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③박찬종 변호사

"안철수 새정치 도전…성공한다면 기적"

[일요시사=정치팀]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계 원로의 충고 한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한줄기 빛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잃어버린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계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요시사>가 이번 호에 만난 정계원로는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찬종(74) 변호사다.




박찬종 변호사의 정치 역정에 대해선 두 가지 극단적 평가가 교차한다. 첫 번째는 권위주의 정치, 3김 정치(김영삼·김대중·김종필)에 도전했으나 끝내 실패한 시대를 앞선 정치인이라는 평가다. 두 번째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지 못했던 독불장군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세간의 평가를 모두 부인하며 "나의 도전은 실패하지 않았다. 새정치의 뿌리를 내렸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박 변호사는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에 저항한 학생들을 가장 많이 변호한 인권변호사로, 또 정치인으로 시대의 불의에 끊임없이 저항했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해 현재의 '안철수 새정치 바람'과 유사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부산 서구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낙선하며 정치권을 떠난 그는 이후 변호사로 돌아와 석궁 테러사건의 수학자 김명호, BBK사건의 김경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등의 변론을 맡아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시대의 불의에 맞서 끊임없이 도전했고, 지금은 현실정치에서 한 발 물러나 법률구조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박 변호사에게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꽉 막힌 대한민국 정치권이 나아갈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변호사님 반갑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정치권 밖에서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정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끔은 방송 토론회에 나가 입장을 밝히기도 하구요. 또 변호사로서 에너지가 닿는 범위 내에서 법률구조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지난 대선 때 지지했던 후보가 있으십니까?

▲당시 박근혜·문재인 대선후보 양측에서 도와달라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으나 모두 거절했습니다. 정당 대결 논리, 당 내에선 힘의 논리에 의해 뽑힌 후보 중에서 고르려니 적임자가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정당을 떠나 가장 우수한 정책을 가진 사람, 정직하고 깨끗한 사람을 가려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서는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앞으로 차기 대선이 다가오면 눈에 띄는 사람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수사와 관련해 축소·은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 여야가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며 다투고 있는데 변호사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선진경제국가입니다. 하지만 김용판 전 청장의 1심 판결을 두고 여야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다투는 것을 보면 아직 진짜 선진국 수준에는 오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른 OECD에 소속된 국가들은 이 사안으로 다투는 우리를 우습게 여길 것입니다. 

- 판결 자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법조인 입장에서 보면 이번 판결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번 재판은 '사실이냐 아니냐' 증거를 따지는 것인데, 1심 판사는 김 전 청장의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본 것 같습니다. 이념에 대한 사안이 아닌 사실관계에 대한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이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법관·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인데, 국민들은 유권무죄(권세가 있으면 무죄), 유전무죄(돈이 있으면 무죄)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민생 건성건성 챙기는 정치인은 '건달'과 같아"

"윤진숙은 임명 자체가 실수…바꿀 사람 더 있다"

 

-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잦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결국 경질됐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윤진숙 전 장관은 원래 연구자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연구원으로는 우수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수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한 부처를 총괄하고 국가의 전체 정책방향에 해수부 정책을 접합시켜 나가는 총괄능력을 갖춰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는 이런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본이 안 된 사람이 장관이 됐기에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마이너스가 됐고, 본인도 불명예 퇴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 임명 자체가 실수였다는 말씀이신지요?

