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탄받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06 13: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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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없다더니…결국 각본대로

[일요시사=경제1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재벌 본색을 드러냈다. 두 아들에게 계열사 지분을 모두 넘겨주며 후계구도를 위한 승계를 마무리 지은 것. 그간 대외적으로 ‘2세 대물림 경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과 상반된 결과다. 돌이켜보면 두 아들은 언제나 이 원칙에서 제외가 됐다. 결국 웅진이 일군 ‘샐러리맨 신화는’ 사라졌고 ‘부의 대물림’만 남은 꼴이다.




자수성가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윤 회장은 맨손으로 연매출 5조원의 웅진그룹을 일군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다. 그래서일까. 후계 구도와 관련해 그가 내뱉은 말은 훈훈한 귀감이 돼 왔다.

믿을 건 아들뿐?

“아들에게 경영권을 그냥 물려주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2세라고 해서 무조건 대물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직원들과) 똑같이 경쟁해 자질이 있는지 검증해보고 사내에서 키운 인재에 못 미치면 과감하게 전문 경영인을 세울 겁니다.”
“회사가 잘된 것은 직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인데 오너 친인척들이 혜택을 보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동안 윤 회장이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혀온 경영권 승계에 대한 지론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현 상황은 윤 회장의 의지를 무색케 할 만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윤 회장이 최근 자신이 보유한 웅진홀딩스 지분 전부를 두 아들에게 매각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한 것이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윤 회장은 보유한 웅진홀딩스 주식 297만393주(지분율 6.95%)를 지난 27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장남인 윤형덕씨와 차남인 윤새봄씨에게 절반씩 매각했다. 전일 웅진홀딩스의 종가가 3010원인 점을 고려할 때 거래규모는 89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윤 회장 지분을 인수하면서 형덕씨는 웅진홀딩스의 지분 3.67%를, 새봄씨는 3.63%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장남 형덕씨는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윤 회장의 지분은 0%가 됐다. 현재 병행하는 343억원의 유상증자까지 고려하면 형덕씨의 지분은 12.52%, 새봄씨는 12.48%로 늘어나게 된다.

두 자녀의 지분을 합하면 25%다. 회생계획안에 따라 웅진그룹 오너일가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졸업을 앞두고 있는 웅진홀딩스의 지분을 최대 25%까지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자녀가 최대치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웅진홀딩스의 경영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두 아들에 지분 넘겨…장남 최대주주 올라
직원들과 공정경쟁 한다더니…초고속 승진

윤 회장의 두 아들은 현재 계열사 핵심 부서에서 일하며 경영 수업도 함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덕씨는 지난 2008년 9월 웅진코웨이 영업본부에 대리로 입사해 2009년 과장(신상품팀장), 2010년 차장(경영전략팀장)을 거쳐 2011년 2월 부장(경영기획실장)으로 1년에 한번씩 초고속 승진했다.

현재 형덕씨는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으로 있다.

차남 새봄씨는 2009년 6월 웅진씽크빅 기획팀에 입사한 이후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하다 2010년 9월 웅진케미칼 경영관리팀(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경영기획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웅진케미칼은 신성장 동력 사업인 화학 신소재 분야 전문 기업으로 섬유소재·전자소재·필터사업을 펼쳐왔다.

그간 웅진그룹이 주력하던 곳 중 하나였으나 웅진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지난 9월 일본계 화학소재업체인 도레이첨단소재로 인수됐고,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 인수 절차가 끝나면 새봄씨는 웅진그룹 내로 다시 인사가 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그동안 단 한명의 친인척도 ‘웅진’에 입사시키지 않았다고 밝혀왔지만, 두 아들은 늘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됐다. 형제는 지분도 차곡차곡 늘려왔다. 이들은 2009년 2월까지 웅진홀딩스 주식을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아들이 입사와 동시에 초고속 승진을 하고, 지분을 서서히 늘려오면서 그룹 안팎으로 2세 경영을 위한 수순 밟기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윤 회장 스스로 투명 경영과 대물림 경영 배제를 강조한 탓에 대놓고 드러내진 못했지만 웅진 사태 이후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고 주장봤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웅진그룹이) 조만간 법정관리 졸업이 가시화됐다는 점을 가정할 때, 2세 경영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내다봤다.

실제 웅진홀딩스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이종석 수석부장판사)와 법정관리 조기졸업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는 이달 말이나 2월 초쯤으로 예상된다. 계열사인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이 예상보다 비싸게 팔리면서 웅진홀딩스가 채무 조기 변제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다. 웅진그룹은 이미 전체 부채의 82%를 변제했다.

본격 경영전면에?

법정관리가 끝난 뒤, 3월쯤 열릴 주주총회에서는 장남인 형덕씨가 등기이사로 오르면서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윤 회장의 두 자녀는 앞으로 웅진홀딩스와 웅진씽크빅, 북센 등 IT·교육·출판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경영활동을 벌일 전망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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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