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프로> 미국현지 동행취재<스토리>

“가슴 벅차 얼떨결에 백 치켜 들었죠”

지난 8월1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경기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톱랭커’ 전문킬러 양용은 선수. 그때의 감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세 번째 대회인 BMW 챔피언십 대회장에서 그를 만났다. 본 경기 하루 전 프로암대회를 벌이고 있는 경기장에서 그를 만나 동행취재를 했다.

스윙 보면 페이드 구사하고 페이드에 유독 강하다는 것 실감
그립색상… 퍼플, 블루, 레드, 옐로우, 그레이, 화이트 각양각색


아름다운 건축의 도시, 시어즈 타워가 위치한 시카고 다운타운을 뒤로하면서 55번 하이웨이를 따라 남서쪽으로 향하다보면 3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레몬트(LEMONT) 시가 나온다. 이곳에는 전통적으로 유명한 72홀짜리 골프장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카그힐(COGHILL)골프장이다.

경기장에 모습 나타내자
팬 기습 사인공세 열풍

이곳은 오랜 기간 동안 각종 PGA경기를 치러온 유서 깊은 골프장으로 WGA, ADVILL CIALIS 등의 골프대회를 거쳐 현재 BMW CHAMPIONSHIP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BMW대회는 PGA대회를 마감하는 플레이오프 대회 4개 중 3번째 대회로서 상위 70위에 랭크된 선수 70명만 추려서 초청하는 대회다. 직전대회까지 한국의 최경주선수가 거의 한해도 빠짐없이 출전했지만 올해는 눈에 보이질 않는다. 대신 양용은 선수가 그 자리를 채웠다. 양 선수 이외에도 나상욱, 찰리 위, 그리고 앤서니 김 선수 등도 당당하게 출전을 했다.

PGA대회는 목요일부터 치러지는 본 경기에 앞서 수요일에는 어김없이 프로암(PRO-AM)대회를 연다. 대회 스폰서들을 초청해서 3명의 스폰서들과 선수 한명을 묶어 4명이 한조를 이뤄 치르는 경기를 말한다. 말하자면 기부금을 낸 스폰서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이고 선수들에게는 대회 하루 전에 골프코스를 읽어나가는 연습경기에 속한다.

양용은 선수에게 배정된 3명의 아마추어 스폰서 중 한 명은 시카고의 트럭 운송회사 최고경영자인데 마침 수행비서를 한국 여성을 동행하고 나왔다. 오전 8시20분쯤, 양 선수가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대회 주최 측인 BMW사가 제공하고 있는 지프를 타고 위풍당당하게 차에서 내린다. 이미 입구 주변에는 삼삼오오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양 선수의 미국 팬들이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Y.E.YANG(와이-이-앵”을 외치면서 사인 공세를 벌인다. 미국인들은 그를 ‘와이, 이, 앵’이라고 부른다. 양용은을 발음하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대박의 광고효과 부른 감격적 순간 일어난 단순한 행동
타이거우즈에게 쓰라린 패배 안겨주며 사냥꾼으로 우뚝


최경주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최경주는 “켱-추-초이”라고 부르면 쉽기나 하다. 그러나 양용은은 발음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그래서 최경주도 그냥 ‘케이-제이-초이’ 그렇게 부른다. 그래서 양용은도 약자 이니셜만 따서 ‘와이-이-앵’이라고 부른다. ‘양’도 아니고 ‘앵’이다. 웃기기는 하지만 어쨌건 그런 게 미국발음이고 정석으로 발음하겠다니 우리가 들을 때 좀 우습게 들리더라도 하는 수 없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이름을 알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양 선수의 이름이 오고가니 기분은 좋다. 친절하고 기분 좋게 팬들에게 사인을 마치고 난 뒤 이어 필자와 양 선수가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투어 뛸 때 함께 지냈던 우창완(찰리 우)선수는 가끔 만납니까”라고 필자가 묻자 양 선수는 “미국투어 뛰느라고 한동안 연락을 못했습니다. 잘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우창완 선수는 필자가 켄터키에 있을 때 루이빌대학 골프 장학생을 했던 선수로서 US오픈 시드를 배정받기위해 오하이오 예선대회에 함께 동행 했던 후배였고 한국에서 양용은 선수와 함께 지냈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렇게 질문을 한 것이었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일정상 하루 늦게 도착 했지만 뭐 그런대로 좋습니다”

한국말로 주고받는 대화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주변 팬들을 뒤로하고 양 선수는 레인지로 향했다. 출전 선수들이 레인지에서 연습을 할 때면 주최 측에서는 곧바로 이름이 쓰여진 보드판을 그 선수 뒤에다 꽂아 놓는다. 팬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흰 바지에 빨간 상의를 입은 양 선수의 의상이 흐리고 구름이 낀 시카고 가을 아침에 유독 눈에 잘 띈다.

