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훈포장’ 대기업 리스트 대공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2.16 11: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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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팔아 훈장…가문의 영광? 망신?

[일요시사=경제1팀]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의 국세로 추진했던 4대강 사업. ‘대국민 사기극’이란 낙인이 찍힌 4대강 사업으로 포상 잔치까지 벌인 기업인들의 이력이 드러났다. 사실상 정부가 각종 비리로 얼룩진 기업 관계자들에게 국민혈세로 훈포상을 준 셈이어서 파문이 커지는 모양새다. 빛나는 훈장을 가슴에 달고 검은 양심은 팔아버린 이들은 누구일까. 그 실체를 파헤쳐봤다.




‘MB 야심작’ 4대강 사업에 참여해 훈장을 단 기업인들의 공적사항이 공개됐다. <일요시사>가 민주당 이미경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4대강 사업 포상자 주요 공적사항 현황’에는 종교계·학계를 비롯해 건설계·공무원 등 총 1152명의 공적내용이 들어있었다. 특히 입찰비리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대형 건설사 임직원 대부분이 뚜렷한 공적 사항 없이 훈포장 명단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국민 사기극
뻔뻔한 포상!

해당 훈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말인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이뤄졌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진행과정에서 공로가 인정된다며 500여명이 넘는 산업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훈포장과 표창을 수여했다.

먼저 비자금 조성과 입찰비리, 낙동강 칠곡보 부실공사 논란 등에 휩싸였던 대우건설은 임직원 10여명이 금탑산업훈장과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등을 받았다. 산업훈장은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되며 금탑, 은탑, 동탑, 철탑, 석탑 등 5등급으로 나뉜다.

공적사항에 기재된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서훈 사유는 다소 모호한 것이 대부분 이었다. 직원 이모씨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홍보에 주력하여 4대강 이미지 향상에 기여했다”는 사실이 인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안모씨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원활한 수행에 크게 공헌했다”는 공로로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또 다른 직원 강모씨는 “평소 투철한 관리자의 자세와 합리적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관리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했다”는 공적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수십억원의 법인자금을 횡령해 국책사업 수주 로비를 벌인 혐의로 토목사업본부장 옥모씨가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옥씨는 4대강 사업 중 하나인 칠곡보 구간을 포함한 대우건설의 각종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업체들로부터 수십억원대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4대강 턴키입찰을 따내기 위해 심사위원 3명에게 모두 2억1000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옥씨에게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을 과다지급한 뒤 되돌려 받도록 공모한 서종욱 전 대우건설 대표도 추가 입찰담합 혐의가 인정돼 소환조사를 받아왔으나, 지난달 불구속기소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능동적 민원대처’
모호한 공적들

담합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GS건설도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12명이나 훈장이나 표창을 받았다.

김영선 GS건설 상무는 헌신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함안창녕보 성공적인 준공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동탑산업훈장을, 길용훈 GS건설 상무 역시 민원발생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랜드마크적인 명품보 건설에 기여한 공으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GS건설 직원 김모씨는 “금강하류 지역의 가뭄 및 홍수피해에 대한 종합적인 방어대책 마련”이라는 공이 인정돼 국무총리 표창을, 또 다른 직원 김씨는 “낙동강하류 지역의 가뭄 및 홍수피해에 대한 종합적인 방어대책 마련”이라는 같은 이유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직원 유모씨도 “능동적인 민원대처로 고객만족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검찰 수사에서 역시 입찰담합 혐의가 인정돼 김중겸 전 대표가 불구속기소된 현대건설도 10명의 임직원이 동탑산업훈장과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김정위, 김진원 상무는 “탁월한 사업관리능력을 바탕으로 원활한 공사 진행이 가능하도록 기여”, “철저한 현장관리로 사업추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공으로 각각 동탑산업훈장을 받았고 나머지 8명 임직원들도 대통령표창이나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 특혜 의혹에 휘말렸던 포스코건설 역시 5명의 임직원이 훈장과 표창을 수상했다.

낙동강 30공구 컨소시엄 공사를 진행했던 포스코건설은 정동화 대표이사 겸 부회장이 지난해 3차 훈포상 과정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정 대표의 공적은 “구미보 시공업체 대표로서 본사차원의 홍보 및 지원과 사업관리로 랜드마크적인 보 건설을 완료했다”는 것이었다.

