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방사능 공포' 소문과 진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05 10: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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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산물 안전? 위험?…생선요리 먹을 때마다 '찜찜'

[일요시사=사회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일본 발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흐르면서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위기로 인식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유통 수산물을 두고 말이 많았다.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걸까. 방사능 오염 실태 및 정보를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음식물에 의한 ‘내부피폭’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다.




이따금씩 구내식당에서 생선튀김과 동태찌개가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 노량진 수산시장도 마찬가지다. 한때 손님이 급감했지만 요즘엔 다시 되살아난 분위기다. 술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산 맥주는 여전히 뜨거운 인기다. 방사능 위험성이 알려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근데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든다. 방사능 내부 피폭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방사능 위험성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방사능 피폭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나 방사능 피폭은 매우 치명적이다. 특히 외부 피폭과 달리 내부 피폭은 더 위험하다고 알려진다.


‘먹거나 말거나’
정부 미온적 태도


방사능 외부 피폭은 사람의 신체 외부에 있는 방사선원으로부터 방출된 방사선에 의한 피폭을 말한다. 이 경우 투과력이 강한 엑스선, 감마선 등은 신체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지만, 베타선은 투과력이 약해 피부 및 안구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인 성인 기준으로 연간 피폭한도는 1000시버트다. 1000시버트는 1밀리시버트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방사선 종사자의 연평균 허용선량은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20밀리시버트다. 자연 상태에서 쬐는 방사능은 2.4밀리시버트 정도다. 유럽을 비행기로 여행한다고 해도 0.07밀리시버트의 방사능밖에 쬐지 않는다.


병원에서 흉부 엑스선을 촬영할 때의 피폭량은 0.1∼0.3밀리시버트고 CT 촬영을 할 때는 이 수치가 늘어나 8∼1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쬐게 된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체에 올 수 있는 영향은 확률적 영향(지발성)과 결정적 영향(급성)이 있다.




확률적 영향은 저선량을 장시간 피폭당했을 때 있을 수 있는 영향으로 선량에 발생확률이 비례한다. 증상은 악성종양(암)과 더불어 백혈병, 수명단축, 겉늙음현상(가령현상),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돌연변이나 염색체 이상이 올 수 있다.

0부터 250밀리시버트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하지만 250밀리시버트부터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500밀리시버트 정도가 되면 백혈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때는 외적인 증상은 없다. 1000밀리시버트 부터는 위험수준이다. 특히 1500밀리시버트부터는 방사선숙취 현상이 일어난다.

이 수치가 4000밀리시버트를 넘어가면 생명이 지장이 있다. 4000밀리시버트는 반치사선량으로, 전신조사 시 30일 이내에 50%가 사망하는 선량이다. 조혈기장해를 일으키는 선량으로 볼 수 있다.

700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쬐게 되면 최소 2∼3주 내 100% 사망이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타난다. 1만밀리시버트를 넘는 경우는 위장관사가, 10만밀리시버트부터는 중추신경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진다. 방사선을 쬐는 도중 세포손상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이러한 외부피폭보다 위험한 게 내부피폭이다. 방사선피폭 가운데 체내에 흡수된, 혹은 체내에서 생성된 방사성물질에 의한 피폭을 말한다. 알파선, 베타선 등 입자선에 의한 선량이 감마선 등 전자파에 비해서 크게 되는 점이 외부피폭의 경우와 다르다. 한마디로 체내에 유입되는 방사성 핵종으로부터의 피폭이다.

일본 아이돌 토키오의 리더 야마구치 타츠야는 후쿠시마를 응원하는 캠페인으로 ‘후쿠시마 사랑해’라는 광고를 촬영하고 ‘동일본을 먹어서 응원하자’며 1년 동안 그 지역 농산물을 먹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방송 도중 받은 전신 스캔에서 ‘세슘 137에 내부 피폭 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부피폭은 괴담이 아니었던 것.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불안감 고조
피폭 실태·정보 제대로 파악 못해 우왕좌왕


전문가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이 체내로 흡수되면, 갖가지 방사성 원소가 각기 다른 곳을 공격한다고 말한다. 세슘은 우리 몸의 혈액과 근육으로 이동해 DNA 구조를 변형시킨다. 요오드와 스트론튬은 각각 갑상선과 뼈에 모여 장애를 일으키고, 플루토늄은 폐를 집중적으로 손상시킨다. 음식물을 통한 내부 피폭이 직접 방사능을 쬐는 외부 피폭보다 위험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이 같은 양이라고 하면 내부 피폭의 노출이 장기적이다. 외부 피폭은 피난과 특수복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지만 내부 피폭은 방법이 없다. 몸 속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문제다. 요오드는 반감기가 1주일 정도지만 플루토늄은 수백년이 걸린다. 사실상 체외 배출은 불가능하다. 특히나 노약자는 매우 위험하다. 세포의 손상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각각인 것. 대개 원자력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키는 반면에 의학계에서는 내부 피폭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피폭이 위험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전사고 이후
계속되는 후폭풍


호흡기를 통한 외부 피폭보다 음식물을 통한 내부 피폭이 훨씬 심각하다.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 200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선 피폭 경로의 90% 정도가 우유, 육류, 버섯, 과일, 채소 등 식품으로 인한 내부 피폭이었다. 외부 피폭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피폭자의 거리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지만, 내부 피폭은 다양한 경로로 고스란히 체내에 축적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복구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265조에 이른다. 문제는 이 상황이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의 해양 누출과 수산물 오염에 대해 모른 체했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는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일본 당국은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대한 사고등급을 ‘일탈’에 해당하는 1등급에서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3등급으로 올렸다.

