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서열과 기부 상관관계

  • 박민우 pmw@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10: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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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함 열어 보니…순위만큼만 베푼다?

[일요시사=경제1팀] '기부금을 보면 재계 서열이 보인다?' 기부철이 끝나가고 있다. 이번 겨울에도 대한민국 행복 온도를 높이는 기업들의 아름다운 온정이 이어졌다. 눈에 띄는 점은 재계 서열에 따라 나눴다는 사실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자료를 통해 그룹 순위와 기부금의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나눔 경영'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핵심 경영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도약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불황에 동장군까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점은 지난해 전체적으로 기업의 온정이 예년만 못하다는 사실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에 따르면 2012년 매출액 기준 200대 기업의 기부금은 2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00억원(12.5%) 줄었다. 국내 대기업들이 불우이웃돕기나 사내외 복지기금 등으로 지출한 기부금이 전년보다 급감했다는 자료도 있다.

예년만 못해

주목할 대목은 재계 서열에 따라 각 그룹의 나눔 성적표가 나뉜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모금회에 이웃돕기 성금으로 500억원을 냈다. 1년 전에도 500억원을 기부한 삼성은 재계 서열 1위다운 '통큰 기부'로 화제를 모았다.

삼성은 1999∼2003년 100억원씩, 2004∼2010년 200억원씩 기탁하는 등 1999년부터 2013년까지 15년간 사랑의 열매에 총 3200억원을 기부했다. 임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삼성의 국내 임직원 20만명 중 70% 정도인 14만명이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고 있다. 여기에 회사 측이 같은 금액을 출연해 성금을 모으고 있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는 같은 시기 2012년보다 50억원 많은 250억원을 기탁했다. 삼성 기부금의 반만 낸 셈이다. 현대차는 2003년부터 11년간 총 1340억원을 모금회에 기부했다.

재계 서열 3위와 4위인 SK와 LG는 똑같이 120억원씩 냈다. SK는 2012년과 동일한 금액, LG는 2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SK는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모금회와 함께 '2013 행복나눔 김장행사'와 '2013 행복나눔 바자회'를 여는 등 행복공동체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 바 있다. LG는 성금 기탁 외에 각 계열사별로 독거노인 및 소년소녀가장 등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돕기 위해 ▲소외이웃 생필품 전달 ▲사랑의 김장 담그기 ▲사랑의 집 고치기 등 다양한 연말 이웃사랑 활동을 펼쳤다.

5위 롯데는 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 50억원을 기탁했다. 롯데 역시 성금 외에도 계열사 별로 다양한 이웃돕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6위 포스코는 롯데보다 2배 많은 100억원을 기부했다. 포스코(80억원)를 비롯한 대우인터내셔널(5억원), 포스코건설(4억원), 포스코특수강(4억원), 포스코에너지(3억원), 포스코ICT(2억원), 포스코켐텍(2억원) 등 포스코 및 관계사가 동참했다. 창립 초기부터 매년 연말 불우이웃돕기성금을 전달해온 포스코는 2007년부터 그룹사와 함께 매년 100억원의 성금을 마련해 어려운 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 따뜻한 온정 행렬…눈치보고 성금?
역시 삼성…현대차·SK·LG도 '통큰 기부'

7위 현대중공업과 8위 GS는 각각 성금 40억원을 기탁했다. GS는 지난 15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모금회 제8대 회장에 취임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10위 한진과 11위 한화, 13위 두산은 각각 30억원씩 기부했다. 17위 LS는 2012년 10억원보다 2배 늘어난 20억원을 기탁했다. 18위 동부와 26위 현대백화점, 27위 효성은 각각 10억원을 냈다.

31위 영풍은 전년 성금 10억원보다 2배 늘어난 20억원을 좋은 일에 썼다. 이밖에 35위 KCC는 12억원, 45위 한국타이어는 10억5000만원, 51위 아모레퍼시픽은 5억원을 모금회에 전달했다. 재계 서열에 들지 못하는 KB금융, 신한금융은 각각 50억원을, 유진그룹은 3억원을 성금으로 기탁했다.


그런가 하면 '덩칫값'을 못한 기업도 있다. 24위 에쓰오일은 고객들과 함께 모금한 '보너스카드 포인트' 기부금 3155만원을 전달했다. 이 기부금은 주유 고객 5487명이 기부한 1577만원과 같은 금액의 에쓰오일 출연금을 더해 마련됐다.

29위 한국GM은 김장김치 1200박스(12t)와 연탄 2만장을 기부했다. 32위 코오롱은 성금 3억원을, 33위 한진중공업은 5000만원을 기탁했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한진중공업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급여의 일부를 적립하는 '사랑의 1계좌 운동'과 회사의 매칭그랜트 방식을 통해 조성한 돈이다.

14위 STX, 19위 금호아시아나, 48위 웅진 등은 회사 형편상 따로 기부하기 어려운 처지다. KT(12위), CJ(15위), 신세계(16위), 대우조선해양(20위), 대림(21위), 현대(22위), 부영(23위), OCI(25위), 대우건설(28위), 동국제강(30위), 미래에셋(34위), 홈플러스(36위), 대성(37위)은 아직 내지 않았거나 모금회에 성금을 내지 않고 있다.

KT&G(38위), 한라(39위), 현대산업개발(40위), 세아(41위), 태광(42위), 교보생명(43위), 한국투자금융(44위), 하이트진로(46위), 태영(47위), 이랜드(49위), 한솔(50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안 내는 그룹도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한 해 실적과 재계 순위 등을 감안해 전년에 뒤지지 않는 선에서 연말 기부금을 정한다"며 "계열사들의 연중 기부와 외진 곳에서 직접 몸으로 실천하는 봉사 활동도 크게 다르지 않는 등 재계 서열이 높을수록 사회참여가 많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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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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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