그의 스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 선수가 드로우성 구질 보다는 페이드를 구사하고 페이드에 유독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기야 그 페이드로 타이거 우즈를 잡았으니 뭐 특기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뒤에서 그의 연습광경을 지켜보던 팬들 중 게리 해밀튼이라는 중년의 신사는 가방에서 여러 장의 양 선수 사진을 꺼내든다. 지난주 타이거 우즈와의 경기를 보고 갑자기 양 선수의 팬이 됐다는 사람이다. 양 선수의 스윙에 대해서도 나름 일가견을 내놓는다. 스윙연습을 하고 있는 그의 주변에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레인지서 연습하자
관계자 5~6명 밀집

한국매니저는 물론이고 테일러메이드 관계자, 대회 주최 측 관계자, PGA 대회 관계자 등 5~6명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타 선수들이 코치 한 명만을 데리고 있는 광경과는 대조적이다. 테일러메이드 관계자가 연신 재활용봉투를 들고 양 선수와 뭔가를 상의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침을 먹고 싶어 한국식당이나 중국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해 온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양 선수가 그 안에서 꺼낸 물건은 다름 아닌 그립. 아이언세트 그립을 전부 새것으로 교체할 생각인 듯하다. 특이한 것은 그립의 색상이 아이언 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 퍼플, 블루, 레드, 옐로우, 그레이, 화이트 등 그립의 칼라도 다양하다. 3번은 퍼플, 4번은 레드, 뭐 이런 식으로 그립을 교체할 예정인가 보다.

레인지 연습이 20여 분정도 경과하자 주최 측에서 연락이 온다. 오늘 함께 라운드를 할 3명의 스폰서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레인지를 나와 곧장 10번 홀로 향하는 도중에도 30여 명의 팬들이 사인을 해달라며 줄을 서 있다. 양 선수는 싫은 기색 없이 차례차례 해주고 있다. 그 중에는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교포 아주머니도 끼어 있었다.

아이언마다 모두
그립 색상 다양

“양 선수를 보려고 어제 왔는데 못 봐서 오늘 다시 온 거예요. 이 싸인 우리 식당에 걸어 놓을 거니까 잘 싸우세요.” 식당주인의 구수한 응원 소리에 양 선수도 웃으면서 목례로 답한다. 그의 팬들을 향한 태도는 온순하고 친절하다. 그렇다고 가식적인 것은 아닌 거 같다. 오랜 세월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지녀온 팬들에 대한 최대의 표정과 태도가 무엇인지를 터득한 것 같기도 하다.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나니 경기시작 3분 전이다. 이미 스폰서들은 백나인 티박스에 올라가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종종걸음으로 티업 제시간인 9시 정각. 서로 기념사진 촬영과 인사를 교환한다. 백티에서 치는 양 선수가 먼저 티업을 해야 한다. 순간 바로 옆의 9번홀 그린에서 박수소리와 함께 조금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그곳에 바로 타이거 우즈가 있는 것이다.

양 선수보다 2시간 이른 오전 7시에 프로암 경기를 배정받아 이미 전반 9홀을 돌고  들어온 타이거 우즈가 퍼팅을 끝낸 순간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그림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로 지난주에 두 사람은 대회장에서 치열한 싸움을 했고 타이거는 골프인생에서 최대의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그 킬러가 바로 10미터도 채 안 되는 옆 홀 티박스에 서 있다.

