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군인’ 사건사고 백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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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발 위협에도… 최전방 스캔들 ‘펑펑’

[일요시사=사회팀] 새해 벽두부터 정신 못 차린 군인들의 황당한 사건이 줄을 이었다. 팬티만 입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민간인에게 부상을 입힌 대위와 소총을 분해해 세탁기에 넣고 돌린 말년병장의 사연 등이 공분을 샀다. 너도나도 군 기강을 잡아야 한다고 난리지만 정작 모범을 보여야 할 간부나 선임들은 오늘도 ‘개인적인 일탈’을 일삼고 있다.




긴장국면을 맞은 남북관계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군 기강 확립이 절실한 시점. 하지만 최근 군 간부를 포함한 일부 군인들은 엽기적인 사고를 잇달아 벌이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군인의 근무지가 최전방이란 점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군 기강 도마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강원도 화천 모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K모(32) 대위는 동료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오후 9시께 운전대를 잡았다. 이날 K대위는 자신의 코란도 차량을 몰고 부대 접경지 읍내를 질주하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민간인 P(46)씨의 산타페 차량과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K대위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피해자인 P씨는 차량 내의 에어백이 터지면서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사건 당일 K대위는 동료의 집에서 잠을 잠시 청했으나 미처 술을 깨지 못한 채 운전을 했다. 그는 귀가를 핑계로 운전대를 잡았지만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사고 당시 K대위는 만취 상태였으며 팬티만 입고 있어 충격을 안겼다. 특히 K대위는 국경과 밀접한 최전방 지역에서 경계 업무를 맡고 있어 파장은 더했다. K대위가 소속된 부대는 오는 3월까지 전 부대원에게 금주령을 내렸다고 한 지역매체는 알렸다.

지난 7일에는 도박빚을 갚기 위해 부대 인근 금은방을 턴 육군 부사관이 검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강원 화천경찰서는 금은방에 침입해 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육군 모 부대 소속 K모(23) 하사를 붙잡아 군 헌병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팬티만 입고 음주운전한 대위
복면 쓰고 보석 훔친 부사관

경찰에 따르면 K하사는 지난해 12월7일 오전 2시께 화천군의 한 금은방을 범행 대상으로 물색한 뒤 방범 창문을 절단기로 부수고 침입했다. 이어 K하사는 2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120여점을 훔친 뒤 현장에서 달아났다.

사건을 맡은 경찰은 당시 빨간색 다운점퍼와 검정 모자, 장갑을 착용한 용의자의 모습이 찍힌 CCTV를 확보했다. 또 경찰은 군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에 수상한 가방이 있다는 제보를 접했다. CCTV 분석과 본격적인 탐문에 나선 경찰은 집중 수사 끝에 지난달 14일 K하사를 검거했다.

K하사는 인터넷 게임으로 진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는 범행을 앞두고 미리 휴가를 받는 등 치밀한 사전 준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K하사는 자신이 훔친 귀금속 120여점을 춘천의 한 금은방에 팔면서 800여만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황당한 군인들의 엽기적인 범죄 행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인 범죄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대한민국 군인이 저지른 범죄는 모두 2만6866건으로 확인됐다. 매해 평균 6700건 이상의 군기 문란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범죄유형별로 보면 폭력범죄가 6491건(24.2%)으로 가장 많았고 ▲음주운전이 2500건 ▲사기·공갈이 1956건 ▲절도·강도가 1907건 ▲성범죄가 1849건이었다. 특히 성범죄 중에선 아청법 위반이 273건, 간통 등 성풍속범죄가 68건으로 나타나 현역들의 헤이해진 기강을 가늠케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군복무 중 사망한 병사의 사건을 재조사하던 헌병대 수사관이 병사의 어머니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성관계를 요구한 사실이 도마에 올라 국방부가 공식 사과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2010년 3월31일 원사로 전역한 A씨는 사망한 군인의 어머니에게 “때론 친구, 때론 애인으로 만나고 싶어. 무덤까지 비밀로 지키기로. 뽀(뽀)도 하고 싶은데 어쩌지. 뒷끝없이 화끈하게” “쫀쫀하긴. 죽으면 썩을 몸, 즐겁게 사시오. 후회 말고”라는 문자를 보내 파문을 일으켰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지난해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책임 기관인 국방부는 두 달 넘게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후 국방부는 관련한 녹취록이 공중파 언론에 공개되고 나서야 뒤늦게 사과했다. 사건 발생 10년 만의 일이었다.

최고 상급기관인 국방부조차 군기 문란에 관한 탓에 일반 사병도 군 기강 확립에 무관심한 건 마찬가지다. 지난 6일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김재구 부장검사)는 총기를 손질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총기를 세탁기에 넣고 돌린 B(22)씨를 군형법상 항명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B씨는 경기도 김포 모 사단 포병대대에서 복무했으며, 사건 당시 전역을 하루 앞둔 말년병장이었다. 그런데 제대를 기다리던 B씨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과제가 부여됐다. 소속 부대의 당직사관이 B씨에게 총기 손질을 지시한 것이다. 이는 전투장비 지휘검열에 대비한 명령이었다.

사망 군인 어머니에 성관계 요구
소총 세탁기 넣고 돌린 말년병장

그런데 B씨는 전역 전날까지 총기 손질을 하는 건 귀찮다고 생각했고, 편법을 강구하던 중 총기를 세탁기에 넣기로 결심했다. 이후 B씨는 자신의 K-2 소총을 분해해 총열을 세탁기에 넣고 5분간 돌렸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세탁기가 망가질까 두려워 총열을 옷가지 등으로 감쌌다. 하지만 세탁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 것을 수상쩍게 여긴 병사는 이를 상관에게 보고했다. B씨의 일탈 행위는 단번에 들통 났다.

간부도, 병사도

군 검찰은 사안이 무겁고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B씨에게 항명 규정을 적용했다. 군 검찰은 B씨가 다음날 전역해 민간인이 되자 해당 사건을 서울북부지검으로 넘겼다. 뒤늦게 잘못을 뉘우친 B씨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황. 검찰은 B씨에게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다.

그런데 B씨 입장에선 자신만 처벌받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사망한 군인의 어머니에게 성관계를 요구한 간부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기 때문. 속옷 차림으로 역주행을 하고, 복면을 쓰고 금은방을 터는 간부들이 있는 한 일반 병사들의 일탈만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육사생 잡는 ‘3금제’ 개선될까

휴가 때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퇴학 조치된 육사생도와 관련해 육군이 대법원에서도 패소할 경우 3금(금혼·금연·금주)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용환 육군 공보과장(대령)은 지난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2심 판결은 퇴학 조치가 위법이라는 것이고, 3금제도는 육사에서 계속 유지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며 “상고할 계획인 만큼 3금제도 개선 여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이르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패소하면 그때 가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대법원까지 위법판결을 내려 3금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게 될 경우 사관학교에서도 시대에 맞는, 여건에 맞는 3금제도를 고민할 것”이라고 알렸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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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