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프로> 미국현지 동행취재<스토리>

“가슴 벅차 얼떨결에 백 치켜 들었죠”

지난 8월1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경기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톱랭커’ 전문킬러 양용은 선수. 그때의 감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세 번째 대회인 BMW 챔피언십 대회장에서 그를 만났다. 본 경기 하루 전 프로암대회를 벌이고 있는 경기장에서 그를 만나 동행취재를 했다.

스윙 보면 페이드 구사하고 페이드에 유독 강하다는 것 실감
그립색상… 퍼플, 블루, 레드, 옐로우, 그레이, 화이트 각양각색


아름다운 건축의 도시, 시어즈 타워가 위치한 시카고 다운타운을 뒤로하면서 55번 하이웨이를 따라 남서쪽으로 향하다보면 3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레몬트(LEMONT) 시가 나온다. 이곳에는 전통적으로 유명한 72홀짜리 골프장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카그힐(COGHILL)골프장이다.

경기장에 모습 나타내자
팬 기습 사인공세 열풍

이곳은 오랜 기간 동안 각종 PGA경기를 치러온 유서 깊은 골프장으로 WGA, ADVILL CIALIS 등의 골프대회를 거쳐 현재 BMW CHAMPIONSHIP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BMW대회는 PGA대회를 마감하는 플레이오프 대회 4개 중 3번째 대회로서 상위 70위에 랭크된 선수 70명만 추려서 초청하는 대회다. 직전대회까지 한국의 최경주선수가 거의 한해도 빠짐없이 출전했지만 올해는 눈에 보이질 않는다. 대신 양용은 선수가 그 자리를 채웠다. 양 선수 이외에도 나상욱, 찰리 위, 그리고 앤서니 김 선수 등도 당당하게 출전을 했다.

PGA대회는 목요일부터 치러지는 본 경기에 앞서 수요일에는 어김없이 프로암(PRO-AM)대회를 연다. 대회 스폰서들을 초청해서 3명의 스폰서들과 선수 한명을 묶어 4명이 한조를 이뤄 치르는 경기를 말한다. 말하자면 기부금을 낸 스폰서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이고 선수들에게는 대회 하루 전에 골프코스를 읽어나가는 연습경기에 속한다.

양용은 선수에게 배정된 3명의 아마추어 스폰서 중 한 명은 시카고의 트럭 운송회사 최고경영자인데 마침 수행비서를 한국 여성을 동행하고 나왔다. 오전 8시20분쯤, 양 선수가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대회 주최 측인 BMW사가 제공하고 있는 지프를 타고 위풍당당하게 차에서 내린다. 이미 입구 주변에는 삼삼오오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양 선수의 미국 팬들이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Y.E.YANG(와이-이-앵”을 외치면서 사인 공세를 벌인다. 미국인들은 그를 ‘와이, 이, 앵’이라고 부른다. 양용은을 발음하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대박의 광고효과 부른 감격적 순간 일어난 단순한 행동
타이거우즈에게 쓰라린 패배 안겨주며 사냥꾼으로 우뚝


최경주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최경주는 “켱-추-초이”라고 부르면 쉽기나 하다. 그러나 양용은은 발음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그래서 최경주도 그냥 ‘케이-제이-초이’ 그렇게 부른다. 그래서 양용은도 약자 이니셜만 따서 ‘와이-이-앵’이라고 부른다. ‘양’도 아니고 ‘앵’이다. 웃기기는 하지만 어쨌건 그런 게 미국발음이고 정석으로 발음하겠다니 우리가 들을 때 좀 우습게 들리더라도 하는 수 없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이름을 알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양 선수의 이름이 오고가니 기분은 좋다. 친절하고 기분 좋게 팬들에게 사인을 마치고 난 뒤 이어 필자와 양 선수가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투어 뛸 때 함께 지냈던 우창완(찰리 우)선수는 가끔 만납니까”라고 필자가 묻자 양 선수는 “미국투어 뛰느라고 한동안 연락을 못했습니다. 잘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우창완 선수는 필자가 켄터키에 있을 때 루이빌대학 골프 장학생을 했던 선수로서 US오픈 시드를 배정받기위해 오하이오 예선대회에 함께 동행 했던 후배였고 한국에서 양용은 선수와 함께 지냈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렇게 질문을 한 것이었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일정상 하루 늦게 도착 했지만 뭐 그런대로 좋습니다”

한국말로 주고받는 대화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주변 팬들을 뒤로하고 양 선수는 레인지로 향했다. 출전 선수들이 레인지에서 연습을 할 때면 주최 측에서는 곧바로 이름이 쓰여진 보드판을 그 선수 뒤에다 꽂아 놓는다. 팬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흰 바지에 빨간 상의를 입은 양 선수의 의상이 흐리고 구름이 낀 시카고 가을 아침에 유독 눈에 잘 띈다.

