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Ball Collection

“내게 맞는 볼을 사용하자”

골프를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볼을 구멍(홀)에 넣는 경기다. 또 볼을 날리는 데 막대(클럽)를 사용한다. 이런 시각으로 보자면 골프를 구성하는 요소 세 가지 중 하나가 바로 골프볼이다. 클럽만큼이나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골프볼인데도 사람들은 골프볼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골프볼에 대해 알아보고 내게 맞는 골프볼을 찾아보자.

실력 쌓고 나서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골프볼’
골프볼에는 물리학과 유체역학의 법칙 숨어 있어


골프볼 역사의 시작에는 깃털을 거위 가죽에 넣어 만들었던 페더리 볼(Feathery Ball)과 고무나무의 수액으로 만들었던 구타 페르차 볼(Gutta Percha Ball)이 있다. 또 구티 볼(Gutty Ball)이 있으며 투피스 볼의 시초랄 수 있을 와운드 볼(Wound Ball)이 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이 같은 이름들 대신 볼을 이루는 구조에 따라 1, 2, 3, 4피스로 구분하게 됐다.

골프볼은 가운데 위치할 코어(Core, 볼 한가운데의 핵)를 먼저 만들고 그 핵을 중심으로 반발력과 탄성이 다른 물질(Cover) 한 쌍을 씌워 만든다. 핵을 포함해서 몇 가지로 구성됐느냐에 따라 2피스, 3피스, 4피스로 불린다.

구조에 따른 분류
1, 2, 3, 4피스 구분

원피스 볼도 있으나 요즘에는 골프 연습장에서나 볼 수 있을까 라운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아마추어나 비거리가 적게 나가는 사람들은 2피스를 많이 사용하고 3피스, 4피스는 거리보다는 스핀양을 많이 먹기 때문에 상급자들이 많이 사용한다. 또한 코어는 요즘엔 단순소재보다는 티타늄, 텡스텐과 같은 금속 성분을 추가한 복합소재의 코어가 개발되고 있다.

이렇듯 구조나 코어 및 커버의 소재, 딤플의 배열 패턴 및 깊이 등으로 골프볼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코어는 골프볼의 정중앙에 있어야 하는데 이전의 일부 골프볼은 핵이 한쪽으로 치우친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공의 중심이 치우치기 때문에 퍼트할 때 공이 똑바로 가지 않게 된다. 이것을 실험하기 위해 소금물에 담가보는 테스트 방법이 쓰이곤 했다.

코어가 치우쳐진 골프볼은 소금물에 뜰 때 한쪽만 일정하게 물 위로 나온다(골프볼의 무게를 생각해 소금을 많이 타야 공이 뜬다). 골프볼은 한마디로 과학의 집대성이다. 골프볼을 만드는 업체들은 저마다 새로운 신제품 출시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골프볼의 소재나 구조, 딤플의 배열 패턴이나 깊이 등에는 우리가 모르는 물리학과 유체역학의 법칙들이 숨겨져 있다.

골프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스윙 스피드다. 스윙 스피드는 남성은 80~100mph(miles per hour) 정도이고 여성은 80mph 미만이며 프로들은 보통 110mph 이상으로 조사된다. 다른 골프용품들과 마찬가지로 볼 또한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는 스펙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다.

골프볼 제작 기술의 발전은 최근 들어 절정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골퍼들은 단순히 단단한 투피스 볼과 좀 더 무른 와운드 발라타 볼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길고 긴 선택 목록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골프볼 변화는
과학의 집대성

내게 맞는 볼은 고형 볼인가 와운드 볼인가, 중심은 고형심이 좋은가 혹은 액화심이 더 나을까, 커버는 셔린인가 현대식 혼합 셔린인가 우레탄인가, 아니면 질 좋은 옛날 발라타인가? 인조 플라스틱인 셔린(Surlyn) 커버를 입힌 표준형 투피스 볼은 초보자와 핸디캡이 높은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지만 좀 더 높은 기량을 가진 골퍼들은 슬슬 좀 더 발전한 고형 볼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투피스 디자인과 사중 구조의 4피스 디자인도 있으나 대부분은 3피스 볼이다.

최근의 볼 제작사들은 소재와 심의 크기 두 요소 모두를 다양하게 변주하여 볼이 만드는 거의 모든 비행 형태와 감각을 얻을 수가 있다. 이렇게 제작된 볼은 부드러운 타구감과 짧은 아이언의 높은 스핀율, 훨씬 만족스러운 비거리까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놀라운 제품들이다. 오늘날 골프볼 시장에서 구매력이 높은 인기 품목들은 3피스의 고형 볼이 주를 이룬다. 각각의 층은 볼의 성능을 탁월하게 높여줄 수 있도록 고안됐다.

중앙 심은 고형심으로 하거나 혹은 액화심을 채워서 감도를 최적화할 수 있고 스핀율을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액화심 사용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골프볼의 크기와 무게는 1921년 처음으로 규격화됐다. 당시 규정을 관장하는 두 기관에서 볼의 무게는 1.62온스(45.9그램) 미만이어야 하며 지름은 1.62인치(41.1mm)가 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이 규격대로의 것을 스몰 사이즈 혹은 잉글리시 사이즈라 한다.

