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⑤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

"안철수에 민주당 팔아먹었다고? 결국 민주당이 주도권 잡을 것"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 원로의 충고 한 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빛줄기처럼 반갑다. 길을 잃은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가 준비한 정치 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이번 호에서는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을 만나봤다.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은 우리나라 정치의 산 증인이다. 정 고문은 지난 1977년 불과 34살의 나이에 제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5선 의원을 지내며 민주당 대표까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또 40년 가까운 정치 이력 속에서 두 번이나 대선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잠시 정치권에서 물러났던 그는 최근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이하 국민동행)'이란 모임을 창립하고 공동대표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임 멤버들도 범야권 정치원로들로 매우 화려하다. 상도동계의 김덕룡 전 의원과 동교동계의 권노갑 전 의원, 새정치연합 김효석·이계안 공동위원장도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정 고문은 길을 잃은 대한민국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다음은 정 고문과의 일문일답.

- 정 고문님의 제안으로 최근 창립된 국민동행이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국민동행의 취지와 역할은 무엇입니까?
▲ 국민동행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시민단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동행의 취지는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시대적 소명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역할로는 개헌운동과 대통령이 공약을 잘 지키도록 촉구하는 일, 야권이 선거에서 분열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일 등이 있습니다.

- 정 고문님께서는 국민동행이 정치적 시민단체에 가깝다고 언급하셨지만 최근 홍영기 국민동행 전남상임대표가 목포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사실상 창당은 아닌지요?
▲ 결코 창당일 수 없습니다. 앞으로 선거에 출마하시는 분들은 국민동행을 탈퇴하도록 권유 할 작정입니다.

- 박근혜정부에서는 유독 정치 원로들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일각에서는 국민동행을 통해 범야권 정치 원로들도 다시 한 번 정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 국민동행에 참여하고 있는 원로들이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충고하고 도와주는 차원입니다.

- 민주당이 최근 내부 노선투쟁을 겪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의 우클릭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의 내부 노선투쟁은 개혁과정입니다. 국민적 지지를 올리고 앞으로 크고 작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비전을 증폭시키는 과정입니다. 앞으로 중도 우파까지 끌어들일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서 운동권과 486에서 진보 포기가 아니냐 그런 불만이 나오는 것입니다. 정당이라는 것은 원래 여러 가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거기서부터 하나의 방향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건강한 정당이라고 봅니다.

 

- 지난달 27일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주도하는 혁신 모임인 '더 좋은미래'가 전병헌 원내대표의 조기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저는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도 다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주장들도 결국엔 민주당을 잘 이끌어 가보자고 몸부림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물론 선거가 좀 더 가까워지면 이래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선거 치르기 전 준비단계에서 이런 저런 고민이 왜 없겠습니까? 이런 과정을 통해 당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또 깨끗이 털고 힘을 모으면 됩니다.

- 전병헌 원내대표의 조기 퇴진이 필요하다는 보시는지요?
▲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저는 사실 무엇 때문에 김기식 의원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여 투쟁이나 대여 대처가 미흡하다는 것인 것 같은데. 저는 단지 당내에서 그런 의견도 나올 수 있다는 그런 뜻입니다. 정당 내에서 그런 논의를 아예 금기시하고 못하게 하는 정당은 민주정당이 아니라는 그런 뜻입니다.

'제3지대 신당' 새누리당 어부지리 막아
민주당 정신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문재인 의원이 구원 등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구원 등판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지금은 문재인 의원의 등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의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자이고, 당사자입니다. 국회의원직도 그만 두고 자숙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벌써 다음 대선 운운해서 민주당을 국민들로부터 희화화시키고 있는 판에 구원투수 등판은 더욱 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문재인 의원이 등판한다고 해서 지방선거를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 표면적으로 민주당의 계파싸움이 극대화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이른 바 친노와 비노 간의 대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486과 비486 간의 대결로 보여 집니다. 저는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극심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울타리 안에서라면 선의의 경쟁은 얼마든지 괜찮다고 봅니다. 다만 계파 이기주의로 흐르는 일은 없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민주당은 현재까지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개입을 직접 지시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정황상 증거만 있을 뿐이지요. 반대로 이석기 의원의 경우 1심에서 이미 유죄판결까지 받은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제명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너무 이중적인 태도는 아닌지요.
▲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은 이승만 정권 당시 3·15 부정선거처럼 국가기관이 개입된 국기문란 사건입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박 대통령을 위해서 댓글을 단 것입니다. 법률적으로 또 최소한 정치 도덕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또 수사과정에서 검찰총장 밀어내기 등 수사 축소 논란이 있었습니다. 반면 이석기 사건은 재판 중인 사건입니다. 1심이 유죄로 끝났지만 항소심이 얼마 안 있으면 있을 테니까 이왕 기다리는 거 그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종북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오해는 불식시켜야 하지만 좀 더 큰 원칙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내 개인으로는 이석기 의원이 정치에서 떠나는 게 맞다는 생각도 합니다. 저도 그 사람이 진짜 종북인지 확실히는 모릅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석기 의원은 종북적인 색채가 짙다는 것입니다. 민주당하고 거리를 둬야 하는 건 맞지만 국회에서 아예 쫓아낼 것인가 이런 것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판 결과가 확실히 나오면 그때 가서 쫓아내도 늦지 않다는 것입니다.

