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추적> 채동욱 찍어낸 숨겨진 키맨들

서초구청장·비서실장·감사과장 수상한 행적

[일요시사=사회팀] '채군 정보유출' 사건 수사가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거듭된 말 바꾸기로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사건의 실체는 점차 미궁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정보유출 직전 국정원 직원과 서초구청장이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증언이 들렸다. 서초구 비서실장과 감사과장 역시 이번 수사의 숨겨진 키맨으로 부각됐다. 발 묶인 사건의 실마리는 언제쯤 수면 위로 드러날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의심된 채모군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일 숨겨진 '키맨'들의 수상한 행적이 관심을 모은다.

숨겨진 키맨
비밀회동 있었나

지난해 6월11일 오후 2시47분께 오케이(OK)민원센터에서는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가 무단 열람됐다.

채군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김모(58) 서초구청 오케이민원센터 팀장은 같은 시각 자신의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은밀한 통화를 하고 있었다. 발신번호는 서초구청 응접실, 통화는 오후 2시48분께 종료됐다.

그리고 10초 뒤 국정원 정보관(IO) 송모씨는 서초구청 응접실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즉 응접실에 있던 누군가가 김 팀장에게 열람을 지시한 후 확인된 정보를 송씨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그런데 채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당일 정보관 송씨가 한 교회에서 진익철 서초구청장을 사전에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S정보관(송씨)이 채군의 개인정보가 열람되기 2∼3시간 전에 서울 서초구 반포2동에 있는 남서울교회에서 진익철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유출이 발생한 6월11일 오전 11시30분께 남서울교회 교육관에서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등 국가보훈 유공자를 초청한 위로연이 열렸다. 반포2동 방위협의회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진 구청장 외에도 새누리당 K 의원이 자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K 의원은 진 구청장과 함께 축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남서울교회가 자리한 위치가 눈길을 끌었다. 남서울교회와 지도상 거리가 100여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채군이 다닌 것으로 알려진 ㄱ초등학교가 있었다.

국정원 정보관
초등학교 갔었나

서초구청에서 채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기 하루 전날인 6월10일 정보관 송씨는 유영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채군의 아버지가 채동욱이 맞느냐"고 문의했다.

그러자 유 교육장은 송씨의 문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채군의 학교생활기록부 조회를 ㄱ초등학교 교장인 ㄴ씨에게 부탁했다.

검찰 조사에서 ㄴ씨는 "지난해 6월 유 교육장이 채군 아버지의 이름을 문의했고 (유 교육장에게) 채군 아버지의 이름과 검찰총장의 이름이 같다고 답해줬다"며 의혹을 확인했다.

하지만 유 교육장은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관련한 사실을 송씨에게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11일 송씨가 ㄱ초등학교 인근에 있었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온 셈이다.

기자는 먼저 남서울교회에서 담당업무를 관할하고 있는 한 관계자와 만났다. 그는 "교회에서 올 6월 위로연을 연 게 맞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매년 열리는 행사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했을 뿐 당시 누가 오갔는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남서울교회는 지난 2012년에도 방위협의회에 행사 장소를 제공했다.

한 방위협의회 관계자는 "작년(2012년)과 마찬가지로 K 의원과 진 구청장이 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K 의원은 다른 일이 있어도 국가보훈 행사만큼은 꼭 오겠다는 약속을 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행사 당일 K 의원이나 진 구청장이 송씨와 만났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ㄱ초등학교는 대화를 거부했다. ㄱ초등학교 관계자는 "그 사건으로 어떤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6월11일 송씨가 ㄱ초등학교에 왔었는지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ㄱ초등학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차량으로 왔다면 출입 기록이 남겨졌겠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실제로 ㄱ초등학교에 출입하는 외부 차량은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K 의원 측은 'K 의원이 6월11일 ㄱ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교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정상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국정원 직원과 만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후 K 의원은 "우연히 그곳에 있었던 것 뿐이고 나와 이 사건은 아무런 관계없다"고 적극 항변했다.

