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부 부르는 갤러리 문화

골프강국다운 에티켓 절실하다

한국오픈, 하이트컵 등 대형 골프대회가 열릴 때면 수만 명의 갤러리가 골프장을 가득 메우고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을 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전이라면 외국의 유명 선수가 참석한 대회에나 몰릴 법한 인파인데 이에는 골프 대중화가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갤러리들도 대부분 에티켓을 지키고자 노력을 하고 간혹 물을 흐트리는 사람들에겐 어느 정도 자정작용을 하는 주위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갤러리의 관전을 방해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골프강국의 국민으로서 주위를 배려하는 세심하고 세련된 관전문화가 필요한 때다. 멋진 경기는 최고의 갤러리가 있음으로써 나올 수 있다.


공 들고 도망가고… 웃고 떠들고…
갤러리 수준 세계화시킬 필요성 대두

제25회 신한동해 오픈이 치러지던 지난 10월16일 대회를 관전하던 갤러리가 한 선수의 공을 들고 도망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기 욕심만 채우자는 이기적이고 기본적인 매너조차 지키지 않는 갤러리였던 것이다. 소소한 실수를 저지르는 갤러리들에겐 주위에서 제재를 가하는 사람들이 붙기 마련이고 이들의 자정작용 덕분에 어느 정도 소요는 사라지게 되지만 당시의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신한동해오픈이 개최된 레이크사이드 남코스 1번 홀은 언듈레이션이 심해 티잉그라운드에서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공을 훔쳐간 갤러리는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에 대기하고 있다가 공을 주워 기념품을 얻었지만 선수의 공은 ‘분실구’로 간주해 벌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수 ‘공’ 갖고 튀어라
선수만 벌타 ‘골탕’

이 같은 에피소드가 있었던 신한동해오픈 1라운드(15일)에서 경기를 마친 ‘코리안 탱크’ 최경주는 약간 짜증이 난 듯 “백스윙 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갤러리가 있는데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사인 요청이나 사진촬영 요구에 잘 응하고 볼을 투척해주는 등 갤러리 서비스가 좋은 선수다. 다른 선수들은 갤러리가 살짝만 움직여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최경주는 다르다.

최경주는 지난해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하고 나서 “지나가는 기차를 멈추게 할 수 없듯이 지나다니는 갤러리를 다 신경 쓸 수는 없는 일”이라며 껄껄 웃어넘겼다. 하지만 이런 최경주도 스윙 중 소음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골프의 갤러리 수칙 중 관전 수칙이 있다. 명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100년 넘게 불문율로 지켜져 오는 것들이다. 갤러리는 선수들의 플레이 중에는 멈춘다.

샷이나 퍼팅을 하려고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동작을 멈춘다. 작은 소음도 내지 않는다. 또 선수들의 볼은 절대 노 터치다. 여기에 타깃 방향의 갤러리들은 걸음을 멈춰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이날 신한동해오픈에는 2000여 명의 갤러리가 운집했는데 대체로 관전문화가 성숙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하이힐 구두를 신고 온 여성 갤러리, 시도 때도 없이 전화통화를 하는 갤러리도 더러 눈에 띄었다. 그런데 골프 선수들이 스윙 동작 중의 소음, 예를 들어 카메라 셔터나 휴대전화기 소리, 전화 통화 소리에 더 민감한 이유가 있다. 바로 부상 위험 때문이다.

몇 년 전 ‘PGA의 사고뭉치’인 존 댈리는 스윙 도중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라 스윙을 멈추다가 갈비뼈가 부러졌다. 지난해 타이거 우즈는 스윙 도중 카메라 셔터를 누른 카메라 기자를 향해 “목을 부러뜨려 버리겠다”며 폭언을 하기도 했다.

갤러리 하려면 에티켓 지키기는 필수
선수를 내 가족처럼 세심한 배려 필요


최근 골프장에서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거나 진행요원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갤러리들이 점점 더 눈에 띄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다른 갤러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 아니라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큰 방해가 된다.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한 최경주는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실력은 이미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는 갤러리 스스로 세계 수준으로 발전해야 할 때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최경주는 갤러리의 카메라 촬영을 지적했다.

그는 “갤러리가 휴대전화기나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언제 촬영 효과음이 날지 불안하다. 다운스윙이라도 하는 순간에 촬영음이 나면 미스샷이 날 확률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골프장은 물론 국내 골프장에서 대회가 열릴 때 갤러리가 휴대전화기나 카메라를 휴대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 부분 중 하나다.

심지어는 사진기자들이 엎드려 촬영하는 옆에 나란히 엎드려 자신이 가져온 카메라로 촬영하는 갤러리도 있다. 일부 갤러리의 비양심적 행동은 선수를 따라 이동할 때도 드러난다. 선수가 샷을 준비하고 있을 때 큰 소리로 휴대전화기 통화를 하거나 대회에는 관심 없고 일행과 웃고 떠드는 장면이 많이 목격된다. 대부분은 선수나 캐디가 눈치를 주지만 잠시뿐이다. 똑같은 상황이 또 벌어진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국 갤러리들은 뜨거운 열정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경주는 “외국 어느 대회에 가도 한국 골프팬처럼 열정적인 갤러리가 없다”고 말했으며 라카토스는 “한국 갤러리들이 선수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흥겹다. 대회의 분위기를 확실히 띄워주는 게 한국 갤러리”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우리의 열정이 엉뚱한 곳으로 튀어나가게 되면 곤란하다.

국내 골프팬이 3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골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외국 갤러리에는 없는 우리만의 열정을 살린다면 더욱 성숙한 갤러리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우리 갤러리 문화는 변화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만 외국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 한국 갤러리 문화도 세계화시켜야 한다.

갤러리를 하려면 에티켓을 잘 지켜야 한다. 신발은 운동화나 골프화 등 잔디를 보호하기 좋은 것을 신어야 하고 절대로 선수들의 공을 건드리면 안 된다. 또한 휴대전화기는 끄거나 진동으로 해야 하고 선수들이 샷을 할 때는 사진을 찍어서도 안 된다.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비양심적 갤러리
선수 플레이 방해

그렇지만 선수들이 좋은 샷을 할 때는 마음껏 박수로 격려해도 좋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대회장에 나올 때는 사전에 철저히 교육을 해야 한다. 아이들은 골프장에서 ‘움직이는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홀아웃했다고 다음 홀로 부산하게 이동하는 것도 무례한 행동이다.

갤러리도 대회를 구성하는 중요 부분이다. 선수가 내 가족이란 생각으로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당연지사. 좋은 경기를 위해 좋은 갤러리가 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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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