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정보유출' 진짜 배후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13 11:22:57
  • 댓글 0개

'검찰총장 찍어내기' 청와대·국정원 양동작전 펼쳤다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정보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정원 정보관의 개입 정황을 포착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아직 주범을 찾지 못한 검찰은 '진짜 배후'를 찾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는 모습. 윗선으로 의심되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성명불상의 국정원 관계자, 수사선상에 오른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연루됐는지도 초미의 관심이다. 과연 검찰은 청와대와 국정원, 댓글 수사가 조합된 이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낼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개인정보가 여러 루트를 통해 유출된 가운데 국정원 직원의 모의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되는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가담한 정황을 붙잡고 이를 확인했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중 박근혜정부의 찍어내기로 중도 낙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때마다 정부는 정권 차원의 '뒷조사'는 없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의 '일탈'로 '채 전 총장을 찍어냈다'는 주장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전환점 맞은
채동욱 수사

'채동욱 정보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는 국정원 정보관(IO) 송모씨가 채군의 학생생활기록부 유출에 개입한 사실을 밝히고, 배후를 추적 중이다. 검찰 관계자 및 복수 언론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해 6월11일께 유영환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통해 채군의 아버지 이름을 문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채군이 다니고 있던 ㄱ초등학교의 남모 교장으로부터 "유 교육장의 요청으로 채군의 개인정보를 알아봤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유 교육장을 소환조사했다.


검찰 조사에서 유 교육장은 "송씨로부터 채군의 개인정보를 알아봐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송씨는 모르는 사이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채군의) 정보를 유출한 적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교육장은 송씨의 부탁을 받고 남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채군의 아버지가 채동욱이 맞는지'를 문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 교육장은 '채동욱이 누군지 몰랐으며 송씨에게 확인해 준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도 혐의를 공식 부인했다. 지난 5일 국정원 측은 "송 정보관이 혼외아들 소문을 듣고 유 교육장에게 사실인지 여부를 개인적으로 문의했지만 유 교육장으로부터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것 외에는 관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 정보관 개입 정황 포착 '일파만파'
판 커지는 수사…윗선 '제3의 인물' 부상

이를 종합하면 유 교육장을 거쳐 송씨와 국정원으로 연결되는 고리는 중간에 끊어진 셈이다. 뒤이어 소환된 송씨 역시 "(유 교육장으로부터) 구체적인 답변이나 정보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송씨는 조직 차원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국정원과 같은 입장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송씨가 채군의 개인정보를 문의한 시점은 조오영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을 요청한 시점과 일치한다. 따라서 검찰은 두 건의 개인정보 유출이 동시에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정보 유출 경위와 윗선의 지시 여부는 여전한 쟁점이다.

현재 검찰은 송씨와 유 교육장의 통화기록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당사자들이 육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들과 접촉한 '제3의 인물'이 있는지를 쫓고 있다.


한 법조인은 "최근 검찰이 '제3의 인물'로 추정되는 복수의 인물을 조사했다"고 전했다. 해당 조사는 조이제·조오영의 윗선을 추궁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 밖의 커넥션이 고개를 들었다. 정보관 송씨와 서초구청 조 국장이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소개된 것이다.

국정원 정보관
채군 아빠 물었다

지난 7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송씨와 조 국장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로 보도됐다. 또 이들과 연결된 고리로는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언급됐다. 진 청장 역시 송씨와 친분이 있는 사이로 보도됐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가기관을 출입하는 정보관들이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가까이 지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전직 공무원의 증언은 더 구체적이다. 그는 "각 지역을 관할하는 IO가 있는데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IO가 정보를 들고 찾아오면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만나는 게 관례처럼 돼있다"며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자신(단체장)의 '정적'과 관련한 정보를 들고 오기 때문에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공무원의 진술에 따르면 IO가 관할하는 지역은 1∼2년을 주기로 바뀐다. 때문에 일반 공무원의 입장에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IO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를 증명한 사례도 있다. 성남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국정원 직원 김모씨는 지난해 9월 성남시청 일자리창출과에서 한 공무원에게 시정자료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다. 당시 담당 공무원은 김씨에게 공문을 요구했으나 김씨가 이를 무시하자 간단한 통계만 갈무리해 넘겼다.

기자가 접촉한 복수 공무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이들은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가 파면당하면 퇴직금과 연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당신(기자)이라면 개인적인 친분으로 위법 행위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윗선의 비호나 암묵적인 재가 없이는 정보 유출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모두 일반 공무원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20일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을 압수수색하면서 '두 조씨'를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올렸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의 신체 압수수색을 앞두고 주고받은 메시지를 나란히 삭제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함이었다.

