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①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4: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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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타협, 수없이 말해도 안 들어"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 원로의 충고 한 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빛줄기처럼 반갑다. 길을 잃은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는 신년을 맞아 정치 원로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을 만났다. 




'정치9단 박희태가 돌아왔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지난 6일 새누리당의 상임고문으로 위촉되며 당에 복귀했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박 고문은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장관과 한나라당 대표,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그는 MB정권의 개국공신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또 헌정 사상 최장수 대변인으로 재직하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총체적 난국' '정치9단' 등 각종 정치어록을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정치9단 박희태라면 길을 잃은 대한민국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고 있진 않을까? 그래서 박 고문을 만나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박 고문과의 일문일답.

- 지난 6일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당에 복귀하셨습니다. 당에 복귀한 소감과 앞으로 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실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 직함 그대로 당에서 고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다만 특별하게 당에서 자문을 요구할 때 나서는 것이지 스스로 먼저 나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대해 평가해주신다면?
▲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 초기와는 달리 커다란 문제점이 없기 때문에 잘 순항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정부 때는 임기 초 광우병 사건이 터져 정권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요동을 겪었습니다. 그에 반해 박근혜정부 초기에는 그런 일 없이 순탄하게 잘 넘어가고 있고, 국정도 잘 살필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 올해 최대 정치이슈는 단연 지방선거입니다. 새누리당이 승리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어떻게 하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전략의 포인트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테니까, 그걸 지금부터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당의 몫일 것입니다.

- 올해 지방선거나 7월 재보선 출마 등 향후 제도권 복귀 계획은 없으십니까? 인물난을 겪는 새누리당에서 '선당후사'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권유한다면?
▲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출마에 대한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돌아온 정치9단, 정치권에 강한 쓴소리
기초 공천제 폐지와 개헌론엔 반대 입장

-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세지고 있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사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해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안철수 현상과 관련해 안철수신당은 이제 막 스타트라인 서있는 것이지 아직 출발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신당이 잘 뛴다, 국민들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수신당은 지금 한 발짝도 떼지 못했습니다.

- 안철수현상에 대해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기성 정치인들이 반성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기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겠습니까?(웃음) 그동안 정치권이 나라 발전을 위해서 한 일도 많습니다만 한 가지 비판을 한다면 현 정치권은 타협정치에 대한 노력이 아주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정치는 타협입니다. 그런데 현 정치권은 타협을 하지 않고 너무 정쟁에만 치중해왔습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란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공천제 폐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법으로 공천을 못하게 막는 것은 정당활동을 본질적으로 심대하게 침해하는 조치입니다. 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큽니다.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공천제를 폐지해봐야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공천제를 폐지해도 각 정당들은 공천 대신 사천을 할 것이 뻔합니다. (공천제가 폐지된 교육감 선거처럼) 우리 당에서는 기초의원 누구를 지지한다며 정치적으로 소문을 내고 후원을 해주는 것은 공천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 원칙적으로 반대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 그렇습니다. 과거 우리가 기초의원 공천제를 폐지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전부 사천을 해서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공천을 폐지한다는 것은 하나마나 혼란만 일으키는 일입니다. 또 공천제가 폐지되면 국민들은 어떤 후보가 좋은지 선택하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정당이 공천을 해주면 국민들이 믿고 그 후보자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래서 공천제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정치권의 또 다른 핫이슈인 개헌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모든 개헌은 이론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어서 고친 것이 아니라 권력을 잡기 위한 개헌이었습니다. 집권과 관련이 없는 개헌은 동력을 얻기 힘듭니다. 그런데 현행 헌법 하에서는 어떤 정파든 집권도 가능하고 정권을 탈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개헌에 대한 동력이 생기지를 않습니다. 실제로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고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원포인트 개헌을 제의했지만 아무도 지지를 하지 않아 실패한 사례도 있습니다.