 

- 여당이 요구하는 이석기 제명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지방선거에는 불리한 것 아닌지요?
▲ 민주당 내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성급하게 재판 중인 것을 나서서 미리 뭐 이럴 것은 없습니다. 이제 2심, 3심 하고 있는 중 아닙니까? 이왕 하는 거 성급할 건 없다 이 말입니다. 그러나 종북세력과 분명히 선을 긋는 자세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이로 인해 촉발되고 있는 민주당 내부에 종북 세력이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 내에 법을 어기는 종북세력이 있었다면 수사기관이 가만 두었겠습니까? 단지 종북세력이 포함되었던 진보세력과 선거 때 연대 또는 단일화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종북세력과 단호히 선을 그어 나가면 되는 일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취임 1주년에 대해 평가해 주신다면?
▲ 저는 솔직히 박근혜 대통령이 합격점은 못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중요 공약이 전부 후퇴했습니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박근혜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50%이상 나오고 있는데 저는 어디까지나 민주당이 잘못해서 반사이익을 얻는 거지 박근혜정권이 잘하고 있어서 지지율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솔직한 얘기로 저는 박근혜정권이 뭘 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국내 정치에서는 완전히 낙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는 지난 대선 당시 가장 큰 화두였고 시대적 소명인데 대선 이후 약속한 것들은 모두 뒤로 물리고 있습니다. 경제성장 역시 재벌경제를 바탕으로 한 성장은 이게 벌써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봅니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라든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길래 사실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당선되고 나선 기본적인 것들을 다 뒤집고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앞으로 제대로 자리만 잡으면 박근혜정부의 지지율도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봅니다.

- 대선공약 파기, 부정대선 의혹, 인사 실패 등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무척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은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과감한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과감한 혁신을 끌어나갈 지도력이 미흡합니다.

- 정 고문님께서는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평가됩니다. 국민동행의 모임 취지에도 '독점적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운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의 정치가 삐뚤어지고 파행이 되는 것은 모두 대통령에게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서입니다. 그래서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대통령제하에서는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나라가 이 나라입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분산되어야 합니다. 개헌만 한다면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8할 이상은 성공한 것입니다. 개헌을 통해 근원적인 정치개혁이 이뤄집니다.

 

- 개헌이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왜 개헌을 하지 못했느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 저희도 개헌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김대중, 김종필의 정치연대가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와 국민적 공감대 미성숙 등으로 개헌이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직접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구원 등판론? 일단 잠자코 있어야"
개헌 성공하면 정치개혁 8할은 이룬 것

- 개헌론자들 사이에서도 '4년 중임제'와 '내각제'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정 고문님이 생각하시는 개헌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나 내각제 개헌이 정답입니다. 4년 중임제는 임기 5년을 4년 씩 두 번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원적인 문제인 대통령의 권한 축소, 권한 분배와는 거리가 먼 개헌운동입니다.

- 앞서 언급하신 것처럼 '권력의 집중'은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 된 지금의 양당체제도 개혁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요?
▲ 절대로 권력이 집중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리어 양당체제에는 권력이 더 집중되어야 합니다. 현제 양당이 무슨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양당의 권한을 모두 합쳐도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10분의 1만도 못합니다.

- 지난 2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하기로 했습니다. 평가를 하신다면.
▲그러지 않아도 야당간 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충고하고 조율해줄 작정이었습니다. 스스로들 미리 알아서 하니까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잘 협조해서 좋은 결과 이루기를 바랍니다.

-국회 내 126석을 가진 민주당과 단 2석의 새정치연합이 5:5의 비율로 합당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당연히 민주당 인사들은 불만이 좀 있을겁니다. 그런데 사실상 5:5는 불가능합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큰당과 작은당이 합칠 때 다 5:5로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그렇게 잘 안됐습니다. DJ 시절에도 전부 5:5라고 말해 놓고 한쪽으로 쏠렸죠. 산술적으로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5:5란 창당 정신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민주당이 양보한다는 표시로도 해석되고요.

-민주당의 정체성이 없어졌다, 민주당을 팔아먹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괜히 시비 걸려는 사람들 얘깁니다. 저는 거꾸로 봅니다. 안철수 쪽의 정체성이 없어지면 없어졌지 결코 민주당의 정신이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수차례 이합집산을 지켜봤지만 결국 주된 정당이 주도권을 쥐게 돼 있습니다. 민주당내 경쟁하려는 집단이 시비를 걸 수 있지만 대국적으로 대단히 잘된 일입니다.

-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소통을 통해서 정치가 복원되어야 합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정치가 없어졌고 또 여야 간에 소통이 없어지므로 정치다운 정치가 없어졌습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오죽하면 정무장관을 복원시키자고 했겠습니까? 청와대와 야당과의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무장관을 복원시키자고 했는데 청와대는 그것도 시큰둥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시대적 소명을 잘 알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건가? 여야 정치인들이 공통분모를 갖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 정치인들이 자괴성 발언을 자주 합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너무 후진적이야." "아무리 해도 안 변해."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제가 정치를 시작한지가 한 40년이 되는데 속도는 늦지만 분명히 정치는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양에서 800년 동안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 제도를 우리나라는 해방 후 60년간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겪고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것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나 국민들은 정치인들은 다 못된 놈들이라고 비판하지만 너무 절망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대신 그만큼 더 노력을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정대철 고문은?>

▲한양대학교 조교수
▲제9·10·13·14·16대 국회의원
▲평화민주당 대변인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민주당 대표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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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