<주간 아사히>는 이바라키와 지바현 등 일본 간토 지방에 속한 15개 기초 지자체의 어린이 및 청소년 10명 가운데 7명꼴로 소변에서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 사람들의 체내 세슘 비율의 민낯이 드러났다.

당시 검출된 세슘은 134, 137이다. 세슘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알려진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음식물 섭취 등을 거쳐 아이들의 체내로 들어온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소변 검사를 진행한 이바라키현 모리야시에 있는 조소생활협동조합 관계자는 <주간 아사히> 인터뷰에서 “8살 된 아이의 소변에서 세슘 1베크럴이 검출됐다고 한다면, 이 아이는 하루 몇 시간씩 세슘을 흡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내부 피폭에는 허용 한계가 없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친 건강 체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사선 직접 노출보다 
체내 흡수가 더 문제


내부 피폭이 외부 피폭보다 위험한 것은 방사선의 영향을 장기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야가시키 가쓰마 류큐대학 명예교수는 “후쿠시마와 간토 지방의 아이들에게서 코피나 하혈 등이 발견되고 갑상선암이 증가하는 원인도 내부 피폭”이라며 “파괴된 유전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유전자 조직이 잘못 연결되면 암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원폭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의사 히다 순타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내부 피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히다는 “원자폭탄에서 나온 방사능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은 군가 기밀로 숨겨왔고, 의사와 피폭자에게 침묵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히다는 “미국에서 내부 피폭을 연구한 이들도 정부의 탄압을 받았지만 양심을 지키며 연구하고 있었다”며 “그 뒤 미국과 독일에서 동료들과 방사능 피폭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그는 “지금도 후쿠시마 폭발 뒤 피폭은 계속되고 있다. 공기와 물 그리고 흙이 오염돼 여기에서 나온 각종 음식물은 몸 속으로 들어가 우리의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문제다. 점차 아무런 이유없이 설사가 계속되고, 코피가 멈추지 않고, 구강염이 계속 되는 일이 후쿠시마부터 시작해 일본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없이 다가오는
공포의 그림자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입을 닫고 있다. 마치 방사능 함구령이 떨어진 것처럼 조용하다. 일부 언론은 ‘방사능 괴담’이라며 감싸기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의 살아있는 지식인이자 저명한 핵물리학자로 유명한 고이데 히로아키 교수는 <JTBC>에서 “일본 아베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완전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거짓말로 밝혀졌다. 일본산 어류는 잡히는 곳과 출하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8개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입금지 조치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준치를 강조한다. 기준치를 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탈핵전문가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강연장에서 “‘의학적인’ 안전 기준치란 없다.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능도 암 발생 확률을 증가시킨다. 제로(0)가 가장 안전한 것이다. 식품에 허용되는 방사능 기준치란 원전의 이해 당사자들, 정부나 기업 등의 ‘관리’ 수치일 뿐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후쿠시마 이후 피폭량 기준치를 20배 올렸으면서 식품 기준치는 1/4로 줄였다. 우리나라도 종전에는 기준치를 370베크렐로 잡았다가 최근에 100베크렐로 낮춘 것이다”고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기준치의 모호성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약 30개국, 250명 정도의 정부 관료 및 관계자들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로 이 단체는 각국의 원자력 산업계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관련 산업계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일까. 방사능 영향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리스크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반면 양심적인 과학자들이 만든 단체인 ECRR(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는 ICRP에 대항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포의 ‘AI’


우리나라와 중국, 베트남에서 AI(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AI’는 avian(새)과 influenza(유행병)의 합성어다. 주로 야생 조류 또는 가금류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엔자를 말하며, 드물게는 인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중국에서 발생한 AI의 종류는 신종 H7N9형으로 며칠 전 상하이에선 30대 의사와 70대 환자가 감염돼 숨졌다. 베트남 사망자는 H5N1형에 의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H5N8형인데 집오리, 가창오리는 물론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큰기러기조차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AI 사태의 발병원인으로 야생 철새를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조류단체에서는 철새가 오히려 농장오리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WT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에서 고병원성 AI에 648명이 감염돼 384명이 사망했다. 중국 신종 AI(H7N9형)에 걸린 환자는 177명으로 이 가운데 47명이 숨졌다.

전국 확산 가능성
감염돼 숨지기도

이처럼 AI의 사망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위험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예방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AI에 감염되면 감기처럼 고열과 콧물 등이 있지만 정도가 더 심하고 전염성이 강하다. 고병원성 AI A형 H5N1 바이러스의 경우, 환자는 감염된 수일 이후 폐렴이 나타났다가 호흡부전으로 진행돼 사망할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감염 환자에게는 타미플루나 리렌자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이번 국내에서 살처분에 동원된 관계자 등에게 예방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AI의 avian(조류의)은 1870년대 생겨난 말로, 새를 의미하는 라틴어 어근 avi에 형용사어미 -an이 덧붙은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유럽에 유행성 감기가 창궐했던 1743년 ‘유행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influenza에서 차양된 말이다.

이 용어를 더 추적하면 influence(영향) 또는 influentia(영향을 미치는 것:중세라틴어)에 이른다. 19세기 중반 이래에는 종종 ‘독감’의 뜻으로 쓰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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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