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해결사 검사' 파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20 14: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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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돈 받아준 친절한 영감님

[일요시사=사회팀] "죄가 무거워 낮은 곳에서 속죄의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며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던 검사,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세요"라고 눈물을 흘렸던 연예인. 지난 2012년 프로포폴 투약 수사 과정에서 검사와 피고로 만났던 이들은 법원 밖에서 오빠와 동생으로 재회했다. 에이미(32)가 당했다는 억울한 사연을 듣고 '해결사'를 자처한 전모(37) 검사, "(동생을) 선의로 도왔다"는 오빠의 말은 갈수록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전도유망한 남자 검사와 남부러울 것 없는 여자 연예인이 연루된 청탁 사건이 고개를 들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공갈 등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춘천지검 전모 검사는 자신이 수사한 연예인 에이미의 청탁을 받고 성형외과 원장 최모(43)씨에게 "치료비를 돌려주라"는 등의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빠·동생 사이

사건을 감찰하던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지난 15일 오전 "전 검사에 대한 중요한 혐의가 발견돼 (사건을) 수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전 검사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라며 "전 검사가 의사인 최씨에게 수술비를 반환하라며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제기됐다"고 확인했다.

전 검사는 지난 2012년 9월 춘천지검에서 근무했을 당시 에이미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에이미는 2012년 4월 서울 강남의 한 네일숍에서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사건이 서울이 아닌 춘천으로 배당된 이유는 사건의 최초 신고자가 춘천에 있던 까닭이다. 이처럼 전 검사와 에이미의 인연은 그 출발이 남달랐다.

재판 과정에서 에이미는 전 검사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한다. 그러나 전 검사는 에이미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양형 기준을 고려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결 직후 에이미는 이감 중이던 춘천교도소에서 49일 만에 출소했다. 그런데 석방된 에이미는 지난해 초 전 검사를 다시 찾았다. 성형수술 후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이유였다.

에이미는 구속 전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심해지자 전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원장(최씨)이 나 몰라라 하는데 도움을 달라"며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 검사는 춘천에서 서울로 한달음에 달려와 "수술이 잘못됐으면 변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최씨를 압박했다고 한다. 또 전 검사는 최씨에게 "당신을 수사할 수 있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최씨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유명 연예인들에 대한 불법 프로포폴 투여 혐의 등으로 내사를 받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최씨는 에이미에게 700만원 상당의 재수술을 무료로 해줬다. 그리고 이전에 받은 수술비와 미국 등 다른 병원에서 받은 치료비 등을 모두 합친 1500만원을 에이미에게 변상했다.

이 과정에서 전 검사는 최씨가 준 1500만원을 자기 계좌로 받아 에이미의 지인에게 송금했다. 감찰에 착수한 검찰은 전 검사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전 검사에게 사건 경위를 물었다.

그러자 전 검사는 "에이미의 사정이 딱해 선의로 도왔던 것 뿐"이라고 답했다. 에이미 역시 "검사님은 잘못한 게 없고 (오히려) 좋은 사람"이라고 두둔했다.

프로포폴 수사한 연예인 부탁에 해결사 노릇
"선의일 뿐" 설득력 잃어…도대체 무슨 관계?


그러나 전 검사가 이례적으로 에이미를 도와준 경위가 석연치 않았다. 이달 초 감찰본부는 전 검사가 근무하는 춘천지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감찰본부가 현직 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건 지난 2012년 12월 박모 전 검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의 피의자에게 본인의 매형(변호사)을 소개한 사건(변호사법 위반 등)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압수물 분석에 착수한 감찰본부는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각각 발부받았다. 검찰은 전 검사가 자신이 구속했던 피의자를 사적으로 만난 걸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은 최씨가 전 검사를 만난 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검찰은 전 검사가 '연예인 프로포폴' 사건을 수사한 경력을 살려 최씨에게 수사상 편의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확인하는 중이다. 따라서 검찰은 전 검사 외에 또 다른 검사가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 검사는 "(최씨의) 부탁을 받기는 했지만 그냥 무시했으며 최씨의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이미는 "최씨가 검사님께 여러 가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건 맞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그렇지만 검찰이 전 검사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휴대전화 통화 내역에는 수상쩍은 정황이 여럿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오후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내사를 받고 있던 최씨는 전 검사에게 "검사님. 오늘도 수고 많으시죠. ㅇㅇ양 다녀갔습니다. 제 사건번호는 서울중앙지검 2013형제ㅇㅇㅇㅇ호 담당검사는 ㅇㅇㅇ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전 검사는 "잘 알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당사자 간 부당 거래가 오고간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이다.

그간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 '성추문 검사' 사건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검찰은 이번 '해결사 검사' 사건으로 또 한 번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같은 날 김진태 검찰총장은 "있는 그대로 진실을 밝히라"며 조속한 사건 처리를 주문한 것으로 보도됐다.

수사 무마 의혹

때문에 이번 수사의 키를 쥐고 있는 에이미 역시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조사에 응한 최씨는 "전 검사의 협박성 발언으로 상당한 위축감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전 검사는 과거 자신이 쓴 토막글에서 "목소리만 들어도 이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전 검사의 목소리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형외과 원장' 최씨 정체는?

과거 환자들 성폭행으로 입건 상태

'해결사 검사' 에게 협박당했다고 증언한 최씨. 그는 환자를 강간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8월부터 모두 3차례에 걸쳐 자신의 고객인 김모(37·여)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최씨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시간에 처방전 없이 수술실에서 김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하고 김씨가 잠든 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최초 범행 후 김씨에게 선처를 호소했으나 이후 동일한 수법으로 두 차례 더 범행을 저질렀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씨와 연인 관계"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김씨는 "최씨에게 맞아 피를 흘리는 사진 등 강제로 관계를 맺은 증거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최씨는 수십억원대 사채를 빌린 뒤 갚지 못했으며, 채권자들에게 심각한 상환 독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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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