MB정부 무더기 포상 내역…공적 내용 공개
이미지 향상 기여·고객 만족 등 황당 사유
대우·GS·현대·삼성…훈장 받고 뒤로는 비리

댐건설 타당성과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였던 영주댐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 역시 5명의 임직원들이 동탑산업훈장, 산업포장, 대통령 표창 등을 수상했다. 이들은 모두 “한강 살리기 4공구사업에 참여해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의식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원활한 공정 추진 및 최상의 품질 확보 등에 기여함” 이라는 동일한 이유로 훈·포장 대상이 됐다.

이밖에도 지난 9월 입찰 담합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대림산업 임직원들도 정부 훈포장을 받았다. 삼성중공업 임직원 김모씨는 “지역주민과의 유대를 돈독히 하여 효율적인 현장관리” 공으로, 금호산업 직원 이모씨는 “면밀한 현장관리를 통해 문제업체에 대한 지분율 조정 및 정산을 조기 완료”라는 공이 인정돼 각각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4대강 전도사들
줄줄이 검찰행

건설사들뿐만 아니라 부실한 4대강 공사 기초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맡았던 대형 엔지니어링 설계감리업체들도 훈포장 대상이었다. 동부엔지니어링과 도화엔지니어링, 유신코퍼레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한때 4대강 사업 효과를 홍보하는 ‘4대강 전도 으뜸 업체’로 평가받았던 동부엔지니어링은 무려 24명이 산업훈장과 산업포장, 대통령표창 등을 받았다.

현 이문규 대표이사가 “자연과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녹색성장의 기반 구축에 기여” 공을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채선엽 전무와 정순찬 상무가 “하천 이용 활성화 기반 구축” 유공으로 산업포장을 받는 등 설계 감리 업체 중 가장 많은 수상자를 냈다.




동부엔지니어링은 지난 2008년 4대강 비밀 추진팀인 ‘국가하천종합정비TF’에도 참여했다. 이후 2009년 턴키공사 1차 설계용역 발주에서 낙동강 15개 공구 중 가장 규모 큰 22공구와 한강 3공구 설계 용역을 따내 정치권으로부터 ‘정부TF 참여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자회사 입찰담합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도화엔지니어링 임직원 8명도 산업포장과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도화엔지니어링은 지난 2009년 4대강 공사를 따내면서 국내 토목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1위 업체로 떠오르는 등 4대강 최대 수혜 업체로 꼽히기도 했다.

MB정권 출범직후부터 4대강사업 추진 핵심세력으로 주목받은 설계업체 유신 코퍼레이션 역시 지난해 3차 훈포장 대상에 포함돼 3명의 임직원이 철탑산업훈장과 산업포장, 국무총리표창 등을 받았다. 이들의 사유는 각각 “안전관리와 홍보활동으로 원활한 사업추진에 기여”, “4대강 마스터 플랜 및 주요 공구 설계에 참여” 등이다.


유신은 대대적 압수수색을 받으며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장석효 도로공사 사장에게 6000만원을 건넨 정황이 포착돼 장 사장은 구속기소됐다.

유신은 앞서 경남 거제와 부산을 잇는 거가대교 날림공사 의혹으로, 경남도로부터 지난 2011년 3월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등 6개 업체와 함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된 전력도 있다.

국민 혈세를
담합으로 ‘꿀꺽’

4대강 공사에 참여한 많은 산업계 임직원들이 훈장과 표창을 받았지만, 비자금 조성과 각종 입찰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추문으로 얼룩진 4대강 사업 관계자들에게 국민 혈세로 훈포상을 준 셈이어서 서훈 박탈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졸속으로 무더기 훈포장을 남발했다”며 “훈포장 내역을 보면 국가기관과 관련 단체를 전방위적으로 이용해 4대강 찬성 여론을 조작하려 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공적 조서 원본을 공개하고, 공적 내용이 잘못됐을 경우 서훈을 취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 역시 “이명박 정부는 심지어 비자금을 조성한 건설업체 임직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훈포장을 남발했다”며 “이명박 정권은 훈장마저 뇌물 삼아 부패카르텔을 만들었다. 이 부패카르텔은 환경을 망치고 혈세를 담합하는 대가로 나눠가졌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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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