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은행 ‘이상한 성폭행사건’ 풀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20 15:42:55
  • 댓글 0개

터질락 말락 ‘아랫도리 스캔들’ 진실은?

[일요시사=경제1팀] A은행에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 금융권과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 A은행 한 여직원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는 모 언론사 기자.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이 사건은 ‘은밀한 성 스캔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과연 이 소문은 사실일까.




최근 증권가와 재계엔 낯 뜨거운 소문이 나돌았다. 내용인즉, A은행 홍보실 여직원과 B언론사 남자기자가 ‘성폭행’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것. 해당 여성은 남성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남성은 이 여성과 연인사이였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차례 성관계

소문은 이렇다. A은행 홍보팀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ㄱ씨는 업무 특성상 기자를 상대할 일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홍보팀장으로부터 B언론사 ㄴ기자를 소개받았고, 둘은 업무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점차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몇 차례 식사와 술자리를 통해 거리감을 좁힌 두 사람은 어느새부턴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연인관계(?)’로 발전했고,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ㄴ기자가 자신에게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다는 것을 ㄱ씨가 우연히 듣게 되면서 둘 사이 관계는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ㄱ씨는 ㄴ기자를 몰아세우며 갈등을 벌였다. 갈라진 틈 사이, 서로의 감정 골은 깊어졌고, 결국 ㄱ씨는 ㄴ기자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둘은 몇 개월 동안 연인관계로 발전해 ‘밀애’를 즐긴 것으로 안다”며 “관계가 틀어진 것을 두고는 말이 많다. ‘여성이 남성에게 무언가를 요구했는데 남성이 들어주지 않았다더라.’ ‘남성이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다더라’ 등등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화가 난 ㄱ씨는 “ㄴ기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성폭력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는 소송 의사를 B언론사에 밝혔다. ㄴ기자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ㄱ씨와는 원래 애인관계로 만났는데, (자신이) 결별을 요구하자 앙심을 품고 협박하는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 직원-B언론사 기자, 은밀한 관계 들통
‘성폭행’ 진실공방전으로…‘외부로 샐라’ 진땀

이는 곧 내부 인사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졌고, 급기야 눈치 빠른 호사가들의 정보망에 걸려 확대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스캔들 주인공인 둘의 신상과 밀애를 나눈 장소 등의 뒷말까지 달렸다. 이들이 속해 있는 곳이 대내외적으로 유명한 곳이라 더욱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퍼져나가는 소문에 당황한 건 A은행과 B언론사였다. 소속 직원들의 사적인 일로 각 회사 담당자들끼리 만나 ‘성폭행 진실공방’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웃지 못 할 일까지 벌여졌다. 두 관계자는 “내부 입단속을 시키자”는 약속과 함께 “고소 고발로 이어져서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며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장 드라마는 이내 경영진의 귀에도 들어갔다. A은행 측은 조용하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키로 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여직원 ㄱ씨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ㄱ씨에게 ㄴ기자를 소개 시켜 준 홍보팀장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표를 내고 홀연히 회사를 떠났다.

여기까지가 전부다. 그런데 조용히 묻으려고 했던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되자 A은행 측은 굉장히 난감해 하고 있다. 냄새를 맡은 일부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더욱 그렇다는 후문이다. A은행 측의 반응은 모호하다. 그래서 소문을 더 키우는 양상이다.


사내 분위기 ‘술렁’

A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팀장이 사직했고, 여직원이 대기발령을 받는 등 내부 인사이동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들리는 소문은 와전된 게 많다”며 “팀장이 기자가 아닌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여직원에게 소개시켜 준 것이고 그게 잘못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A은행 또 다른 관계자는 “괴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사 기자와 관련이 있거나 성폭행과 상관이 있는 사건이 아니다”라며 “여러 기자들에게 해당 이야기를 들었는데 소문이 악의적으로 날조돼서 도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고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회사 내부의 일일뿐”이라며 “개인의 문제고, 만약 언론과 상관이 있다면 회사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해명을 하겠지만, 전혀 아니라 답변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A은행은 비상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쉬쉬’했던 추잡한 사건이 업계에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여부를 떠나 혹여 외부로 샐까 꽁꽁 숨겨왔던 A은행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A은행 한 직원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져 내부가 시끄럽다”며 “혹시 외부에 더 알려지거나 소문이 확대될까 임직원들도 입단속 중이다. 잦았던 회식도 자제하는 등 최대한 말을 줄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인 A사가 신뢰와 믿음이 중요한 기업이미지를 쌓아야 하는 만큼, 내부 직원들 입단속으로 더 이상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차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미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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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