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복지의 두 얼굴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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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맞춤형…실제론 털기용?

[일요시사=사회팀]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안으로 상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극빈층에게 한 번에 주던 급여를, 생계급여는 보건복지부, 주거는 국토교통부, 교육급여는 교육부가 담당하도록 하는 등 앞으로는 해당 주무부처 장관이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개정안 내용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효율성을 내세우지만, 복잡한 서비스전달체계와 더불어 수급자를 줄이기 위한 속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복지 패러다임을 국민 개개인에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은 정부가 아닌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발의됐다. 공청회 등 국민 의견 수렴 등의 입법절차를 생략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로 보인다.

착시효과 속셈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최저생계비를 ‘최저보장수준’으로 대체한다는 부분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극빈층의 ‘법적 권리’였으나, 개정안은 각 부처 예산 사정에 따라 급여수준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측면을 보이고 있다. 즉 권리적 성격의 예산이 정부 재량에 맡겨둔 사회적 예산으로 바뀐다는 데 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행 ‘소득인정액’이라는 권리발생요건을, ‘소득·재산을 고려’한다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변경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각 급여별 최저보장수준의 정의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요지는 다음과 같다.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를 지급하는 중앙행정기관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각각의 급여의 기준을 결정하도록 하되, 급여 간 정합성 제고를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도록 함(안 제4조제2항) ▲급여의 기준 및 지급 등 개별 급여의 운영과 관련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함(안 제4조의2) ▲개별급여에 따라 수급권자의 범위는 급여별로 해당 법률에서 별도로 규정하게 됨에 따라 현행 수급자의 범위는 삭제하되, 특례 규정인 제2항은 별도의 조항으로 신설함(안 제5조 및 제14조의2)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의 규모, 생활에 필요한 비용 등을 파악하기 위해 3년마다 빈곤실태조사를 실시함(안 제6조의2) ▲수급자의 필요에 따라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급여의 수준은 수급자의 소득 재산을 고려해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함(안 제7조제2항)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는 각각 국토교통부와 교육부로 급여의 운영주체가 변경됨에 따라 급여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소관 부처의 법률에 규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함(안 제11조 및 제12조)

기초생활법 개정안 복잡한 전달체계 논란
‘개별급여’한번에 주다가 복잡하게 꼬아


유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내용을 보면 ‘사회안전망’ 기능을 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위협하는 내용이 다소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 의원의 법안은 ‘최저생계비’를 ‘최저보장수준’이라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개념으로 빈곤층의 최소한의 권리가 훼손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맞춤형 개별급여’라는 포장으로 일괄급여를 쪼개려고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개별급여’로 전환하면 각 급여를 주무부처 장관이 결정하게 된다. 이는 주무부처 장관의 재량으로 빈곤층의 급여수준과 권리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서비스전달체계에 있어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사회복지공무원과 수급자들은 복잡한 체계에 아우성 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정부는 ‘맞춤형 개별급여’ 실시로 수급자도 늘리고 혜택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2014년 예산안에서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수급자를 줄인 숫자만큼 늘리는 ‘조삼모사’식이었기 때문이다. 각 급여는 최저생계비 인상률에도 못 미쳐서 실질적으로 삭감된 예산이 편성됐다.

이처럼 이번 개정안은 최저생계비를 해체하고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행정부 장관의 손에 맡겨버리는 ‘개악안’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빈곤층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엉뚱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에 시민단체 등 장애인단체들은 유 의원이 낸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의 철회를 요청했다.

개정안은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일할수록 유리한 급여체계를 마련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예산에 종속된 ‘예산 맞춤형 복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재중 의원실 윤위 보좌관은 “개별급여는 기본적으로 수급자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일괄급여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개별급여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급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예산이 삭감된 것은 그만큼 전체 수급권자가 감소했기 때문이지 개별급여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정해서 최저생계비에 대한 법적 테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생계는 보건복지부
주거는 국토교통부
교육은 교육부 담당

반면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2014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약 3% 증가했지만 최저생계비가 전년 대비 5.5% 인상되었음을 감안하면 이는 증액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축소된 것”이라며 “복지예산 확대 편성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명백한 거짓말이었다”고 정부를 지적했다.

빈 깡통 마시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남희 팀장은 “최저생계비를 쪼개서 각 부처에서 재량대로 급여를 준다면 급여에 대한 ‘법적권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해당 부처 예산에 따라 유동적으로 액수가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받아야 될 사람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개정안은 계류 중이다. 앞으로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별급여 실시되면…

건강보험료 폭등?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특히 의료서비스를 받는 기초수급자들을 죽이는 행위라는 목소리가 높다. 에이즈 감염자인 A씨는 13년 정도 투병생활을 했고, 결국 투병 기간 동안 청력과 시력이 나빠져 노동 능력을 상실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의료급여를 보장 받아 병원을 다니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의료급여가 건강보험공단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공단의 의료급여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료 폭등과 가입자들의 반발 등으로 인해 의료급여 환자들의 본인부담이 늘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하던 각 급여의 기준이 해당 부처의 장관이 결정할 경우 나타나게 될 문제 중 하나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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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