정보유출된 6월11일 반포동 교회서 무슨 일이?
정보관·서초구청장 만남?…사인 주고 받았나

실제로 서초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해당 IO의 직급과 담당 업무를 고려했을 때 현역 의원보다는 구청 고위 관계자와 사인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번 사건의 전말을 알 만한 새로운 키맨이 등장했다. 바로 서초구 비서실장 이모(42)씨다.

이씨는 진 구청장의 '오른팔'로 불리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청 한 고위 관계자는 "진 구청장이 서초구 선거를 준비했을 때부터 이씨를 측근으로 중용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진 구청장의 아내와 사촌지간인 것으로 전해진다. 구청 한 관계자는 "진 구청장의 처남인 김모씨와 그의 사촌인 이씨가 구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인 셈, 때문에 이번 수사에서도 사건의 키를 쥔 인물은 이씨라는 시각이 있다.

정보유출 과정
구청장은 몰랐나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당시 부장검사 장영수)는 채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서초구청에 대한 2번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서초구청 5층에 있는 서초구청장 응접실, 서초구청 정문 등에 설치된 CCTV가 이번 압수수색 대상으로 특정됐다. 이는 채군의 개인정보가 열람됐을 당시 응접실에서 전화를 건 인물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됐다.

그런데 서초구청장 응접실은 건물 구조상 반드시 비서실을 가로질러야 출입할 수 있다. 즉 비서실 수장인 이씨는 그 시각 응접실에 있던 인물을 알고 있을 확률이 크다.

기자는 이씨를 만나기 위해 지난 14일 서초구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서초구청장실과 비서실이 있는 5층은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조작해 5층의 출입을 제한한 것이다.

5층으로 연결된 양측 계단 역시 각 출입구가 폐쇄됐다. 출입문을 막고 있던 보안직원은 '왜 출입을 막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한때 이씨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사실상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청 홍보실은 "사정이 있어 지방에 내려갔다가 지금(16일)은 업무에 복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사선상에 오른 진 구청장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앞서 진 구청장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정보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자 "조 국장 개인의 불법 행위"라며 즉시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기자가 접촉한 복수 행정당국 관계자는 "윗선의 비호나 암묵적인 동의 없이 정보유출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무원 조직문화상 책임질 수 없는 일을 상급자 허락 없이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까닭이다.

비서실장 이모씨 부각…응접실서 누가 전화했나
원세훈라인 조이제-곽상도라인 임ㅇㅇ 진실게임

아울러 이들은 진 구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의 친분에 대해 "아니다"란 입장을 밝히자 "서울시 고위 공무원 중 진익철과 원세훈의 친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구청장은 원 전 원장과 같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서울시청에서 인연을 맺었다.

먼저 원 전 원장은 1986년부터 1988년까지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에 재직했다. 이듬해인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진 구청장은 원 전 원장과 같은 보직인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을 지냈다. 원 전 원장은 1993년 3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진 구청장이 있는 기획관리실에서 기획담당관으로 활동했다.

또 원 전 원장이 '행정1부시장'을 역임했을 때 진 구청장은 환경국 국장으로 원 전 원장과 2년여간 함께 일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을 맡은 경력도 같다.

후일 진 구청장은 중앙당의 공천을 받아 서초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그 배경에 원 전 원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안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한 제보자는 "진익철과 원세훈은 부부끼리 동반모임을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때문에 원 전 원장과 진 구청장, 조 국장이 얽힌 속칭 'S(서울시) 라인'이 이번 사건의 한 축이 아니겠냐는 의혹은 수사 초기단계부터 제기됐다.

