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빙속여제’ 이상화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1: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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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질주’ 지금 이대로 평창서도 부탁해!

[일요시사=사회팀]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교적 기량을 펼치기 어려운 저지대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기 때문에 그 위력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스포츠 여신’의 기량이 평창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상화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차 레이스 37초42, 2차 레이스 37초28로  최종 74초70을 기록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그리고 올림픽 2연패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미국 보니블레어, 캐나다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에 이어 역사상 3번째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무엇보다도 악조건 속에서도 신기록을 작성해 그 의미가 깊다.


스포츠 여신의
빛나는 금메달


이상화는 1위를 한 다음 날, 시상식장에서 잠비아 IOC 위원으로부터 받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보였다.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눈시울을 붉히며 감동의 순간을 만끽했다. 시상 직후에 이어진 방송 인터뷰에서 그녀는 “금메달이 밴쿠버 올림픽 때보다 좀 더 무거운 것 같다”며 “애국가가 나오면 감동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인터뷰를 통해 드러냈다. 그녀는 “내가 스피드스케이팅 500m를 석권했다는 사실과 세계기록을 갖고 있는 것, 올림픽 2연패를 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KBS 특별 해설위원을 맡은 강호동은 “이상화 선수의 경기를 보니 뜨거운 뭔가가 느껴졌다”며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이상화라는 것이었다.


이날 시상대에서 은메달 올카 파트쿨리나(러시아), 동메달 마고 보어(네덜란드)가 함께했다.

이상화의 레이스에 경쟁자들도 경의를 표했다. 이들은 “이상화의 테크닉은 완벽했다”며 “이상화를 이기기 위해선 그가 실수를 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화의 이번 금메달이 놀라운 이유는 소치의 낮은 해발고도에 있다. 과거 500m 올림픽 신기록은 1000m 이상 고지대에서 나왔다. 즉 기압이 낮아 공기저항이 적은 덕을 톡톡히 봤던 것이다. 그런데 소치의 해발고도는 불과 4m에 불과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화는 낮은 고도에서 강한 공기저항을 뚫고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지난 14일에는 아들레이드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여자 1000m 레이스에서 마지막 조에 나서 부담 없이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600m를 지나며 조금씩 힘이 떨어진 이상화는 1분15초94의 기록으로 12위를 차지했다. 로테 반 빅(네덜란드)과 레이스를 펼친 그녀는 초반 200m 구간을 17초63으로 돌파하며 이날 레이스를 펼친 선수 중 가장 빠르게 질주했지만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 그러나 주종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4년 전 밴쿠버에서의 기록(23위)에 비해 2.3초 앞당기며 자신의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금메달’
여자 500m 압도적인 기량 선보여


이날 금메달은 1분14초02를 기록한 중국의 장홍이 차지했다. 중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첫 금메달이다.

경기 후 이상화는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밴쿠버보다 나아져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1000m를 마지막으로 올림픽 일정을 마감한 이상화는 “그냥 쉬고 싶고 나중에 시간되면 다른 종목 응원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여자 선수 중에 적수가 없는 이상화는 단짝인 모태범과 함께 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상화의 이번 기록은 남자선수들마저 위협할 정도다. 1980년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남자 전 종목을 석권한 에릭 헤이든을 넘어선 수준이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새로운 올림픽 기록을 작성했다. 이상화의 지금 실력으로 34년 전 남자 500m에 출전했다면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 이처럼 이번 신기록은 불가능과 한계를 뛰어넘은 매우 값진 결과다.




꾸준히 좋은 기록을 보여준 이상화는 수많은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빙속여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이상화 발 사진 속에는 그간의 노력과 고통이 묻어 있었다.

앞서 그녀의 어머니 김인순씨에 의해 이상화의 하지정맥류가 공개됐다. 딸의 하지정맥류가 허벅지까지 퍼져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이에 가수 김흥국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김흥국은 한 매체를 통해 “이상화의 하지정맥류 수술을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서울대 강남병원까지 그녀의 수술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나섰다.


악조건 속에서
금빛 신기록 세워


강한 정신력으로 얻은 이번 결과는 이상화의 체중 감량도 한 몫 했다. 2010년 65.6kg이었던 이상화의 체중은 2012년에 63.2kg, 올해는 62kg으로 꾸준히 줄었다. 하지만 근육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최대 근력을 체중으로 나눈 상대근력은 2010년 334%에서 2012년 342%, 올해는 349%가량으로 증가했다.

대개 체중이 빠지면 근육도 빠지는데 그것을 막으려면 극한의 웨이트 훈련이 필수다. 이상화는 이런 고통을 감내해, 힘은 유지하면서 가볍게 달릴 수 있는 몸으로 최적화했다. 몸은 가벼워졌지만 근육과 뼈가 더 탄탄해져 초반 스타트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화의 약점은 초반 스타트로 알려진다. 4년 전 밴쿠버에서는 초반 열세를 막판 역주로 만회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소치에서는 달라진 이상화의 하드웨어가 좋은 스타트를 이끌어냈다.

25세인 이상화는 4연패를 도전하더라도 33세다. 단거리 스프린터의 전성기는 30대 초반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단거리 종목에 나이는 큰 부담요소가 아니다. 최근 세계 정상급 단거리 스프린터들의 나이는 대부분 30대 초반이다.

