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김연아 피겨인생 희로애락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24 11:20:42
  • 댓글 0개

여왕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사회팀]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무결점 연기를 펼치고도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전 세계는 감동했다.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무사히 마친 그녀는 경기 후 “금메달은 중요하지 않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흘린 땀으로 선수 생활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피겨계의 위대한 역사를 남겼다. 은퇴 소식이 전해지면서 향후 계획과 포스트 김연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21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연기가 끝나고 여러 가지 기분이 교차했다.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 실수 없이 마친 것에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얻어 근소하게 앞서 1위에 오른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44.19점을 받아 합계 219.11점을 받았다. 

그러나 한 번의 점프 실수를 저지른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프리스케이팅에서만 무려 149.95점을 받으며 종합 224.59점으로 앞지른 탓에 김연아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김연아는 한 번의 실수도 없는 깨끗한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보였다. 반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한 차례 점프 실수를 보였음에도 김연아를 역전했다. 결국 아쉽게도 여자 싱글 2연패는 무산됐다.

 

모든 기술 완벽
전설의 마지막 연기

 

김연아는 기자회견에서 앞서 취재진과 만나 “점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는 “(점수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결과에 만족을 안 하면 어떡하겠느냐”고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자신의 기록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예상을 잘 하지 않고, 신기록 등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결과에 대해 오히려 “많이 나왔다”고 말해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 “준비하면서 체력적, 심리적 한계를 느꼈는데 이겨내고 했다”면서 “내 경기력에는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비록 금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실수 없는 무대로 마무리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는 것.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사상 최고점인 228.56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대회 종료 후 은퇴와 현역 연장을 두고 고민을 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정상의 자리에서 박수를 받으며 따날 수 있었지만 ‘위대한 기록’을 위해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자신의 현역 마지막 무대로 정하고 멋진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렇게 그녀의 은퇴소식이 알려지자 이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역에서는 물러나지만 제2의 인생의 막이 열리게 된다. 일단 김연아는 귀국 후 각종 행사, 방송 일정 등을 소화하면서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세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5월에는 아이스쇼가 예정돼 있다. 

김연아는 지난달 15일 빙상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너무 오랫동안 선수를 해서 올림픽이 끝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경기 걱정과 다음날의 훈련 걱정 없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가벼운 마음으로 미래를 걱정하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 도전이다. 그녀는 2012년 7월 선수 복귀 기자회견을 통해 “2011년에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활동을 하면서 IOC 선수위원에 대한 관심과 꿈을 키웠다. 소치 올림픽에서의 현역 은퇴는 새로운 꿈과 도전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홈 어드밴티지 뚫고
세계적 클라스 입증

 

김연아가 IOC 위원을 꿈꾸게 된 것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이 결정적이었다. 김연아는 평창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직접 IOC 총회에 참석해 프리젠터로 나서는 등 평창의 올림픽 유치에 큰 힘을 보탰다. 당시 국제 스포츠 외교 현장을 경험하면서 선수 위원 활동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IOC 위원과 같은 권한 및 혜택을 받는 선수위원은 각 NOC(국가올림픽위원회) 당 한 명만 가능하다. 현재 태권도 대표 출신 문대성 위원이 선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김연아 외에 장미란(역도), 진종오(사격) 등도 IOC 선수위원의 꿈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선수들은 문 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이후에 선수위원에 도전할 수 있다.

 


깃털처럼 우아한 동작과 완벽한 기술 선보여
“역시!” 쏟아진 극찬…전무후무 피겨계 역사

 

또한 김연아는 틈날 때마다 사회봉사,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앞으로도 피겨 꿈나무, 소외 계층 등을 위한 자선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진다. 김연아 측 한 관계자는 “아직 밑그림도 그리지 않은 단계지만, 김연아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지속해왔던 자선활동을 더 구체화할 생각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2010년 7월부터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 활동해 다양한 자선, 기부 활동을 펼쳐왔다.

김연아는 경기도 부천에서 2녀 중 차녀로 태어났다. 수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어린 시절 군포시로 이사한 김연아는 7살인 1996년 과천시의 실내 빙상장을 찾았다가 스케이트를 탔다. 그리고 류종현 코치의 권유로 본격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국동계체육대회 등 각종 국내 피겨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김연아는 2002년 4월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인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 트로피 대회 노비스(13세 이하)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12살에 트리플 점프 5종(러츠, 플립, 토룹, 룹, 살코)을 완성했다. 

그리고 2003년 14세 때 피겨 스케이팅 국가 대표로 선발돼 신혜숙, 지현정, 김세열 등이 김연아를 코치했다. 
2004년 국제무대에 주니어로 데뷔했다. 헝가리에서 열린 ISU 공인 국제대회인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해 1위를 차지했다. 그 후 중국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상위 선수들끼리 겨루는 주니어 그랑프리에서도 2위를 기록하며 한국 피겨 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2005년에는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3회전 5종류의 점프를 모두 성공시켜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연아의 경기 프로그램과 갈라 안무는 2006년부터 함께한 데이비드 윌슨이 만들었다. 2006년 1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 동계올림픽에는 나이 제한에 걸려 아쉽게도 출전하지 못했다. 2006년 3월에 열린 주니어 세계 선수권대회에서는 177.54점으로 24.19점 차이로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국제무대에 이름을 각인시킨 것은 이때부터였다. 