그의 스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 선수가 드로우성 구질 보다는 페이드를 구사하고 페이드에 유독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기야 그 페이드로 타이거 우즈를 잡았으니 뭐 특기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뒤에서 그의 연습광경을 지켜보던 팬들 중 게리 해밀튼이라는 중년의 신사는 가방에서 여러 장의 양 선수 사진을 꺼내든다. 지난주 타이거 우즈와의 경기를 보고 갑자기 양 선수의 팬이 됐다는 사람이다. 양 선수의 스윙에 대해서도 나름 일가견을 내놓는다. 스윙연습을 하고 있는 그의 주변에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레인지서 연습하자
관계자 5~6명 밀집

한국매니저는 물론이고 테일러메이드 관계자, 대회 주최 측 관계자, PGA 대회 관계자 등 5~6명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타 선수들이 코치 한 명만을 데리고 있는 광경과는 대조적이다. 테일러메이드 관계자가 연신 재활용봉투를 들고 양 선수와 뭔가를 상의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침을 먹고 싶어 한국식당이나 중국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해 온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양 선수가 그 안에서 꺼낸 물건은 다름 아닌 그립. 아이언세트 그립을 전부 새것으로 교체할 생각인 듯하다. 특이한 것은 그립의 색상이 아이언 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 퍼플, 블루, 레드, 옐로우, 그레이, 화이트 등 그립의 칼라도 다양하다. 3번은 퍼플, 4번은 레드, 뭐 이런 식으로 그립을 교체할 예정인가 보다.

레인지 연습이 20여 분정도 경과하자 주최 측에서 연락이 온다. 오늘 함께 라운드를 할 3명의 스폰서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레인지를 나와 곧장 10번 홀로 향하는 도중에도 30여 명의 팬들이 사인을 해달라며 줄을 서 있다. 양 선수는 싫은 기색 없이 차례차례 해주고 있다. 그 중에는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교포 아주머니도 끼어 있었다.

아이언마다 모두
그립 색상 다양

“양 선수를 보려고 어제 왔는데 못 봐서 오늘 다시 온 거예요. 이 싸인 우리 식당에 걸어 놓을 거니까 잘 싸우세요.” 식당주인의 구수한 응원 소리에 양 선수도 웃으면서 목례로 답한다. 그의 팬들을 향한 태도는 온순하고 친절하다. 그렇다고 가식적인 것은 아닌 거 같다. 오랜 세월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지녀온 팬들에 대한 최대의 표정과 태도가 무엇인지를 터득한 것 같기도 하다.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나니 경기시작 3분 전이다. 이미 스폰서들은 백나인 티박스에 올라가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종종걸음으로 티업 제시간인 9시 정각. 서로 기념사진 촬영과 인사를 교환한다. 백티에서 치는 양 선수가 먼저 티업을 해야 한다. 순간 바로 옆의 9번홀 그린에서 박수소리와 함께 조금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그곳에 바로 타이거 우즈가 있는 것이다.

양 선수보다 2시간 이른 오전 7시에 프로암 경기를 배정받아 이미 전반 9홀을 돌고  들어온 타이거 우즈가 퍼팅을 끝낸 순간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그림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로 지난주에 두 사람은 대회장에서 치열한 싸움을 했고 타이거는 골프인생에서 최대의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그 킬러가 바로 10미터도 채 안 되는 옆 홀 티박스에 서 있다.

