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지방선거 개입 의혹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13 11: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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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요원들 야당 정치인 뒤 캔다"

[일요시사=사회팀] 국정원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사찰하고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일부 여당 인사들과 국정원 조정관(IO)간의 유착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번 이 시장의 폭로를 기점으로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을 겨냥한 첩보 수집의 배후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7일 성남시청 3층에 있는 한누리실에는 이른 시간부터 기자들이 모였다.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정원이 지방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이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을 조준한 첫 발을 당겼다.

이 시장의 발언과 기자회견문 등을 종합하면 국정원 직원 김모씨 등 복수의 인사는 이 시장을 상대로 불법적인 정보 수집을 한 것으로 의심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현 상황으로서는 공세를 취한 이 시장의 말에 아무래도 힘이 실린다. 하지만 뜻밖의 경우에는 이 시장이 '종북몰이'란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반(反)이재명' 세력은 외곽에서 이 시장을 상대로 끝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정원을 상대로 칼을 빼든 이 시장이지만 반대 세력의 정치 공세가 본격화된다면 단순한 흠집내기라도 이 시장이 입을 타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이번 국정원 선거 개입 폭로는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이 시장의 노림수로 보는 시각이 있다. 먼저 이 시장이 주장한 쟁점을 정리한 후 관련한 내막을 살펴보기로 하자.

"일거수일투족 감시"


첫째, 이 시장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12월까지 성남시를 담당했던 국정원 조정관(IO) 김씨가 자신을 상대로 정치사찰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자신의 석사논문표절 시비를 예로 들었다.

 이 시장은 새누리당 성남시장 출마예정자 3명과 지역 언론인 1명을 주축으로 하는 '성남시민단체협의회'가 자신의 석사논문표절 시비를 문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시비는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 후보 등이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사안"이라고 이 시장은 덧붙였다.

그런데 여기서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다. 앞서 말한 국정원 직원 김씨다. 이 시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3년 12월30일 가천대 부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 시장의 논문표절 시비를 언급하며 논문 제출을 요구했다. 앞서 이 시장은 가천대의 전신인 경원대 야간특수대학원에서 지난 2006년 석사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부총장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논문 제출을 보류했다. 그리고 관련한 사실을 이 시장에게 직접 알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가천대와 같은 재단인 길병원의 비리 문제로 운을 떼며, 이 시장의 학위와 관련한 모종의 조처를 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됐다.

이 시장의 논문표절 시비는 지난 2013년 9월13일 보수 논객 변희재씨가 처음 제기한 뒤 성남시민단체협의회가 논란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12월11일 성남시, 12월13일 가천대, 12월24일 민주당에 해명과 조치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정원은 "김씨가 친분이 있는 가천대 관계자와 한담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나온 얘기를 나눴을 뿐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거나 입수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JTBC>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가천대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 논문 자료를 요청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진술했다.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둘째, 이 시장은 김씨가 공무원 인사정보 수집 및 과도한 시정자료 요구로 일상적인 정치사찰을 벌여왔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1월 성남시 자치행정과 주무관을 찾아와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김모 팀장의 진급시점, 현 근무처 등 인사정보를 요구했다. 공교롭게도 김 팀장은 호남 출신이다. 또 이 시장은 김씨가 같은 시기 자치행정과에서 성남시가 발주한 모든 수의계약 현황자료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김씨의 이 같은 행위가 국정원법 19조인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조정관이 정치사찰”폭로
여당 인사와 유착?…첩보수집 배후 드러날까

아울러 이 시장은 "같은 해 9월 김씨가 일자리창출과를 여러 차례 방문해 사회적 기업 및 시민주주 버스기업과 관련한 자료 일체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이 절차에 따른 공문을 요구하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김씨는 결국 통계자료만 넘겨받은 것은 것으로 이 시장은 전했다. 더불어 해당 사업들은 이 시장의 주요 공약과 밀접히 연관돼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연루된 RO의 내란예비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필요한 적법한 업무 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자료 요구 당시 검찰 수사를 받은 상황이었다"며 "당시 불리한 환경을 이용해 직·간접적인 선거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그렇다면 김씨는 무슨 연유로 이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봤던 것일까. 그 실마리는 거꾸로 이 시장의 '정치적 성향'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은 자신의 형인 이모씨와 오랜 갈등을 겪고 있다. 이 시장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의 동생(이 시장)에 대해 '진보당과 연계된 간첩'이란 비난을 퍼붓고 있다. 특히 이씨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이 시장 주변의 간첩 50명을 수사 중인데 이 시장도 곧 구속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수차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북몰이 의혹

때문에 이 시장은 불상의 세력(혹은 국가기관)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신의 가족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에서 이씨는 다가올 지방선거를 맞아 이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낙선 운동을 벌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장은 성남에서 모두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종북척결대회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불상의 세력이 미확인된 정보와 자금을 배후에서 제공해 판을 키우고 있다는 의혹이다. 즉 이 시장에 대한 종북몰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단체(혹은 기관)가 어디인지 지켜보면 몸통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어느 기관이든 정보관의 역할은 비슷한데 특정 정치세력에 편중된 첩보를 수집하는 것이 문제"라며 "지방자치단체장과 고위 공직자들의 동향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언론도 똑같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번 이 시장의 폭로를 기점으로 국정원의 정치사찰 파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정 정치세력을 노린 광범위한 정보수집의 은막이 벗겨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녹취록' 들어보니…


"XX야" 형수에 막말?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성남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인 M모 기자와 관련한 수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이 시장은 "M기자가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신문을 대량 제작·배포한 것은 물론 가족 간의 말다툼 녹음 파일을 불법 공개했음에도 검찰 수사가 답보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 시장이 자신의 형수에게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 통화 녹취록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상황. 앞서 법원은 해당 녹취록에 대해 유포금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녹취록 내용은 편집이 가미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언의 수위가 높다. M기자는 "(이 시장의) 욕설 발언이 사회적 통념을 넘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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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