트)이 남녀 4관왕에 오르며 국내대회 ‘최강자’로 우뚝 섰다.

남자대회에서 배상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 상금액이 걸린 한국오픈(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3억원)을 2연패하며 2년 연속 상금왕 굳히기에 성공했고 서희경은 시즌 막판까지 유소연(19·하이마트)과 피 말리는 대상, 상금왕, 다승왕 경쟁을 펼친 끝에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CAPS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해 최저타수상까지 거머쥐며 4관왕 타이틀을 쓸어 담았다.

범띠생 동갑내기인 둘은 지난해 김형성(29)과 신지애(21·미래에셋)에게 각각 대상 포인트에서 밀려 최우수선수에는 뽑히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완벽한 플레이를 시즌 내내 펼쳐 보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남녀대회 4관왕 등극하며 국내대회 최강자 우뚝
배상문 한발한발 내디뎌 마침내 정상탈환 성공


올 시즌 발렌타인 대상과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 등 4관왕을 거머쥔 배상문은 결코 깜짝 스타가 아니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매년 급성장을 보이며 한국프로골프의 차세대 스타로 일찌감치 예견된 ‘젊은 피’였다. 2005년 16개 대회에 참가해 5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상금랭킹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인 2006년엔 데뷔 2년 만에 에머슨퍼시픽그룹 오픈에서 마침내 생애 첫 승을 기록하며 상금랭킹 11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2007년에는 시즌 네 번째 대회로 열린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반기부터 맹활약을 펼쳐 마침내 상금랭킹 4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2년 연속 우승으로 상세를 탄 배상문은 지난해엔 2승 포함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리고 6차례 ‘톱20’에 오르는 안정된 기량으로 마침내 데뷔 4년 만에 상금왕에 등극했다.

프로대회에서 확실한 우승해법을 찾은 배상문은 지난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 미국 PGA투어에 도전장을 냈지만 고배를 마신 후 올해 국내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올해 미국 PGA투어에 재도전한다는 뜻을 밝힌 배상문은 국내에서 세계무대로의 더 큰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차세대 스타로
예견된 ‘젊은 피’

올해 남자대회의 최강자로 배상문과 함께 김대섭(28·삼회저축은행)을 빼놓을 수 없다. 김대섭은 지난 2005년 우승 1회, 준우승 3회 등의 성적으로 상금랭킹 4위에 오르며 당시 최고의 유망주로 주가를 올렸다. 하지만 2006년 개막전인 롯데 스카이힐 오픈에서 3위에 오른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2007년엔 수차례 컷오프 당하며 좀처럼 슬럼프 탈출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잘나가던 유망주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마추어 시절 2차례 한국오픈을 제패했던 저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지난해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 국내 최장타자 김대현(20·하이트)과 연장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해 3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샷 감을 되찾았고 이후 열린 7개 대회에서 5차례 ‘톱10’에 입상하며 데뷔 후 최고 성적인 상금랭킹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슬럼프를 말끔히 떨쳐낸 김대섭은 올해 최고의 퍼팅감을 앞세워 15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1회 포함 ‘톱10’에 11차례 이름을 올렸다. 이 중 7차례 ‘톱5’에 랭크돼 배상문에 이어 상금랭킹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올해 한국프로골프는 배상문, 김대섭 등 ‘최강자’들의 격돌의 장이 매 대회 이어졌지만 무명의 돌풍도 그 어느 해보다 거센 한 해였다.

시즌 개막전인 한-중 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는 무명의 이태규(36·슈페이어)가 마지막 날 6언더파를 몰아치며 기적 같은 7타차 대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태규는 2002년 29세의 나이로 입회한 후 한 차례도 ‘톱10’에 이름을 올려본 적 없는 무명선수였다. 그런 그가 개막전 우승과 함께 올 시즌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리며 상금랭킹 10위에 오르는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특히 최근 20대 ‘젊은 피’들의 맹활약으로 해외파 및 30~40대 골퍼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룬 쾌거여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이태규와 함께 또 한 명의 무명의 반란을 일으킨 선수로는 박상현(26·앙드레김골프)을 꼽을 수 있다. 2005년 데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군에 입대, 육군 병장 제대 후 지난해 투어에 복귀한 박상현은 상금랭킹 51위를 기록하며 1차 목표인 풀시드권을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올해 시즌 5번째 대회인 SK텔레콤 오픈에서 한국인으로 미국 PGA투어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최경주(39·나이키골프)를 맞아 흔들림 없는 샷을 펼쳐 보이며 우승을 차지해 생애 첫 승을 한국인 최고의 선수에게 축하받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 박상현은 2주 후에 열린 KPGA선수권에서 또다시 우승기회를 맞았다.

시즌 내내 이어진
무명의 반란

홍순상(29·SK텔레콤)과 동타를 이룬 후 연장승부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홍순상에게 우승컵을 헌납한 박상현은 시즌 종반에 열린 에머슨퍼시픽 힐튼 남해 오픈에서 또다시 우승을 차지해 배상문과 함께 2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류현우(28·테일러메이드)와 맹동섭(22·토마토저축은행), 이기상(23) 등이 데뷔 후 첫 승을 거둬 내년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여자대회에서는 ‘절대지존’ 신지애의 올 초 미국 진출로 인해 올해 ‘국내지존’의 자리를 놓고 국내파들 간의 경쟁이 어느 해보다 치열했다. 그중 지난해 신지애에 이어 ‘차기지존’ 후보로 서희경이 유력한 가운데 신인왕을 차지한 신예 최혜용(19·LIG)과 유소연(19·하이마트), 김하늘(20·엘로드), 안선주(21·하이마트) 등이 물망에 올랐다.