최근 <JTBC> 보도에 따르면 진 구청장은 한 회의 자리에서 "굳이 제3자가 밝혀져야 하냐"며 "뭘 우리가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구청 간부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 복수의 구청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수사의 방패가 된 조 국장이 굉장히 억울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후 사정을 전했다. 이에 기자는 조 국장과 접촉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조 국장의 가까운 지인과 통화를 했으나 "말할 것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오케이(OK)민원센터 김 팀장은 조 국장의 부탁으로 메모를 받아 채군의 가족관계를 조회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올 초 응접실에서 걸려온 전화로 제3자와 통화한 정황이 드러나자 "메모가 아닌 전화로 요청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김 팀장은 자신에게 정보 유출을 지시한 인물로 조 국장을 일관되게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중간다리로 의심됐던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과 조 국장이 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시간은 오후 4시50분께다. 실제 열람이 이뤄진 시간보다 2시간 이후에 접촉을 한 것이다. 따라서 조 국장이 조 행정관에게 부탁을 받기 전 제3자의 부탁(지시)을 받았거나 '두 조씨' 모두 '사전 유출'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곽상도 라인
비밀리 움직였나

김씨의 진술과는 다르게 조 국장은 "응접실에 간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정보유출이 이뤄진 시각 "은행 업무를 보고 있었다"며 관련한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각 응접실에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 중 1명은 임모 서초구청 감사과장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지난 16일 "임 과장이 조 국장에게 사례금 명목으로 수십만원 상당의 금품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가자 이들은 아침부터 다툼을 벌였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에서 임 과장은 서초구청 내 다른 직원의 명의를 빌려 정보열람 9일 뒤 조 국장에게 금품을 보냈다. 이에 대해 조 국장은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 돈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과장이 명의를 빌린 직원은 오케이민원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돈을 보낸 의혹을 받고 있는 임 과장은 곽상도 전 민정수석,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친분이 있는 인물로 소개됐다. 정치권은 곽 전 수석을 이번 사건의 유력한 '몸통' 중 1명으로 거론한 바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군 정보유출' 정체불명 뭉칫돈 배달

'조이제' '임ㅇㅇ' 진실게임 파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의심된 채모군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정체불명의 뭉칫돈이 등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기룡)는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열람 이후 서초구청 임모 감사과장이 다른 직원을 통해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과장은 혼외아들 의혹 보도 다음날인 지난해 9월7일 청와대로부터 공문 형식으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요청받아 정보 열람에 직접 관여한 인물이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채군의 가족관계 정보가 유출된 지난해 6월11일로부터 9일이 흐른 같은 달 20일 조 국장 앞으로 현금 70만원과 헬스용 러닝셔츠가 담긴 우편상자가 배달됐다.

우편물의 발신자는 서울시 간부 명의로 기재됐으나 당사자가 선물을 보낸 사실을 부인하자 조 국장은 우편물을 곧바로 구청 감사담당관실에 신고했다.

이에 서초구는 서초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했지만 경찰은 액수가 적고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5개월여 만에 내사종결했다.

다만 경찰은 우체국 CCTV를 통해 실제 발신자가 서초구청 직원 조모씨임을 확인했다. 이후 조 국장은 조씨로부터 '임모 감사과장이 제3자 명의로 조 국장에게 (소포를)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자필확인서를 받아냈다.

조 국장은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의 부탁으로 구청 부하 직원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지난달 17일 영장심사에서 자필확인서와 경찰진술서 등을 제출해 구속을 면했다.

임 과장도 한때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정식으로 공문을 접수해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점을 인정, 구속영장은 청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초구 감사담당관실의 총책임자인 임 과장이 정보유출 직후 다른 직원을 통해 조 국장에게 금품이 담긴 우편물을 보낸 의혹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진실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조 국장은 본인 앞으로 온 소포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민감한 시점에 굳이 제3자 명의로 정체불명의 돈과 선물을 보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특히 임 과장은 지난 2003년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직속 부하였던 이중희 검사(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파견 근무하면서 이들과 친분을 맺은 바 있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