 

영광스러운 은퇴
제2의 인생 시작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2006년 11월에 개최된 시니어 대뷔 첫 무대인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3위에 입상했고, 얼마 후 열린 트로피 에릭 봉파르에서는 한국 최초로 시니어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그랑프리 1∼6차 대회를 합산한 상위 6명만이 출전할 수 있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12점 차로 누르고 우승했다. 

2007년에는, 주니어 시절부터 그녀를 지도한 김세열 코치에서 캐나다의 브라이언 오서 코치로 변경했다. 2007년 1월에 열린 창춘 동계아시안게임에는 허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3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참가한 김연아는 영화 <물랑루즈>의 ‘록산느의 탱고’에 맞춰 71.95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당시 최고 기록이었던 미국의 사샤 코언의 71.12점보다 0.83점 높은 기록이었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데뷔한 당해연도에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역대 3번째 선수이며,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역대 2번째 선수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2007년 5월부터는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 캐나다 토론토로 연습거점을 옮겨 브라이언 오서와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11월에 열린 컵 오브 차이나에서 122.36점으로 자신의 최고기록을 갱신하며 우승했다. 또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컵 오브 러시아에서 새로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12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우승해 2연패를 달성했다. 2008년 초에는 쌓인 피로와 부상으로 인해 힘든 경기에 임했다. 이 시기에는 부상투혼으로 동메달을 땄다. 

이후 10월에 열린 그랑프리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 출전해 다시 1위를 탈환했다. 이어 컵 오브 차이나에서도 63.6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컵 오브 차이나의 우승으로 김연아는 그랑프리 대회 5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2008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을 확정했다.


2009년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는 다른 선수들의 연습방해로 인한 논란이 일었다. 일본 피겨연맹과 피겨선수들은 연습 방해를 부정했지만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김연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72.24의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2007년 자신이 세웠던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로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 1위로 금메달을 차지한다. 10월에는 그랑프리 트로피 에릭 봉파르에 출전해 133.70점이었던 프리 스케이팅 세계 최고 기록점을 다시 경신해 133.95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기록 경신은 계속됐다. 절정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었다. 전 세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김연아는 올림픽 한 달 전 얻은 발목부상을 딛고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 기술 점수 44.70점, 예술 점수 33.80점, 합계 78.50점으로 또 다시 세계기록을 경신하면 쇼트 1위를 기록했다. 

 

세계신 끌어안고
더 큰 꿈을 향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그녀는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으면서 미국 타임지에서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Time 100)에 선정됐다. 또한 미 국무부 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편지를 받고, 평소 존경하던 미셸 콴이 김연아의 아이스 쇼에서 복귀 무대에 서는 등 다방면의 저명인사와도 친분을 쌓기도 했다.

2010년 이후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이스트 웨스트 아이스팰리스와 서울의 고려대학교 빙상장 및 태릉선수촌 빙상장 등에서 훈련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곳은 올댓스포츠다. 올댓스포츠는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씨가 대표이사로 있다.

 


‘마지막 피날레’ 전 세계가 감탄
은퇴 이후 행보는?…평창 서포터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는 김연아가 7세 때 빙판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코치, 매니저, 후원자 역할을 도맡았다. 힘들어 그만두려고 하는 김연아의 등을 두르리며 링크로 돌아오게 했고, IMF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힘든 내색 없이 딸을 지원했다. 특히 박씨는 ‘철혈엄마’로도 유명하다. 아침엔 딸의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열었고, 밤엔 과천시민회관 빙상장으로 딸을 데려가 낮에 배운 기술을 복습시켰다. 김연아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내 딸은 피겨를 시키고 싶지 않다”는 말을 수차례 해왔다.

2010·2011시즌은 김연아가 은퇴를 고민하다 출전을 결정한 시기였기 때문에 연습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안도미키에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부터는 다시 류종현 코치와 트리플 점프를 가르친 신혜숙 코치가 그녀를 지도했다. 2012년, 김연아는 소치 동계올림픽 현역 연장을 선언하고 여러 대회에 출전했다. 좋은 성적으로 세계선수권 티켓을 획득했다. 그리고 2014년, 한국 피겨 종합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80.60점을 기록했다. 비록 비공인 점수였지만 본인이 수립한 세계 신기록인 78.50점보다 2.1점 높은 여자 싱글 사상 최초의 80점 돌파였다.

김연아가 세운 공식 신기록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받은 쇼트 프로그램, 프리 프로그램,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프로그램 합계 점수이며 이 점수는 아직 깨지지 않았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포스트 김연아’누구?

 

피겨여왕 김연아가 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김연아 키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해진(17·수리고), 박소연(17·신목고), 곽민정(20)이 포스트 김연아로 불린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평창을 향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김해진은 149.48점을 얻어 16위에, 박소연은 142.97점으로 21위에 올랐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김연아를 롤모델로 삼고 피겨의 꿈을 키운 ‘김연아 키즈’로 알려진다. 두 선수는 김연아가 지난해 3월 런던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무려 3장의 싱글 출전권을 따내면서 예상보다 빨리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차세대 김연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곽민정은 허리부상을 포함해 근육파열 후유증, 발목 부상 등으로 재활에 전념 중이다.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김해진과 박소연 그리고 재활 중인 곽민정이 4년 뒤인 평창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