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국민배우 송강호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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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 찍으면 대박 “비결은 진정성”

[일요시사=사회팀] 영화 <변호인>이 기대 이상의 돌풍을 일으키며 주연 배우 송강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변호인>에서 가방끈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 역을 진정성 있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다. 그만큼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송강호는 거침없는 작품 활동으로 점점 더 신뢰받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영화가 관객 수 1000만을 동원한다는 건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지금 영화 <변호인>이 그럴 기세다. 극중 세무 변호사 송우석 역을 맡은 송강호는 지금 구름 위에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체적으로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곧 ‘좋아요’가 1000만을 넘어서 한국 영화계의 큰 족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울 <변호인>. 지금 송강호는 떨리는 가슴을 붙잡고 조용히 쾌재를 부르고 있다.

송우석 변호사
그리고 송강호

<변호인>은 ‘부림 사건’의 변호를 통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배경은 1980년대 초 부산. 빽 없고, 돈 없고, 가방끈도 ?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그는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남들이 뭐라든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승승장구하며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으며 전국구 변호사 데뷔를 코 앞에 둔 송우석. 하지만 우연히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구치소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선 송우석.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진우의 믿지 못할 모습에 충격을 받은 송우석은 모두가 회피하던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결심한다. “제가 하께요, 변호인 하겠습니더”. 진우의 변호를 맡고, 다섯 번의 공판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이야기를 담았다. 송강호의 열연이 빛을 발했다.

현재 <변호인>은 꾸준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주연 배우 송강호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에 따르면 <변호인>은 정식개봉 후 2∼3일 간격으로 100만 관객씩 쌓아가고 있다. 예매율과 좌석점유율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로 봤을 때 <변호인>의 900만 관객 돌파는 확실시되고 1000만 돌파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송강호는 지난해 각각 943만, 913만 관객을 모은 <설국열차> <관상>에 이어 <변호인>으로 3연속 900만 관객 흥행작 출연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물론 그 이상이 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송강호의 이 기록은 불과 4개월여 만의 성취라 더욱 놀라움을 준다. 지난해 8월1일 개봉한 <설국열차>는 같은 달 31일 900만 관객수를 넘겼다. 송강호는 5개월도 채 안 된 기간 내에 자신의 영화로 26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셈이다. 전무후무한 기록임이 분명하다. 또 송강호는 개인 통산 출연작 8000만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우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변호인>은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7번방의 선물> <광해, 광이 된 남자>는 물론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작 <아바타>보다도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 이는 송강호의 기록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기에 <변호인>의 박스오피스 기록 달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 이번 작품이 송강호의 최고 흥행작이자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인 <괴물>의 1300만 관객 기록을 넘어설지도 주목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변호인>이 1000만 관객만 넘는다 해도 송강호는 설경구에 이어 두 편의 1000만 관객 주연작 보유 기록을 갖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된다.

<변호인> 1000만 향해 순항 “기대 이상 돌풍”
충무로 거침없이 종횡무진…출연했다 하면 흥행

연기 인생 두 번째 1000만 관객 돌파작을 기다리는 송강호는 이번 작품에 대한 부담이 컸다. 실화를 토대로 한 데다 정치 색깔 논란 등의 이유였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차기작을 정하지 않은 송강호 씨는 당분간 쉴 것이다. 지난해 연거푸 대작 3편을 개봉했기에 휴식이 간절하게 필요하다. 1000만을 돌파하면 기념 무대 인사 정도만 진행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개봉 전에 “관객이 진심을 알아주시는 게 급선무”라고 했던 송강호는 영화가 생각보다 빠른 흥행세를 보이자 “인제야 가슴 졸였던 마음이 놓인다”며 안도했다고 한다.