청와대 역시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보유출 파문이 확산되고 있던 지난달 4일 공식 브리핑을 열고 "조 행정관이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사건의 실체를 '개인의 일탈'로 규정했다. 더불어 이 수석은 이번 정보 유출의 배후로 안전행정부 고위공무원인 김모 국장을 특정했다.

당시 청와대의 조사 결과는 이랬다. 조 행정관을 사이에 두고 김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요청했으며 조 행정관은 다시 조 국장에게 정보 유출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 사이에는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고, 청와대는 정보 유출에 개입한 사실이 일절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 국장은 자신이 배후로 지목된 것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행정관에게)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며칠 뒤 청와대의 발표는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최초 조 행정관은 자신의 먼 친척인 김 국장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자 이를 번복하며 신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배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MB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현 정부에선 배후가 될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검찰 안팎에선 조 행정관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고의로 거짓 진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성토가 나왔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7일 구속영장 청구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검찰은 조 행정관이 거듭 진술을 바꾸고 '제3의 인물'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점 등을 증거인멸 시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된 정도 등에 비춰볼 때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수사팀 입장에선 억울한 대목이지만 법원의 판단으로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모두 구속을 피했다.

제3의 인물
모르쇠 일관

핵심 피의자에 대한 강제수사 전환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검찰은 또 다른 인물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조 국장의 직속상관인 진 청장이다. 하지만 진 청장 역시 관련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사실 규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6일 <한겨레>는 "검찰이 진 청장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은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조회된 당일(2013년 6월11일) 성명불상의 인물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서초구청에서 제3자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여기서 성명불상의 인물로 알려진 후보군에는 진 청장이 포함돼 있다.




이미 검찰은 진 청장의 관용차 입·출입 기록과 사건 당일 오후 3시부터 나흘간 서초구청 1층(로비)에서 열린 시화전 행사 동영상을 구청에 요구했다. 현재 검찰은 시화전 기간 동안 구청 로비에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가 누군가에게 전달됐을 확률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시 시화전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소 진 청장은 시화전에 많은 관심을 갖고, 행사(시화전) 시작 때마다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축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6월11일의 행적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확답을 피했다. <한겨레>는 "이날 오후 2시47분 직후 시화전 행사가 시작됐다"고 전하며, "검찰은 행사 참석자들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검찰은 서초구청에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가 이뤄진 시각을 오후 2시10분께로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이 채군의 주민등록번호를 문자메시지로 주고받기 2시간 전의 일이다. 즉 '조오영·조이제 라인'과는 별도로 가동된 '또 다른 라인'의 정보 유출 개연성이 상당한 것이다. 검찰은 이 유출 과정에 개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추려 윗선을 추궁할 계획이다.

하지만 진 청장은 "조 국장 개인의 불법 행위"라며 자신과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또 진 청장은 다수 행정당국 관계자가 증언하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의 친분에 대해서도 "아니다"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원 전 원장이 속한 '서울시 공무원 모임'을 통칭하는 속칭 'S(서울시) 라인'은 이번 사건의 한 축으로 의심받고 있다.

'원세훈 측근' 진익철 서초구청장
수사선상 올라…당일 행적 조사

한편에서는 '채동욱 뒷조사'의 유력한 몸통으로 거론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개입 의혹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일 <경향신문>은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비서관의 통화내역을 추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보관 송씨와 조 행정관 등을 통해 수집된 채군의 개인정보는 청와대 고위당직자들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검찰은 관련한 통화내역을 추적하고 있으며 그 대상에는 이 비서관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이 비서관은 박 대통령을 15년 넘게 지근에서 보좌한 심복 중의 심복, 박 대통령 취임 후 '문고리 권력'의 대명사로 불렸던 그는 이번 사건의 핵심 키맨인 조 행정관의 직속상관인 이유로 수사 초기단계부터 '뒷조사'의 배후로 의심받았다.

실제 정가 안팎에선 이 비서관을 '채군 정보의 종착지'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 비서관과 함께 배후로 지목된 곽상도 전 민정수석의 경우는 통상 업무가 '감찰'이라 이 같은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할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즉 적법한 절차를 거칠 수 없는 직능이나 지위에 있던 '실세'가 '비선'을 움직였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이재만 진익철
수사선상 올랐나

그러나 청와대는 같은 날 <경향신문>의 보도를 전면 부인하며 "이 비서관이 검찰 조사를 받는다든가 하는 것에 대해 여러 통로로 확인을 했는데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다시 말하면 이 비서관이 수사대상에 오른 것은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지난 브리핑에서 나타나듯 사건의 진실은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를 크게 두 갈래로 나눠 가족관계등록부를 유출한 조이제·조오영의 윗선을 추적하는 한편 학생생활기록부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영환·송모씨의 윗선을 동시에 쫓고 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이들 모두를 컨트롤한 '권력의 판도라'가 공개될지 공은 검찰에 달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