그리고 올 시즌 뚜껑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앞서 나간 것은 최혜용이었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최혜용이 가장 먼저 우승 포문을 연 것이다. 그리고 올해 국내에서 열린 실질적 개막전인 김영주골프 여자 오픈에선 또 다른 신예 이정은(21·김영주골프)이 우승을 차지해 이변을 예고하는 듯했다.

‘차기지존’ 후보서 ‘국내지존’으로 우뚝 선 서희경
‘더 이상 슬럼프는 없다’ 완벽하게 부활한 김대섭


하지만 시즌 3번째 대회부터 서희경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서희경은 2타차 3위에서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역전우승에 성공했다. 지난해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던 서희경은 올해도 첫승 이후 바로 다음 대회인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순식간에 상금, 다승 부분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서희경의 독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5월과 6월에 열린 5개 대회 중 3개 대회를 연이어 석권한 유소연이 서희경을 밀어내고 선두로 치고 올라온 것. 특히, 유소연은 8월에 열린 후반기 첫 번째 대회이자 올해 가장 큰 상금(8억원, 우승상금 2억원)이 걸린 하이원리조트컵 SBS 채리티 여자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 대회까지 절반을 마친 상황에서 무서운 상승세로 독주체제를 갖춘 유소연을 대적할 만한 선수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후반 들어 유소연이 부진한 틈을 타 서희경이 다시금 힘을 내기 시작했다. 10월에 열린 시즌 두 번째로 상금이 많은 하이트컵 챔피언십(총상금 6억원)과 다음 대회인 KB 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 파이널(총상금 5억원)을 연이어 제패한 것이다.

하지만 4승씩을 나눠 가진 둘은 이후 호각세를 보이며 대상 포인트와 상금액에서 근소한 차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황에서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CAPS 챔피언십을 맞았다. 이 대회에서 최소 대상과 상금왕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승패는 사실상 2라운드가 끝나며 결정됐다. 서희경은 유소연에 7타차 2위에 올라 최종일을 맞은 것이다.

시즌 뚜껑 열리면서
최혜용 치고 나가

지난해 유독 시즌 막판에 힘을 냈던 서희경은 올해도 마지막 대회 마지막 날 대부분의 선수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때 6타를 줄이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 시즌 5승과 함께 상금왕, 대상, 최저타수상까지 4관왕을 확정지었다.

한국여자프로 무대에서 새로운 ‘지존’의 등극을 알린 것이다. 서희경의 4관왕 등극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 유소연은 지난해 막판 최혜용에게 신인왕을 내주어야 했던 뼈아픈 경험을 했는데 올해도 대상과 상금왕을 놓고 서희경에게 역전 당해 2년 연속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난해 신지애와 서희경이 분명한 1, 2인자 자리를 유지했다면 올해는 서희경과 유소연이 총상금 6000만여 원 차로 순위가 결정돼 사실상 ‘양강 구도’로 올 시즌을 이끌어 왔다. 총상금 6억6000만여 원과 6억여 원을 기록한 서희경과 유소연 뒤를 이어 상금랭킹 3위에 오른 안선주가 2억5000만여 원을 기록해 2위와 무려 3억5000만여 원의 차이를 보였다.
 
3위 안선주부터 15위 오안나(20·동아회원권)까지 1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여자대회는 지난해 역대 최다대회인 26개 대회를 치렀고 올해는 7개 대회가 줄어든 19개 대회를 치렀지만 ‘지존’의 자리를 놓고 ‘강자’들이 맞붙는 상황이어서 흥행 면에서는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승자와 관련해서는 서희경과 유소연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다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매년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안선주가 2승, 올해 데뷔 후 첫 승과 함께 2승을 기록한 이정은, 그 외에 최혜용, 최나연(22·SK텔레콤) 등이 1승씩을 가져갔고 김현주(21·동아회원권), 임지나(22·엘로드), 이보미(21·하이마트), 김현지(21·LIG) 등이 각각 생애 첫 승의 주인공이 됐다.

신예들의 선전으로
우승자 예측불허

올해 여자대회는 서희경(5승), 유소연(4승)이 총 19개 대회 중 절반에 해당하는 9개 대회 우승컵을 가져간 가운데 안선주(2승)와 이정은(2승)이 4개를 가져갔다. 그러나 지난해 3승과 2승을 거두며 올 시즌 ‘강자’ 대열에서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였던 김하늘(21·엘로드)과 홍란(23·먼싱웨어)은 무관에 그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 상금랭킹 3위를 기록하며 올해 ‘지존’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였던 김하늘은 무관에 그치며 상금랭킹도 7위로 밀려났고 홍란은 13위, 김혜윤은 지난해 7위에서 올해 20위로 밀려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우승 없이 준우승 2회 포함 ‘톱10’에 7차례 이름을 올리며 상금랭킹 10위에 올랐던 윤채영(22·LIG) 역시 올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3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려나 상위권 선수들 간의 실력 차가 그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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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