여기에 무게는 같고 지름이 1.68인치(42.7mm)인 것을 라지 사이즈라 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USGA는 무게가 1.55온스(44그램)인 것으로서 지름이 1.68인치(43mm) 크기인 볼도 규격품으로 허가해 주었고 1932년에는 1.62온스로 무게를 늘렸다.

볼의 표준규격은
1.68인치의 볼

영국인들은 해안가에서 골프를 치기에 적합한 것이라고 믿던 작은 공으로 골프를 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브리티시 오픈 대회에서 거듭 우승을 하는가 하면 라이더컵 대호에서도 매번 그래 왔듯이 영국 및 아일랜드 팀의 실력을 압도해 버렸다. 1968년 영국 PGA는 마침내 소관 토너먼트에서 좀 더 큰 공을 시험해 보기로 했으며 1974년에는 R&A가 오픈 챔피언십에서 1.68인치의 볼을 규격 볼로 정했다. 현재도 이 볼이 표준 규격이다.

공의 크기가 작을수록 공기의 저항을 덜 받기 때문에 거리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규격을 정해놓고 규격 이하의 크기로 만든 볼은 비공인구라 하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1908년 월리암 테일러란 이름의 한 영국 엔지니어가 볼 표면에 둥글고 오목해진 ‘뒤집힌 브램블’이란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특허를 따냈다. 이것이 딤플을 가진 골프볼의 효시가 됐으며 이 볼은 이전의 어떤 볼보다 훌륭한 샷이 나왔다.
 
1930년에 이르러서는 딤플 없는 볼이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공은 자신을 통과해 이동하는 모든 물체에 대항해 힘을 작용시킨다. 이 힘은 두 가지인데 물체의 속도를 감소시키는 항력과 저항과 직각을 이루며 보통 위로 작용하는 양력이 그것이다.

백스핀이 걸린 채로 골프볼을 쳤을 경우, 비행기의 각진 날개가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면서 상공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과 아주 흡사한 방법으로 공은 주위로 흘러드는 공기를 휘감는다. 하지만 공이 둥근 물체라서 항력이 커진다.

딤플에 따라
비거리 좌우


매끄러운 볼의 앞면을 때린 공기는 주변의 기압을 높이면서 측면으로 지나간다. 그러나 공기는 볼 뒷면으로 급회전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나간 자리에 저압의 기류 자국을 남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항력이 증가하고 결국 멀리 날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딤플이 들어감으로써 공 주위의 공기 흐름을 바꾸어 준다. 이제는 딤플이 볼 표면을 훨씬 잘 감싸주어 저압의 공기가 잔류하는 현상이 뚜렷이 줄어들어 항력을 최소화해 준다. 실제로 딤플 볼이 받는 공기 저항의 크기는 매끄러운 볼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공이 멀리 나가려면 딤플(공에 파여 있는 홈)이 중요한데 이 딤플 수가 많을수록 멀리 나간다. 공식적인 시합에 나갈 수 있는 볼의 평균 딤플 수는 350~450 사이다. 업체마다 딤플의 숫자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골프에서 실력을 쌓고 나서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 골프볼이 아닌가 싶다. 골프볼의 성능이 우수할수록 원하는 목표지점에 좀 더 정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골프용품 중 가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제품이 바로 골프볼이다. 볼은 일반적으로 각자가 쓰는 볼만을 쓰는 편이며 메이커나 가격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스펙인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하는 비기너 입장이라면 저가의 볼이 무난하다. 생산된 지 1년 혹은 2년이 지난 제품은 접착력이 떨어져서 비거리가 20% 정도 감소된다는 말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골프볼 선택 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스윙 스피드
아마추어는 2피스, 상급자는 3~4피스 사용


그러나 메이저급 골프 볼 브랜드의 관계자들이 말한 바로는 요즘 출시되는 제품들은 관리만 잘하면 10년 정도는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골프볼은 보통 성별의 구분이 없다. 물론 여성을 상대로 내놓는 상품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골프볼의 경우 구분은 코어를 포함한 커버의 개수 즉, 2피스, 3피스, 4피스로 하는 구분과 컴프레션(Compression, 압축 강도)으로 하는 두 가지의 구분이 있다.

메이커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골프볼이 외부에 메이커를 포함한 글과 숫자가 인쇄되어 있다. 이 중 숫자는 각각 색깔이 달리 있는데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녹색으로 나누어져 있다.각각의 색깔은 검은색은 100Cp, 빨간색은 90Cp, 파란색은 80Cp, 그리고 녹색은 70Cp다. 검정은 단단하고 프로나 로우 핸디 골퍼에게 적합한 제품이라는 의미다.

빨강은 보통이고 일반의 남성에게, 파랑은 무르고 시니어에게 어울리며, 그리고 녹색은 매우 무르고 일반 여성에게 어울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 숫자의 색깔만으로 제품을 고른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골프볼 구성 재료에 따른 구분과 성별과 골퍼 각자의 성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상급자에 헤드스피드도 빠르고 단단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검은색일 테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기 능력에 맞는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골라보자!

헤드스피드가 빠르지만 스핀을 좀 더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엔 검은색에 3피스나 4피스의 조합이 좋을 것이다. 또 소프트한 느낌을 좋아하면서 비거리를 내고 싶다면 2피스에 빨간색이나 파란색의 숫자가 인쇄된 볼을 이용하면 된다. 물론 제조사 메이커별로 같은 색상의 조합이라 할지라도 강도 및 스핀력, 탄도 등이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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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