- 여야관계가 최악의 상황입니다. 정치가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많은데 여야관계 개선을 위한 조언을 하신다면?
▲ 한마디로 정리해 정치는 타협입니다. 타협은 정치의 본질입니다. 그것에서 벗어나는 정치는 안 됩니다. 타협은 패배가 아니라 상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목을 베이면 베였지 절대 상대방에게 굴복은 안 당하겠다' 이런 생각이 팽배한 것 같습니다. 타협을 해서 반을 얻으면 대승이고, 3을 얻어도 승리고 이득입니다. 이대로라면 정치권은 공멸하게 될 것입니다. 빨리 여야가 타협을 해서 국민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국회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여야가 타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제가 그동안 수도 없이 주문해온 말인데 여야 모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 이처럼 여야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국회선진화법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 시절 직권상정을 하신 경험이 있는데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회선진화법은 이상론에 너무 치우친 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현실을 좀 더 직시해야 합니다. 또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다수결을 포기하는 법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발도 안한 안철수신당 평가 시기상조"
"국정원 특검, 공소시효 지나 소득 없어"

- 지난해 정치권의 최대이슈였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 저는 지난 김영삼정부 시절 국회에서 국정원개혁특위를 만들어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국정원법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행법을 강하게 잘 집행하면 되는 것이지 (국정원 대공수사력 약화 우려 때문에) 더 이상은 못할 거라고 봅니다. 또 야당은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데 특검은 정치개입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개입에 대해 단죄를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가 벌써 1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제 와서 특검을 한다고 해도 뾰족한 혐의점이 드러나겠습니까? 드러난다 해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시끄럽기만 하고 소득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야당 쪽에서 오래 전부터 꾸준히 요구를 해왔던 사안입니다. 과거에는 국정원이 소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 광범위한 수사권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김영삼정부 시절 국정원 개혁을 통해 국정원의 수사권이 대폭 줄여 그야말로 간첩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이 '고무찬양죄'(반국가단체로 명명된 특정 집단에 대해 고무하거나 찬양하는 것)입니다. 많은 야당 정치인들이 이 고무찬양죄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김영삼정부 이후에는 단순 보안사범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해 더 이상 국정원의 수사권을 축소할 필요성은 없다고 봅니다. 국내 간첩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국정원이 수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최근 고무찬양죄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 이석기 의원의 경우는 단순한 고무찬양이 아니라 내란음모를 꾀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입니다. 단순 고무찬양은 아닙니다. 단순 고무찬양죄는 과거에 야당 의원들을 옭아매기 위해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는데, 제 기억에는 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한 번도 고무찬양죄가 문제가 됐던 적이 없었습니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 과거의 사례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십니까?
▲ 박근혜정부는 지금도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첫째도 경제고, 둘째도 경제입니다. 경제에 올인하고 박근혜정부가 신년을 맞아 새롭게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희태는 누구?

굴곡의 26년 정치인생

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은 무척 굴곡진 정치인생을 보냈다. 부산고검 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박 고문은 지난 1988년 민주정의당(민정당)에 입당해 13대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박 고문은 정치 초년생 시절부터 당 대변인을 맡아 촌철살인 논평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 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든 공신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6인회의 멤버였고 대선 당시 이명박캠프 선대위 공동위원장이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토사구팽 당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도중 '대표적인 친이계'라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박 고문은 "내가 친이계라면 공천에서 탈락했겠느냐"며 아직도 당시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고문은 공천탈락에도 불구하고 그해 한나라당 당대표에 선출됐고 이듬해 경남 양산 재보선에서 승리하면서 국회에 복귀했다. 이후에는 입법부 최고의 자리인 국회의장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박 고문의 정치 굴곡은 계속됐다. 지난 2012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며 정계에서 은퇴하게 된 것이다. 박 고문은 1ㆍ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해 1월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단행한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특별사면을 받았다.

특별사면을 받은 후 지난 해 2월부터는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난 6일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당에 복귀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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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