쉴 틈 없이 달려온
‘흥행 보증수표’

또한 소형 영화배급사인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변호인>으로 CJ, 롯데 등 대형 배급사물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한국영화 전체 매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한 것도 화젯거리다. 화제작 <변호인>은 이제 한국을 넘어 북미 지역 개봉이 확정됐다. 다음달 7일, 북미 LA를 포함해 15개 도시 30여개 이상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한때 미국 LA 개봉이 보류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배급사 NEW 측이 “사실 무근”이라고 밝히며 북미 지역에서의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영화 흥행과 더불어 <변호인>의 실제 주인공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기 <운명이다>가 베스트셀러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동시에, 영화 속 불온서적으로 등장하는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판매량도 크게 증가했다. 영화 한 편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이번 영화를 현 정국에 비춰보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적절한 시기에 개봉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소 정치적인 내용으로 인해 송강호가 ‘외압’을 받았다는 논란도 있었다. 그 이유는 그가 <변호인> 출연 이후 섭외가 뚝 끊겼다며 내년 여름까지 휴식기를 가질 것이라는 복수매체의 보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 같이 2013년 한 해 동안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등 무려 세 편의 영화로 쉴 틈 없이 달려온 그가 잠시 휴식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송강호는 <변호인> 출연을 한 번 거절한 바 있다. 송강호는 “감히 제가 그 분(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정과 치열한 삶을 잘 표현하거나 묘사할 수 있을까.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글자 그대로 감히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지 외적인 부담감은 없었다”고 밝혔다.

<초록물고기> 데뷔
어떤 역할도 소화

송강호는 중학교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다. 당시에는 전국에 연극영화과가 5개밖에 없었다. 그는 입시에 한 번 실패하고 방송연예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이내 영장이 나와 한 학기 만에 군인 신분이 된다.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친 스물셋 청년은 복학생의 길을 접어두고 연극 무대로 향했다.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사회적 격변기 속에서 부산 지역의 극단을 찾아 ‘민족극’에 참여한다.

민족극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민족극의 경직된 방식 속에서 염증을 느꼈고, 1990년 12월 연우무대의 지방 공연인 ‘최선생’을 만났다. 전교조 문제를 다뤄 기존의 민족극 소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연극의 ‘방식’에 끌렸다. 그 방식이라 함은, 구호와 주장에 호소하는 게 아닌, 현실적인 감동으로 다가가는 연극이었다. ‘연우30년’이라는 책에서 송강호는 “연우무대는 내가 지향하던 점을 정확히 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연은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집어준 기회이자 새로운 용기와 목표를 가지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1991년, 송강호는 무작정 상경해 연우소극장으로 향했다. 무려 네 번 상경하며 연락처를 남겼다. 이후 연우무대가 주최하던 행사에 부족한 일손을 도왔다. 그리고 연출가 이상우를 만났다. 이상우는 “연우무대가 네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연우무대는 너의 목적을 위해 몸을 담그는 곳이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송강호를 단원으로 받아줬다. 그리고 이상우의 첫 영화인 <작은 연못>에 송강호도 참여하게 된다.

당시 송강호는 <동승>의 노인 역을 맡았고 <박첨지>에도 참여했다. 이후 <국물 있사옵니다> <지젤> <비언소> 등 10여 편의 연극 무대에 섰다. 그리고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 중이던 연극계 선배 김의성의 추천으로, 극 중 김의성의 동창 역을 맡았다.

본격적인 영화계 입문은 <초록 물고기>일 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비언소>를 통해 송강호를 발견했다.
<넘버3>는 대중들에게 송강호를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그리고 <조용한 가족>이 이어지며 그의 이미지는 코미디 쪽으로 기울어지는 듯 했지만 틀에서 벗어났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형사 역할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믿고 보는 송강호 영화 
신뢰받는 최고의 배우


송강호는 시나리오를 정독한 후엔 다시 읽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나리오를 보면 볼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연기자가 발휘할 창의성을 제한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민식은 <조용한 가족> DVD 서플먼트에서 송강호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감각이 있어도 배우는 일단 몸으로 표현해야 하잖아요. 설득력있게. 그런데 송강호는 그게 완벽하게 표현이 되죠.”

