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최성수 '빌라전쟁' 2라운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2.10 10: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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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서 원수로’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사회팀] 가수 인순이와 동료가수 최성수씨의 부인 박모씨. 한때 절친한 선후배 사이던 두 사람이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둘러싸고 날선 대립 중이다. 1년 넘게 이어온 공방에서 최근 법원이 인순이 측의 손을 들어주자 박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치열한 2라운드를 예고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진흙탕 싸움. 과연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순이와 최성수씨 부인이자 부동산 시행업자인 박모씨가 고급빌라 사업 투자금을 놓고 여전히 공방 중이다. 인순이는 최근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박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박씨는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의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2011년 11월. 인순이가 ‘최성수 부부’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부터다. 당시 인순이는 “최씨 부인 박씨가 시행사 대표로 있는 서울 동작구의 빌라 ‘흑석 마크힐스’ 사업에 50억원을 투자했으나, 투자한 원금과 이에 대한 이자, 그리고 수익금을 포함해 총 50여억원을 거의 회수하지 못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뻥튀기’ 하려다


‘흑석 마크힐스’는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빌라다. 탁월한 한강 조망권을 자랑함과 동시에 장동건·고소영 부부가 신접살림을 차리며 유명세를 탔고 현빈, 이민호, 김연아 등이 연이어 둥지를 틀면서 집중 관심을 받았다.

해당 빌라는 오리온 그룹 계열사인 메가마크가 시공을 맡았고, 박씨가 시행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6년 3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이 빌라 사업의 투자금 명목으로 인순이에게서 총 4차례에 걸쳐 23억원을 넘겨받았다.


인순이 측은 고소장에서 “투자 원금은 물론 반반씩 나눠 갖기로 한 분양권 매매대금 40억6천만원까지 박씨가 전부 횡령해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박씨는 ‘대물변제’ 명목으로 인순이에게 앤디 워홀의 작품 ‘재키’와 ‘플라워’의 소유권을 넘겨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작품은 당시 시가로 각각 31억5000만원, 21억4000만원선. 그러나 이 그림 중 1점을 담보로 박씨가 18억원 대출을 받으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인순이 측은 “그림을 넘기면서 3년 내에 박씨가 그림을 매각해 딜러비를 제외한 차액을 7대3 비율로 나눠 갖기로 약정했지만 무산됐다”며 “심지어 몰래 담보 대출까지 받았다”며 고소 배경을 밝혔다.

최씨 부부 측은 그러나 “인순이가 투자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이자를 모두 지급했으며, 최씨는 사업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고급빌라 투자금 50억 두고 수년째 대립
1심서 인순이 승소…치열한 항소전 예고


인순이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중앙지검은 최씨 부부에 대해 조사하고 사전 기록을 검토해본 결과 ‘박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인순이는 판결에 재수사를 요구하며 서울 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

재수사에 들어간 서울고검이 파악한 박씨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박씨가 인순이에게 수익 보장을 약속하며 받은 23억원을 가로챈 혐의, 두 번째는 차용금에 대한 변제 명목으로 ‘앤디 워홀’의 미술 작품을 인순이에게 주고 난 뒤 인순이의 승낙 없이 이를 담보로 미술품 경매 업체에서 돈을 빌린 혐의 등이었다.

서울고검은 이 같은 혐의를 인정해 2012년 12월 박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유상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상당한 친분 관계에 있는 피해자의 신뢰를 이용해 23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차용금 명목으로 가로채고 피해자에게 대물변제로 줬던 그림을 피해자 동의 없이 임의로 담보 제공했다”며 “피해자가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2008년 피해자에게 5억원을 변제한 점, 당사자 간 체결된 대물변제약정에 의해 이 부분을 각 차용금을 포함한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51억원 상당의 채무가 위 그림 2점으로 대물변제 돼 결과적으로 사기범행의 피해금액 중 대부분이 피해회복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마치 인순이에게 23억 원의 금전적 피해가 있는 것처럼 보도됐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항소 했음을 밝혔다.

소송 대리인 측은 “인순이의 고소가 있기 약 2년 4개월 전인 2009년 7월18일 박씨와 인순이 간에 박씨가 인순이에게 투자원금은 물론 고수익까지 모두 포함하여 고가의 미술 작품 2점을 대물변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인증약정서까지 작성하여 상호 합의했다”며 “인순이가 2009년 8월16일 위 미술 작품 2점을 인수하여 완전히 대물변제가 완료됐다. 박씨는 이미 2008년 12월24일 인순이의 요청으로 5억 원을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 대물 변제된 작품 중 미술 작품 한 점을 담보제공 하였다는 횡령의 공소사실은 인순이가 충분히 인지하고 동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후 인순이는 위 미술작품을 갤러리에 보관하던 중 2011년 10월 7일 반환 받아가 현재 인순이가 위 미술작품을 소유,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정에


또 “이후 인순이가 2011년 11월 17일 갑자기 박씨를 고소했고, 중앙지검 수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결정됐다”면서 “박씨의 사기나 횡령 범행에 대한 고의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 1심에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 판결이 선고됐다”며 항소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다투어 무죄임을 반드시 밝힐 계획”이라고 마무리했다.

오랜 시간 절친한 동료로 관계를 유지해오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 세 사람. 무죄와 유죄를 오가는 이들의 법적공방, 제 2라운드 결과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성수 부동산’ 미스터리

인순이와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최성수씨 부인 박씨에게 징역형이 내려진 가운데, 최씨 부부의 ‘미국 부동산 급매각 의혹’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뉴스 블로그 <시크릿오브코리아>는 최근 “최씨가 지난 2010년 미국 LA 주택을 자신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한 달만에 이를 부랴부랴 매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3월 5일 <시크릿오브코리아>는 ‘유부남 최성수 미국집 살때 ‘나는 독신남’ 왜 그랬을까‘ 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최씨가 2007년 4월 LA의 주택을 245만달러에 매입했으며 기혼임에도 불구하고 매입계약서에 ’독신남‘이라고 기재한 것은 재산추징에 대비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 매입계약서에 따르면, 최씨는 2007년 4월 19일 고급저택이 즐비한 LA 비버리힐스의 244 S PALM DRIVE의 주택을 245만달러에 사면서 매입자로 최성수, 독신남 [SUNG SOO CHOI, A SINGLE MAN] 이라고 기재했다. 

당시 <시크릿오브코리아>는 “박씨와 결혼 상태인 최씨가 독신남이라고 기재한 것은 재산추징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면서도 “캘리포니아주법상 부부는 배우자 한명이 부동산을 매입하더라도 다른 배우자가 자동적으로 50% 지분을 인정받으므로 만약 박씨가 유죄선고를 받는 등 추징조건이 될 경우 추징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LA 카운티 등기소 서류를 다시 조사한 결과, 최씨는 해당 기사가 나간 지 불과 한 달뒤인 2010년 4월 7일 자신명의의 주택을 급하게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이 부동산을 245만달러에 매입했지만 급매도를 했던 탓에 30만 달러를 손해보고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시크릿오브코리아>는 “결국 서울중앙지법이 박씨에게 사기혐의 유죄판결을 함으로써 최씨부부가 이 같은 혐의에 따른 사실상의 도피였음이 드러났다”며 “보도 뒤 한 달만에 이를 팔아치운 것은 최씨가 추징을 피하기 위해 매입계약서에 기혼임에도 불구하고 ‘독신남’으로 기재했다는 추정도 틀리지 않았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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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