타이거도 다음 홀이 10번 홀인데 양 선수의 출발 홀이 바로 10번홀이다. 그리고 양 선수조가 먼저 티박스에 올라가 있어서 타이거 우즈의 조는 양 선수조 뒤에서 기다렸다가 플레이를 해야 한다. 물론 뒤 따라간다는 사실에 아무 의미를 둘 것도 없지만 타이거가 느끼는 기분은 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해본다. 그리고 타이거 우즈는 9번홀 그린에서 10번홀로 걸어오지 않은 채 애써 양 선수 조가 올라있는 홀 쪽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 선수가 서로 마주치면 양 선수는 여유있게 악수라도 할 요량이지만 타이거는 절대 마주치지 않을 심산이다. 두 사람 간의 묘한 감정. 그리고 골프장의 구조상 9번 그린과 10번 티박스의 근접한 거리. 공교롭게도 양쪽 홀을 사이에 두고 10M 앞에서 마주친 두 사람. 그 모습을 한 컷의 사진으로 담은 뒤 느끼는 묘한 기운은 필자만이 느끼는 무엇일까. 어쨌든 두 사람은 결국 조우하지 못했다.

그리고 양 선수 조의 4명이 티샷을 하고 그들은 페어웨이를 향해 오늘의 경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양 선수를 따라 걸으면서 필자는 계속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고 타이거 선수 조는 홀이 비고 나서 잠시 후에야 티박스에 올라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번홀에서 잠시 여유가 있을 즈음 필자가 양 선수에게 물었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타이거를 꺾고 우승이 확정 됐을 때 왜 테일러메이드 백은 갑자기 치켜들었습니까?”

치열한 싸움 전개한
킬러와 패배자의 만남


필자의 이 질문은 그날 대회를 TV로 지켜본 시청자는 물론 전 세계 모든 골프 팬들이 궁금해 할 만 한 것이었다. 우승을 확정짓고 골프백을 치켜든 선수는 아마 처음일 것이므로. 필자의 질문은 왜냐면 당시 TV중계 해설자가 양 선수의 백을 치켜든 모습을 가르키며 “미네소타에서는 아이스하키가 주민들에게 최고의 인기스포츠인데 아마 우승컵인 스탠리컵이 골프백보다 커서 우승트로피를 치켜들 때 꼭 두 손으로 머리위로 역도하듯이 들어 올려야 하니까 아마 미네소타 팬서비스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 같다”라는 자신만의(?) 그럴듯한 해설을 내놓았었기 때문이다. 

 양 선수가 미국 아이스하키 팀이 우승 후 스탠리컵을 역도 용상처럼 그렇게 들어 올린다는 것을 절대 알리가 없다고 필자는 자신하는데…. 역시 양 선수의 답은 그 해설자의 제멋대로 해석과 달랐다. “그거요? 그냥 가슴이 벅차서 얼떨결에 뭐라도 해야 될 거 같고, 눈에 백이 보이길래, 소리라도 질러야 겠기에 그냥 치켜 올렸죠 뭐..하하하”

필자의 직감이 맞았다. 팬서비스도 아니고 고도의 테일러메이드 광고 전략도 아닌 단순히 감격적인 순간에 일어난 단순한 행동이었다. 물론 테일러메이드는 양 선수의 그 동작 하나로 대박의 광고효과를 봤지만 말이다.

호랑이를 잡는
사냥꾼 ‘양용은’

그렇게 양 선수는 3명의 스폰서와 함께 다음 홀로 이동했다. 그를 따르는 50여 명의 팬들도 함께. 물론 그 뒤에 오는 타이거 우즈의 팬들하고 비교하면 아직 못 미치지만. 미국 내에서 신처럼 타이거를 추종하는 광팬들. 연습라운드인데도 300여 명은 타이거를 따라다니고 있다. 이만한 광팬을 몰고 다니는 골프선수는 타이거 우즈가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사흘 뒤의 일이지만 역시 타이거 우즈는 이 대회에서 아예 2위조차 저 멀리감치에서 감히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분노의 광기어린(?)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양 선수는 생전 처음 밟아보는 카그힐의 골프장에서 70명 선수 중 최하위그룹에 속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두 사람만의 성적으로 본다면 이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는 어느 정도 복수혈전을 하긴 했다. 그러면 뭐하나.

이미 과거지사에서 양 선수는 타이거를 이겼고 호랑이 잡는 사냥꾼으로 인식이 된 것을. 재작년 이맘 때 필자는 최경주를 이곳에서 만났다. 그리고 2년 뒤 필자는 또 다른 한국선수인 양용은 선수를 만났다. 이곳을 거쳐 간 한국계 남자 선수들만 찰리 위, 나상욱, 앤서니 김 등 5명이다. 왠지 모를 벅찬 감동과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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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