그래서 그는 극중 특정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그들과 함께 지낸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는 <나쁜 영화>에서 행려 역할을 맡았는데, 정선우 감독은 행려 역을 맡은 배우들이 실제 행려 생활을 경험하기를 원했지만 송강호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연기든 자기가 편안하고, 자기 안에서 나오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죠. 연극영화과 나오고 공부 많이 하면, 모두 훌륭한 감독, 훌륭한 배우가 되어야 하잖아요. 근데 그렇진 않죠. 그 논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결국 다 자기가 해결해야 할 몫인 거죠.”

<쉬리>는 한국영화의 새 시대를 열었던 작품이었지만, 그에게는 조금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이때 만난 <반칙왕>은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가 됐다. 영화를 시작한 지 3년 남짓된 배우에게 ‘원 톱 주연’이라는 타이틀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지운 감독은 “제작사에선 다른 배우들을 얘기했지만, 저에게 ‘반칙왕’은 오로지 송강호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송강호는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그 어려운 레슬링 테크닉들을 모두 소화해냈고요. 멋진 일이죠. 서른 살이 넘은 배우가, 그런 고도의 기술을 마스터한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었고요.” 그런 믿음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이어졌고, 그들은 또 한 번의 멋진 만남을 이뤘다.

연극무대서 영화로
최고 배우 되기까지

<반칙왕> 이후 송강호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박찬욱 감독과 만난다. ‘코미디 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서 관객에게 다가선 것.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작품 이후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넓어졌다. 

영화 속 모든 ‘얼굴’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한 것이다. <살인의 추억>은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호주의 커뮤니케이션&문화인류학 교수인 브라이언 예시즈는 2004년 쓴 글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적어도 최근 3편의 영화, <반칙왕> <YMCA야구단> <살인의 추억>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송강호를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하자면 송강호는 관객인 우리들을 들여다보고, 또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송강호는 문자 그대로 현대 한국영화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페이스 중 하나인 셈이다.”

영화 평론가 김영진도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 클로즈업을 “한 시대를 요약하는 표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송강호를 “어떤 역을 맡아도 자기화해서 송강호적 인간형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그 직업, 계층, 성격의 인물에 맞는 분위기를 절대적으로 창조한다는 점에서 아주 미세한 일상적인 결에서 감성을 창조하는 예술가”라고 평가했다. 보편의 존재를 흡수하고 밖으로 튕겨내는 단단한 탄력이 있다는 것.


이러한 송강호의 매력은 이창동,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등의 감독들을 매료시켰다. 이동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송강호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것이 미리 규정된 장르 영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연기뿐 아니라 세상살이 역시 쉽게 규정 지을 수 없는 거잖아요. 배우로서 저는 한 번 연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쪽인 것 같아요. <넘버3>(이후에 조폭 배역이 쏟아져 들어왔고, <살인의 추억> 이후엔 형사 배역이 계속 들어왔지만 그런 이유로 거절했어요.”

이러한 그의 노력 덕분일까. 관객들은 언제나 새로운 송강호를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괴물> <우아한 세계> <밀양>은 국내외 영화제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연이어 선사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책임감을 느낀다” “갚아야 하는 빚을 지는 느낌이다” 등의 수상 소감을 이야기했다.

송강호는 어느새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섰다. <변호인>은 그에게 있어 화룡점정이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송강호 출연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홍상수)

▲<초록 물고기>(이창동)
▲<넘버3>(송능한)
▲<조용한 가족>(김지운)
▲<쉬리>(강제규)
▲<반칙왕>(김지운)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YMCA야구단>(김현석)
▲<살인의 추억>(봉준호)
▲<효자동 이발사>(임찬상)
▲<남극일기>(임필성)
▲<괴물>(봉준호)
▲<우아한 세계>(한재림)
▲<밀양>(이창동)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박쥐>(박찬욱)
▲<설국열차>(봉준호)
▲<관상>(한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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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