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출소자 보복범죄 백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20 14: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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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잡혔다" 잔인한 복수

[일요시사=사회팀] 최모(38·여)씨는 2012년 12월 자신의 집에서 살해됐다. 범인은 이제 갓 살인죄로 복역한 후 출소한 성모(61)씨. 그는 지난 2004년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사실을 진술한 최씨를 찾아가 끔찍한 보복을 저질렀다. 성씨뿐만이 아니다. 성씨처럼 복수를 꿈꾸는 출소자들의 보복범죄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31일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에서는 한 개인사찰 주지가 폭행 등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때리다 살인도

이날 오전 6시30분께 종교인 정모(49)씨는 자신의 고종사촌인 윤모(48·여)씨의 집에 들어가 윤씨의 남편 서모(51)씨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씨는 윤씨의 신고로 경찰관이 출동하자 현관문을 열어주던 윤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정씨가 윤씨 등을 찾아온 이유가 섬뜩했다. 앞서 정씨는 지난 2012년에도 윤씨의 신고로 처벌을 받았던 것이다. 같은 해 10월 정씨는 윤씨의 집에서 고모(85)와 만나 자신의 채무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상의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말다툼이 생겼고, 화가 난 정씨는 집 안에 있던 집기류를 마구 부쉈다.

정씨의 행동과 언행이 점차 난폭해지자 참다못한 윤씨가 나섰다. 정씨를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입건된 정씨는 법원에서 재물손괴 및 협박죄가 인정돼 3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후 정씨의 범행은 더 고약해졌다.


경찰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정씨는 지난해 말까지 '죽여버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칼을 가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 등을 모두 27차례에 걸쳐 윤씨에게 전송했다. 윤씨 입장에서는 친척에게 지속적인 협박을 당해온 것이다.

하지만 정씨는 오히려 "사과를 하라고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집 앞에서 기다렸다"는 등의 진술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와 재범을 우려해 정씨를 구속했다. 지난 2일 경기 의왕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등의 혐의로 정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신을 신고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신고자(혹은 증인)에게 앙갚음을 하는 보복 범죄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이 지난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보복범죄 발생 건수는 모두 310건으로 2011년 162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복범죄 혐의로 정식 재판이 청구된 인원은 2010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정식 재판은 상대적으로 죄가 무겁거나 법리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을 때 청구된다. 2010년 110명이었던 피의자는 2011년 118명, 2012년 189명을 기록했다.

김 의원은 "6400여명에 달하는 보복범죄 우려사범이 있지만 실제 관리되고 있는 인원은 235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마련된 안전가옥 역시 전국에서 12곳만 운영되고 있다.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말 보복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신고자나 피해자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가짜 이름으로 조서를 꾸미는 가명조서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고 일선에 지침을 내렸다.

경찰 역시 신고자 신변보호를 골자로 하는 지침을 일선에 하달했다. 현재 경찰은 피해자와의 핫라인 구축을 위해 비상호출기를 무상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도입한 가명조서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불린다. 피고인들이 법정자료를 요청하면 증인이나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언제든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피해자 핫라인은 비상호출기의 운영 여부조차 모르는 피해자가 훨씬 많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때문에 보복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은 오늘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법정서 범행사실 진술한 증인 찾아가 해코지
협박에 폭행·납치도…신고자 신변보호 미흡

지난달 사채업자 김모(58)씨는 자신을 신고한 여성들을 감금하고 전기충격기로 고문해 충격을 안겼다.

그는 같은 달 10일 주부 강모(37)씨와 최모(35)씨를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자택으로 불러 족쇄와 수갑을 채우고 고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 2010년 강씨 등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이자가 밀렸다며 이들을 감금·폭행한 전력이 있다. 이 사건으로 김씨는 법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2012년 출소했다.

출소한 김씨는 "(자신이) 췌장암에 걸린 시한부 인생"이라며 "죽기 전에 악감정을 풀자"는 말로 강씨 등을 유인했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만난 김씨는 이내 본색을 드러냈다. 다이너마이트와 수류탄, 권총, 칼로 위협하고 직접 만든 전기충격기로 고문을 가했다.

앞서 강씨 등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112를 눌렀지만 이를 눈치 챈 김씨는 전원을 꺼버렸다.

두 여성은 빌린 돈을 갚겠다는 각서를 쓰고 감금당한 지 5시간 만에 풀려났다. 때마침 인근 우범지역을 순찰하던 경찰은 혼비백산한 두 여성을 만나 김씨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돈도 받지 못했는데 감옥까지 가는 바람에 억울했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보복범죄는 특성상 범죄수법이 잔인하거나 재범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6월의 어느 날 한 40대 남성은 자신을 신고했던 내연녀를 4년여 만에 찾아가 얼굴 등을 수차례 때리고 담뱃불로 전신 20여 곳을 지지는 악행을 저질렀다.


같은 해 11월에는 주폭으로 구속됐던 50대 남성이 1년1개월 만에 출소한 뒤 자신을 신고한 영업장을 찾아가 빈 병을 던지고 유리창을 깨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 당일 이 50대 남성은 영업장 인근에 있던 한 시민을 이유 없이 폭행한 혐의를 함께 받았다. 전형적인 보복범죄다. 
 
언젠간 풀려난다

전문가들은 수감자를 상대로 벌이는 교화만큼이나 신고자와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형량이 크건 작건 이 같은 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수사기관이 적극적인 초동대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죄 있는 사람은 복수를 꿈꾸고, 수사기관은 머뭇거리는 동안 또 다른 잠재적인 피해자는 오늘도 잠자리를 뒤척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복편지' 시달리는 사연

"난 평생 감옥에 있지 않는다"

수감 중인 상황에서도 보복범죄는 멈추지 않는다. 강도·강간죄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모(48)씨는 최근 피해자(34)에게 보복·협박성 편지를 모두 2차례에 걸쳐 보냈다.


그는 첫 번째 편지에서 "감옥에서 저주하겠다. 난 평생 감옥에 있지 않는다. 꼭 살아나가 얽히고설킨 원한의 실타래를 풀겠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살얼음판을 걸어가듯 살아야 하겠지"라는 내용을 적어 피해자에게 보냈다.

놀란 피해자는 김씨를 수사기관에 신고했고, 김씨는 보복범죄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의 형량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그러자 김씨는 앙심을 품고 두 번째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붉은색 형광펜으로 "덕분에 추가 징역 아주 잘 받았다. 보복 협박했다는 죄목으로…"라며 피해자를 압박했다.

피해자는 편지를 받은 후 문에 잠금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고 몽둥이를 옆에 두고서 잠자리에 들었으며 이사와 개명까지 준비할 정도로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건을 맡은 대구지검 상주지청은 김씨가 "고맙다"는 말로 협박했다고 보고 지난달 김씨를 법정에 세웠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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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