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모 비서관 '취업사기' 혐의 피소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8 17: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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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가정파탄' 주장, 의원실은 '모르쇠' 일관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A의원의 현역 비서관 B씨가 취업사기를 벌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다. B씨가 피해자 두 명에게 받아 챙긴 돈은 모두 1억4천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건이 발각된 이후에도 B씨는 아무렇지 않게 비서관으로 근무한 사실이 밝혀졌다.  


피해자 C씨의 악몽은 정확히 2년 전인 지난 2012년 1월 시작됐다. 민주당 A의원의 현역 비서관 B씨는 C씨의 대학동기로 오랜 친구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B씨가 모 인사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고향에 내려오면서 성사됐다.

취업 알선? 

C씨에 따르면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에서 B씨는 C씨와 또 다른 대학동기 D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현역 비서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두 사람을 업계 1, 2위를 다투는 모 자동차 회사의 생산직으로 취업시켜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대신 1인당 7천만원의 금액을 요구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모 자동차 회사에 입사만 된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결국 두 사람은 B씨에게 돈을 주기로 한다. 한명은 차명계좌로 다른 한명은 현금으로 B씨에게 돈을 전달했다. 대학시절 친구였고 현직 국회의원의 비서관이었다. 의심은 하지 않았다.

C씨는 B씨의 말만 믿고 14년이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딸린 식구가 있어 퇴직이 망설여졌지만 B씨는 자신만 믿으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B씨의 취업 약속은 조금씩 미뤄졌다. 조급함이 밀려왔지만 B씨는 항상 좀 더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회사를 퇴직한 C씨는 경제적 어려움도 찾아왔다. 가정은 파탄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결국 10개월 남짓이 지나 지난 2012년 11월 C씨와 D씨는 B씨를 강하게 추궁하며 지급한 돈을 다시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B씨는 C씨와 D씨에게 받은 돈을 개인채무 등으로 모두 탕진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현역 비서관인 B씨에게 한 마디로 취업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취업 청탁 대가로 1억 4천만원 받아
퇴직 여부 오락가락, 거짓말로 감싸기?
  

C씨와 D씨가 원금을 받아내는 데는 그 후로도 1년이 더 걸렸다. 두 사람이 B씨를 고발하자 결국 B씨는 C씨와 D씨가 고소를 취하한다는 조건으로 원금을 모두 되돌려줬다. 일단 돈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 합의서도 써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C씨와 D씨는 직장도 잃고 가정은 파탄 지경에 이른 상황이었다.

갑작스런 퇴직과 많은 나이로 재취업도 쉽지 않았다. 원금은 받아냈지만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비서관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B씨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두 사람은 B씨를 다시 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써준 합의서 때문에 B씨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았다. 검찰에 기소는 됐지만 불구속 기소였다. B씨는 오는 2월2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는다.

결국 두 사람은 해당 의원실에 직접 B씨를 해임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 사실을 해당의원에게 알리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해당 의원의 홈페이지 등에 이 같은 억울한 사연의 글을 올리면 글은 모두 삭제됐고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직접 C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오히려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지 말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의원은 정치개혁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C씨는 또 다른 의문도 제기했다. 마치 다른 보좌진들이 B씨를 보호하려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같은 내용이 해당 의원에게 제대로 전달됐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좌진들이 이 같은 내용을 실제로 의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고, 전달이 됐음에도 B씨를 해임시키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의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당사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당사자와 통화를 요청했다. 그러자 "(B씨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본인이 기자라는 점을 밝히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려 한다고 하자 의원실 관계자는 갑자기 "(B씨가) 얼마 전 퇴직했다"며 말을 바꿨다. 정확히 언제 퇴직했느냐는 질문엔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번엔 다른 보좌진과 통화를 했다. 이 보좌진은 "(B씨가) 몇일 전에 퇴직했다"고 말했다. 정확히 언제냐는 질문엔 역시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일정 때문에 자주 의원실을 비웠기 때문에 모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연결한 보좌진은 "(B씨가) 오늘 퇴직했다"고 설명했다. 의원실은 고작 9명의 보좌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료가 언제 퇴직했는지도 모른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다. 보좌진마다 대답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일요시사>는 해당사건에 대한 A의원실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으나 A의원실은 "해당사건에 대해 유일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E보좌관인데 정치개혁특위 때문에 바빠 자주 자리를 비워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E보좌관의 개인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자 A의원실은 "E보좌관이 좋은 일도 아닌데 개인연락처를 알려주기는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고 전해왔다.

 

취업 사기?

 

<일요시사>는 또 당사자인 B씨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고자 B씨의 연락처를 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A의원실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취재기자는 국회 사무처에 B씨의 재직여부를 조회했다. 그런데 A의원실의 설명과는 달리 해임됐다는 다음날까지도 B씨는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1억4천만원에 달하는 취업사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인물이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B씨를 방치하고, 또 감싸기까지 하는 A의원실의 행태는 누구라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정치개혁특위 활동으로 바쁘다는 A의원실. 가장 먼저 해야 할 정치개혁은 지위를 남용하는 구태청산이 아닐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당초 취재과정에서 A의원실의 보이지 않는 비호(?) 속에 전혀 접촉할 수 없었던 B비서관은 인터넷에 기사가 게재된 이후 <일요시사>에 직접 연락을 취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구 반론권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일요시사>는 B비서관에게 반론권을 주기로 결정하고, 그의 주장을 그대로 전재한다. 

다음은 B비서관의 주장이다.

 

저는 당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여 당시 오랜 친구인 제보자에게 돈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 친구는 회사에서 실적부진에 따른 스트레스와 명퇴 재촉을 당하고 있다며, 저에게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 수 없겠냐는 요청을 하였고, 저는 선뜻 돈을 빌려준 친구의 마음을 알기에 선의의 마음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일자리는 알아보겠지만 우선은 회사에서 최대한 버티는 것이 낫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친구는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돈을 갈취할 목적이었다면, 거금을 계좌를 이용해서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후 일자리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제보자는 조속한 원금상환을 요구하였으며, 저는 일시불로 상환하기 어렵기에 완전상환 시점까지 월 100만 원씩 이자를 지급하기로 서로가 약속하였습니다.

그 이후 매월 100만 원의 이자를 계좌를 통해 보내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보자의 부인이 계속해서 완전상황을 요구하며 저를 고소하였고, 저는 고소 건이 진행 중인 2013년 초에 모든 금액을 상환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금과 이자를 전부다 상환해줬음에도 제보자는 이후에도 계속 일자리와 현금을 요구하였고 이 과정속에서 저는 두 차례에 걸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또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직을 표명하였고, 의원실도 사직토록 하여 출근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공무원이 재판에 회부될 경우 징계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 퇴직처리를 할 수 없다는 국회사무처의 규칙에 따라 신분상으로는 재직 중에 있으나, 실질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고, 근무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감사관실의 징계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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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