타이거도 다음 홀이 10번 홀인데 양 선수의 출발 홀이 바로 10번홀이다. 그리고 양 선수조가 먼저 티박스에 올라가 있어서 타이거 우즈의 조는 양 선수조 뒤에서 기다렸다가 플레이를 해야 한다. 물론 뒤 따라간다는 사실에 아무 의미를 둘 것도 없지만 타이거가 느끼는 기분은 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해본다. 그리고 타이거 우즈는 9번홀 그린에서 10번홀로 걸어오지 않은 채 애써 양 선수 조가 올라있는 홀 쪽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 선수가 서로 마주치면 양 선수는 여유있게 악수라도 할 요량이지만 타이거는 절대 마주치지 않을 심산이다. 두 사람 간의 묘한 감정. 그리고 골프장의 구조상 9번 그린과 10번 티박스의 근접한 거리. 공교롭게도 양쪽 홀을 사이에 두고 10M 앞에서 마주친 두 사람. 그 모습을 한 컷의 사진으로 담은 뒤 느끼는 묘한 기운은 필자만이 느끼는 무엇일까. 어쨌든 두 사람은 결국 조우하지 못했다.

그리고 양 선수 조의 4명이 티샷을 하고 그들은 페어웨이를 향해 오늘의 경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양 선수를 따라 걸으면서 필자는 계속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고 타이거 선수 조는 홀이 비고 나서 잠시 후에야 티박스에 올라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번홀에서 잠시 여유가 있을 즈음 필자가 양 선수에게 물었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타이거를 꺾고 우승이 확정 됐을 때 왜 테일러메이드 백은 갑자기 치켜들었습니까?”

치열한 싸움 전개한
킬러와 패배자의 만남


필자의 이 질문은 그날 대회를 TV로 지켜본 시청자는 물론 전 세계 모든 골프 팬들이 궁금해 할 만 한 것이었다. 우승을 확정짓고 골프백을 치켜든 선수는 아마 처음일 것이므로. 필자의 질문은 왜냐면 당시 TV중계 해설자가 양 선수의 백을 치켜든 모습을 가르키며 “미네소타에서는 아이스하키가 주민들에게 최고의 인기스포츠인데 아마 우승컵인 스탠리컵이 골프백보다 커서 우승트로피를 치켜들 때 꼭 두 손으로 머리위로 역도하듯이 들어 올려야 하니까 아마 미네소타 팬서비스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 같다”라는 자신만의(?) 그럴듯한 해설을 내놓았었기 때문이다. 

 양 선수가 미국 아이스하키 팀이 우승 후 스탠리컵을 역도 용상처럼 그렇게 들어 올린다는 것을 절대 알리가 없다고 필자는 자신하는데…. 역시 양 선수의 답은 그 해설자의 제멋대로 해석과 달랐다. “그거요? 그냥 가슴이 벅차서 얼떨결에 뭐라도 해야 될 거 같고, 눈에 백이 보이길래, 소리라도 질러야 겠기에 그냥 치켜 올렸죠 뭐..하하하”

필자의 직감이 맞았다. 팬서비스도 아니고 고도의 테일러메이드 광고 전략도 아닌 단순히 감격적인 순간에 일어난 단순한 행동이었다. 물론 테일러메이드는 양 선수의 그 동작 하나로 대박의 광고효과를 봤지만 말이다.

호랑이를 잡는
사냥꾼 ‘양용은’

그렇게 양 선수는 3명의 스폰서와 함께 다음 홀로 이동했다. 그를 따르는 50여 명의 팬들도 함께. 물론 그 뒤에 오는 타이거 우즈의 팬들하고 비교하면 아직 못 미치지만. 미국 내에서 신처럼 타이거를 추종하는 광팬들. 연습라운드인데도 300여 명은 타이거를 따라다니고 있다. 이만한 광팬을 몰고 다니는 골프선수는 타이거 우즈가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사흘 뒤의 일이지만 역시 타이거 우즈는 이 대회에서 아예 2위조차 저 멀리감치에서 감히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분노의 광기어린(?)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양 선수는 생전 처음 밟아보는 카그힐의 골프장에서 70명 선수 중 최하위그룹에 속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두 사람만의 성적으로 본다면 이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는 어느 정도 복수혈전을 하긴 했다. 그러면 뭐하나.

이미 과거지사에서 양 선수는 타이거를 이겼고 호랑이 잡는 사냥꾼으로 인식이 된 것을. 재작년 이맘 때 필자는 최경주를 이곳에서 만났다. 그리고 2년 뒤 필자는 또 다른 한국선수인 양용은 선수를 만났다. 이곳을 거쳐 간 한국계 남자 선수들만 찰리 위, 나상욱, 앤서니 김 등 5명이다. 왠지 모를 벅찬 감동과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