▲결론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가 아는 김영삼 전 대통령 외 문민시대 대통령들은 장관을 임명할 때 직접 면접을 한 후 임명을 했습니다. 대통령의 장관 후보자 면접은 함께 일할 부처의 장을 뽑는 것이기에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윤 전 장관을 기용할 때 면접을 안 본 것 같습니다. 면접을 했다면 조직을 맡기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윤 전 장관 해임을 계기로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개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각론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치체계를 가진 미국의 경우를 보면 대통령과 장관은 임기가 거의 같이 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질·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자꾸 나오다 보니 개각 목소리가 벌써부터 불거지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는 미국처럼 가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특별한 재주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말실수도 잇따라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경제팀은 한 번 바꿔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람이 있을까?'(웃음)하는 생각도 듭니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첫 선고가 2월17일 있을 예정입니다. 이 사건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RO라는 조직의 실체가 있는지, 비밀회합에서 오고간 말을 내란 선동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증거 유무가 핵심입니다. 담당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통진당의 성격이 '대한민국은 기분 나쁜 나라다'라는 생각을 가진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과격하게는 '박정희·전두환정권의 후예인 박근혜정권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정권'이라는 생각을 가진 듯합니다. 그러나 생각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에 판결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통진당은 정부에 의해 해산심판도 청구되는 등 사실상 정부가 '종북정당'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불행하게도 종북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상당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왜 종북이 생겨났는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종북이 싹틀 여지가 있었는데, 특히 전두환정권인 5공 시대에 종북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전두환씨의 불법적인 정권 탈취와 반민주적 국가 운용에 대한 반발 심리로 "차라리 김일성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지요.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북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일부가 남았고, 이것이 통진당 사태라 봅니다.

- 종북의 싹이 5공 때부터 생겨났다는 말씀이신가요?

▲종북의 토양은 전두환씨가 만들었습니다. 80년대에 반정부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학생들 변론을 가장 많이 했던 변호사가 바로 저입니다. 당시 운동권 학생들은 양심을 지키기 위해 정권에 저항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생적으로 종북주의화 했지만 민주화 시대로 접어들며 대부분은 여기서 벗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분열의 씨앗을 처음 퍼트린 전씨는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수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국방부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처음부터 외부기관, 예를 들면 특검을 통해서 조사를 했어야 합니다. 군 검찰이 상당히 수사를 잘 한 것 같은데 국방부 울타리 안에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다 보니 결과를 신뢰받지 못하고,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군 사이버사 요원들의 활동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군 검찰과 군 법원 양쪽의 지휘관이기 때문에 비판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 지방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창당 준비 과정과 전망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새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은 지방선거에서의 전면적 정당 공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논의 중인 기초단체뿐 아니라 광역 시·도의 장에 대한 정당 공천도 폐지해야 합니다. 나아가 광역 단체를 제외한 시·군·구 의회도 폐지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것이 새정치의 방향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 의원은 새정치라는 이름을 내걸고 정당을 창당해 이 판에 뛰어든다고 선언했습니다. 새정치도 구호 외에는 모호한데 이런 사람이 성공한다면 저는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희망은 없습니다.

 

"모호한 새정치…새정치신당 희망 없다"

"지난 1년 정치권, 정당 놀이판 전락"

 

- 정치 선배이자 원로로서 여야 정치권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지요.

▲지난 1년 정치는 정당의 놀이판이었습니다. 민생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고 여야 의원들은 정쟁만 했습니다. 아마도 지방선거까지도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입니다. 말로만 민생을 찾고 실제로는 호주머니 채울 궁리만 하고 있는 작금의 정치인은 완전히 '건달'이 됐습니다. 민생을 건성건성 여기는 정치인들 반성해야 합니다.

- 오는 25일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1년이 됩니다. 박근혜정부의 지난 1년을 총평 하신다면?

▲인사, 공약 실천 여부, 소통 3가지로 나눠 봤을 때 모두 A학점을 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D나 F학점을 주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는 주요 인사를 앞두고 대통령이 면접을 직접 진행하는 등 신중을 기하고 공약은 이행 여부를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얘기해야 합니다. 예컨대 65세 이상 전원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등의 공약을 못 지키게 됐으면 '보류'라는 말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파기'라고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소통에 나서야 합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변호사님 본인의 정치인생에 대해 자평하신다면?

▲저는 1992년 14대 선거 때 신정치개혁당을 만든 사람입이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미 신정치에 개혁까지 붙여서 시도했었습니다. 영·호남과 충청의 탄탄한 지역구도 위에 김영삼·김대중·김종필씨가 대장 노릇을 할 때 덤벼들어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정치의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박찬종 변호사는?

▲법무법인 다올 고문변호사

▲올바른사람들 공동대표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5선 국회의원(9·10·12·13·1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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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