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대권 도전 러시 숨겨진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3: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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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 향해 뛰는 잠룡들의 합창 "나를 잊지 말아요!"

[일요시사=정치팀] 과거 대선이 끝나면 패배한 후보들은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는 것이 관례였다. 또 차기 유력 주자들도 정권 초반에는 최대한 몸을 낮추며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벌써부터 차기 대선 준비로 바쁜 모양새다. 차기 대선은 아직 4년이나 남았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과속 페달을 밟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기 대선은 아직 4년이나 남았지만 유력 후보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선 준비로 분주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얼마간은 차기 대권의 'ㅊ' 자도 거론하지 않던 관례와 비교하면 여야 유력 주자들이 때 이른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때 이른 경쟁
치열한 공방

가장 먼저 대권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그야말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행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의원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근현대사역사모임' 등을 만든 것을 두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 벌써 사조직을 만드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의 행보는 자칫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도 있는 문제다. 게다가 김 의원은 지난 9월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한인축제에 참석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권 도전에 생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후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했으나 "주위에서 하도 권유하는 사람이 많으니, 내가 자격이 있는지 고민 중"이라며 또 한번 여지를 남겼다.

김 의원과 같은 행사에 참석한 김문수 지사 역시 덩달아 대권도전을 시사했다. 김 지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를 떠난 지 8년이 지나 여의도에 의원 조직이 사실상 없다"면서 "더 이상 지방에 있으면 중앙정치를 못한다"고 말했다.

"대권가도는 마라톤, 지금부터 뛰어야"
어쩌다보니 대권행보, 자천타천형

경기지사 불출마와 함께 중앙정치 무대 복귀의사를 밝힌 셈이다. 김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새누리당 내 상황 등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출마하지 않고 초선만 하고 끝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내년 경기지사 선거에 불출마 한 후 본격적으로 당내 세력확장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실제로 김 지사는 최근 여의도행이 잦아지고 있다. 통상적인 도정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을 위한 세 모으기가 아니겠냐고 의심하고 있다.

대선이 끝난 후 전국을 돌며 민생탐방을 하기도 했던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최근 대구를 찾아 지역 국회의원들과 김범일 대구시장을 만났다. 정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계열사 현대커민스는 대구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입주를 결정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TK행보는 김 지사와도 겹치는 것이었다. 김 지사는 최근 경북도와 상생협약을 맺고 경북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지역정가에선 두 사람의 TK행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떠난 뒤 무주공산인 TK를 선점하려는 경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후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서 TK 지지도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명 뛰니
따라 뛴다?

차기 대권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은 야권 내에서도 부단히 꿈틀대고 있다. 지난 11월29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기 대권 재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의원은 "제가 꼭 (대선 후보를)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는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후폭풍이 일자 문 의원은 "그건 정권교체에 저도 최대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원

론적 얘기"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는 않다. 이날 발언은 비록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문 의원은 이날 작심한 듯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또 문 의원이 마음만 먹었다면 "아직은 차기 대권에 대해 논하기는 이르다"며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결국 정황상 작심발언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 역시 최근 독자세력화에 나서며 활동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안 의원은 문 의원에게 대선 후보직을 양보하고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19일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안 의원은 불과 82일 만인 지난 3월11일 서울 노원병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에 복귀했다. 이후 안 의원은 안철수신당 창당과 관련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당이 궁극적으로 2017년 대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별다른 이견을 나타내지 않으며 사실상 이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안 의원의 정치세력화는 결국 대선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잠룡마다 천차만별 각자의 사정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는 심기불편

그렇다면 벌써부터 줄을 잇고 있는 유력 후보들의 대권행보에 숨겨진 노림수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존재감 확보다. 차기 대선까지 아직도 4년이나 남았지만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정권 초 유력주자로 손꼽혔던 인사들이 실제 대선에서도 유력주자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10년 전 노무현정부 출범 당시 정치권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박근혜 의원, 정동영 의원 등을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꼽았고 실제 다음 대선은 이들 후보들의 각축장이 됐다. 5년 전 이명박정부 초에도 박 대통령은 이미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꼽혔었다.
유력 대선 후보군에 계속 이름을 올림으로써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 이는 여야 잠룡들이 때 이른 대권행보에 나선 공통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물론 각자 나름의 사정도 있다. 김무성 의원의 광폭행보와 관련해서는 김 의원 측 내부 참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려진다. 정권 초기에 이 같은 행동으로 자칫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의 견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를 노리고 있는 만큼 언제까지 숨죽인 행보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빨리 입장을 정리해야 자기 세력을 본격적으로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 시점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세력을 넓힐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문수 지사의 경우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자천타천으로 대권행보를 공식화 하게 된 경우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김 지사가 언제까지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끝까지 달릴까?
중도 포기할까?

김 지사의 망설임으로 자칫 차기 후보군을 제대로 발굴해내지 못할 경우엔 책임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김 지사가 경기지사 불출마를 선택할 경우 가능성은 차기 대권 도전과 정계은퇴 두 가지뿐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김 지사의 대권 도전설이 기정사실화 됐고 김 지사 역시 이를 부인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이미 경쟁 후보군들이 세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대권 도전 선언 러시에 의도적으로 동참하게 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철수 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차기 총선에 맞춰 창당을 준비한다면 그 과정이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자유선진당의 경우만 하더라도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그 해 2월에 창당을 했지만 인재를 모으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 대립으로 꽉 막힌 현 정국이야말로 신당 창당의 가장 큰 명분이고, 안 의원으로서는 이러한 시점을 놓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이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차기 대권 도전을 못 박고 나선 것은 최근 독자세력화에 나서며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안 의원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내 최대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차기 대선에서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안 의원이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 의원도 이에 대응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울 승부수를 던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철수신당이 민주당 일부 세력까지 잠식해오는 상황에서 문 의원으로서는 친노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 의원의 차기 대권 재도전 시사는 안 의원의 신당 창당 행보에 대한 힘 빼기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이다.

정치권 이목
벌써 4년 후로

게다가 야권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문 의원이 차기 대권 출마를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 여론의 관심을 끌고 야권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소수의견으로는 문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굳힘으로써 아직 끝나지 않은 NLL논란 등 여권이 문 의원을 공격할 때마다 차기 대권주자를 탄압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자기 방어용 자가발전이란 해석도 있다.

이처럼 여야 잠룡들은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박근혜정권 초부터 차기 대권을 향한 레이스를 시작한 모양새다. 하루하루 격동하는 정치권에서 벌써 4년 후를 준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권으로 향하는 길은 마라톤과 같다.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한다. 벌써 시작된 대권레이스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치권의 이목은 벌써 4년 후로 쏠려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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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