이상화는 지난해 9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폴 클래식 대회에서 10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크리스틴 네스빗(1분14초49)을 0.83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당시 그녀의 기록은 한국 신기록인 1분13초66이었다. 네스빗의 1000m 세계기록은 2012년에 기록한 1분12초68이지만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주춤하고 있는 것도 이상화에겐 호재다.

이상화가 좋은 결과를 내면서 그에 따른 포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아웃 가리지 않는 만능 스프린터
최고 시속 55.8km…피땀 흘린 결과


그녀는 2010년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로 월 100만원의 연금을 이미 받게 됐다. 연금 종류는 월지급과 일시금 중에서 선수가 고를 수 있는데, 월 100만원 한도를 채우면 일시금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상화에게 일시금으로 6500만원을 포상할 예정이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빙상경기연맹도 각각 6000만원과 3000만원을 지급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또 각 기업의 후원까지 더해지면 이상화가 받을 포상금은 2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러 기업의 광고 모델로 나설 경우 더 많은 부를 거머쥘 수도 있다.


이상화의 금메달 소식에 후원계약을 체결한 KB금융그룹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상화의 대활약에 금융계도 덩달아 힘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KB금융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 금융계에 우울한 소식이 많았는데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면서(직원들이) 힘을 받게 됐다”고 기뻐했다.

밴쿠버 금메달 때만 해도 이상화는 인지도가 낮은 선수였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긴 했지만 대중에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월드컵시리즈를 재패하는 그의 투혼이 알려지며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남성패션지 ‘에스콰이어’의 화보 모델로 나서 섹시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화보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이상화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고 했다. 그의 소속사인 브리온컴퍼니 관계자는 “평소처럼 훈련에 열중하고 있을 때 (화보) 섭외가 왔다. 본인도 운동선수가 아닌 일상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고 여겼다. 자연스럽게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에스콰이어 에디터는 “세계 최고의 스케이팅 실력만큼이나 외모도 뛰어난 선수인데 과소 평가받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의 여성스러운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섭외 배경을 밝혔다.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이상화의 주가가 치솟아 광고와 방송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블루칩’을 예고하고 있다. 또 가난한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운동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진정성을 가져다 주는 스타다.

그녀의 남자친구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그녀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이상엽씨는 현재 육군 중위로 복무중이다. 그는 휴가 때 해외 출국을 허가받아 러시아 소치를 방문했다. 이상엽씨는 이상화에게 부담을 줄까봐 경기 전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만났다고 전해진다. 또한 오는 5월에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젊은 그녀
앞으로도 창창



이상화는 휘경여자고등학교 재학 중 국가대표가 됐다.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시청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세계적인 여자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그녀는 2005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세계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500m에서 38초71로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스프린트 종합에서 153.2점으로 주니어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이어 세계 종목별 선수권 대회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에는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 출전해 5위에 올랐다. 2007년에는 500m에서 37초81로 한국 신기록을 다시 경신했고, 이 기록이 곧 주니어 세계 기록이 되기도 했다.

이상화는 이후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둬, 2009년에는 500m에서 37초70, 1000m에서 1분15초88로 다시 한국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세계 종목별 선수권 대회 500m 부문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장외선 관능미에 애교도
광고업계 최대 ‘블루칩’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앞둔 2009년과 2010년 시즌에는 기량이 더욱 향상돼, 2009년 12월, 500m에서 37초25, 1000m에서 1분15초26으로 자신이 보유하던 한국 신기록을 새로이 경신했다. 2010년 1월에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는 1차 레이스 38초24, 2차 레이스 37초85, 합계 76초09를 기록해 당시 500m 세계 기록 보유자였던 세계 1위 예니 볼프를 제치며 아시아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 올림픽 종목에서 우승했다.

동시에 한국 최초의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메달이었다. 500m 레이스를 진행하여 합계 76초14로 은메달을 차지한 예니 볼프는 이상화가 매우 향상되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예니 볼프는 올림픽이 열리기 1개월 전에 같이 레이스를 진행한 경험이 있어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기록의 여신…
한국 빙상의 자랑

이상화의 좋은 성적은 밴쿠버 동계 올림픽 이후로도 쭉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19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 시즌 월드컵 6차 대회 500m에서 36초99로 대한민국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다음날인 1월20일에는 36초80을 기록하며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기록을 깬 것이었다.



이상화는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시리즈 종합 우승, 종목별 세계 선수권 대회 2연패 등의 성적을 올리며 12번 우승했다.

2013·2014 시즌에도 이상화는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1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3-14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74로 다시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11월16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14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 1차 레이스에서 불과 6일 전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 36초74를 0.17초 앞당긴 36초57이라는 세계기록을 다시 수립했다. 이튿날 2차 레이스에서는 전날 기록에서 0.21초 앞당겨 36초36으로 세계신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그리고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도 500m 부문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2연패를 달성했다.

한편, 이상화는 스포츠 스타의 이미지와 다소 어울리지 않게 이상화의 취미는 네일아트, 레고 조립으로 알려진다. 뛰어난 기량과 함께, 선후배 관계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전해진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이상화는?]

▲서울 출생
▲휘경여고 졸업
▲한국체육대 학사, 고려대 교육학 석사과정
▲제20회 토리노 동계올림픽
▲제24회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투르드코리아 홍보대사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홍보대사
▲G20 정상회의 성공기원 스타 서포터즈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제7회 아스타나 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동국대 의료원 홍보대사
▲희망서울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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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